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 제9장: 잉어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조어대전 제9장: 잉어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낚시꾼: 잉어는 민물고기의 여왕이라 할 수 있는 물고기로 원래부터 영국에서 서식하던 것이 아니고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입니다. 영국에서 잉어의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섹스 주이며, 서섹스 주의 플럼스테드에 살던 마스칼이라는 사람이 들여온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강꼬치고기가 없다고 했던 게스너의 얘기를 기억하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백수십 년 전의 영국에는 잉어가 없었다는 사실은 리차드 베이커 경이 쓴 연대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호프와 칠면조, 잉어와 맥주는

영국에 들어온 지 모두 1년이 되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물에서 나오면 가장 빨리 죽는 물고기에는 바닷고기로는 청어가 있고, 민물고기로는 송어가 있는데, 잉어는 장어를 제외하고는 물에서 나와도 제일 오래 살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잉어가 외국에서 도입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꼬치고기와 그 밖의 물고기와는 달리 잉어와 미꾸라지는 1년에 수개월을 산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집토끼와 산토끼가 있고, 1년 중 9개월이나 알을 낳는 오리도 있는 반면에 1개월 이상 알을 낳지 않는 오리도 있답니다.

정액이 없는 수컷 잉어는 없고, 어란이 없는 암컷 잉어도 없으며 여름철은 잉어의 산란기입니다. 특히 물살이 빠른 강보다도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에서 더 자연스럽게 산란합니다. 그러나 맛은 강에 사는 잉어가 훨씬 맛있습니다.

저수지에 따라서 잉어가 산란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특히 수온이 낮은 곳에서는 산란하지 않지만 일단 산란을 하면 그 수는 엄청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의 말에 따르면 잉어가 수초나 부들에 산란했을 때, 그 주변에 알을 먹어치우는 강꼬치고기나 퍼치가 없다면 10일~12일이면 부화하고, 이런 것이 1년에 6번이나 반복된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잉어의 개체 수는 어마어마해질 것입니다.

잉어는 헤엄칠 수 있는 공간과 먹을 것만 있으면 매우 크게 자라는데 내가 들은 바로는 90㎝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하며, 파올로 지오비오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루리란 호수에 사는 잉어는 23㎏까지도 자란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곰은 새끼를 가지면 금방 출산하는데 태어난 새끼는 일찍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코끼리는 2년 동안 어미 배 속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10년 동안 잉태한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어미 배 속에서 자라다가 태어나면 20년 동안 크게 성장한다고 하고, 100살까지 사는 게 관찰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의 관찰에 의하면 악어도 장수한다고 하며, 그뿐만 아니라 일생 동안 계속 자란다고 합니다. 내가 본 것은 60㎝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이로 미루어볼 때 잉어도 환경에 따라서는 아주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영국에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잉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잉어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저수지에서는 잉어가 산란하지만, 그 저수지와 똑같은 조건을 가진 다른 저수지에서는 산란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이런 산란의 신비만큼이나 잉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 또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나는 이런 것을 책에서 읽기도 했고, 실제로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27㎏이 넘는 잉어가 그의 집 옆에 있는 연못에 사는 걸 알게 되었는데, 집 바로 옆이고, 말뚝도 있어서 없어질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3~4년 후에 연못의 물을 빼게 되었는데, 수컷 한 마리에 암컷 세 마리를 방류했었기에 잉어의 수가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못에는 잉어 새끼는커녕 성어도 한 마리 없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답니다. 이 경우 역시 그동안 쭉 지켜보던 연못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70~80마리 정도의 잉어가 연못에 있었지만 3~4년 뒤에는 대여섯 마리도 안 될 만큼 줄어있더라는 것입니다.

연못의 주인은 조상 대대로 그 연못에서 낚시를 해왔다고 하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큰 잉어 한 마리가 수면에서 헤엄을 치는데 잉어의 머리에 개구리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것이 연못에서 잉어가 사라져 버린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70~80마리의 잉어가 연못에 있었지만 5~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얘기했었는데, 남아있던 5, 6마리의 잉어 모두가 병들고 야위었을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개구리가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개구리는 세게 때리거나 죽이지 않고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며 맹세코 사실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대부분의 잉어가 사라져 버린 것은 모두 개구리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개구리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잉어가 개구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스터셔 주에 살고 있고, 사회적인 지위도 있는 사람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강꼬치고기의 목에 올챙이들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그것이 강꼬치고기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올챙이들의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악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얘기가 옆길로 빠지고 말았는데 지금까지의 얘기는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다시 잉어에 생태에 대하여 몇 가지를 더 말씀드린 다음에 잡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의 저서 ‘삶과 죽음의 역사’에 따르면 잉어의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게스너가 팔츠 지방에선 100년 이상이나 사는 잉어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요.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강꼬치고기나 창꼬치보다는 잉어가 오래 살고 크기도 크다고 합니다.

잉어는 맛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혀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시장에서 아주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잉어는 혀가 없으며 혀처럼 비슷한 살점이 입안에 있을 뿐이므로 구개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게스너는 말하고 있는데, 잉어의 혀가 최고의 맛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잉어는 가죽처럼 질긴 입을 가진 물고기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낚싯바늘이 걸리면 쉽게 빠지지 않는답니다.

아까 프란시스 베이컨 경이 잉어의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야누스 두브라비우스는 그의 저서 ‘물고기와 연못’에서 잉어는 3살이 되면 산란을 시작하여 30살까지 계속한다고 적고 있으며 물과 땅이 태양에 의해 뜨거워지는 여름철이 가장 산란에 적당한 계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암컷 한 마리를 서너 마리의 수컷이 쫓아다니는데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하면서 수초 사이를 도망치다가 붙잡히면 그곳에서 알을 낳는데, 산란한 알은 수초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컷이 정액을 뿌리고 그 뒤 얼마지 않으면 알에서 치어로 부화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잉어는 1년에 여러 번 산란하는데, 장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고기가 이런 식으로 산란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습니다. 산란으로 몸이 약해진 암컷을 두세 마리의 수컷이 호위하여 수초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거론할 가치가 없는 호기심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벌들이 둥지를 짓거나 여왕벌의 산란을 돕고, 여왕벌의 지배하에 공동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는 생태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잉어가 이런 방법으로만 번식하는 것은 아니고 강꼬치고기와 같은 방법으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잉어의 간이나 머리에 있는 돌은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잉어의 알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유대인들에게 비싼 값에 판다고 하는데, 구양성서의 레위기 11장 10절에 있는 것과 같이 철갑상어의 알로는 캐비어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잉어의 알로 대신하는 것이며, 그런 이유로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잉어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두브라비우스도 그의 저서 ‘물고기 이야기’에서 잉어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모두 얘기하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므로 그만 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낚시하는 방법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잉어는 매우 영리한 물고기여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잉어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 강에서 잉어를 잡으려고 한다면 더욱 인내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노련한 낚시꾼일지라도 강에서 잉어낚시를 할 때면 하루에 4~6시간씩, 3~4일 동안 계속해도 단 한 차례도 입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낚시뿐만 아니라 저수지에서 잉어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잉어의 먹잇감이 충분하고 물색이 탁한 저수지에서는 잉어를 잡기가 아주 힘듭니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했듯이 예외란 있습니다.

잉어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노력과 끈기를 당신에게도 기대하면서 잉어낚시용 미끼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추울 때는 잉어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따뜻할 때라고 하더라도 해 뜰 무렵이나 해 질 무렵이 아니면 입질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4월 10일이 잉어에겐 운명의 날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잉어낚시용 미끼로는 지렁이도 좋고, 떡밥도 좋습니다. 지렁이는 푸른빛이 돌고, 늪이나 목초지에서 잡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그 외에 녹색을 띠면서 그렇게 크지 않은 지렁이도 괜찮습니다.

떡밥은 치통약만큼이나 종류가 많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꿀이나 설탕을 섞어서 만든 달콤한 떡밥이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만든 떡밥이라면 아무리 영리한 물고기라도 유인당할 수밖에 없는데 낚시하기 전에 미리 밑밥으로 뿌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낚시하기 하루나 이틀 전,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몇 시간 전에라도, 작은 덩어리로 만든 밑밥을 뿌려 두면 잉어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큰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더라도 밑밥을 뿌리면 집어효과가 있어서 더 잘 잡을 수 있는데, 곡식에 쇠똥이나 사료를 섞거나, 닭 내장 등을 섞은 것을 포인트에 던져 놓은 다음, 아까 말한 달콤한 떡밥을 조그만 알갱이로 만들어 뿌려 주면 아주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떡밥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토끼고기나 고양이 고기를 잘게 잘라 콩가루와 섞는데, 콩가루가 없으면 다른 것을 써도 됩니다. 그러나 다음에 설탕이나 꿀을 섞어 반죽하면 되는데, 꿀을 넣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다음엔 그것을 절구에 넣고 빻거나 깨끗한 손으로 빚어 낚싯바늘에 달아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굳기로 반죽하는데, 물속에서 풀릴 수 있게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풀리지 않도록 털실을 넣어서 반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떡밥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밀랍과 정제벌꿀을 섞은 다음 난로 앞에서 손으로 빚어 만들면 1년 내내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생미끼를 사용할 때는 주홍색 천을 작은 크기로 네모나게 잘라 기름에 재운 뒤에 미끼와 같이 낚싯바늘에 끼워주는데, 이때 사용하는 기름은 피터기름 또는 돌기름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낚시하기 이틀이나 사흘 전에 꿀을 바른 통에 미끼를 넣어두면 바늘에 끼워도 오래 살기 때문에 영리한 잉어를 잡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낚시하는 도중에 식빵을 조금씩 씹어서 찌가 있는 부근에 던져 주면 더 효과가 좋답니다.

