밤낚시를 하다 보면 가끔씩 듣게 되는 “라이트 좀 껴주세요!”란 말을 초보 낚시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는 집어등이라고 하는 것을 계속 수면으로 비추고 있는데, 잠깐 킨 헤드랜턴이 얼마나 낚시에 지장을 주길래 그러는 거지?”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집어등과 헤드랜턴이 낚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낚시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취미활동이기 때문에 자연의 현상이나 생태계에 대하여 조금만 생각을 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며 야간낚시에서 사용하는 조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물고기가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 먹잇감이 있기 때문이고 바다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플랑크톤과 빛(조명)의 관계가 낚시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제일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흔히들 하는 얘기 중에 낚시가 잘 되는 시간대가 해가 뜨거나 지기 직전이라고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시간대와 조류가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면 더욱 좋겠지만 여기서는 야간낚시의 조명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므로 해와 관련한 부분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다 속에는 식물성과 동물성의 플랑크톤이 있는데 아침 해가 뜨기 직전에는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광합성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저녁에는 야행성인 동물성 플랑크톤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물고기들의 먹이활동도 증가하므로 조과가 좋다고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야간에 집어등을 키고서 낚시를 하는 것은 플랑크톤이 모이도록 하여 그것을 먹는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게 하고 이어서 더 큰 어종을 노릴 수 있다는 원리를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집어등은 야간에 장시간 빛을 발하면서 계속해서 플랑크톤을 모을 수 있지만 헤드랜턴과 같은 조명은 장시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면을 비추면 물고기들의 경계심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수면을 향해서 빛을 비추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라이트 좀 꺼주세요!”하는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야간에 집어등을 키고 유심히 관찰하면 집어등의 조명이 해수면을 비추더라도 몰려드는 물고기들은 명암(明暗)이 경계가 지는 지점, 즉 빛의 중심보다는 어두운 부분에 모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어둠에 순응하고 있는 물고기들의 습성으로 인함 때문입니다.
야간에 수중에서 색이 전달되는 실험을 한 결과에 의하면 수심 5미터에서는 빨간색은 검정색으로, 핑크색은 회색으로, 녹색은 파란색으로 보이고 수심 10미터 이하에서는 파란색 이외의 색상은 밝기의 정도만 물고기들이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낚시인들 중에는 모자에 다는 캡라이트나 헤드랜턴의 색을 빨간색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는 것이랍니다.
끝으로 빛을 좋아하는 어종들이 있다고도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빛 자체를 좋아해서 조명을 보고 모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닿은 장소에 먹잇감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종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잠깐 동안만 사용하는 헤드랜턴을 수면으로 비추는 것은 플랑크톤을 유인하지 못하고 물고기들의 경계심만 높이기 때문에 낚시인들이 삼가야 하는 매너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