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 제16장: 잡다한 이야기들

조어대전 제16장: 잡다한 이야기들

낚시꾼: 아시겠지만 토기를 먹는 것보다는 잡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에게 로치와 데이스를 비롯한 몇 가지 물고기에 대해서 얘기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피터와 코리돈이 오고 있으므로 못다 한 얘기는 내일 낚시를 하고 나서, 런던으로 가는 길에 마저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군요. 아주머니, 저녁은 준비가 되었나요? 우선 술부터 한 잔씩 주시고 빨리 좀 차려주세요. 우리 모두 배가 고프거든요.

피터랑 코리돈은 이리 와서 한 잔 마시면서 오늘 결과는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나와 제자는 둘이서 송어 열 마리밖에 잡지 못했는데, 그중의 세 마린 제자가 잡았답니다. 두 마린 아는 분에게 드렸고, 여기 여덟 마리가 있어요.

오늘 하루는 낚시와 얘기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지치고 배도 고파서, 맛있게 먹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군요.

피터: 저와 코리돈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송어는 다섯 마리밖에 잡질 못했어요. 낚시하는 도중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맥줏집에 가서 셔플보드를 하면서 보냈는데, 낚시만큼이나 재밌더군요. 보세요. 지금 비바람이 몰아치는걸요. 이렇게 비바람이 부는데도 실내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니 고마운 일입니다.

주인아주머니, 여기 맥주 좀 더 주시고, 저녁준비를 좀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저녁 식사가 끝나면 당신과 당신의 제자가 약속했던 노래를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 불러주시면 코리돈이 떼를 쓸 겁니다.

낚시꾼: 약속은 지켜야지요. 당신이 만족할만한 노래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사냥꾼: 송어를 세 마리나 잡았으니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선 저녁 식사부터 한 다음에,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다 적당한 시간에 끝내도록 합시다.

코리돈: 자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노래를 불러주십시오. 아주머니께선 벽난로에 장작을 조금 더 넣어주시고, 준비되는 대로 노래를 시작해주십시오.

낚시꾼: 코리돈씨, 이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오, 용감한 낚시꾼의 삶이여

그 무엇이 비길소냐

즐거움은 가득 차고, 다툼은 없으며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 밖의 즐거움이란

장난감에 불과한 것

오직 낚시만이

하늘의 뜻에 맞음은

누구에도 해 끼치지 않음에서 알 수 있다네

낚시꾼의 뛰어난 기술은

병이 아니라 만족을 주네.

이른 아침,

여신 오로라가 보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

차 한잔에 눈 비비누나

게으른 자는 자도록 두어라

우리는 가노라

낚싯대 등에 매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때론 템즈강을 향해

우리는 가노라.

행복 찾아 떠나는 여행

들판은 우리의 안식처요

즐거움이 가득한 곳

이름 모를 시냇물에

낚싯대 드리우고

고기를 기다린다.

뿔로 만든 상자엔 벌레가 가득하고

떡밥과 지렁이도 가득하다네

비바람 몰아쳐도

찌를 바라보노라

그 누가 우릴 욕하리오

그저 조용히 찌를 보면서

낚시꾼의 마음은 평화를 얻네.

태양이 이글거려

몸을 데우면

고리버들 울타리에서 쉬어가세나

수로엔 수많은 물고기 가득하고

낚시꾼의 마음은 풍족하여라.

때론 녹음 짙은 버드나무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고

땅을 베개 삼아

깊은 생각에 잠긴다

죽음이 우리를 데려갈 때까지

조용히 명상과 기도를 한다

또 다른 즐거움이란

장난감에 불과한 것

낚시를 모르는 그대 애석하여라.

조 쵸크힐

사냥꾼: 멋지십니다. 오늘 낚시에서도 운이 좋았는데 지금의 불러주신 노래와 함께 하는 좋은 분들은 저를 점점 낚시에 빠지게 만듭니다. 스승님께서는 저를 한 시간 정도 혼자 있게 하셨는데 그때 저는 스승님께서 저와 얘기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그런 줄로 알았는데, 이제 보니 노래를 준비하느라 그러신 것 같습니다. 스승님, 그렇죠?

낚시꾼: 그렇습니다. 사실 이 노래를 배운 지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에 대해서는 서투르지만 간신히 만들어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채워 넣고 불렀던 것입니다. 칭찬받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니 이쯤에서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은 음악적인 자질도 있고, 노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좋은 노래를 불러주시리라 기대가 됩니다.

사냥꾼: 과찬이십니다만 열심히 불러보겠습니다. 내일 런던으로 가면서 낚시도 하고 물고기와 낚시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자리를 비우셨을 때, 저는 물가의 버드나무 밑에 앉아서 스승님께서 제게 얘기해주셨던 초원의 주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초원의 주인은 아름다운 벌판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소송 때문에 아름다움을 모르고 언제나 우울해한다고 합니다. 이 벌판이 제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기분은 아주 좋아졌었습니다.

