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지프 다음으로 미군을 대표하는 차량인 험비(Humvee)와 민간용 차량인 험머(Hummer)는 어떻게 다른지를 한 번 알아보자.

우선 험비(Humvee)는 고기동 다목적 차량(High-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것이라 알려져 있지만 차량의 이름은 아니고 실제로 미군이 고기동 다목적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었던 프로젝트의 명칭이 그대로 차량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이다.

개발계획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는데 첫 번째 공모에서 크라이슬러, 콘티넨털 모터스, AM 제너럴의 3개 업체가 선정되어 1982년 5월까지 각각 11대씩의 시제품을 육군에 납품하였고 이어서 1년간의 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AM 제너럴의 차량이 채택되었는데 콘티넨털 모터스는 2019년에 콘티넨털 에어로스페이스 테크놀로지(Continental Aerospace Technologies)로 이름이 바뀌었다.

AM제너럴은 자사가 납품한 차량이 채택될 것에 대비하여 미리 차량의 이름을 정해두었었는데 그것이 바로 험머(Hummer)였으며 이미 상표등록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미육군 프로젝트명의 약어인 험비(HMMWV)라는 호칭이 일반화되어버리면서 발음하기 쉽도록 험비(Humvee)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가 되면서 민간형의 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1992년 6월에 험비(Humvee)의 시트를 개량하고 에어컨을 탑재하는 등 개조하여 민간용으로 한정판매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면을 살펴보면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의 힘이 컸음을 알 수 있다.

1990년 6월 유치원에 간 사나이(Kindergarten Cop)란 제목의 영화를 촬영하면서 험비차량이 이동하는 광경을 목격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는 차량에 매료되어 끈질기게 AM제너럴에 전화를 걸어 민간에게도 판매하면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설득을 했고 마침내 한정판매를 하기로 결정하자 최초의 험머 H1 2대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직접 구입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정판매이기는 했어도 호평을 얻자 AM제너럴은 같은 해 10월부터 일반에게 판매를 시작하였지만 예상과는 달리 판매는 저조하였고 마침내 1999년 12월에는 험머(HUMMER)라는 브랜드를 제너럴 모터스에 넘기게 되고 만다.

따라서 험머(HUMMER)란 이름은 GM이 사용하고, 험비(Humvee)라는 이름은 AM 제너럴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GM은 험머(Hummer)의 명칭을 험머 H1이라고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GM이 사용하던 험머(Hummer)란 브랜드의 차량은 AM제너럴과의 계약에 따라 AM제너럴의 공장에서 생산된 것들이었는데, 2002년에 발매된 험머 H2도 AM 제너럴의 공장이 있는 인디애나 주의 미셔와카(Mishawaka)에서 생산되기는 하였지만 쉐보레 타호(Chevrolet Tahoe)를 기반으로 만들 수가 있었고 H1, H2에 이어서 2006년에는 H3를 출시했던 GM은 2009년에 파산함으로써 험머(Hummer)란 브랜드의 정리와 더불어 H2와 H3의 판매도 종료되고 말았다.

 

비록 민수용인 (Hummer)는 사라졌지만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험비(Humvee)는 지금도 AM제너럴의 미셔와카(Mishawaka)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