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찌그러져 있어라!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찌그러져 있어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장의 사진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양쪽에서 감동을 주고 찬사를 받고 있는 반면에 국내의 모 정치인의 사진은 연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기만 합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정치인들로 인해 변질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먼 나라의 일로만 여겨지던 것이 김연아란 한 사람으로 인해 저변이 확대되고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를 생각하면 언제나 ‘아사다 마오’선수가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7년 10월 24일 다케다 츠네카즈 일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은퇴한 김연아 선수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평창 동계 올림픽 갈라 쇼’를 제안하기도 했었지요.

이렇게 ‘김연아’ 하면 떠오르는 ‘아사다 마오’는 안타깝게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세력에 의해 혐한(嫌韓)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음 또한 사실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한국 때리기가 극심했는데 일본의 인터넷 우익작가(ネトウヨ) 햐쿠다 나오키는 “평창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하자” “그런 시시한 올림픽은 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고 한국은 심판을 매수할 것이다”라는 등의 망언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은퇴한 아사다 마오는 여전히 일본의 국민적인 스타로서 현재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본의 아베총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아사다 마오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아베총리는 순수한 동기에서 아사다 마오를 팔로우하였을까 하는 점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아베의 핵심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우익층에는 아사다 마오의 팬들이 많고 그들이 아사다 마오를 혐한의 아이콘으로 악용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후지TV의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우익들 사이에서는 ‘아사다 마오 전도 패널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데 후지TV의 이 프로를 보고 혐한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조금 살펴보면 2008년 3월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아사다 마오를 출연시켜 놓고 아사다 마오가 넘어져 실수하는 장면을 부각시킨 것을 두고 당시 한류와 관련한 방송 프로그램이 제일 많았던 후지TV가 아사다의 우승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악의적인 방송을 했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항의가 쇄도하였고 급기야는 연이은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방속 직후에 후지TV에서 해명한 보도자료를 “아사다 마오의 승리에도(불구하고) 김연아 선수와의 실력차이(가 난다)”는 편향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것과 “실수가 없었으면 김연아 선수가 이겼을 것” “실력은 김연아가 최고”라는 후속기사가 더 큰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며 방송에서 이런 발언을 한 해설자는 더 이상 출연을 할 수가 없게 되었고 급기야는 김연아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까지 유포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 선수를 두고는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3번이나 성공시킨 것에 비해 그다지 난이도 높은 기술을 구사하지 않은 김연아가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애매한 기준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기사를 양산하게 된 것의 이면에는 이런 우익세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내세웠던 “기술은 아사다, 표현력은 김연아”라는 언론의 논조에 대해서 “김연아는 기술점수 중 GOE(가산점)가 너무 높다” “점프의 질을 보면 높이와 비거리, 속도 등에서 김연아는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히 강하기 때문에 높은 GOE를 받는 것”이라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언론과 인사들도 일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한 기사는 국적(國賊)이라는 등의 극언으로 공격을 받았고 이런 현상은 근래에 들어 일본의 아베총리를 비판하는 인사와 언론에 대하여 ‘반일’ ‘귀화한 조선인’ ‘국적’ ‘편향보도’라고 공격하고 있는 현상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은퇴한 아사다 마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후지TV에 대한 데모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세력을 확대한 우익들을 정치적 기반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아베총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아사다를 팔로우 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아사다 마오를 좋아하는 팬들은 분명 한국에도 있을 것이고, 동시대의 라이벌이기는 했어도 김연아와 아사다가 서로에게 더욱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준 것은 틀림없는 일이었을 것이기에 빙판 위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던 두 사람에 대한 추억은 아름답게 남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더 이상 정치인들에 의해서 왜곡되고 악용되는 일들은 없기를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인들에게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찌그러져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