이제까지 얘기한 것과 다른 미끼도 있지만, 떡밥과 밑밥을 적절하게 운용하여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낚시하면 분명히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흰 빵과 꿀을 섞은 떡밥은 잉어낚시에서 아주 훌륭한 미끼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이것은 만들기도 아주 쉬우므로 기억해두기 바라며 잉어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했으니 다음은 브림에 대하여 알려드릴 테니 집중해서 들어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잉어요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잉어는 생선요리로는 상당히 특이하고 귀찮고 비용도 많이 드는 요리지만 맛은 일품입니다.

가능하면 잉어는 산채로 물과 소금을 문지르듯이 해서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비늘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간과 피는 작은 용기에 받아 두고, 반 줌씩의 달콤한 마저럼과 백리향, 파슬리를 두세 개의 작은 다발로 묶어서 4~5개의 양파와 소금에 절인 굴과 세 마리의 멸치와 함께 잉어 위에 놓고 살짝 잠길 정도로 와인을 부어줍니다.

그다음에는 와인과 소금, 정향 및 육두구와 오렌지 및 레몬 껍질로 양념을 한 다음, 냄비를 덮고 충분히 끓여주면 됩니다.

잉어가 충분히 익으면 잉어를 접시에 옮겨 담은 다음, 국물을 붓고 가장 신선한 버터 100g과 국물 여섯 스푼과 두세 개의 달걀노른자에 잘게 채썬 허브를 넣고 레몬을 곁들여 내놓으면 더 이상의 요리는 없을 것입니다.

조어대전 제7장: 연어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조어대전 제7장: 연어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낚시꾼: 연어는 민물고기의 제왕으로 바다와 떨어져 염분이 없는 강에서 대부분 8월에 산란하는데 자갈바닥의 안전한 곳을 골라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은 다음 돌과 자갈로 덮어 감추어 둡니다.

그 뒤로는 해빙기에 불어오는 온기가 다음 해 이른 봄이면 알들이 부화시키고 치어가 되기를 하늘의 뜻에 맡깁니다.

연어는 민물에서 사는 동안 그들의 본능적인 의무를 다하는데, 겨울이 오기 전까지 산란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수문이나 강둑에 막혀 길을 잃거나 하면 병들고 약해져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아래턱의 연골이 매의 부리처럼 자라나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되어 결국에는 죽고 맙니다.

이런 연어들은 1년 정도는 생존할 수 있으나 활력도 없어지고 핏기도 사라져 맛도 없어지고 결국에 이듬해엔 수척해져서 죽고 마는 겁니다.

바다와 연결된 강에 많이 살고 있는 스케거라 부르는 새끼 연어들은 이런 연어들에게서 태어난 것들로 크게 자라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길을 잃고도 간신히 바다에 도달하기만 하면 매의 부리 같은 연골도 사라지고 기력도 회복하여 다음 여름이면 다시 강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재치있는 사람의 논평에 의하면 연어는 여름과 겨울의 강을 여름별장과 겨울별장을 번갈아 가며 즐기는 부자들처럼 사용한다고 합니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삶과 죽음의 역사’에서 연어의 수명이 10년이 넘는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것 같으며 바다에서도 성장하긴 하지만 강에서 더 크게 성장하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더 살이 오르고 맛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연어는 강에서 바다로 나갈 때도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거나 산란할 때에도 힘든 고생을 하는데 수문이나 둑과 수중장애물 등을 넘어야만 하고 심지어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이까지 뛰어올라야만 합니다.

게스너는 연어가 2.5m 높이도 뛰어넘는다고 하고 캠던도 그의 저서 브리타니아에서 펨브룩셔에 있는 타이비 강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도 그런 곳 중의 하나로써 연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고 하며, 그런 이유로 연어가 도약하는 곳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저의 오랜 친구인 마이클 드레이튼도 그의 저서 ‘폴리 올비온(Poly-Olbion)’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연어는 본성에 따라 해마다 바다에서 돌아와

맑은 강을 오르려 한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강으로 온다.

타이비 강의 급류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폭포가 깎아 만든 바위는

연어의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있는 힘을 다해

꼬리를 물고 활처럼 몸을 구부린 채

한계를 넘어 뛰어오르고,

마술지팡이라도 된 것처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뛰어오른다.

연어는 민첩하게 구부린 몸을 힘껏 펴면서

결국엔 거센 폭포를 거슬러 오른다.

마이클 드레이튼은 연어의 도약과 공중제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게스너와 다른 사람들이 관찰한 바로는 영국보다 좋은 연어가 나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북부지역은 템스강의 연어처럼 살이 꽉 차고 맛이 뛰어나다고 하는군요.

프랜시스 베이컨 경에 따르면 연어의 수명은 10년을 넘진 못하지만 성장속도는 아주 빠르다고 하는데 바다에 이를 즈음이면 새끼여서 모샘치(Gudgeon)보다도 작지만 새끼 거위가 자라는 것처럼 금방 자란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린 연어의 꼬리에 리본이나 실과 같은 표식을 달고 놓아준 다음 6개월 뒤에 바다에서 돌아오는 것을 다시 잡아 관찰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실험은 제비에게도 이루어졌는데 제비도 6개월 뒤에 둥지를 지었던 굴뚝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이같이 제비가 예전의 둥지를 찾아오는 것처럼 연어도 태어나서 자란 강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수컷 연어는 암컷보다 크지만, 겨울철 민물에서 지내는 능력은 암컷에 떨어지며 그 시기의 수컷은 암컷보다 수분도 많고 맛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에든 예외가 있듯이 겨울에도 송어와 연어가 제철인 강도 있어서 몬머셔스의 와이강은 캠던의 말처럼 9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입니다.

다른 것들도 얘기할 것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이쯤에서 마치고 연어를 잡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어는 송어처럼 정착성 어종이 아니라 회유성 어종으로 송어나 다른 물고기들처럼 물가나 제방, 나무뿌리 근처 등에서 활동하지 않고 깊고 넓은 강의 중심에서 활동하므로 연어를 잡으려면 강의 가운데를 노려야 하며 지렁이나 피라미, 날벌레를 미끼로 쓰면 됩니다.

 

그러나 피라미나 날벌레보다는 지렁이에 더 좋은 반응을 보이는데 지렁이를 잡아서 낚시하기 전에 이끼 속에 7~8일 정도 넣어두면 16일에서 20일까지 2배나 더 오래도록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바늘에 끼워도 오래 살아있답니다.

그리고 미끼로 쓸 지렁이는 이끼 속에서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거기에 장뇌를 함께 넣으면 더 좋다고 합니다.

낚시인들은 연어를 잡기 위해서 보통 낚싯대 끝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고리를 달아서 낚싯줄이 방출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낚싯대 중간이나 손잡이 부근에 릴을 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릴은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좋을 겁니다.

그럼 이젠 연어낚시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송어낚시와 연어낚시의 유명한 전문가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올리버 헨리씨와 함께 낚시를 오래 했었는데 그는 서너 마리의 지렁이를 바늘에 끼기 30분 전에 꺼내 호주머니 안의 미끼통에 넣곤 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조금이라도 더 싱싱한 상태로 사용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렇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은 그가 누구보다 많은 연어를 잡는 것을 보았죠. 그리고 최근에 그의 가장 친한 지인으로부터 그가 지렁이를 넣어두는 호주머니 속의 미끼통에 아이비베리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렁이를 그 안에 한 시간 정도 넣어두면 물고기를 유인하는 강한 냄새를 내게 되어 많은 입질을 받는다고 합니다. 제가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것은 최근의 일로 아직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그 가능성은 인정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 경의 ‘자연사’에도 있는 것처럼 물고기도 청각과 후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수달은 물속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게스너가 말하는 걸 보면 물고기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규명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두 가지 실험에 대해서 말씀드릴 텐데 그건 내가 한 실험이 아니라 뛰어난 낚시인이기도 한 제 친구가 한 것으로, 두 번째는 너무 뛰어난 것이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했지만, 문서로 기록하여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다시마일엽초에서 짜낸 악취가 심한 기름에 테레빈유와 벌꿀을 섞어서 미끼에 바르면 틀림없이 잡힐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렇게 만든 비법은 어떤 물고기에나 효력이 있는데,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아위에서 짜낸 액체를 발라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법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으며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조지 헤이스팅스 경을 비롯한 몇몇 화학자들은 지금 말한 비법들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얘긴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연어낚시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덧붙이자면 연어는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테콘, 샘릿, 스케거는 모두 어린 새끼 연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여기서 거론하지 않은 다른 종류들도 포함한다면, 즉 청어와 정어리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어종인 것처럼 서로 다른 어종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식하는 강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것이고 이런 사항들은 저보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맡겨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어나 연어는 제철을 맞으면 몸에 빨갛고 검은 반점이 생기는데 그 모습은 어떤 여성이 화려하게 꾸미거나 화장을 하더라도 결코 미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며, 살아있는 동안 몸에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젠 강꼬치고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어대전 제6장: 그레일링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조어대전 제6장: 그레일링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그레일링(Grayling) : 연어과의 민물고기로 몸 전체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등지느러미가 돛처럼 아주 큰 것이 특징이며 수온이 8℃에 도달하는 3월초에 산란하고 성어는 평균 0.3~0.5㎏, 20~30㎝ 정도로 작은 편이다.

