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의 길이를 나타내는 칸(間)이란 단위는 특히 민장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1칸의 길이는 1.8미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칸(間)이란 길이의 단위는 척관법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오늘은 낚싯대의 길이를 나타내는 1칸의 기준이 1.8미터가 된 역사적 배경을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라 진평왕의 신장이 11척이었고 황룡사 9층 목탑의 높이가 25척이었다는 기록이 전해져오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 전부터 척관법에 근거한 도량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조선시대에 와서는 황종척(黃鍾尺), 주척(周尺), 영조척(營造尺), 조례기척(造禮器尺), 포백척(布帛尺) 등을 사용하다가 세종대왕에 이르러 도량형의 통일을 기하게 되어 탄생한 것이 경국대전에도 수록되어 있는 황종척(黃鍾尺)입니다.
황종척(黃鍾尺)이 정하고 있는 길이의 단위를 보면 “10리(釐)를 1푼(分), 10푼을 1치(寸), 10치를 1자(尺), 10자를 1발(丈)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기준이 되는 1푼(分)은 박연이 제작한 것으로 이것은 당시 황해도 해주에서 생산되었던 기장 1알을 1푼으로 하고 기장 10알을 1촌(寸)으로 삼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 후 고종 6년인 1902년 10월에 척관(척근)의 단위를 미터법에 맞추어 새롭게 정하면서 1자(尺)를 20㎝로 하고, 1보(步)는 6자인 1.2m, 1칸(間)은 10자인 2m로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1910년 경술국치와 함께 일본의 척관법을 사용하게 되면서 1자(尺)는 30.3㎝, 1칸(間)은 6자인 1.81m미터로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일본에서 사용하던 척관법에 의하면 우리의 1칸에 해당하는 1히로(尋)의 길이는 1.5m였습니다. 이것이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1.8m로 바뀌게 되었는데 현재도 일본에서는 1칸(1히로)은 1.5m 또는 1.8m라고 한다는 것을 사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1.5m를 사용하던 일본이 1칸(히로)의 기준을 1.8m로 바꾼 계기는 메이지유신과 함께 유입된 서양문물에 의해서였는데 특히 일본은 영국의 기준을 따랐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인남성이 양팔을 벌린 길이가 1칸(間)이라고 하는 것도 이것에서부터 유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해술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수심을 잴 때 사람이 양팔을 벌린 길이만큼을 패덤(fathom)이라고 부르고 정확히 1.828m라고 정의하였는데, 패덤(fathom)이란 단어는 고대 영어로 “가득 뻗은 팔”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fæthm에서 유래하여 fathme이 되었다가 패덤(fathom)으로 변한 것입니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1패덤(fathom)의 기준은 조금씩 달랐는데 영국이 약 1.83m인 반면 오스트리아는 1.89m, 독일에서는 1.85m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척관법과 맞지도 않고 국제기준인 미터법과도 맞지 않는 도량형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광복이후 1959년 국제미터협약에 공식적으로 가입하면서 1961년에는 계량법을 제정하고 1964년에 와서는 미터법을 국가의 공식 도량형으로 정하게 되었지만 일반사회에서는 미터법과 함께 우리 고유의 척관법뿐만 아니라 일본의 척관법을 함께 사용하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후 2007년에 국가에서는 “계량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모든 단위를 미터법으로 사용한다고 정하였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척관법을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우리가 집을 살 때 보는 면적을 나타내는 평이 대표적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1961년 나라에서는 계량법을 만들고 이를 기념하여 1966년 10월 26일을 “계량의 날”로 정하고 박목월 시인이 노랫말을 쓰고 김희조씨가 작곡한 “계량의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글 “한국 대나무 낚싯대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낚시문화에는 일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낚시용품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업체에서는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는 1칸이란 단위보다는 미터법으로 표기하여 판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많은 낚싯대들은 미터나 피트를 단위로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민장대만 1칸=1.8m란 표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까요?
계량의 노래
박목월 작사/ 김희조 작곡
1. 달아서 주고받고 사고팔며는 / 생활이 밝아온다 구김살 없이
바르고 정확한 계량으로써 / 헤아려 살펴가며 알차게 살자
누구나 알기 쉬운 미터법으로 / 명랑하게 웃으며 밝게 살자
2. 눈어림 짐작으로 살아가며는 / 언제나 뉘우친다 돌아서며는
재보고 달아보는 알찬손길이 / 보람찬 우리생활 이루게 하나
세계가 두루 쓰는 미터법으로 / 명랑하게 웃으며 밝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