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차례에 걸친 원투낚시용 장비의 발전사란 글을 통해 1978년에 세계최초로 일본의 올림픽사가 카본으로 만든 순세기(純世紀)란 원투낚싯대를 출시하였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하여 조금 더 얘기를 해볼까 한다.

원투낚시용 낚싯대의 여명기는 1980년부터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전인 1970년대 후반은 싹이 트기 시작하는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 올림픽사보다 앞선 1977년에 다이와에서 카본을 사용한 원투용 로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1977년에 이미 다이와에서 원투낚시용 카본로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1978년에 발매한 올림픽사의 순세기(純世紀)를 세계최초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문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우선 다이와가 카본을 사용하여 낚싯대를 만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제일 먼저 1975년에 은어낚싯대인 성(聖: 히지리)을 개발하였고, 두 번째로 붕어낚싯대인 조(兆: 키자시)를 1976년에 개발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로 개발한 것이 바로 원투낚시용인 ‘프로캐스터’인데 이것을 1977년에 개발하기는 하였지만 금방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만다.

 

올림픽사에 비해서 카본로드의 개발에 크게 뒤지고 있던 다이와에서는 위에서 알아본 은어와 붕어낚시용 카본로드의 등급은 ‘크리스탈 라이트’라고 불렀고, 이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세 번째로 출시한 원투낚시용 ‘프로캐스터’라는 의미에서 그 등급을 ‘카보라이트’라고 지었다.

그러나 ‘카보라이트’라는 명칭은 1977년 세상에 선을 보임과 동시에 자취를 감추었고 같은 해에 출시되었던 ‘선다우너’ 또한 초기의 ‘프로캐스터’ 모델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리고 ‘선다우너’는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가 2000년대에 와서야 다시 모습을 보이는데 다이와의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당시 금액으로 10만 엔이 넘는 제품이었지만 비거리 200m를 넘기는 시대를 확실하게 열었다는 자평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대 프로 캐스터는 1977년 봄 Procaster 420 스트립 사양으로 처음 등장하였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후 8년, 항공우주 분야의 카본파이버 소재를 자사 기술로 독자 개발하였고 하위사양인 Sundouwner 390(가이드 포함)의 동시 발매는 큰 화제가 되어, 캐스팅경기부터 토너먼트까지를 석권함으로써 당시로서는 10만엔이 넘는 고가였지만 초원투를 지향하는 캐스터들에게 비거리 200m 오버하는 시대를 확실히 안착시켰다.”

그러나 다이와의 이런 자평은 당시의 시장과 낚시인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냐 하면 초기의 ‘프로캐스터’ 모델과 ‘선다우너’는 모두 실조용이 아니라 스포츠 캐스팅을 위한 경기용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프로캐스터’의 경우에는 가이드도 없고 릴시트도 없는 스트립 사양의 것이었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이와의 카탈로그에서도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스트립 사양’의 ‘프로캐스터’는 릴 시트가 없어서 아래와 같이 제품에 동봉되어 있는 가죽 끈을 이용하여 릴을 로드에 부착하여야만 했다.

   

 

실조용이 아닌 경기용 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체격에 맞는 가장 적당한 위치에 릴시트를 부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었겠으나, 시트가 쉽게 흔들리고 위치가 틀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과 함께 가이드를 본인이 직접 설치해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서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었고, 동생 격이었던 ‘선다우너’는 비싼 가격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등의 이유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하고 그저 프로토타입(prototype)의 시제품(試製品)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평가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다이와는 198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제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의 원투낚시용 카본 로드를 선보이게 되는데, 이전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다이와 최초의 카본로드인 ‘프로캐스터’의 이름 앞에 CG를 붙인 ‘CG 프로캐스터’란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이것은 최초의 ‘프로캐스터’를 부분 변경한 것이 아니라 풀 체인지한 모델로. 스펙이 다를 뿐만 실조용으로 420 모델을 출시하고 경기용으로는 390을 선보이면서 가격도 이전보다 3만 엔 정도 저렴한 우리 돈 70만 원 정도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초기의 ‘프로캐스터’를 보면 서프캐스팅을 위한 로드라는 표기가 있고 ‘Project No. RD103’은 위에서 알아본 것과 같이 다이와에서 세 번째로 만든 카본로드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크게 새겨진 영문 이니셜 ‘C. L. R.’은 카본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다이와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이름인 카보라이트(CARBOLITE)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 아래에 있는 숫자 91은 카본의 함유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 초기의 ‘프로캐스터’ 모델을 소장용으로 간직하기 위해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경매에 나와 있는 모델들은 모두가 개인이 릴시트나 가이드를 부착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다이와에서 출시한 그대로의 스트립(Strip)사양의 것보다 가격이 낮다는 것을 알고 경매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