 

낚시꾼: 엄버와 그레일링은 청어와 정어리가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것이라고 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물고기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울리세 안드로반디는 그레일링을 송어과의 물고기라고 하고, 게스너도 그의 나라인 스위스에서 가장 귀중한 물고기라 말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5월이면 어떤 물고기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프랑스에서는 처브는 악당이란 뜻의 빌러(Un Vilain)라고 부르지만 레만호에서 잡히는 그레일링은 기사(騎士)라고 부르며 금을 먹고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금이 많이 나는 루아르 강에서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그레일링은 수중 백리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잡았을 때 아주 강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빙어무리의 식용어인 스멜트에서 제비꽃 향이 나는 것처럼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도르반디는 맑고 깨끗한 급류에서 서식하는 연어와 그레일링 및 송어는 대자연이 인간을 즐겁게 하고 만족을 주기 위해 그 모습과 색깔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들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자는 것이 하고자 하는 말의 논점이 아니라 그레일링은 건강에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스너는 작은 유리잔에 그레일링의 지방(脂肪)에 꿀을 약간 섞은 것을 넣고 하루나 이틀 정도, 햇볕에서 말리면 눈에 핏발이 서거나 눈곱이 끼는 것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살비안은 라틴어로 그레일링을 그림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엄버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순식간에 유령처럼 사라지고, 눈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헤엄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향기와 맛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옛날 교회가 금식일을 지키던 시절의 성 암브로시우스가 그레일링을 ‘꽃고기’ 또는 ‘물고기 중의 꽃’이라고 한 것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그레일링을 너무 좋아해서 식사자리에서 그레일링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잡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그레일링은 송어처럼 크지는 않습니다. 가장 크게 자란다 해도 대개 45㎝를 넘지 않지만 송어와 같은 습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송어를 잡을 때와 같은 방법과 같은 미끼로 잡을 수 있습니다.

 

피라미나 지렁이 또는 날벌레에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날벌레가 가장 효과가 좋고 송어에 비해 공격적이고 같은 플라이로 20번을 놓쳐도 다시 입질할 정도로 단순한 어종입니다. 나는 파라키타라는 외국 새의 붉은 깃털로 만든 플라이로 잡은 적이 있는데 각다귀나 작은 나방 등 크지 않은 날벌레라면 조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겨울 동안에는 몸을 도사리고 있지만 4월 중순과 5월 이후에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활발하게 움직이며 몸체의 윤곽은 아름답고, 살은 흰색이며 작은 이빨이 목구멍에 있는데 입술이 다른 물고기에 비해 약해서 챔질을 해도 바늘이 쉽게 빠지곤 한답니다.

도브 강이나 트렌트 강이나 솔즈베리를 흐르는 작은 강에도 그레일링이 많이 살고 있지만 송어처럼 흔하지는 않고 맛도 조금 못 미치므로 그렇게 잡고 싶은 대상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그레일링에 관한 얘기를 마치고 연어의 관찰과 잡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조어대전 제8장: 강꼬치고기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조어대전 제8장: 강꼬치고기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Image by  Ray Dumas

 

강꼬치고기(Pike) : 민물꼬치고기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고 성어의 평균 크기는 2.5~4㎏, 60~80㎝정도이며 얼음이 채 녹기도 전인 초봄에 산란하며, 산란 후에는 알을 돌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낚시꾼: 연어가 민물고기의 왕이라면, 강꼬치고기는 민물고기의 폭군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물고기는 생식작용에 의해서 태어나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콘라트 게스너가 잘못 알고 있지 않는 한, 강꼬치고기는 피크럴위드라고 하는 물옥잠과의 수초에서 생겨납니다.

게스너의 말에 따르면 이 수초와 점액질 물질이 어떤 특정한 시기에 태양열을 받으면 강꼬치고기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연못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무튼 강꼬치고기는 이렇게 태어난다고 하지만 그밖에도 우리가 모르는 다른 방법으로 태어날 수도 있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은 그의 저서 ‘삶과 죽음의 역사’에서 강꼬치고기는 민물고기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어종이라고 하지만 40년 이상은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평균적인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합니다.

게스너는 1494년 스웨덴에서 잡힌 강꼬치고기에 대하여 목에 걸린 목줄에 그리스어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2백여 년 전에 프레데릭 2세가 연못에 넣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웜즈 주교가 판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강꼬치고기는 아주 크게 성장하면 맛은 차치하고 그 모습에 놀라게 됩니다. 강꼬치고기의 맛은 크기가 작을수록 좋은데 클수록 맛있는 뱀장어와는 다른 점이죠.

강꼬치고기는 다른 물고기는 물론 같은 종족도 먹어치우기 때문에 양식하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합니다.

이처럼 사납고, 식욕이 강한 강꼬치고기의 습성 때문에 많은 작가들은 강의 폭군, 민물 늑대라는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게스너의 말로는 한 남자가 연못에서 노새에게 물을 먹이려고 할 때 강꼬치고기가 노새의 혀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물 밖으로 꺼내어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폴란드의 어느 연못에서는 빨래를 하던 아가씨가 강꼬치고기에게 발을 물린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나도 코번트리에서 멀지 않은 킬링워스 연못에서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여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답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는 수달을 키우는 제 친구 시그레이브의 이야기로는 수달이 간신히 잡은 잉어를 빼앗으려는 강꼬치고기와 싸운 일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 어떤 지혜로운 사람은 “배에는 귀가 없기 때문에 굶주림을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을 했답니다.

이런 말을 믿지 못한다고 해도 강꼬치고기가 자기 목구멍이나 배보다도 큰 물고기를 물었을 때, 내뱉지 않고 입속에서 계속 씹으면서 조금씩 삼키는 것을 보면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소화시키는 것과 같은 것인데, 강꼬치고기는 그뿐만이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먹이활동을 하며 화가 났을 때도 먹이를 보면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것들은 독이 있는 개구리를 먹어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몸속에 천연해독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며, 또 우리가 모르는 신기한 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물고기라도 병에 걸리지 않고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창꼬치고기는 독개구리를 잡으면 바로 먹지는 않는다 하는데 그건 오리가 독을 가진 산란기의 개구리를 잡은 다음 물속에서 아래위로 뒤집어 독을 없애고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스너는 어떤 폴란드 사람이 두 마리의 거위 새끼를 배에 넣고 있는 강꼬치고기를 본 사례가 있다고 하며, 굶주린 강꼬치고기는 연못에서 헤엄치는 개도 먹어치운다고 하는데 내가 말했던 “배에는 귀가 없기 때문에 굶주림을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란 말 그대로입니다.

강꼬치고기는 고독하고 우울하며 용맹한 물고기라고 하는데 우울하다고 하는 것은 언제나 혼자서 헤엄치고 휴식을 취하며 로치나 데이스와 다른 대부분의 물고기들처럼 떼를 지어 움직이지는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용맹하다는 것은 송어나 처브처럼 사람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나 다른 동물의 눈에 띄는 것도 겁내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랍니다.

게스너는 강꼬치고기의 턱뼈와 심장과 담즙은 여러 가지 질병에 약효가 있고 지혈, 해열, 학질의 치료와 전염병의 예방 및 퇴치에 효능이 있어서 인간에게 이로운 물고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강꼬치고기에 물렸을 때는 독성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꼬치고기는 맹금류인 매가 1년에 한 번 알을 낳는 것처럼 물고기를 잡아먹는 강꼬치고기도 1년에 한 번만 산란합니다. 그리고 비둘기가 매달 번식하는 것처럼 미꾸라지도 여러 차례 산란하지요.

강꼬치고기의 산란기는 기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는 2월 말경에 산란하고, 늦다고 해도 3월에는 산란하는데 암컷과 수컷이 함께 강에서 도랑이나 개울로 가서 암컷이 알을 낳는 동안 수컷은 그 주변을 맴돌 뿐 결코 접촉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도 되겠지만 단순한 호기심이라거나 하찮은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그만두고, 크고 좋은 강꼬치고기일수록 넓은 호수에 서식하고 작은 놈일수록 작은 연못에 서식한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다음 얘기를 하기 전에 강꼬치고기와 개구리는 엄청난 앙숙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내용은 보헤미아의 주교인 두브라비우스가 그의 저서 ‘물고기와 양어장’에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것에 대하여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와 튀르조 주교가 연못가를 걷고 있을 때 개구리 한 마리가 물가에서 졸린 듯 누워있는 강꼬치고기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개구리는 화가 난 것처럼 양 볼을 부풀리고는 두 다리를 벌려 강꼬치고기의 머리를 끌어안은 다음, 부드러운 강꼬치고기의 눈을 찢고는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강꼬치고기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물속을 오르내리며 수초에 몸을 비벼대며 개구리를 떨쳐내려 발버둥 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구리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어서 결국 강꼬치고기가 힘이 빠지자 함께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개구리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는 승리해서 기쁘다는 듯 큰 울음소리를 내고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주교가 어부들을 시켜 그물로 개구리와 싸웠던 강꼬치고기를 어떻게든 잡아 오라고 시켰는데, 어부들이 그물로 잡은 강꼬치고기의 두 눈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부들은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으면서 강꼬치고기는 이런 일을 종종 겪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두브라비우스의 저서 제6장에 나오는 이 얘기를 한 친구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그건 쥐가 고양이의 눈을 도려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러나 그는 달마티아 사람들이 물속의 악마라고 부르는 물고기를 잡는 개구리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지요.

