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4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들려오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이웃나라 일본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고 지금은 필리핀과 중국이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허리케인에 관한 보도가 나오면 허리케인 헌터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곤 하는데 인터넷에 나오는 것을 보면 “기상 관측용 항공기로 태풍의 눈을 관통해 비행하며 그 특성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허리케인 헌터”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리케인 헌터(Hurricane hunters)는 현재 미공군예비사령부(AFRC: Air Force Reserve Command) 소속의 “제53기상정찰비행대대”와 미국상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Commerce) 해양대기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소속의 “NOAA 허리케인 헌터”의 2개 조직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허리케인 헌터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는 어디 소속인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허리케인 헌터의 시초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3 Surprise Hurricane”이라 불리는 허리케인이 1943년 휴스턴과 텍사스 일대를 강타하자 브라이언 공군기지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영국 조종사들은 훈련기인 “노스아메리칸 T-6 텍산”을 대피시키는 것을 보고 비행기의 안전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노스아메리칸 T-6 텍산

 

이에 교육을 담당하던 조셉 덕워스(Joseph Duckworth) 중령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내기를 하고 항법사 “랄프 오헤어(Lalph O’Hair)”를 대동하고 허리케인 속을 비행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됩니다.

조셉 덕워스(Joseph Duckworth)중령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기상청 소속의 “윌리엄 존즈 버딕(William Jones Burdick) 중위”를 태우고 두 번째로 허리케인 속으로 비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온 것이 허리케인 헌터의 시작이며 1946년 “제53기상정찰비행대대”가 “보잉 B-29 슈퍼포트리스”를 기상정찰용으로 도입하면서부터 허리케인을 정찰하는 임무를 “허리케인 헌터(Hurricane Hunters)”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보잉 B-29 슈퍼포트리스

 

그렇기 때문에 통상 허리케인 헌터라고 하면 “제53기상정찰비행대대”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며 이와는 반대로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은 미국해양대기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소속의 “NOAA 허리케인 헌터”입니다.

현재 “제53기상정찰비행대대”는 록히드사의 “WC-130J”기종 1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NOAA 허리케인 헌터”는 록히드사의 “WP-3D 오리온” 기종 2대와 “Gulfstream GIV” 1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WC-130J

 

WP-3D 오리온

 

Gulfstream GIV

 

허리케인 헌터로서 태풍 속을 비행하는 조종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그들은 “비행 중의 기체는 바람이 아무리 강해도 부서지지는 않고 겨울철 미국 상공의 초속 150m를 넘는 제트기류에서도 비행을 할 수는 있으나 난기류의 일종으로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갑자기 바뀌는 ‘윈드 시어(Wind Shear)’가 더 무섭다.”고 답합니다.

윈드 시어(Wind Shear)

 

또한 허리케인 속으로 비행하는 느낌은 “자동세차기를 통과하는 동안 차량의 지붕에 고릴라가 몇 마리 뛰어올라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인공위성이 많은 지금도 이런 비행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들의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1989년 허리케인 휴고가 왔을 때 기상위성이 관측한 바에 따라 “카테고리 3”으로 풍속이 초속 50~58미터 정도일 것으로 알고 고도를 1,500피트로 맞추었지만 실제 허리케인은 “카테고리 5”에 해당하는 초속70미터 이상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는 상태여서 기체의 중심을 잃고 비행기가 하강하는 도중에 엔진도 하나가 꺼져버려서 하마터면 큰 화를 입을 뻔했다고 합니다.

1974년 10월 12일 태풍의 눈을 비행하던 항공기(Swan 38호)와 승무원 6명이 무전이 끊기며 실종되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 마지막 피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민간 기상업체 웨더 언더그라운드(Weather Underground)에 따르면 허리케인 헌터가 활동한 이래로 지금까지 6기의 항공기와 53명의 인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사람이 직접 비행하는 대신에 무인항공기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낙하존데(Dropsonde)”를 투하하고 발신하는 데이터를 기록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아직은 대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낙하존데(Dropsonde)

현재 “NOAA 허리케인 헌터”가 운용하는 비행기 중에서 허리케인 속으로 비행하는 기종은 각각 “미스 피기(Miss Piggy)”와 “커밋(Kermit)”이라고 불리는 “록히드 WP-3D Orion”으로 한국해군에서 운용 중인 “대잠초계기 P-3C”와 같은 기종입니다.

P-3C 대잠초계기

“NOAA 허리케인 헌터”가 오래 된 “록히드 WP-3D Orion”을 아직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기체의 강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아 허리케인 속으로 비행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조종석의 계기판이 모두 아날로그식입니다^^

“록히드 WP-3D Orion”가 허리케인 속으로 들어가면 기상관측을 담당하는 승무원이 손에 든 “낙하존데(Dropsonde)”를 뒤의 구멍을 통해 투하하고 보내오는 데이터를 기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허리케인 헌터가 무엇인지 알아본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