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들이 낚시를 시작하면서 겪는 애로사항 중에는 너무나 많은 낚시의 장르 때문에 과연 어떤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지 선택장애를 겪는 것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언제부터 낚시의 장르가 지금처럼 이렇게 세분화되기 시작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지난번 낚시금지구역 지정의 남발은 낚시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는 제목의 포스팅과 연관이 있으며 그 2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늬오징어를 잡는 낚시를 에깅, 볼락을 잡는 낚시를 메바링, 전갱이를 잡는 낚시를 아징이라 부르고 참돔을 잡는 타이라바 등 일본은 모든 물고기의 종류별로 별도의 로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낚시의 장르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언제부터 이처럼 장르를 세분화하여 낚싯대를 비롯한 장비와 채비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을까요?
일본 시마노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먼저 보고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 내용을 번역기로 돌려보면 2000년대에 참돔낚시를 위한 타이라바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2007년에 로드를 출시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에기 하면 떠오르는 일본의 야마리아에서 만드는 어업용이 아닌 낚시용 브랜드 마리아는 1989년에 탄생했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이 부족한 것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의 에깅낚시는 주로 10피트 이상의 농어로드에 14~16파운드의 나일론 라인을 사용하였던 관계로 지금과는 달리 트롤링에 가까운 방법으로 무늬오징어를 잡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야마시타에서 만든 로드가 바로 더 에깅이라는 이름의 10피트와 8피트의 로드였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 합사의 사용이 확대되면서부터 비거리의 향상과 액션을 주기가 쉬워지면서 에깅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와서 영어의 ing를 뒤에 붙인 동명사의 이름을 붙인 각종 낚시장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일본 낚시인구의 감소였습니다.
일본 낚시인구의 감소는 경기변동보다는 낚시터의 감소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은 통계로도 알 수 있는데 1996년 2,04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 1999년에는 2000년 대비 10.3%인 210만 명이 감소한 1,810만 명으로 크게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몇 년 전에 큰 붐을 일으켰던 배스낚시로 인해 배스낚시인들이 급격히 증가하여 낚시터가 포화상태를 이룸으로써 주변 낚시인들과의 마찰은 물론 조과를 올리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일과성의 붐에 편승하여 낚시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탈함으로써 이런 큰 폭의 감소를 불러온 것이었죠.
그 뒤 2002년 12월에 개정된 솔라스조약에 따라 2003년 7월부터 시행된 법률에 의거하여 그동안 낚시를 즐기던 항만이나 부두에서의 낚시가 금지되는 것이 늘어남에 따라 2003년에도 2002년 대비 200만 명이 감소하여 12%란 큰 폭의 낚시인구가 더 이상 낚시를 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한편 가장 큰 감소를 가져왔던 2005년에는 2004년 대비 420만 명이란 숫자의 낚시인들이 감소하여 28%란 감소세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2005년부터 새롭게 시행된 외래생물법에 따라 많은 배스낚시인들이 더 이상 낚시를 하지 않게 됨으로써 이런 결과를 가져왔으나 일본 당국의 법률홍보가 크게 미흡했던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모두가 낚시터의 감소에서 비롯하여 낚시인의 급감을 가져왔고, 이것은 바로 낚시용품업체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졌는데, 대표적인 다이와를 예로 들면 1998년의 매출액은 한화로 대략 6,880억이었지만 2004년에는 4,740억까지 감소했는데 불과 5~6년 만에 매출액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다이와로서는 방치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던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본의 낚시인구 변동과 함께 소비자가격을 토대로 한 낚시용품 매출액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은데, 2011년에 바닥을 찍은 매출액이 서서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하게 감소한 낚시인구로 인한 매출감소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다이와는 물론 시마노를 비롯한 일본의 낚시용품업체들이 선택한 자구책은 다양했으나 모든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대응한 방식은 바로 제품 라인업의 확충이었습니다.
즉, 낚시의 장르를 세분화하여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2011년이 되어서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초보낚시인들이 혼란을 겪는 수많은 낚시의 장르는 일본 낚시용품업체들의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거나 모방한 한국 낚시업체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낚시용품시장은 해양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이미 영국에서는 물에서 완전하게 생분해되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직접 구해서 사용해본 바로는 만족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떡밥과 유사한 보일리라는 것을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잉어낚시를 즐깁니다.
우리의 한강에서는 무조건 떡밥의 사용을 금지하지만 유럽에서는 떡밥의 제조에 화학물질의 첨가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모 업체의 경우에는 HACCP 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판매하는 등 친환경제품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산업을 유도하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쓰레기의 무단폐기로 인한 낚금지역의 확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성숙한 낚시인의 의식수준에 맞게 규제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하는 당국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며 손쉬운 규제만을 남발하는 것은 낚시인구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것은 결국 낚시용품산업의 침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