물속의 악마로 불리는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이와는 달리 물뱀을 무서워하는 개구리도 있다고 하며 물뱀을 무서워하는 개구리들은 뱀이 나올만한 곳에서 헤엄쳐야 할 때는 갈대를 입에 물고 헤엄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면 물뱀보다 개구리가 빨리 헤엄친답니다.

개구리도 물개구리와 땅개구리가 있는 것처럼 뱀도 물뱀과 땅뱀이 있어서 땅뱀은 거름더미와 같은 따뜻한 곳에서 부화하지만, 물뱀은 독이 없고, 알을 낳지 않고 직접 새끼를 출산하며, 만일 위험이 닥치면 입속에 새끼를 넣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여 뱉어낸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은 낚시인들의 목격담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브라비우스의 얘기를 하다가 옆길로 새고 말았는데 이제부터 강꼬치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강꼬치고기의 미끼로는 보통 물고기나 개구리를 사용하지만 때로는 피크럴위드라는 수초를 쓰기도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강꼬치고기를 방류한 적이 없는 곳에서도 강꼬치고기가 생기는 것은 바로 연못에 있는 피크럴위드라는 수초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더 자세한 것은 다른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강꼬치고기는 레저 베이트(ledger-bait)는 물론 워킹 베이트(walking-bait)로도 잡을 수 있는데 레저 베이트(ledger-bait)란 미끼를 바닥에 가라앉힌 다음 한 곳에서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워킹 베이트(walking-bait)는 항상 미끼가 움직이도록 해서 잡는 것을 말합니다.

출처: flickr by katdaned

 

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는 미끼인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가 죽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바닥을 노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먼저 생미끼로는 물고기 중에서는 로치나 데이스가 가장 좋은 것 같으며, 퍼치는 바늘에 꿰도 오래 삽니다.

우선 너무 날카롭지 않은 칼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등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머리와 등지느러미 사이에 칼집을 낸 다음, 낚싯바늘을 연결하는 와이어를 집어넣고 등을 따라 꼬리 쪽에 낸 칼집으로 빼냅니다.

그다음엔 실로 꼬리를 묶는데 가능하면 물고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너무 세게 묶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낚시인은 바늘을 쉽게 끼기 위하여 미끼에 구멍을 내기도 하지만 그건 직접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의 얘기는 생략하고 개구리 미끼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냥꾼: 그런데 스승님, 아까 개구리 중에 독이 있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들은 만지면 위험합니까?

낚시꾼: 위험합니다만 몇 가지만 주의하면 괜찮습니다. 우선 개구리에는 물에서 사는 물개구리와 땅에서 사는 땅개구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땅개구리라고 말하는 것은 땅에서 살면서 번식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얼룩무늬도 있고, 녹색도 있고, 검정색과 갈색을 가진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탑셀이 말한 것과 같이 녹색 개구리가 독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제나 땅에 살면서 번식하는, 덩치가 큰 두꺼비의 암컷은 독을 가지고 있으며 가끔은 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극히 드문 일입니다.

땅개구리는 알에서 번식하는 것도 있고, 흙이나 먼지에서 태어나는 것들도 있는데 겨울이 되면 흙으로 돌아갔다가 여름이 되면 다시 개구리가 된다는 것이 플리니우스의 이론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개구리가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전 오로지 물개구리만 내리게 하고 싶습니다.

물개구리는 독이 없고, 2월이나 3월경에 도랑의 진흙 속에 검은색의 알을 산란합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과 암컷 물개구리는 서로 붙어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이 관찰되지만 땅개구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강꼬치고기의 미끼로는 물개구리가 더 좋으며 특히 노란색을 띠는 것이 제일 효과가 뛰어난데, 미끼로 쓰는 물개구리를 오래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4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개구리 입에 낚싯바늘을 끼는 것이 쉽지만 그 이후로는 개구리의 입이 계속 커져서 낚싯바늘을 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구리는 그대로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활하는데 이런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낚싯바늘을 끼는 방법은 먼저 개구리의 입으로 바늘을 끼우고 턱까지 뀁니다. 그런 다음 가는 철사와 명주실로 개구리 다리 위쪽 관절을 묶은 다음 낚싯바늘에 매주면 됩니다.

그러나 개구리가 오래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 있는 물고기나 개구리를 미끼로 쓰는 방법은 알려드렸으니 이젠 채비하는 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11~13m 정도 길이의 낚싯줄에 바늘을 달고 강꼬치고기가 있을 만한 포인트와 가까운 나뭇가지에 매어놓아야 하는데 이때 남는 여윳줄은 나뭇가지에 감아놓습니다.

그러나 50㎝ 정도는 남겨놓도록 하고, 가지 끝에는 낚싯줄이 부드럽게 끌려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는 고리를 연결해놓아야 합니다.

또한, 바늘에 끼운 살아 있는 개구리나 물고기나 몸부림을 치더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튼튼한 나뭇가지에 묶어두면 강꼬치고기가 미끼를 삼키고 달아나려고 할 때, 낚싯줄은 가이드를 거쳐 자연스럽게 풀려나가게 됩니다.

바닥낚시를 할 때는 바람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 채비가 포인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는데 이럴 때는 납이나 작은 돌, 타일 조각과 뗏장 등을 봉돌로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고 살아 있는 물고기나 개구리를 미끼의 움직임으로 강꼬치고기의 입질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봉돌을 달지 않고 바람에 의해 흘러가도록 하고 물가에서 지켜보면 강꼬치고기가 덤벼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생미끼를 거위나 오리의 몸이나 날개에 묶어두고 연못에 풀어놓으면 강꼬치고기가 달려들 것인데, 이런 것과 비슷하게 가죽으로 만든 공기주머니나 나뭇가지, 건초나 깃발에 서너 개의 생미끼를 달아 강에 넣어두면 강꼬치고기의 입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생미끼 낚시의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이젠 실제로 해보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죽은 미끼로 강꼬치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 방법은 저 말고 다른 사람과 단 하루만 함께 낚시를 해봐도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죽은 모샘치나 로치를 미끼로 사용하는 낚시는 너무 쉬워서 가르칠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짧게 끝내도록 하고, 특별한 비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라벤더 오일과 담쟁이덩굴의 수지를 섞은 것을 강꼬치고기를 잡기 위한 죽은 미끼에 발라서 입질을 받을만한 장소에 던져둡니다.

그리고 미끼가 바닥에 닿으면 수면으로 들어 올리면서 물살에 따라 흔들리게 하면 강꼬치고기가 분명히 달려들 겁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왜가리 넓적다리뼈의 골수를 미끼에 바르면 어떤 물고기든 입질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방법은 제가 해본 것들이 아니고 내 친구가 유명한 분에게 들은 것을 제게 얘기해준 것들입니다.

이제까지 얘기한 내용은 강꼬치고기를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알려드리는 요리법만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알려드릴 요리법은 제가 직접 해본 것으로 흔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강꼬치고기는 너무 작은 것은 좋지 않고 최소한 45㎝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럼 먼저, 강꼬치고기의 아가미를 자르고 배도 절개를 해줍니다.

그리고 내장을 제거하는데 간은 남겨서 잘게 썰어 백리향과 달콤한 마조람, 작은 윈터세이보리와 함께 섞어주고 여기에 소금에 절인 굴과 멸치를 두세 마리 넣어줍니다.

이때 굴과 멸치는 쉽게 녹기 때문에 싱싱한 것을 넣도록 하고, 버터 500g과 잘게 썬 허브를 섞은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강꼬치고기의 크기가 90㎝ 이상이면 버터는 500g 이상을 넣도록 하고, 그보다 작으면 적게 넣도록 합니다.

이렇게 소스가 완성되면 다음에는 육구두 껍질 한두 조각을 강꼬치고기의 뱃속에 넣고 버터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실로 꿰매줍니다.

그러나 버터가 전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기란 어렵습니다.

비늘은 제거하지 말고 쇠꼬챙이를 입에서 꼬리로 나오도록 꽂아주고 5~6개의 판자 조각을 몸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몸에 묶어줍니다.

구울 때는 서서히 구워야 하며 포도주와 멸치 및 버터를 섞은 소스를 발라주고 팬에 떨어지는 소스는 떠서 다시 발라줍니다.

완전히 구우면 묶은 끈을 풀거나 끊고 접시를 밑에 받친 상태에서 강꼬치고기의 배 안에 있는 국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옮겨 담습니다.

이렇게 하면 강꼬치고기의 살점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배 속에 있는 국물과 접시에 있는 소스에 버터와 서너 개의 오렌지즙을 짜서 넣고 마지막으로 굴과 마늘 2쪽을 강꼬치고기의 배 안에 넣고 쇠꼬챙이를 뺄 때, 함께 빠지도록 합니다.

그리고 입맛을 북돋우기 위해서 접시에 오렌지즙을 문질러도 좋으며 마늘의 사용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넣거나 넣지 않아도 됩니다.

