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日食)문화가 낯설지 않은 지금, 서경절임 또는 서경구이라는 말을 간간이 듣거나 보게 되는데 서경절임은 일본어 사이쿄즈케(西京漬け: さいきょうづけ)를, 서경구이는 사이쿄야키(西京焼き: さいきょうやき)를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사이쿄야키(西京焼き)는 사이쿄즈케(西京漬け)를 구운 요리여서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아니지만, 오늘은 이 두 가지의 차이와 유래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서경절임, 즉 사이쿄즈케는 사이쿄미소(西京味噌)라는 된장을 사용하여 절이는 것으로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요리용 된장을 궁중에 진상했던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서경된장, 즉 사이쿄미소는 교토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에서 만드는 흰된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의 된장에 비해서 염분이 적고 단맛이 특징으로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수도를 에도(江戸: 지금의 도쿄)로 천도하면서부터 교토(京都)를 사이쿄(西京)라고 부르게 된 것에서 유래하여 사이쿄즈케(西京漬け)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사이쿄미소라고 하면 특정 브랜드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며 특히 관서지방에서는 흰된장이나 된장절임(味噌漬け)으로 부른다.
일본 된장의 종류는 크게 쌀된장, 콩된장, 보리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쌀된장은 쌀로 만들고 보리된장은 보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원료는 콩이지만 발효시키는 누룩의 원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구분된다.(사용하는 누룩의 양에 따라서 된장의 맛을 3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코메코우지(米麹)라는 쌀누룩으로 만드는 쌀된장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보리된장 및 콩된장이 각각 4.5% 정도씩을 차지하며 나머지 10% 정도는 혼합된장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일본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여행객의 숫자는 크게 감소했지만 언젠가 관계가 회복되어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면 보리된장은 큐슈나 쥬고쿠지방(中国地方)에서, 콩된장은 도카이지방(東海地方)에서 쉽게 맛볼 수 있으며 콩된장은 핫쵸미소(八丁味噌)가 특히 유명하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쌀된장을 사용하여 요리의 재료를 절이게 된 것은 헤이안 시대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물고기를 바다에서 먼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저장방법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나 지금은 돼지고기는 물론 닭고기, 양고기 등 육류(肉類)에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서경된장, 즉 사이쿄미소에 술이나 맛술을 더하여 요리재료를 재운 다음 굽는 것을 서경구이, 일본어로는 사이쿄야키라고 부른다.
사이쿄야키는 보관용기에 담아 하루에서 길게는 사흘 정도를 서경된장에 재운 다음 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즉석에서 맛술이나 술을 더한 서경된장을 발라서 굽기도 한다.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으나 며칠 재운 다음 요리하는 경우에는 재료의 표면에 묻은 된장을 닦아내지 않고 구우면 겉이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고 구워야 한다는 점만 주의하면 된다.
또 한 가지만 덧붙이면 서경절임한 생선을 구울 때는 절이기 전에 소금을 뿌려 생선의 수분을 빼낸 후에 된장에 절이는 것이 좋다는 점만 신경 쓰면, 제법 비싼 요리인 일본의 사이쿄야키를 손쉽게 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