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흔치는 않지만 종종 보게 되는 것으로 릴의 윤활제로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WD-40을 사용했다는 글들을 볼 수가 있고, 더러는 WD-40을 뿌렸더니 잘 돌아간다며, 전용윤활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릴을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임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 때문에 WD-40을 릴의 윤활제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를 알아볼까 한다.
WD-40은 195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고에 있던 로켓화학회사(Rocket Chemical Company)의 아이버 노만 로손(Iver Norman Lawson)이란 사람이 부식방지를 위하여 부식의 원인이 되는 고인 물을 치환하기 위한 배합법을 연구하던 중 40번째의 시도에서 성공하면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WD-40의 공식명칭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물치환의 40번째 공식(또는 시도)이 되는 Water Displacement, 40th formula(혹은 Attempt라고도 함)인데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주의할 점을 보면 “경질의 윤활유가 발려 있는 고속 회전 및 습동 부위에 윤활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속 회전 부위에는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여기다 WD-40을 뿌리면 기존에 있던 중질-고점도 윤활유를 다 녹여 없앤 후 고속 회전부나 습동부에 발생하는 열에 의해서 WD-40 성분마저 곧 증발해 버린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WD-40의 제품사용서에는 “WD-40은 녹이나 부식으로 인한 불순물은 물론, 이미 사용된 보통 오일이나 그리스의 지저분한 잔유물까지도 깨끗이 제거하여 줍니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들만 보더라도 낚시용 릴의 윤활유와 그리스를 대신하여 WD-40D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윤활제는 작동하는 온도에서 슬러지나 바니시가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물을 혼합하여 내산화성(oxidation resistance)을 높이도록 항산화 첨가제를 사용하지만 WD-40에는 이런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릴의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인 윤활제에 첨가하는 녹방지제의 함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로는 WD-40에는 이것이 없다고 한다.
즉 이것은 작동하는 환경에 따라 베어링이 부식되기 쉽다는 말로 사용하는 릴의 베어링에 WD-40을 바르는 것은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가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자주 받는 질문으로 릴의 분해와 조립에 관한 것이 있는데 버려도 좋을 정도의 상태인 릴이거나 혹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릴의 분해조립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답을 하곤 한다.
사실, 조금만 해보면 릴의 분해조립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단순히 분해와 조립을 하는 것 이상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놓치면서 문제의 발생소지를 증가시키거나 제품의 사용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이전에 “릴의 나사에는 왜 페인트가 칠해져 있을까?”란 글에서 본 것처럼 릴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나사가 헐거워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사풀림방지제를 칠하는데 이것이 칠해져 있는 나사는 분해한 다음 조립할 때 반드시 다시 칠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이런 미세한 부분까지는 놓치기 쉽기 때문에 바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릴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나사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도 제작하는 업체에서는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나사를 조이는 강도까지도 정확한 수치를 설정하여 생산하는데 이런 세밀한 부분을 모르는 낚시인들에게는 특히 고가의 릴이라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낫다고 말을 해주곤 하는 것이다.
또한 릴의 부품을 청소할 때도 WD-40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사용하는 릴들에는 경험이 적은 낚시인들은 잘 모르는 것이지만 함유된 수지성분을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속재질의 부위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원천적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미지의 크기가 작아 확대를 하면 해상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WD-40과 전용윤활제를 비교한 실험을 보고 얘기를 마칠까 한다.
모 업체에서는 라인롤러를 깨끗이 세척한 다음 각각 순정오일과 WD-40을 바르고 바닷물 2배의 농도인 식염수에 라인롤러를 1분간 담근 다음 라인을 50m 감는 작업을 50회 반복하고, 다시 1분간 식염수에 담근 다음 꺼내어 하루를 방치한 뒤 라인롤러의 작동상태와 베어링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실험결과, WD-40을 바른 릴은 라인롤러가 작동하지 않고 순정오일을 바른 릴의 라인롤러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라인롤러를 분해하여 베어링을 점검한 결과는 WD-40을 바른 것에서는 녹이 빨갛게 슬어있었던 반면 순정오일을 바른 릴의 베어링은 염분의 결정체는 동일하게 관찰되었지만 작동은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순정오일과 WD-40을 용기에 담아 8℃로 맞춘 냉장고에 보관한 다음 꺼낸 결과 WD-40은 완전히 응고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실제로 릴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부품의 손상은 불 보듯 뻔 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WD-40도 -18℃~148℃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이것을 살 바에는 차라리 여러 면에서 유리한 순정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WD-40D은 윤활제를 용해시키는 용제이므로 릴에 윤활제를 바르기 이전 단계에서 부품을 청소할 때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세부적인 릴의 소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사용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오늘 포스팅의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얘기를 한 가지 덧붙이면 미국의 낚시인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는 도시전설(urban legend) 중에는 WD-40의 주성분이 생선기름이어서 집어효과가 크다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 또한 전혀 사실과는 무관한 미국 앵글러들의 카더라통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