이 요리법은 낚시꾼이나 존경할만한 분들 외에는 가르쳐 드리지 않는 것인데, 당신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게스너의 말에 의하면 스페인에는 강꼬치고기가 없다고 하며, 가장 큰 강꼬치고기는 이탈리아의 트라시메노 호수에 있다고 하는데 그 크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영국의 강꼬치고기가 두 번째로 크다고 하며, 그중에서도 링컨셔의 것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서섹스 주는 애런델의 숭어, 치체스터의 바닷가재, 셸시의 새조개, 아멜리의 송어가 유명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얘기를 마치고 다음은 잉어를 잡는 방법과 요리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어대전 제5장: 송어를 잡는 방법과 인조미끼

조어대전 제5장: 송어를 잡는 방법과 인조미끼

낚시꾼: 피터, 오랜만일세. 오늘 너와 네 친구가 이곳에 묵는다고 들어서, 나도 친구와 이곳에 머물기로 했어. 내 친구는 낚시는 처음이지만 아주 열심히 하려고 하지. 오늘 메뚜기로 처브 잡는 걸 알려줬는데 아 글쎄 5짜나 되는 놈을 잡았지 뭔가. 그런데 너와 함께 오신 친구분은 어떤 분이셔?

피터: 아, 내 친구 이름은 코리든인데, 시골 출신으로 아주 정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야. 송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지. 아직 낚싯줄을 담가 보지도 못했지만 내일 아침엔 꼭 아침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어.

낚시꾼: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보라구, 6인분은 충분한 송어가 있으니까. 아주머니 지금 요리를 해주시고 가장 맛있는 맥주와 포도주도 주세요. 우리 조상들이 마셨다던 그 술 말입니다. 그걸로 건강도 지키고 장수하면서 많은 일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바로 그 술을 부탁합니다.

피터: 정말 물이 제대로 오른 송어군요. 낚시꾼 양반과 내일의 친구인 당신의 행운을 진심으로 비는 건배를 합시다. 새로 낚시를 시작하신 분께 내 낚싯대를 드릴 테니 너는 그 외의 장비들을 드리는 건 어때? 둘이서 이 분을 멋진 낚시인으로 만들어 보자구. 그런데 낚시를 배울 때 이렇게 훌륭한 분께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예요.

왜냐하면 이 분은 물고기의 생태나 번식 등에 아주 해박할 뿐만 아니라 피라미에서 연어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잡을 수 있고, 또 잡은 것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줄도 알거든요.

낚시꾼: 나와 제자분은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자유롭고, 쾌활하며, 예의 바른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쳐 줄까 해. 그럼 제자분과 여러분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사냥꾼: 절대 불모지에 씨를 뿌리는 일이 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며 스승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최선을 다해서 배우겠사오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낚시꾼: 그것이면 충분해요. 이제 식사합시다. 코리돈씨도 함께 하시죠. 멋진 놈이죠? 잡았을 때 55㎝ 정도 되었는데 배는 천수국처럼 노랗고 다른 부위는 백합처럼 하얗습니다. 이 소스를 바르면 더 맛있을 겁니다.

코리돈: 말씀하신 대로 정말 멋집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친구 피터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안한 일일 겁니다.

피터: 전적으로 동감이야. 두 사람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보답으로 코리돈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해야겠습니다.

코리돈: 누가 제 뒤를 이어서 부르시겠다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래하지 않을 겁니다. 식사에 대한 보답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즐겁게 보내기 위해 노래하는 겁니다. “모두 함께 노래하면 집안이 즐겁다.”고 하지 않습니까?

낚시꾼: 저는 저의 부탁으로 윌리엄 배쓰씨가 만들어 주신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그 분의 대표작으로 ‘사냥꾼’, ‘톤의 야단법석’ 등이 있지만 저는 낚시를 찬양하는 곡을 부르겠습니다.

코리돈: 저는 전원생활을 찬미하는 모래를 부르겠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실 건가요?

피터: 전, 내일 밤에 낚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진 헤어지지 않을 테니 낚시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 날 헤어져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사냥꾼: 그러기로 하신다니 저도 한 곡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흥에 취한 걸인들 마냥 신나게 즐겨 봅시다.

낚시꾼: 그러면 식사 전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그 뒤 난롯가에 않아 한 잔 마시면서 노래로 모든 근심 걱정을 날려버립시다. 누가 먼저 할지는 제비뽑기로 정하는 게 어떻습니까?

피터: 그게 좋겠군. 코리돈씨가 처음으로 뽑혔네요.

코리돈: 그럼 제가 먼저 부르겠습니다. 빼는 건 질색이거든요.

코리돈의 노래

오, 만족스런 전원생활이여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고요함은 내 맘에 가득 차

근심 걱정일랑 모두 떨치고

우리 함께 갑시다.

궁중엔 아첨꾼만 가득하고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도심은 방탕하고

모두가 허식이 가득하네

우리는 정직한 시골 촌뜨기

진심으로 말하노라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자랑거린 밭과 말과 수레뿐이지만

근심 걱정 모두 잊고

우리 함께 갑시다.

우리 옷은 양피

회적갈색은 아내를 위해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허세는 우리완 거리가 멀고

생명을 지켜주는 따뜻함이 최고라네

밭갈이 힘들어도 주일은 성스러운 날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임금도 이것만은 알지 못하지

덧없이 시간만 간다는 것을

근심 걱정 모두 잊고

우리 함께 갑시다.

밭갈이의 보답하여

하늘은 비를 내리고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새로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대지는 보금자릴 주는구나.

근심 걱정 모두 잊고

우리 함께 갑시다.

뻐꾸기도 나이팅게일도

즐겁게 노래하고,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그 노랫소리에 맞춰

봄이 온다네.

근심 걱정 모두 잊고

우리 함께 갑시다.

이런 행복 본 적이 없는

우리는야 행복한 촌뜨기

헤이 트롤롤리 롤리 로

헤이 트롤롤리 롤리

세상엔 더 큰 행복 있다 말들 하지만

그건 모두가 거짓이라네.

나와 함께 시골로 갑시다.

조 초크힐

낚시꾼: 멋진 노래입니다. 기교도 좋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자리에 정말 어울리는 노래였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당신도 낚시인의 친구가 되어 주신다면 좋겠군요. 쾌활하고, 욕지거리 섞인 천박한 말씀이나 남을 해치는 말씀은 하지 않는 사람이란 보석처럼 가치 있는 존재랍니다.

얘기를 나눈 다음 날 아침 즐거운 마음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사이가 소중한 사이죠. 전날 과음하고는 다음 날엔 일어나서 후회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술자리의 즐거움은 돈이 아니라 함께 마시는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은 당신을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로 내 차례를 넘기려는 건 아니니 이젠 노랠 하겠습니다만 부디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

낚시꾼의 노래

맘속의 사랑은

말로써 드러나고

어떤 이는 개를, 또 어떤 이는 매를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테니스를 즐긴다네

하지만 난 이런 행복 바라지 않아

단지 낚시를 즐길 수 있기만 바랄 뿐

사냥은 위험한 것

매사냥도 산과 들을 누벼야 하고

도박도 사람을 어지럽힌다.

사랑은 큐피드가 놓은 덫

그러나 낚시는 평화를 주네.

세상에 많고 많은 오락 있으나

낚시 홀로 자유롭구나

쉽게 느끼는 지루함조차

낚시에선 찾을 수 없어

나 홀로 세상을 배우며 사네.

하지만 난 바다보다는

맑게 흐르는 강이 좋아라

고요한 강물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면은

흐르는 강물처럼

흐느껴 운다.

겁많은 송어는

미끼를 삼켜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드는구나.

욕심은 파멸에서 비롯되는 것

송어가 미끼를 외면하듯이

욕심 없는 사람 위해 기도드리리.

낚싯대 물속에 드리우고서

잡은 물고기론 친굴 초대해

작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리

잡은 물고기로 상을 차리고

조과 없는 날이어도 행복하여라

주님께서 어부를 이르시기를

사람의 마음을 낚는 자들이라셨으니

낚시꾼은 언제나 감사드리네.

사랑하는 구세주께서 기다리신 건

어부들이라

주님께서 마지막 날 드신 물고기

나 언제나 기억하며

따르려 하네.

코리돈: 정말 좋습니다. 빚을 갚은 것 같군요. 낚시인은 이 노래를 만든 분께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아주머니 여기 맥주 좀 더 주세요.

여러분, 이제 잠자리에 들도록 합시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해뜨기 전에 출발합시다.

피터: 그렇게 합시다. 코리돈은 나와 자고, 형님은 제자분과 함께 주무십시오. 그런데 내일 밤엔 어디서 만날까요? 우리는 웨어 쪽으로 올라갈 겁니다.

낚시꾼: 우린 월섬 쪽으로 내려갈 건대.

코리돈: 그럼, 여기서 다시 만나시죠. 라벤더 향기 짙은 잠자리가 있는 이곳만큼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거든요.

피터: 그렇게 합시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낚시꾼: 잘 자게나.

사냥꾼: 안녕히 주무십시오.

