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일식집의 수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일식(日食)이란 말이 때로는 메뉴를 지칭하여 부르기도 하는 등 그 정의(定意)가 모호한 것 같아서 오늘은 일식(日食)의 종류와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식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고 일본에서는 와쇼쿠(和食)라고 표현하는데 화식(和食: 와쇼쿠)과 일본요리(日本料理)의 개념이 섞여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화식(和食)과 일본요리의 정의가 모호한 것은 일본국민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화식(和食)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각각이다 보니 일본 농림수산성에서는 화식(和食)의 특징을 아래의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①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와 그 특색을 존중
②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를 표현
③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는 영양의 균형
④ 설날 등 명절과의 밀접한 관계
화식(和食)의 4가지 특징을 이처럼 미사여구로 늘어놓다 보니 정의 자체가 모호해지고 말았는데 첫 번째 특징에 대하여 농림수산성은 “일본의 국토는 남북으로 길고, 바다와 산과 마을마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 있어서 각 지역에 기인한 다양한 재료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기술과 조리도구가 발달하였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수입재료로 만든 요리는 화식(和食)이 아니란 것인지, 양식(洋食)과 혼합된 퓨전요리는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에 맞딱뜨리게 된다.
이같이 농림수산성의 정의가 모호하다 보니 일본의 전문가들도 그 정의에 대하여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화식(和食)을 포함한 일상적인 요리를 통틀어 일본식(日本食)이라고 부르고, 화식(和食)과 일본요리(日本料理)란 표현은 전통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화식(和食)과 일본요리(日本料理)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서양문화가 일본으로 유입되던 시기, 서양의 요리도 함께 소개되면서부터라고 하는데 처음으로 일반화된 것은 1898년에 간행된 이시이 타이치로(石井泰次郎)의 일본요리법대전(日本料理法大全)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화식(和食)이란 표현은 양식(洋食)에 대응하는 것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시 화식(和食)과 일본요리(日本料理)란 표현을 세분하면 화식(和食)이 보다 광의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요리(日本料理)는 좁은 의미로 격식을 차리는 것으로서 일본의 라멘이나 소바는 화식(和食)이라곤 할 수 있어도 일본요리(日本料理)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아래에서 소개할 가이세키요리(會席料理)를 먹으러 갈 때는 화식점(和食店)보다는 일본요리점(日本料理店)엘 간다는 표현을 쓰며 스시(寿司)는 일본요리(日本料理)보다는 화식(和食)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감이 오는 것처럼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화식(和食)이라고 한다는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료에 의한 분류가 아닌 형식에 의한 일식(日食)의 종류는 구분이 가능한데 이제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형식에 의한 일식(日食), 즉 화식(和食)은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 혼젠요리(本膳料理)
②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
③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
④ 쇼진요리(精進料理)
■ 혼젠요리(本膳料理)
무가(武家)에서 손님을 대접하던 것에서 비롯되어 일본요리의 기초가 된 것으로 본상(本膳: 혼젠)은 손님의 격에 따라 다섯 상까지 차려지고 각각의 상은 한꺼번에 차리며 참석인원은 연회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혼젠요리(本膳料理)의 기본 상차림은 한 가지의 국과 세 가지의 반찬으로 된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일즙삼채)지만 정확하게는 밥과 국에 ①채소절임인 고우노모노(香の物), ②조림인 니모노(煮物), ③가열하지 않은 요리인 나마스(なます)와 ④구이인 야키모노(焼物)로 구성된다.
즉 밥과 국(一汁)에 4가지의 반찬으로 구성이 되는데 밥과 채소절임인 고우노모노(香の物)는 세지 않고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일즙삼채)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사(四)라는 글자가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음독이 같기 때문에 밥과 고우노모노(香の物)를 제외하고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일즙삼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혼젠요리(本膳料理)에서 반찬의 가지 수는 반드시 홀수가 되어야 하며 일즙삼채(一汁三菜)에서 이즙오채(二汁三菜)를 비롯하여 삼즙십오채(三汁十五菜)까지 있으며 날로 먹는 요리인 나마스(なます)는 수육(獣肉)을 사용한 것은 회(膾)로, 어육(魚肉)을 사용한 것은 회(鱠) 또는 어회(魚膾)로 표기한다.
일본요리의 원류라고도 할 수 있는 혼젠요리(本膳料理)는 현대에 와서는 최고급 요릿집이나 관혼상제 등에서만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기술한 외에도 다양한 특징들이 있으나 그것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고 이쯤에서 줄인다.
■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는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와 발음이 같아서 구분하기 위해 챠카이세키요리(茶懷石料理)라고도 부른다.
다도(茶道)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는 선사(禪寺)에서 유래하였으며 차를 마시기 전에 나오는 가벼운 식사를 말하는데 다실의 인원은 대략 5명 정도이며 밥과 국(吸い物: すいもの 스이모노)의 순서로 제공되며 테두리가 있는 네모난 쟁반인 오시키(折敷)라는 상에 음식을 차린다.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의 3대 원칙은 ①제철 식재료를 이용해야 하고 ②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하며 ③환대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으로, 세 번째 원칙은 따뜻한 음식은 식지 않게 내어야 하고, 차가운 음식은 가장 차가울 때 내놓아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일본에서 다조(茶祖)로 불리는 센노리큐(千利休)가 다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의 카이세키(懷石)는 수행 중인 선승(禪僧)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품속에 넣었던 따뜻하게 데운 돌을 의미하며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를 도시락으로 만든 것을 텐신(点心)이라 부른다.
■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
요정이나 연회 등의 술자리에서 나오는 호화로운 요리로 전채(前菜)를 시작으로 술과 함께 식사를 즐긴 다음 마지막으로 밥과 된장국(미소시루: みそ汁)이 나온다.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도 제철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지키지만 그 외엔 카이세키요리(懷石料理)처럼 엄격하지는 않다.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에서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일즙삼채)는 한 가지의 국과 세 가지의 반찬이란 점은 같지만 세 가지의 반찬은 다르다.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에서 제공되는 세 가지 반찬은 ①회(刺身: 사시미) ②구이 ③조림으로 제공되며 여기에 더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 츠키다시(つきだし)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오토오시(お通し 또는 오토오시모노: お通し物)라고 하는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간단한 음식과 튀김 및 스노모노(すのもの: 酢の物)라는 초무침이 술안주로서 술과 함께 제공되고 제일 마지막으로 밥과 된장국을 제공한다.
현재 호텔이나 일본요릿집 등에서 나오는 일본요리의 주를 이루는 것이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 쇼진요리(精進料理)
다른 요리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것이라면 쇼진요리(精進料理)는 수도승들이 불교의 엄격한 계율에 따라 먹던 음식으로 주홍색 칠을 한 식기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쇼진요리(精進料理) 또한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일즙삼채)가 원칙이지만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계율에 의해 고기나 생선의 사용은 금지하고, 종파에 따라서는 오훈(五葷)이라고 하는 마늘, 달래, 무릇, 김장파, 실파와 같은 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류의 사용을 금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