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강과 바다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낚시는 강과 바다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려 한다는 뜻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것이 있다.

심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주변의 초보낚시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한데, 낚시의 조과를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적합한 장비와 채비를 사용하는 것도 있겠으나 그보다 선행하여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노리는 포인트에 물고기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고가의 장비를 가지고 낚시를 한다 하더라도 물고기들이 없는 곳에서는 좋은 조과를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쩌면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전에 “낚시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3가지”라는 글을 통해서 낚시인들의 바람직한 자세는 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이기에 낚시를 꼭 잘해야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잡는 즐거움으로 만족하고 놓아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① 포인트를 찾는 방법의 터득 ② 물고기의 습성 이해 ③ 조행 후의 분석이란 세 가지는 낚싯대와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이해와 숙달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다.

여기서 지적한 세 가지 사항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강과 바다를 읽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강과 바다로 낚시를 하러 가더라도 물고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포인트를 정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모습을 경계하여 숨어버리는 물고기들의 습성을 비롯하여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물고기들의 존재여부를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기 위한 요건이 바로 강과 바다를 읽는 것인데 이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reading the river”, “river reading”, “watercraft”라는 것들이 우리가 말하는 강과 바다를 읽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reading the river”과 “river reading”은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만 “watercraft”란 단어는 사전을 보면 이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나오는데 “watercraft”란 단어가 강과 바다를 읽는다는 의미로 낚시인들 사이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영국 카디프 대학교(Cardiff University)의 크리스토퍼 베어(Christopher Bear) 교수가 샐리 에덴(Sally Eden)과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인 ‘Reading the river through watercraft’에서 낚시인들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란 것을 밝힌 바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낚시인들이 물을 관찰하는 것은 그냥 물의 표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물 표면의 움직임을 보고서 물고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서 알아보기로 하자.

강과 바다는 물이 항상 흐르고 있으며 그 흐름에는 유속이 빠름과 느림이 항상 공존하고 있고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느린 유속에서 활동하면서 빠른 흐름으로 인해 밀려오는 먹잇감들을 순간적으로 포식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물이 흐르는 속도는 수초나 물거품 등으로 판단하는데 흐르는 속도의 차이가 생기는 경계지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농어를 대상어종으로 강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교각 주변이 좋은 포인트가 되는데 이때에도 아래의 사진과 같이 교각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물흐름 속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경계지점을 공략하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면, 바다에서 농어를 노릴 때에 많은 사람들이 파도가 육지에 부딪히면서 하얗게 거품이 발생하는 곳을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충분히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파도가 치지만 오른쪽에 있는 큰 바위의 앞쪽은 물색이 짙고 물흐름이 느린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장소에서 농어가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곳에는 무슨 이유로 농어의 먹잇감이 되는 베이트 피시들이 모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강이나 바다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인 용존산소량(溶存酸素量)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파도가 육지에 부딪혀 포말이 부서지는 곳이 산소의 농도가 높기 때문으로 이런 곳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모이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한류와 난류같이 성질이 다른 두 해류의 경계를 따라 띠 모양으로 잔물결이 이는 부분인 조목(潮目)이 있는데 영어권의 낚시인들은 이것을 주름이 진다는 뜻을 가진 ‘crease’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조목은 연안어업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좋은 어장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것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아쉽게도 일본인이다.

이것은 카타하라 타사쿠(北原多作)라고 하는 일본의 해양수산학자가 규명한 키타하라의 법칙이란 것으로 어군(魚群)은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서로 다른 조류가 만나는 곳에서 형성된다고 하는 것인데 이런 어장을 조경어장(潮境漁場)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은어낚시에서 훌륭한 포인트가 되는 여울이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지점 또한 영어권의 낚시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포인트로 인식되고 있는데 특히 여울이 끝나면서 수심이 깊어지는 곳을 ‘ripply’ 또는 ‘throat of a pool’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낚시인들은 강과 바다의 물흐름과 주변환경을 파악하여 물고기들이 있는 곳을 찾는, 이른바 강과 바다를 읽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낚시를 시작하는 분들은, 이보다는 장비의 선택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으로, 초보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어항(漁港)의 방파제에서도 내항에서는 배들이 다니는 뱃길이 포인트가 된다는 등과 같은 지식의 터득에는 소홀함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추운 겨울, 낚시를 하러 나서기가 망설여질 때에는 이런 기본적인 지식들을 글과 영상으로 익혀두는 것도 좋은 간접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