넷째 날

낚시꾼: 아주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피터는 아직 자는 것 같습니다. 먼저, 저와 제자에게 해장술과 고기를 곁들인 아침을 준비해주시고, 낚시하고 돌아오면 시장할 테니 저녁은 고기를 넉넉하게 준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사냥꾼: 스승님, 강으로 가면서 송어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낚시꾼: 그럼, 이 기회를 이용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송어는 보통 지렁이나 날벌레로 잡는데 날벌레는 자연에서 잡은 것과 인공적으로 만든 두 가지가 있답니다. 어쨌거나 이 세 가지로 잡으니 이에 대해서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먼저 지렁이를 살펴보면 지렁이도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지렁이라고 하는 것은 흙 속에서 살지만, 식물에 기생하거나 배설물에서 사는 것도 있고, 사슴뿔 속에 서식하거나 동물의 썩은 시체에 사는 구더기 같은 것들도 있답니다.

물고기들은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지렁이가 다른데, 송어는 갯지렁이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로브웜 또는 듀웜이라 부르는 일반적인 갯지렁이는 대물 송어들이 좋아하고, 붉은줄지렁이는 크기가 작은 송어를 잡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로브웜이나 듀웜이라 부르는 지렁이는 머리는 빨갛고 등에는 줄무늬가 있으며 넓적한 꼬리를 가지고 있어서 다람쥐꼬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게 송어낚시용 미끼로는 제일 좋습니다. 잘 죽지도 않고 힘이 좋아 물속에서 제일 오래 살거든요. 꼭 기억해둘 것은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미끼와에 보이는 반응과는 달리 죽은 미끼에는 물고기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붉은줄지렁이는 오래된 퇴비 더미나 썩은 곳에서 살며 대부분 소똥, 돼지똥, 개똥에서 발견되는데 말똥은 너무 뜨겁고 건조해서 살질 못해요.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무두장이들이 쓰고나서 쌓아 놓은 가죽에 사는 것들이랍니다.

그 외에도 색깔과 모양이 다른 여러 종류의 벌레들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지만 모두가 연어낚시용 미끼로는 그만으로 풀이나 관목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과 하늘을 나는 새로부터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지만 어떤 벌레를 미끼로 사용하든 사용 전에 충분히 해감해야만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군요.

해감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갯지렁이는 밤새 물에 담가두었다가 통에 담아 사용하면 되지만 붉은줄지렁이는 한 시간 이상 물에 담가두면 안 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해서는 지렁이 통에 이끼를 넉넉하게 넣어 주는 것이 좋은데 여름철에는 3, 4일에 한 번, 겨울철에는 7, 8일에 한 번은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붉은줄지렁이가 약해지면 한 숟갈 정도의 우유나 크림을 이끼에 떨어뜨리면 다시 회복시킬 수가 있어요. 그리고 삶은 달걀을 크림과 섞어 뿌려주면 금세 살이 오르고 수명도 오래 간답니다.

그런데 붉은줄지렁이의 몸에 부푼 자국이 보이면 아프다는 징조로 죽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아요. 이끼도 종류가 많은데 수사슴의 뿔을 닮은 것이 가장 좋지만 흔하진 않아요, 그리고 습지에서 자라는 희고 부드러운 이끼는 좋지 않습니다.

건기가 되어 지렁이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호두나무 잎을 짜거나 소금에 절여 땅에 뿌려 두면 밤중에 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끼와 지렁이를 담은 통에 장뇌를 함께 넣어놓으면 강한 냄새를 내기 때문에 더 잘 잡힙니다.

송어낚시는 바닥층을 공략하기 때문에 낚싯바늘과 미끼의 손실이 많은데, 채비의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지렁이 끼는 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붉은줄지렁이는 몸통의 중앙에서 머리 쪽으로 약간 가까운 곳에 바늘을 끼우고 누벼끼기로 바늘을 머리에서 빼낸 다음, 다시 머리에서 처음에 바늘을 끼운 곳까지 누벼서 끼우면 됩니다. 그리고 두 마리를 끼울 때는 함께 끼면 낚싯줄이 꼬이지 않고 바닥에 닿을 수 있습니다.

펭크라고도 부르는 피라미는 3월, 4월이나 되어야 구할 수 있어서 그 전에는 강에서 찾기도 어렵습니다. 피라미는 겨울이면 강으로 이어지는 수로에 몸을 숨기고 진흙이나 수초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겨울철에는 홍수로 물살이 빨라지면 그런 곳에 있기가 힘들기 때문에 물레방앗간이나 둑의 배수구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죠.

피라미는 큰 것보다는 중간 정도의 크기에 흰 것이 제일 좋고, 물살에 부딪히면 물속에서 회전할 수 있도록 바늘에 껴야 합니다.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회전할 수 있게 하려면 바늘은 큰 것을 써야 하며 입으로 끼워 아가미로 빼낸 다음, 다시 한 번 더 입에서 아가미로 끼우고 꼬리에 걸어주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낚싯바늘과 피라미 꼬리를 흰색 실로 묶어서 회전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낚싯줄을 잡아당기면 낚싯바늘과 피라미는 수직을 이룹니다. 이렇게 채비를 마치면 물속에 넣고 시험해 보면서 잘 돌지 않으면 꼬리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약간 돌려서 조정하여 잘 돌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잘 돌아가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빨리 도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피라미가 없을 때는 작은 미꾸라지나 큰가시고기 등 다른 작은 물고기를 사용해도 되는데 3~4일 소금에 절여서 사용하는 것도 좋으며 소금은 천일염을 쓰는 게 좋답니다.

뛰어난 낚시인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계절과 강에 따라 피라미를 구하지 못할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나는 여인이 피라미를 보면서 천을 꿰매어 만든 인조 피라미와 플라이를 사용합니다.

인조 피라미의 몸통은 헝겊으로 만들고, 등 부분은 녹색 명주실로 꿰매어 배 부분으로 내려오면서 연하게 만들어 마치 진짜처럼 보입니다. 배 부분은 흰색이나 은색의 명주실로 바느질하고, 꼬리나 지느러미는 새의 깃털, 눈은 검은 구슬로 만들었으며 머리도 음영이 지게 만들어 진짜 피라미처럼 보이기 때문에 급류에서 서식하는 송어가 속을 수밖에 없어요.

지금 보여드리는 것이 인조 피라미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빌려 가셔서 이걸 샘플로 해서 두세 개 정도를 만들어 보세요. 낚시인들은 이걸 가지고 다니면서 유용하게 사용한답니다.

큰 송어는 매가 자고새를 덮치듯 사냥개가 토끼에게 덤벼들 듯 맹렬하게 피라미에 달려듭니다. 듣기로는 송어의 배에서 160마리의 피라미가 발견되었다고도 하는데 송어가 게걸스럽게 먹었거나 아니면 송어를 제 친구에게 주었던 물레방앗간 주인이 일부러 송어의 목구멍으로 집어넣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송어낚시의 세 번째 미끼인 날벌레는 과일의 종류가 많은 것처럼 종류가 많아서 외울 수도 없을 정도이며 번식방법도 다양해서 놀랍기만 한데 그중에서 애벌레와 팔머 플라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태양과 여름이 강기슭이나 초원을 장식하기 위해 낳은 여러 가지 날벌레와 애벌레 같은 작은 벌레들에 관한 것을 모두 다 얘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낚시인들의 사색의 깊이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벌레의 대부분은 봄철 나뭇잎의 이슬에서 나오거나 풀이나 꽃의 이슬에서도 나오고 또 어떤 것은 콜워트나 양배추에 맺힌 이슬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이슬이 굳으면서 태양열의 작용으로 사흘 만에 부화한다고 플리니우스는 말했습니다.

그 형태와 색깔도 여러 가지여서 단단하고 질긴 것,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 머리에 뿔이 있거나 꼬리가 있고 없는 것, 털이 있는 것, 혹은 다리가 16개나 되는 것이 있는 반면에 하나도 없는 것도 있습니다.

탑셀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다리가 없는 것이라 해도 땅 위나 넓은 나뭇잎 위에서는 바다의 파도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은 애벌레의 알에서 나비가 되고, 이듬해에는 그 알에서 애벌레가 나온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모든 식물은 각각 특유의 날벌레나 애벌레들이 태어나고 자란다고 하는데 저도 완두콩 꼬투리 만한 푸른색 애벌레를 관찰한 적이 있어서 그 탑셀의 얘기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제가 관찰한 것은 배에 8개, 목 부분에 4개, 꼬리 부근에 2개 등 모두 14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지요.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잡은 것을 큰 상자에 넣고 키웠었는데 쥐똥나무의 가지를 주면 개가 뼈다귀를 물어뜯는 것처럼 먹더군요. 이렇게 5일인가 6일을 살면서 두세 번 변색도 했었는데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날벌레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만일 그것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여름철에 강가를 거닐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날벌레들을 잡아먹는 종류로 성장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런 대형 날벌레 외에 무엇으로부터 태어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날벌레도 있는데 그것들 대부분 다른 날벌레에 잡아먹히거나 하는 등 수명은 1시간을 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자연계의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날벌레에 대해 얘기하는 것들을 모두 소개하자면 끝이 없지만, 울리세 알드로반디나 탑셀이 팔머 애벌레에 관해 이야기한 것들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벌레는 특정한 약초나 잎에 살면서 그 약초나 잎을 먹으며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반면 이것은 일정한 곳에 서식하지 않고 먹는 것도 다양하기 때문에 순례자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팔머 애벌레의 색깔은 매우 아름다우며, 다음 달이면 버드나무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데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팔머 애벌레의 입술은 노랗고 눈은 칠흑같이 검으며 이마는 자주색, 발과 뒷부분은 초록색, 두 갈래의 꼬리는 검은색이고 몸 전체는 ×자 모양으로 약간 비스듬한 성안드레아 십자가를 닮았습니다. 그리고 목에서 어깨를 따라 붉은 반점이 덮여 있으며 새하얀 선이 등 뒤에서 꼬리까지 이어져 있어서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그런데 이 벌레는 어느 시기부터 갑자기 먹이활동을 멈추고 번데기라고 하는 신비한 껍데기에 싸여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은 듯 겨울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른 애벌레들이 여러 종류의 날벌레로 바뀌듯이 이 애벌레 역시 그림 같은 나비로 변신한답니다.

