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빙상 여자 5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경기 후 이상화 선수를 격려하는 따듯한 마음씨로 인해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찬사를 받았었다.
이런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후원기업이 왜 유수의 일본 대기업이 아닌 나가노현의 한 종합병원이었을까?
고다이라 선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전일본 주니어 스피린트 부문에서 고교생들을 제치고 우승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고교시절에도 500미터와 1000미터의 2관왕을 차지할 만큼 우수한 실력을 자랑했다.
이런 고다이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주변에서는 실업팀으로 진출할 것을 권유했지만 대학에 진학하기로 하고 신슈대학(信州大学: Shinshu University)의 교육학부에 입학을 한다.
고다이라가 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첫째가 교사가 되기 위함이었고 다음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빙상 500미터 금메달리스트인 시미즈 히로야스(清水宏保)를 지도한 유우키 마사히로(結城 匡啓)(아래 사진 좌측)의 지도를 받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도 500, 1000, 1500미터에서 우승을 하는 등 실력을 발휘하던 고다이라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사히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올림픽의 금메달을 목표로 연습에만 전념하기 위해 후원해줄 기업을 찾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고 한다.
이때 유우키 마사히로 감독이 아이자와 병원 이사장을 찾아가 후원을 부탁했고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던 병원 측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를 응원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로 고다이라는 병원의 직원으로 채용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자와 병원은 1952년에 개원하여 460석 규모의 병상을 가진 병원으로 나가노현에서는 최대규모의 민간병원이다.
이 병원에 고다이라 선수가 채용될 수 있었던 것에는 고다이라의 대학 졸업논문이 병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와도 맞았기 때문이지만 당시 병원의 이사장은 지금처럼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따라서 병원의 홍보효과에 대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판단하여 고액의 지원은 하지 못하지만 대졸 사무직원에 준하는 급여와 주거비용 및 원정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아이자와 병원이 홍보효과를 노리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GLOBAL HEALTH CONSULTING에 따르면 유우키 마사히로(結城 匡啓) 코치가 병원을 찾아가 후원기업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토로했고 이에 병원의 이사장이 가진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라는 알맞은 부서도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과 일치하여 채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사진 출처: 아이자와 스포츠 장애 치료예방센터 홈페이지)
그리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병원의 이사장은 선수시절 부상치료 때문에 병원과 인연이 있던 마사히로 코치가 고다이라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인 2009년 3월에 병원을 찾아 지원을 문의했고 당시에는 홍보효과라든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병원의 이사장은 “많은 금액을 후원하지는 못하지만 마사히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경기에 계속해서 참가하는 정도의 금액이라면 어떻게든 지원하겠다”고 회고했다는 기사를 실었었다.
이렇게 고다이라를 지속적으로 지원한 아이자와병원의 이사장은 3대를 이어온 의사집안이며 “이익이 생기면 세상을 위해 사용하라”는 선친의 유훈을 받드는 것이라고 하며, 곁눈질 하지 않고 노력하는 고다이라에게 감동을 받았으며 “스케이트에 인생을 걸고 이토록 한길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후원할 것이라고 산케이스포츠는 전하기도 했었다.
아이자와 다카오 이사장(관련 기사 바로가기)
고다이라 선수가 아이자와병원으로부터 받는 급여와 기타의 비용을 합하여 병원으로부터 지원 받는 금액은 연간 원화로 2억~3억 원 선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는 고다이라를 후원하는 기업이 미즈노와 ANA를 비롯하여 롯데 등 많이 생겼지만 이전까지는 병원의 후원과 일본정부에서 후원하는 선수 지원금(A~C 등급)으로 월 20만엔 정도의 금액이 전부였다.
2014년 소치 올림픽 500미터에서 5위에 머문 고다이라는 아이자와 병원에 적을 둔 채 네덜란드의 프로 팀 ‘Team Continu’에서 활동을 하면서 애초의 1년의 계획이 연장되어 2년간을 네덜란드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 때에도 아이자와 병원에서는 고다이라를 장기출장으로 처리하고 지원을 계속했다고 한다.
선수를 위하여 후원해줄 기업을 직접 찾아가 노력한 유우키 마사히로(結城 匡啓) 코치와 이렇게 순수한 동기로 지속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은 병원의 후원과 고다이라 선수의 노력이 뭉쳐서 평창올림픽의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