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생각해보는 주꾸미 낚시채비 애자란 이름

광복절에 생각해보는 주꾸미 낚시채비 애자란 이름

8월말이면 금어기간이 끝나는 주꾸미를 잡기 위해 벌써부터 많은 낚시인들은 배편을 예약하거나 낚시에 사용할 채비를 준비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이는데 오늘은 79주년을 맞은 광복절에 즈음하여 주꾸미낚시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애자라는 채비의 이름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일본에서 유래된 에깅낚시에 사용하는 채비로 에기라는 것이 있는데 왜 주꾸미낚시에서 사용하는 채비는 ‘에’가 아닌 ‘애’를 쓴 애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름만 우리나라에서 변경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애자라는 이름 또한 일본에서부터 유래가 된 것으로, 애자를 일본에서는 한자로 碍子로 표기하고 가이시(ガイシ)라고 읽는다. 물론 일본어로 주꾸미는 타코가 아닌 이이다코(イイダコ)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타코라고 부르기로 한다.

애자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그 모양이 전선이나 전기기기의 절연체로 사용되는 애자와 비슷하기 때문인데 이 채비 또한 일본의 오랜 낚시문화가 그 탄생의 이면에 숨어있다.

지난 번 “백제(百濟)의 낚시왕 경중(慶仲)”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일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낚시방법과 도구를 들여와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나라의 문화와 환경에 맞도록 개발된 낚시용품들을 아무런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점 때문에 일본의 낚시용품과 낚시문화를 손쉽게 수입하거나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단지 그렇게만 해서는 결코 일본제품이 국내 낚시용품시장을 과점하는 지금과 같은 시장구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얘기가 옆으로 흘렀는데 다시 애자에 집중해보면 일본에서도 이 채비를 처음부터 애자(碍子)라고는 부르지는 않았으며 사용된 역사도 이미 1700년대 이전부터 시작하고 있음을 일본의 가장 오래된 낚시 전문서적인 가센로쿠(何羨録)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어로 문어는 타코(タコ)라 발음하고 한자로는 소(蛸), 소(鮹), 장어(章魚)라고 적는데 현대에 와서는 소(蛸)를 많이 사용하고 소(鮹)나 장어(章魚)란 표현은 오래된 것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있다.

아래의 그림은 가센로쿠(何羨録)에 나오는 것으로 장어조(章魚釣)란 말이 바로 문어낚시를 뜻하며 삽입된 그림은 문어낚시에서 사용하는 채비를 그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옛날의 문어낚시 채비를 현대에 와서 대량생산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애자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애자란 용어를 굳이 우리말로 바꾸어 부르자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하는 채비가 어디서 유래되었고, 그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보면서 우리의 고유한 낚시문화를 정립하는 노력을 다함께 해보았으면 하는 점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