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을 따라다니며 낚시를 접한 지가 벌써 40여 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사용하는 장비의 발전도 많았지만 젊은 세대들의 낚시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가히 세계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반해 행정당국의 변화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예가 지금도 거론되고 있는 장성호의 낚시금지에 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년 전에 “해수부의 낚시부담금 부과 움직임에 대하여”란 글을 통해 해수부가 부과하려는 부담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의 신뢰성을 지적하였으며 “규제일변도의 낚시 관련정책은 능사가 아니다.”란 글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펜대 굴리는 양반님네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가장 쉬운 예로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낚시터의 쓰레기로 인해 많은 어항(漁港)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는 것도 안일한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항(漁港)은 특히 낚시인들과 어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곳인데 원래 법률로 정한 어항의 설립목적에는 낚시를 비롯한 레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명확하게 낚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표시가 없는 곳에서는 낚시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묵인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낚시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근본적인 이유로 인해 낚시인들과 어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한 것인데, 이것은 양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구하지 않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일차적인 잘못이 있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차적인 책임을 다할 생각보다는 손쉽게 낚시인들의 출입을 막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당국의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 이제 오늘의 주제인 배스와 잉어로 화제를 돌려보자.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배스는 잡아서 놓아주는 것이 불법이지만 잉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일까? 환경일보의 2020년 8월 27일자 기사 “양산시, 수산종자 ‘잉어·붕어’ 34만미 방류”에는 “이날 방류한 잉어, 붕어는 경상남도 수산안전기술원 질병검사를 통해 선별됐으며, 전장 4~7cm 내외의 건강한 치어를 농업기술센터, 양산시 어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방류했다. 이는 베스,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외래어종의 증가로 감소하는 토종어종의 수자원 회복 및 어민의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잉어로 인한 토종어종의 자원감소는 없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아니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잉어만 특별한 것일까?

1948년 UN의 지원으로 설립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이란 세계최대 규모의 환경단체는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을 지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로 2018년 뉴스의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붉은 불개미가 있다.

그리고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는 모두 8종의 어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스(큰입배스)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며 뜻밖에 잉어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올라있는 8종의 어류는 아래와 같다.

큰입배스(Largemouth bass)

잉어(Common carp)

브라운송어 (Brown trout)

무지개송어 (Rainbow trout)

워킹 캣피시(Walking catfish)

모기고기(Mosquitofish)

모잠비크틸라피아(Mozambique tilapia)

나일퍼치(Nile perch)

우리에게 친숙한 잉어를 방류하는 목적의 하나는 도심하천의 정화를 통한 환경보호가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런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잉어는 우선 몸집이 커서 사람의 육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으므로 전시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잉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방류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잉어는 원래 BOD가 높은 곳에서 서식하는 어종으로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다른 생물들이 기피하는 수역에서 서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대로 수질이 좋은 곳에 방류한 비단잉어가 먹이문제로 대량폐사한 사례도 있어서 “물고기가 살 수 있다=깨끗한 수질”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심 주변의 하천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잉어의 모습은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잉어는 저서생물과 수생식물을 마구 먹어치우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저온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고, 크기가 60㎝를 넘으면 천적이 거의 없어지는데 이러한 특징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규정하고 있는 악성 침입 외래종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러므로 원래 잉어가 서식하고 있지 않은 곳에 잉어를 방류하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를 해칠 수 있고 고유종과의 교잡으로 인한 유전자 오염에 의해 재래종의 멸종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08년에 위급(Vulnerable) 종으로 분류하였던 것이다.

낚시라는 단어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들라고 한다면 첫 번째가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 두 번째가 배스와 같은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젠 우리도 잉어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의 사례와 학술자료 및 뉴스를 보더라도 잉어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는 배스 못지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