이제 우리의 산책도 마쳤으니 저의 얘기도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인동 울타리 밑에 앉아, 피터가 당신에게 빌려준 낚싯대에 맞는 낚싯줄을 찾아보면서 바르타스의 시를 인용하여 내가 한 말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의 지혜로움은 모든 생명에게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으며

사랑의 여신의 힘을 빌지 않고도

생명을 창조하셨도다.

차가움은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만들었고

샐러맨더는 백 번의 겨울을 몸에 지닌 아이를 가져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꺼뜨리도다.

용광로 같은 불길 속에서

태어난 날벌레 페라우스타는

불이 없인 죽음이요,

불과 함껜 환희로 가득해라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그곳에서,

하늘의 목동자리는 아래에 있고

땅에선 거위가 부화를 하며

열매 없는 잎사귀는 물에 떨어져

어느샌가 새가 되어 날아가누나.

부서진 배는 썩어

그 판자는 따개비가 되는구나

놀랍고도 놀라워라!

처음엔 푸르렀던 나무였다가

나중엔 부서진 배가 되었고

그 뒤엔 버섯이 되었다가

지금은 갈매기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구나.

사냥꾼: 스승님, 오늘 아침 산책은 제게 기쁨과 경이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송어가 가장 좋아하는 플라이를 만드는 방법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낚시꾼: 지금이 5시니까 우선 9시까지 낚시를 하고, 아침을 먹읍시다. 우선 저기 보이는 단풍나무의 뿌리에 난 구멍에 술병을 넣어놓으세요. 나는 식사시간이 되면 낚시가방에 있는 소금에 절인 고기와 무를 가지고, 든든하게 먹을 아침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으면서 플라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여기 당신이 쓸 낚싯대와 낚싯줄이 있으니, 내가 가르쳐 준 것을 참고하여, 고기를 잡아보십시오.

사냥꾼: 스승님, 감사합니다. 가르쳐 주신 대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낚시꾼: 봐요! 당신이 지금 잡은 것이 바로 송어예요. 뜰채를 송어의 밑으로 넣는데, 될 수 있으면 낚싯줄은 만지지 않도록 하세요. 낚싯줄이 서로 꼬이면 모든 게 엉망이 되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하세요. 잘했습니다.

들고 있는 낚싯대를 내려놓고 이쪽으로 오세요. 지금 또 입질이 왔습니다. 이리 와서 끌어내는 것을 도와주세요. 오늘 저녁엔 맛있는 생선요리를 먹을 수 있겠어요.

사냥꾼: 저도 생선요리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저는 잡지 못하는 걸 보면, 제가 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장비도 스승님께서 사용하시는 거만 못하고요.

낚시꾼: 그러면, 내 걸 가지고 해보세요. 내가 당신이 쓰던 낚싯대로 해보겠습니다. 보세요. 또 한 마리 잡았습니다. 좀 전에 했던 것처럼 뜰채로 건지세요. 또 다른 낚싯대에도 입질이 왔어요. 아! 이런. 줄이 끊어지면서 바늘도 없어졌네요.

사냥꾼: 큰 녀석이었는데 놓쳐서 정말 아깝습니다.

낚시꾼: 놓친 게 아니랍니다. 손에 쥐지도 않았던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냥꾼: 스승님, 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낚싯대로는 잡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운이 없나 봅니다.

낚시꾼: 잘 봐요, 또 한 마리를 잡았지요? 이제 6마리를 잡았으니 아침을 먹으러 갈까요? 가면서 짤막한 얘기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학자라기보다는 설교사라고 해야 더 적당한 분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교구의 승인을 얻기 위해 설교를 했답니다. 좀 전에 내가 학자라고도 말했잖아요? 그분이 한 설교 중에서 동료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있는데 그분의 동료 중 한 사람이 사본을 얻어, 설교를 하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 지금부터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설교의 사본을 빌려간 사람은 그것을 보면서 열심히 설교했지만, 신도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설교사본을 빌려 갔던 친구가 그분에게 불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요.

“나는 네게 바이올린은 빌려줬지만,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활은 빌려주지 않았어. 모는 사람들이 내가 쓴 가사로 내게 맞는 노래를 만들 수는 없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이 말인즉슨, 설교할 때 발음이 나쁘다거나, 단어의 악센트가 좋지 않으면 설교를 망칠 수 있는 것처럼 낚싯줄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거나, 낚시하는 위치가 나쁘다든지 하면 조과가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이랍니다.

당신은 송어를 잡은 나의 낚싯대와 채비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바이올린을 켜기 위한 활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느 손으로 낚싯줄을 운용해야 하고, 또 어떤 길이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바로 이런 것들을 당신에게 가르쳐 드릴 겁니다. 내가 낚시는 예술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겠지만, 낚시는 꾸준한 연습과 관찰이 함께 축적되어야만 숙달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지렁이로 송어를 잡을 때는 물살에 맞는 무게의 추를 사용해야지,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추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즉 물살이 빠른 곳에서는 여분의 무게를 달아 미끼를 바닥에 가라앉혀야 하지만 미끼가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무겁게 추를 달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기도를 하고 아침을 먹도록 합시다. 내가 준비한 아침이 어떻습니까? 이 고긴 정말 맛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해를 가려주는 여기 단풍나무 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사냥꾼: 모든 것이 완벽하고, 제 배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레스우시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그는 “가난하거나 굶주린 사람들은 전에 먹은 것이 소화되기도 전에 다른 음식을 탐합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완전히 소화되어 위가 비었을 때라야 다시 음식을 먹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진리라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존경받지 못하는 군주가 되느니 예의를 알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며, 절제할 줄 아는 낚시인이 되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침의 식사는 제가 그동안 받았던 그 어떤 값비싼 대접들보다도 더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신 주님과 스승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스승님, 이제는 약속하신 플라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가르쳐 주십시오.

낚시꾼: 이제부터 알려줄 텐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 아주 재주가 많으며 뛰어난 플라이 낚시꾼인 내 친구에게서 들은 것까지도 모두 전해드리겠습니다. 물 위에서 사용하는 플라이는 12가지가 있는데 물살이 세고 바람도 강해 자연의 날벌레들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 사용합니다.

첫 번째는 3월에 사용하는 던 플라이(Dun-fly)로 몸통은 회갈색의 순모로 만들고 날개는 자고새의 깃털로 만듭니다.

두 번째는 또 다른 던 플라이(Dun-fly)로 몸통은 검정색의 순모로 만들고 날개는 검은 오리의 깃털과 꼬리 아래의 깃털로 만듭니다.

세 번째는 4월에 사용하는 스톤 플라이(Stone-fly)로 몸통을 검은 순모로 만드는 것은 같지만 날개 밑과 꼬리 아래는 노란색으로 만들기 위해 수오리의 날개털을 이용합니다.

네 번째는 5월 초에 쓰는 루디 플라이(Ruddy-fly)로 몸통은 붉은 순모에 검은 명주실을 감아 만들고, 날개는 수오리의 털과 거세한 닭털로 만들어 그것이 배에서 꼬리 쪽으로 흘러내리도록 만듭니다.

다섯 번째는 5월에 쓰는 연두색의 플라이로 몸통은 노란색의 순모, 날개는 붉은 수탉의 목털이나 꼬리털로 만듭니다.

여섯 번째인 블랙 플라이(Black-fly) 역시도 5월에 쓰는 것이며 몸통은 검은 순모로 만들어 공작의 깃털로 감쌉니다. 그리고 날개는 거세한 수탉의 머리에 있는 파란 털로 만듭니다.

일곱 번째는 새드 옐로우 플라이(Sad-yellow-fly)로 몸통은 검은색의 순모로 만들고 그 양옆은 노란색 테두리를 두르며 날개는 독수리의 깃털로 만든 다음에 검은 오리의 깃털로 감쌉니다.

여덟 번째는 무어리시 플라이(Moorish-fly)로 몸통은 약간 거무스름한 순모로 만들고 날개는 검은 오리의 가슴털로 만듭니다.

아홉 번째는 6월 중순에 쓰는 토니 플라이(Tawny-fly)로 몸통은 황갈색 순모로 만들고, 날개는 야생오리의 흰 가슴털을 서로 맞대어 짜서 만듭니다.

열 번째는 7월에 쓰는 와스프 플라이(Wasp-fly)로 몸통은 검은 순모로 만들고 노란 명주실을 둘러주며 날개는 수오리의 독수리의 깃털로 만듭니다.

열한 번째는 7월 중순에 쓰는 셸 플라이(Shell-fly)로 몸통은 녹색 순모에 공작새의 꼬리털을 덧대어 만들고 날개는 독수리의 깃털로 만듭니다.

