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서 사용하는 릴은 비쌀수록 좋은 것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비싼 릴이 내게 적합한 것일까? 하는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다.

얼마 전 낚시를 좋아하는 모임의 사람들과 만나서 낚시장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자동차와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자동차를 생업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도 있고, 생활의 편이함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사람도 있는 것과 같이…

주변의 시선으로 보기에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경제적인 문제로만 본다면 분명 그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그 무엇, 즉 경제학의 용어로 기회비용의 상실이란 것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낚시용품의 가격적인 문제만으로 낚시인을 평가하는 것은 조금 삼가야 할 것임이 분명하고, 아울러 과소비적이거나 과시를 위한 장비의 소비는 조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낚시를 처음 하게 되면서 선택장애라는 문제에 가장 많이 봉착하게 되는 두 가지 장비인 낚싯대(로드)와 릴에 있어, 스피닝릴의 예를 들어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초보자들의 경우에는 “솔직히 뭐가 다른지 잘 모른다”거나 아니면 “릴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된 선택장애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은 모든 낚시인들이 적어도 한번은 느낀 적이 있을 것이며 현대에 와서 점차로 장비가 세분화, 과학화 되어감에 따라서 선택을 하는데 있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서두에서 “비싸면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릴이 과연 내게 어울리는 릴인지를 알아보고 내게 어울리는 릴, 즉 “내게 가장 좋고, 경제적인 가격”을 가진 릴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알아보자.

우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릴의 가격을 좌우하는 요소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분명 릴에 사용되는 베어링의 수와 릴의 재질이 가장 크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 본다.

물론 원투낚시의 경우 액캐와 크캐 사이에서도 선택의 장애를 겪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는 글이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사항이라 판단되어 몇 자 적어본다.

 

릴의 베어링 수가 많을수록 좋은 것인가?

릴의 베어링 수는 제품의 카탈로그나 스펙을 보면 비싼 릴에는 베어링이 많이 탑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다이와의 플래그쉽 모델인 “15지스트”는 12개의 볼 베어링을 탑재하고 있다.

볼 베어링이라는 것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부분에 넣는 것으로,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스피닝 릴에서는 그것이 마찰저항을 줄임으로써 릴을 감는 부드러움과 감도의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베어링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릴에서 고속회전을 위해서 반드시 베어링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베어링의 수가 아니라 릴의 어떤 부분에 베어링이 들어 있는가라는 것이다.

스피닝 릴에서 최소한 들어가야 되는 곳은, 드라이브 기어 양쪽과 피니언 기어 양쪽의 총 4 개다. 이 부분에 베어링이 들어 있는지가 릴의 성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어링의 종류에 따른 성능과 가격의 차이도 많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면 베어링의 종류와 재질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글이 너무너무 길어지기에 또 한 번 지키지 못할 약속인 다음에 언급하기로 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릴의 재질에 따른 차이

베어링 이외에 가장 가격의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부분은 바로 재질이다. 현재 스피닝 릴의 재질로 사용되는 재질은 크게 금속 소재(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와, 카본 그리고 수지로 대별(大別)할 수 있다.

릴의 무게는 가볍다고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닌데 시마노의 4000시리즈를 가지고 비교를 해보면 15 STELLA 4000XG는 265g, 12 VANQUISH 4000XG는 245g, 12 RARENIUM 4000XG는 240g인데 가격은 스텔라> 뱅퀴쉬> 레어늄의 순으로 스텔라가 가장 비싸다.

즉, 가격과 무게는 반드시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에 와서 릴은 가벼운 것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상기의 시마노 릴의 바디와 로터의 소재를 보면

강도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CI4+ 의 순이며 무게는 CI4+> 마그네슘> 알루미늄의 순서다

스텔라는 2500번 이상의 모델에서는 로터의 재질이 마그네슘이 아니고 알루미늄이다.

CI4 +는 Carbon Interfusion의 약자인데 시마노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 낸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카본 소재라고 한다.(뭐 그렇게만 알 뿐이다^^)

릴을 감는 부드러움에 있어서는 금속 바디에 금속 로터가 가장 좋으며 회전의 부드러움은 로터의 무게에 좌우되는데 로터가 무거울수록 회전은 부드럽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본인이 사용하는 로드와 균형이 맞는 릴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지(樹脂)냐? 금속 재질이냐? 에 따라 가격이 다를까?

단적으로 말하면, 수지는 강성은 부족하지만 자중이 가볍다. 따라서 감도를 극도로 중시하는 찌낚시에 사용하는 릴의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로드와 릴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원투낚시의 경우에는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릴의 스풀만을 수지 스풀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금속의 재질로 된 것은 자중이 무거운 만큼 높은 강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오프 쇼어(Offshore)에서 강한 힘을 가진 어종을 대상으로 하는 낚시에 사용되는 릴의 소재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금속 소재의 릴은 자중이 있기 때문에 회전을 지속하는 성능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재질의 차이에는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본인이 노리는 어종과 용도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내부구조와 소재(素材)의 차이

베어링의 수와 바디 로터의 소재와 함께 릴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내부구조와 그 구조에 사용되는 재질이다.

릴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어 부분의 소재와 강성이 릴의 내구성과 성능에 크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고가의 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알루미늄 합금이 초경량 두랄루민이다. 이 재질은 가볍고 강도가 좋기 때문에 릴의 기어 소재로는 아주 적합한 것이다.

아울러 더욱 높은 부하가 걸리는 낚시를 전제로 하는 낚시용으로 생산되고 있는 기종에는 알루미늄과 구리의 합금인 알루미늄 청동(aluminium bronze)이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이와의 대형 스피닝 릴인 “솔티가”에 사용되는 하이퍼 디지 기어의 소재도 이것이다. 반면 저가의 릴에는 아연과 황동을 소재로 한 기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내부구조에서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 부분은 방수기능의 유무이다.

시마노의 “코어 프로텍트”와 다이와의 “마그쉴드” 등이 방수기능이 있는 기종인데 가격은 정말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급형 릴에도 상위 기종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보급형 릴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다이와의 마그쉴드 기능에 대해서는 소비자 불만이 높으며 기능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년 “오사카 피싱쇼”에서 다이와 담당자에게 어느 내방객이 “마그쉴드”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담당자의 안색이 돌변하고 답변을 회피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블로거에 의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릴 핸들이 접이식인가? 스크류 방식인가?에 따른 가격의 차이

스크류 방식의 핸들은 접이식에 비해 핸들의 떨림이 적고, 힘의 전달이 온전히 기어로 전해지지만 이에 비해 접이식 핸들을 장착한 릴은 장기간 사용하면 핸들을 돌릴 때 흔들림을 느낄 수 있으며 힘의 전달이 완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루어낚시에서 스크류 방식의 핸들이 장착된 릴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드랙의 성능에 따른 가격의 차이

드랙의 성능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스풀의 내부와 샤프트에 베어링이 들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가의 릴에는 볼 베어링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라는 부품이 주로 사용된다.

당연히 스풀과 스풀샤프트에 베어링이 들어 있는 것이 라인의 방출이 부드럽고 라인브레이크를 감소시킨다. 시마노의 경우에는 리지드 지원 드랙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스풀과 스풀샤프트에 베어링이 들어 있는 모델이다.

※ 사진은 라인롤러를 분해하여 나온 부품인데 베어링과 칼라의 차이가 이러하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릴의 재질과 기능에 따른 가격의 차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고가의 우수한 기능을 가진 릴이 좋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과연 내게 맞는 릴인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은 릴은 사용하는 본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릴이 가장 좋은 릴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아직도 저렴이 모델을 즐겨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