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에 포함된 8종의 어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배스는 나쁘고 잉어는 착하다?”란 글을 통해 알아보았다.
도심 주변의 하천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잉어의 모습은 생물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잉어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잉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규정하고 있는 악성 침입 외래종의 공통적인 특징인 저서생물과 수생식물을 마구 먹어치우는 습성 및 저온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크기가 60㎝를 넘으면 천적이 거의 없어진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잉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미끼는 대부분이 식물성인 경우가 많지만 루어로도 잡은 경험이 있으며 지렁이는 물론이고 우렁이에도 잡힐 정도로 잉어는 잡식성이다.
잉어는 조개나 우렁이와 같이 딱딱한 먹이를 어떻게 먹을 수 있는 것일까? 그대로 삼켜서 소화시키는 것일까? 이제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잉어는 위가 없어서 먹은 것이 바로 장으로 가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므로 계속해서 먹이활동을 하는 대식성을 가진 어종이다. 게다가 잡식성이다 보니 잉어가 서식하는 곳에는 다른 어종이 많지 않은데 대표적인 사례는 글의 말미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잉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먹이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잉어가 먹는 먹잇감 중에는 잠자리나 반딧불이 또는 그 유충도 있으며 일본에서는 반딧불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잉어의 방류를 금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ホタルの生息環境を守ってます
반딧불이의 서식환경을 지키고 있습니다.
鯉など放流しないで下さい
잉어 등을 방류하지 마십시오.
일본에서는 2003년에 번진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잉어가 집단폐사한 이후부터 다른 하천이나 연못에서 잡은 잉어와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발생한 양식장에서 양식된 잉어 및 PCR검사에 의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음이 입증되지 않은 잉어를 방류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잉어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줄여서 KHV(Koi Herpes Virus)라고도 하는데 Koi가 일본어로 잉어를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KHV 때문이 아니라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잉어의 방류를 금지하는 곳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잉어의 이빨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다 보니 잉어는 다슬기나 우렁이를 통째 삼킬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생각과는 달리 잉어는 우렁이나 다슬기의 껍질을 쪼개서 삼키는데 그때 사용하는 잉어의 이빨이 바로 인두치(咽頭齒: pharyngeal tooth)라고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목(=인두: 咽頭)에 있는 이빨(齒)이라는 뜻의 인두치는 잉어의 아가미에 붙어있으며 인간의 어금니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조개류의 단단한 껍질을 깨뜨린 다음 삼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젠, 위에서 말했던 잉어가 서식하는 곳에는 다른 어종이 많지 않다는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기로 하자.
2009년 10월 31일, 일본 나고야에 있는 하야토저수지(隼人池: はやといけ)에서는 서식하는 생물을 확인하고, 외래생물을 제거하며 환경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저수지의 물을 빼는 행사가 열렸다.
모두 490㎏의 외래어종을 제거한 이날의 결과를 보면 잉어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저수지의 물을 빼고 잡은 물고기 가운데 일본의 재래종은 110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외래어종이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송어와 배스는 합해서 74㎏ 남짓이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잉어였다고 한다.
이 결과에 대해서 일본 환경성 산하의 생물다양성지구전략기획실(生物多様性地球戦略企画室)의 담당자는 “애착이 가는 물고기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잉어밖에는 없는 저수지가 될 것이다.”라고 인터뷰했다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이바라키현에 있는 가스미가우라(霞ヶ浦) 호에서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잉어가 감아올리는 진흙에 의해 햇빛이 잘 들지 않게 되고, 배설물로 인해 플랑크톤이 증가함으로써 수질이 바뀌게 되어 결국에는 식물이 자라기 어렵게 됨으로써 생태계가 파괴되어 복원하기 어렵게 변한다고 한다.
잡식성에다 대식가인 잉어는 수초는 물론 다른 물고기의 알이나 유충을 비롯하여 단단한 인두치(咽頭齒: pharyngeal tooth)로는 갑각류는 물론 딱딱한 조개류의 껍질도 쪼개어 먹음으로써 생태계에 미치는 문제가 심각하므로 이제부터라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