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들이 사용하는 표현 중에 피딩 타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원래의 의미는 아기들에게 수유를 하거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을 일컫는 것이지만 물고기들의 먹이활동이 활발한 시간대, 즉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물고기들의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는 흔히들 일출과 일몰직전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왜 헤드랜턴을 수면에 비추면 안 되는 걸까?”란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다 속에 있는 플랑크톤 중에서 아침 해가 뜨기 직전에는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광합성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해가 지기 직전에는 야행성인 동물성 플랑크톤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물고기들의 먹이활동도 증가하므로 조과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조과가 좋은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아떨어질수록 더 좋은 조과를 나타내는데, 오늘은 조과를 좌우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중에서 물고기의 생태가 일출과 일몰직전에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플랑크톤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대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시간대는 일치할 뿐만 아니라 그 시간대에서는 물고기들의 경계심이 적어진다는 1994년에 발표된 논문(Effect of Diurnal Activity of Rainbow Trout and Light Intensity on Gillnet Catching in Water Tank Experiments)을 바탕으로 물고기들의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목적은 움직임이 활발한 시간대는 언제이고 주변의 밝기와 그물에 걸리는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이었는데 이 논문은 낚시인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무지개송어의 활동은 낮에 더 활발함을 보였는데 밤낮이 바뀌는 시간대인 아침과 저녁에 좋은 활동력을 보였고 야간에는 활동력이 떨어지는 반면 일출 직전에는 활동력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자연에서 빛의 밝기에 따른 무지개송어의 움직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위가 어두워지거나 밝아지기 직전에 선행하여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일출 직전부터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물고기들의 체내에서도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다양한 반응들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우리가 밝은 조명 아래에 있더라도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에 커튼을 쳐놓은 상태로 어둠이 지속되더라도 잠에서 깨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한편 실험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폭 4미터, 깊이 1미터의 수조에 50마리의 무지개송어를 풀어놓은 다음 수조의 가운데에 자망(刺網)을 설치하고 조명에 따라 그물에 걸리는 숫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밝아질수록 무지개송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반면 그물에 걸리는 숫자는 감소하였다고 한다. 즉 이 말은 주변이 어두울수록 그물에 걸리는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밤낚시에서는 목줄의 두께와 색깔이 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지개송어의 활동성과 그물에 걸리는 비율과 조명의 관계는 아래의 그림과 같은데 이들 그림에서 우리는 아침 해뜨기 직전과 저녁 해지기 직전, 그리고 움직임이 활발한 낮시간에 그물에 걸리는 숫자가 많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일출과 일몰 직전에는 물고기들이 낚시채비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군에서 경계근무에 임하는 병사들에게는 익숙한 BMNT(Begin Morning Nautical Twilight)에서 EENT(End Evening Nautical Twilight)까지는 육안으로 사물의 윤곽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BMNT를 전후하여 매복이나 경계 근무 등 각종 야간 군사 작전을 개시하고 다음날 EENT를 전후하여 종료하는 것이 물고기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시간대에 따른 빛의 밝기 변화
시간대에 따른 무지개송어의 활동력 변화
위의 두 그림을 하나로 통합하면 다음과 같다.
논문에 있는 그림7과 10은 주변의 밝기에 따른 무지개송어의 활동력과 그물에 걸리는 상관관계를 관찰한 것으로 밝아질수록 움직임은 활발해지는 반면에 그물에 걸리는 숫자는 감소하는 반비례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흔히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피로해서 아침 해뜨기 직전의 피딩 타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먹잇감이 되는 플랑크톤과 베이트 피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노리는 대상어종들의 활동력도 함께 높아지는 이 시간대는 반드시 놓치지 말고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 실험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