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하고 있노라면 입질이 전혀 없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이럴 때에 많은 사람들은 미끼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채비를 회수하기도 하고, 미끼의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자주 미끼를 갈아주거나 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나 일견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는 이런 동작들 또한 낚시의 한 가지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살아있는 생미끼든 아니면 가짜미끼를 사용하든 간에 대상어종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끼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노리는 대물을 낚시로 잡기 위해서는 대상어종의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야만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데 물고기들은 청각(聽覺)을 통해 미끼의 존재를 확인하고, 후각(嗅覺)으로 먹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인식한 다음, 접근하여 시각(視覺)을 통해 미끼의 크기와 모양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후에 미각(味覺)으로 미끼를 확인하고 가볍게 씹는 과정의 촉각(觸覺)을 통해 미끼의 경도와 이물감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먹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민물과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각각 선호하는 미각에 차이가 있으며 바다낚시에는 아미노산과 핵산과 관련한 물질이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물을 노리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미끼로 사용할 때 갑자기 진동을 느껴 입질인가? 하고 채비를 거두어보면 미끼가 그냥 그대로 있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입질인 것처럼 강력한 진동을 느꼈다면 그것은 물고기의 입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왜 입질만 하고 삼키지는 않은 것일까? 오늘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할까 한다.
과연 미끼에 접근한 물고기는 몇 %의 비율로 바늘을 삼키는 것일까?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내용을 프랑스 툴루즈대학(Université de Toulouse)의 ‘스테파니 불에트로(Stéphanie Boulêtreau)’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몸길이가 80~220㎝에 이르는 웰스 메기(European catfish)를 대상으로 관찰한 실험결과를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스테파니 교수의 논문들은 공개된 것들이 많아서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물고기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에는 아주 유용하며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자료를 찾을 수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실험에 사용한 방법은 길이 20㎝ 정도인 잉어과의 물고기를 미끼로 사용하여 바늘의 1.2m 위에 수중카메라를 부착하고 웰스 메기(European catfish)의 먹이활동을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관찰장소는 프랑스의 남부를 흐르는 길이 483㎞에 이르는 도르도뉴강(Dordogne River)이었고 실험은 총 13회로 17시간의 촬영시간을 통해 103마리의 웰스 메기의 행동을 관찰하였다고 하는데 관찰결과에 의하면 총 103마리가 촬영된 중에서 95마리가 미끼에 접근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95마리 중에서 바늘에 걸린 것은 12.5%에 불과한 12마리였다고 한다.
연구팀이 웰스 메기의 행동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은 아래와 같은데
1) 무시한다-미끼를 향해 다가가지 않고 지나친다.
2) 접근한다-미끼에 다가가지만 몸을 돌려 멀어진다.
3) 맛을 본다-미끼에 접근하여 수염이나 머리로 미끼를 만진다.
4) 뱉어낸다-미끼를 뱉어내고 헤엄쳐 멀어진다.
5) 바늘에 걸린다-미끼를 삼킴으로써 바늘에 걸린다.
위의 그림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실험결과를 보면 미끼에 접근한 95마리의 웰스 메기 가운데 모두 24마리가 미끼를 먹는 동작을 보여주었고 이 중에서 12마리가 완전히 삼킴으로써 바늘에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전체의 12.6%에 해당하는 것으로 8마리에 1마리의 비율로 먹이를 삼킨다는 것을 보여주어 우리의 예상보다는 아주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39%에 달하는 37마리의 웰스 메기가 미끼에 접근하여 수염이나 머리로 미끼를 만지기는 하지만 먹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웰스 메기가 미끼를 수염이나 머리로 더듬어보는 동작이 맛을 보는 행동인 이유는 미뢰(taste bud)라고 하는 미각기관이 수염과 머리의 피부표면에 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시야가 탁한 물에서도 먹잇감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 “물고기는 낚시로 잡혔던 것을 기억할까?”란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달아난 웰스 메기들의 행동은 이전의 경험에 의한 학습효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논문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바늘이나 라인이 아닌 분명하게 미끼인 작은 잉어를 건드리는 동작을 함에도 불구하고 먹지 않고 떠난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일련의 과학적인 실험결과를 게재한 논문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간 생각해온 낚시와 관련한 정보나 개인적인 경험들도 때론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미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먹는다는 것이 아님은 이 논문으로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논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웰스 메기가 먹이를 삼킬 때에는 미끼의 정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단 점으로, 육식동물들은 바다나 육지를 막론하고 먹이로부터 자신을 숨기려는 본능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특히 육식어종의 경우에는 옆이나 뒤에서부터 접근하여 머리부터 삼키는 습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