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와 조위편차
흔히들 골프가 잘 될 때나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원인이 있다고들 말하는데 하물며 대자연을 상대로 하는 바다낚시에서의 조과가 좋고 나쁨에는 그 이유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임은 명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물을 잡거나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낚시인의 실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경험 많은 노련한 낚시인들로부터는 요행히 운이 좋아 모든 조건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는 겸손한 말을 종종 듣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낚시인들이 물때표를 보고 출조를 할 때, 같은 조위를 보이는 날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요인에 의해서 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 앞에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본인의 예상과는 다른 조과를 보이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인 조위편차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남들에 비해 조금 더 나은 조과를 올린다고 하는 것은 자랑할 일도 아니며, 조금 못 잡는다고 해서 자신의 실력 없음을 나무랄 일도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
조위(潮位)란 조석(潮汐)에 의해서 변화하는 해수면의 높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를 예측한 추산조위와 실제 높이를 측정한 실측조위를 비교하여 발생하는 편차를 조위편차(潮位偏差)라고 한다.
사례를 들어보면 지난 8월 23일의 완도와 울산의 조위를 예측한 결과와 실제 측정한 결과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편차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었던 지난 2010년 3월 26일, 대청도의 조위편차는 아래와 같이 아주 컸음을 볼 수도 있다.
낚시인들은 주로 물때표에서 간조와 만조시각이나 몇 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당일의 낚시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데 이것은 고려해야 하는 많은 요인 중의 하나일 뿐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낚시에 대한 경험이 조금 쌓인 사람들 중에서“조금이고 사리이니 낚시가 어떨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낚시를 배워도 한참 더 배워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보통, 사리는 유속이 빠르고 세며, 조금은 이와는 반대라로 알고 있지만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적은 조금 때일지라도 물흐름이 빠른 경우가 있는데 이 때가 바로 추산조위와 실측조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조위편차(潮位偏差)가 큰 날에 해당한다.
바로 이와 같은 점에서 보듯이 바다낚시에서는 대체로 그렇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반드시 그렇다고 하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는 낚시인들을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조위편차(潮位偏差)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먼 바다가 아닌 해안에서 가까운 방파제 등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강수량을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조위편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많은 비가 내리고 난 뒤에는 일반적으로 낚시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조위의 변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천체의 인력으로 인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강풍이나 기압의 급변 등 기상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서 발생하는 조위변화를 전문용어로 기상조(氣象潮: meteorological tid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직전 만조보다 간조 시각의 물높이가 예보로는 -50㎝였는데 실제로는 -100㎝가 된다면 루어낚시를 하는 분들에게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물때가 되는 것이어서 단순히 물때표를 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확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기상조(氣象潮: meteorological tide)의 원인은 기압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키로 하고 일반적으로 낚시인들이 잘 모르는 것들만 살펴본다.
■ 난수성·냉수성 소용돌이
2016년 6월 2일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동해 주요 해류를 따라 위성뜰개 2기가 이동한 궤적을 통하여 울릉도 남쪽 부근에서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가, 그 남동쪽에 독도 냉수성 소용돌이가 발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대표적인 난수성·냉수성 소용돌이로는 울릉도 남서쪽에서 빈번하게 관측되는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Ulleung Warm Eddy)’와 독도 남쪽에서 가끔 뚜렷하게 발생하는 ‘독도 냉수성 소용돌이(Dok Cold Eddy)’가 있는 것으로 국립해양조사원은 밝히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제공한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난수성 소용돌이가 일어나면 수위가 상승하고 냉수성 소용돌이가 발생하면 수위는 하강한다.
■ 부진동(副振動-세이시: seiche)
한국해양학회에 따르면 부진동이라고 하는 것은 ① 만(灣)이나 항만 내부의 수면이 기상이나 파랑의 작용에 의해 일으키는 고유 진동. ② 호수나 반폐쇄형 만에서 갑작스런 교란을 받았다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정해진 고유 공명주기로 움직이는 출렁임이라고 한다.
이런 부진동을 영어로는 ‘세컨드리 언듈레이션(secondary undulation)’이라고 하며 흔히 줄여서 세이시(seiche)라고도 한다.
세이시라고 부르게 된 동기는 호소학(호수와 늪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의 창시자인 스위스의 프랑수아 알퐁스 포렐(François-Alphonse Fore)이 우리에게는 레만호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제네바 호수(Lake Geneva)에서 이 현상을 관찰한 이후 스위스 프랑스어의 방언으로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뜻을 가진 세이시(seiche)로 이름 붙여 1890년에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 에크만 수송(Ekman transport)
찬 해수가 아래에서 위로 표층해수를 제치고 올라오는 현상인 용승(湧昇: upwelling)의 원인은 유빙이나 해저화산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는 에크만 수송(Ekman transport)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쉽게 말하면 바람에 의해서 해수면의 수위가 변동하는 것으로 해상에서 바람이 불면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북반구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오른쪽 직각방향으로 해수가 이동하고 남반구에서는 왼쪽 직각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단순히 물때표를 보는 것만으로는 대자연의 현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낚시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겸손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특정지역의 조위편차를 살펴보면서 얘기를 마칠까 한다. 아래의 그림은 모 지역의 조위편차를 나타낸 그래프로써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진 22일은 사리 때였지만 간조 시에는 조위의 편차가 없고 만조 때에 조위편차가 컸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래프가 해당하는 달에 물흐름이 없는 날이어서 별다른 조과를 기대하지 않고 출조를 나간 사람들도 간조 때에는 커진 조위편차 때문에 제법 괜찮은 조과를 올렸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정보들을 마치 사실인양 전달하는 방송들을 보면서 조금은 더 겸손한 자세로 콘텐츠를 꾸며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위편차를 예로 들어 글을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