들판에 조용히 앉아 바라보니, 은빛 개울에선 물고기가 노닐면서 여러 가지 모양의 벌레를 잡으려 뛰어오르는 것도 보였고, 언덕 위의 숲에선 소년이 백합과 냉이꽃을 따는 게 보였으며, 그 곁에서 소녀가 앵초를 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이지, 5월에 어울리는 꽃다발이 점차 모습을 만들어가면서 내는 아름다운 향기가 제가 있는 곳까지 풍겨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향기에 취한 저는 사냥을 하던 디오도로스가 짐승을 쫓으며 시실리까지 오게 되었는데 벌판의 꽃향기가 너무 강해서 냄새를 쫓던 개들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시실리의 들판처럼 아름다운 이곳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이곳의 주인이 가엾다는 생각과 함께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낚시꾼처럼 온화하고 조용한 사람들은 인생의 감미로움을 빼앗는 일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리고 낚시인들만이 시인이 노래하는 행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지지 않은 사람이 행복할지니

그들의 행복은

스스로의 만족에서 비롯되는 것

거친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바람에 몸을 맡겨

떡갈나무 삼나무가 쓰러질 때도

바람 속에서 꿋꿋이 견디는도다.

그때 제 마음속에는 가난한 자와 겸손한 마음을 가진 자를 찬양하는 또 다른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훌륭한 성직자이며 뛰어난 낚시인의 한 사람인 피니어스 플레처가 쓴 ‘낚시인의 목가’라는 것인데 시를 통해 그분의 훌륭한 인격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의 인격을 본받고 싶습니다.

헛된 희망도, 헛된 두려움도 아니라오

구걸도 아니라오

달콤한 만족은

원한과 고통을 쫓아내고

삶은 그를 속일 수 없으리니

은혜만이 가득하여라

너도밤나무의 부드러운 잎들은

여름의 더위를 잠재우고

사나운 노도(怒濤)도

세상의 풍파도

나를 희롱하진 못하리니

태만하지 않으며

하느님의 삶을 따라

기쁨 속에 살리라

편안한 잠자리에

내 사랑과 함께 누워

그 곁의 애들을 바라보면

나도 몰래 번지는 미소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집이어도

날 괴롭히는 것 그 어디에도 없으니

하느님이 주신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여라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무덤을 덮은 풀만으로도 나는 만족하리라.

여러분, 이것이 당시의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옛날부터 전해지는 노래를 낚시인이 부르기에 적합하도록 약간 수정해본 것이 있는데, 스승님께서 여기 적어놓은 부분을 나중에 불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피터: 정말 멋진 노래였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음악을 찬양하는 여섯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들려 드리겠습니다.

음악은 기적 같은 이야기

혀가 없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용서하는 너그러움은

아픔을 치유하는 사랑과 같아

우매한 자는 모를지라도

천사의 마음으로 널 사랑하리.

사냥꾼: 마지막 부분은 낚시를 좋아하는 에드먼드 월러의 노래를 떠오르게 하는군요. 지금 들려 드리죠.

내 맘을 앗아가는 그대

클로리스의 음성이여

그 힘찬 목소리

나의 영혼을 깨우는구나

마술 같은 그 목소리

흔적도 없이 내 영혼을 흔드는구려

클로리스여!

목소리 잠시만 낮춰 주소서

당신과 함께 사랑 노래 부르며

천사 같은 축복을

함께 누리고파라.

낚시꾼: 피터, 잘 기억하고 있군요. 이 자리에 어울리는 노래여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제 아주머니도 함께하셔서 저의 제자가 부르는 노래를 즐기도록 합시다. 노래가 끝나면 다시 한 잔 마시고, 그리고 잠자리에 들도록 합시다. 밖은 아직도 비가 오지만 우린 이렇게 안락하게 쉴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도 잊지 말고 말입니다.

낚시꾼: 모두 안녕히 주무십시오.

피터: 안녕히 주무세요.

사냥꾼, 안녕히 주무십시오.

코리돈: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낚시꾼: 피터, 일찍 일어났군요. 아! 코리돈씨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주인아주머니께서 숙박비가 모두 7실링이라고 하시니 아침에 한 잔씩 더 마신 다음에 각자 2실링씩을 내도록 합시다. 아주머니께서 여러 가지로 친절하게 대해주셨으니 감사의 뜻으로 조금 더 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터: 당연히 그래야죠. 아주머니 여기 돈 받으시죠. 우리 모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다음에도 또 오겠습니다. 그리고 제자와 나의 친구는 오늘도 날씨가 좋아 손맛을 맘껏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코리돈, 이제 우리도 출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