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비씰이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무슨 청바지를 입고 전투를 했느냐?” 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베트남전쟁에서 네이비씰은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미군의 보급품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을 텐데, 왜 네이비씰은 청바지를 입었던 것일까요?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전면적으로 참전하게 되는 것은 1964년 8월 2일에 있었던 통킹만에서 구축함 매독스 호가 북베트남의 공격을 받으면서부터이지만 그 이전부터 미국은 남베트남(베트남공화국)을 군사지원하고 있었고 네이비씰은 주로 자문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군은 베트남민족해방전선 소속으로 정식명칭은 베트남공산주의자를 뜻하는 베트콩들의 게릴라전술과 마을주민으로 위장하면 식별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많은 혼란과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 CIA가 한 가지 작전을 수립하는데 그것이 바로 적게는 2만 5천여 명, 많게는 4만 명 이상을 고문·살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 작전명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이란 것이었습니다.

CIA가 내세운 명분은 베트콩이나 정보원으로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무력화(neutralized)시킨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침투, 납치, 암살, 고문 등의 방법을 사용했으며 특히 고문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CIA의 사이공 지부장이었던 피터 드실바(Peter DeSilva)가 입안한 이 작전은 정보수집이란 명분과는 달리 베트콩으로 의심이 가는 사람을 심문하면서 비행기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등의 잔인한 방법을 서슴지 않았는데 작전의 주된 목표는 공포심을 심어 베트콩에게 협력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에서 네이비씰이 침투, 납치, 암살이라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당시의 군복은 정글에서의 작전 도중에 찢어지는 일이 잦아 임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작전에 참가하는 네이비씰 대원들은 더 내구성이 좋은 군복의 지급을 요구했고 그 대안으로 요구했던 청바지가 지급됨으로써 모든 네이비씰 대원들이 청바지를 입었던 것은 아니고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에 참가한 대원들만 청바지를 입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은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것이라고는 해도 전투가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이 사건에 대하여 미국은 현재까지 베트남에 어떠한 사과를 한 적도 없습니다.

결국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은 1970년부터 그 실상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1971년에는 의회청문회가 열리게 되는데 거기에서 전직 CIA요원이었던 밀턴 오스본(Milton Osborn)이 “비인격적인 살인 프로그램”이라고 증언함으로써 미국 내의 반전여론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2002년에 개봉되었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스파이 게임”에서 미 해병대의 정찰저격병(United States Marine Corps Scout Sniper)이었던 브래드 피트를 CIA요원으로 선발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바로 이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을 실행하는 요원으로 나오는데 극중에서 그는 “나는 피닉스 프로그램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할 저격병을 찾기 위해 비행기로 날아왔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답니다.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엇갈리는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또 하나의 명백한 사실은 이 작전에 투입되었던 네이비씰의 대원들이 청바지를 입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