열두 번째는 검정색의 드레이크 플라이(Drake-fly)로 8월에 사용하기에 적당하며 검은 순모로 만든 몸통을 검정색 명주실로 감아주고, 날개는 검은 오리의 가슴털로 만듭니다.

이것을 모두 갖추면 당신은 송어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선고하는 열두 명의 배심원단을 갖춘 게 되는 셈이지요.

다음은 플라이 낚시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토마스 바커씨가 설명한 것을 조금 쉽게 풀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낚싯대는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좋은데 나는 2절대를 주로 사용한답니다. 그리고 바늘에서부터 60~80㎝ 정도의 길이를 부는 목줄의 굵기는 낚싯줄의 3~4가닥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가늘수록 좋습니다.

만일 한 가닥의 실로 낚시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만, 낚싯줄은 너무 길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길면 휘두르기에 불편하니까요.

그리고, 해를 마주 보면서, 바람은 등에 지고 낚시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낚싯대의 그림자는 물론 낚시인의 그림자가 물에 비치지 않아서 물고기에게 경계심을 주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낚시를 망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이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3월 중순까지는 송어를 잡아서는 안 되지만, 4월에는 날씨가 어둡고, 바람은 약간 불면서 구름이 많은 날을 골라, 나방의 유충인 팔머웜으로 낚시를 하면 틀림없이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도 종류가 많고 여러 가지 색깔이 있으며 팔머웜과 메이플라이가 플라이낚시의 기본 채비라고 할 수 있는데, 만드는 방법을 지금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명주실을 바늘의 안쪽으로 향하게 하여 묶습니다. 그리고 청둥오리의 갈색 털을 잘라서 바늘의 크기에 맞게 자른 다음, 깃털의 바깥 부분이 바늘에 닿도록 하면서 깃털을 바늘의 허리에 붙입니다.

그런 다음에, 처음에 바늘에 감은 것과 같은 명주실로 서너 번 감아서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청둥오리의 털이 없으면 수탉이나 거세한 수탉의 목덜미 털을 써도 되고, 물떼새의 머리털을 사용해도 되는데, 먼저 깃털의 한쪽을 떼어내고 명주실이나 털실 또는 금실, 은실로 바늘의 굽은 부분의 아래쪽에 단단히 묶어줍니다.

여기까지 만들고 나면, 다음에는 바늘이나 시침으로 깃털을 둘로 나누어 바늘의 아래쪽에 감았던 명주실로 깃털 사이를 열십자로 감고, 엄지손가락으로는 깃털의 끝을 바늘의 굽은 부위로 구부려줍니다. 그다음엔 바늘을 서너 차례 감고 나서 전체의 균형을 살핀 다음, 이상이 없으면 마무리하면 됩니다.

좋은 플라이를 만들려면 손재주가 있으면 좋은데, 손재주가 없더라도 연습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만든 플라이를 많이 보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감각 있는 낚시인들은 강가에 나가 그날 많은 날벌레는 무엇인지 살피고, 송어가 그 날벌레를 먹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날벌레와 비슷하게 플라이를 만들어 송어를 잡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지런한 낚시인들은 언제나 플라이를 만들 수 있도록 갖가지 재료들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죠. 제대로 플라이를 만들 수 있게 되고, 포인트의 선정과 날씨에 따른 채비의 운용방법을 익히게 되면 더욱더 플라이 낚시의 매력이 빠지게 될 것입니다.

사냥꾼: 스승님,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저는 라플란드로 가겠습니다. 그곳에는 정직한 마녀가 살고 있는데 어떤 바람이라도 살 수 있으며, 값도 싸다고 합니다.

낚시꾼: 나는 그런 곳에 가서 바람을 사지 않을 것이고, 이 나무 밑에서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봐요, 드디어 비가 내리는군요. 구름을 보니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여기 단풍나무가 비를 피하기엔 안성맞춤입니다. 비를 피하고 있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송어를 잡는 플라이낚시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바람은 남풍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어떤 낚시인은 “남풍이 불면 미끼는 물고기 입으로 들어간다.” 말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남풍 다음으로 좋은 것은 서풍이고, 동풍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얘기했으니 세 번째로 좋은 바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인지 아시겠죠? 전도서 11장 4절의 “풍세를 살펴보는 자는 파종하지 못할 것이요 구름만 바라보는 자는 거두지 못하리라.”는 솔로몬의 말처럼, 동풍이 불면 앞으로 추워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는 것도 미신에 사로잡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좋은 바람은 서풍인데, 보기 흉한 색깔을 가진 좋은 말이 없듯이 아주 흐린 날이나, 혹한의 추위만 아니라면 나는 크게 관계치 않으며, 이것을 규칙으로 삼아 낚시를 합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물고기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깊은 곳이나 강의 바닥에서 생활하며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송어를 잡기 위한 플라이낚시에 대해서 알려드리기로 약속했었는데, 약으로 쓰기 위해 소금을 넣지 않고 만드는 오월의 버터를 만들 때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릴 기세니 말씀드릴 시간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메이 플라이(May-fly)는 녹색 털실이나 황록색의 털실로 만드는 것이 좋고, 왁스를 칠한 명주실이나 검은 머리카락이나 은실로 옆구리를 장식하는데, 날개는 반드시 계절에 따라 날아다니는 날벌레의 날개와 같은 색깔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크 플라이(Oak-fly)는 검은 바탕에 오렌지나 황갈색으로 장식하고, 날개는 청둥오리의 깃털로 만듭니다. 이 두 가지가 플라이낚시에서 가장 좋은 것이랍니다. 플라이낚시를 하든, 지렁이 낚시를 하든, 낚시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물 가까이는 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물 흐름을 따라가며 낚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플라이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되도록 낚싯줄은 물에 닿지 않도록 하면서 플라이만 수면 위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플라이를 던질 때도 물의 흐름에 맞추어서 던져야 합니다.

바커씨는 금실과 은실로 몸통을 장식한 것이나, 검은색, 검 붉은색, 붉은색 실로 몸통을 장식한 팔머 플라이도 좋다고 추천합니다.

그리고 호손 플라이(Hawthorn-fly)도 괜찮은데, 검고, 작을수록 좋습니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과 달리 몸통은 오렌지색 털실로 꾸미고, 날개는 갈색으로 만든 오크 플라이(Oak-fly)도 괜찮습니다.

맑은 날에는 공작새의 깃털로 만든 플라이가 적합합니다. 그러므로 낚시인의 가방 안에는 공작새의 깃털과 메뚜기를 만들기 위한 명주실과 털실은 항상 들어있어야 합니다.

명심할 것은 플라이는 작을수록 좋다는 것과, 흐린 날에는 밝은색의 플라이를 사용하고, 맑은 날에는 짙은 색의 플라이를 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상황에 맞게 플라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가방 안에는 채비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두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사람이 만든 플라이가 아니고, 자연의 날벌레를 이용하여 낚시를 하는 것도 아주 큰 묘미가 있는데, 자연의 날벌레를 찾는 방법을 지금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이 플라이(May-fly)는 강가에 많으며, 특히 비가 오기 전에 많이 볼 수 있고, 오크 플라이(Oak-fly)는 5월 초순부터 8월 하순에 걸쳐 떡갈나무와 물푸레나무의 뿌리와 줄기에서 서식하며, 갈색을 띠고 머리를 뿌리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작고 검은 호손 플라이(Hawthorn-fly)는 산사나무의 잎이 나기 시작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살아있는 자연 날벌레를 미끼로 사용할 때는 처브를 잡는 방법을 설명할 때 알려준 것과 같이 낚싯줄은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쓰러진 나무 밑이나 깊은 구덩이에 있는 메뚜기도 좋은 미끼입니다. 이처럼 살아있는 미끼를 사용할 때는 항상 움직이도록 만들어 생동감 있게 하면, 물고기의 입질을 유도할 수 있어서 반드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더운 날 저녁에는 분명히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소나기도 그쳤으니, 플라이낚시에 대한 얘기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세요. 얼마나 멋진 풍경입니까? 비 온 뒤의 흙냄새마저 향기롭게 느껴지지 않나요?

지금처럼 멋진 날과 꽃들에 대해 노래한 허버트씨의 시를 떠올려보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그런 다음에 강으로 가서 조용히 앉아, 송어를 잡도록 합시다.

화창하고, 상쾌하고, 고요하고도 밝은 오늘은

마치 땅과 하늘의 결혼식 같구나

그러나 밤에는 달콤한 이슬도 눈물 흘리며

사라지는 그대를 슬퍼하누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향기로운 장미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만

뿌리는 무덤 속에 있어서

사라지는 그대를 슬퍼하누나!

향기로운 장미 가득한 어느 봄날

바구니엔 향기가 가득하고

노랫소리는 그 끝을 알리며

사라지는 모든 것을 슬퍼하누나!

오로지 달콤하고 고결한 영혼만이

오랜 세월 견뎌온 나무들처럼

숯이 되어 사라진다 해도

그대만은 영원토록 살아있으리!

사냥꾼: 플라이낚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그 누구에게도 죄를 짓지 않고 보낼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허버트씨의 아름다운 시까지 들려주셔서 스승님께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허버트씨도 낚시를 무척 사랑하셨다고 하는데, 스승님께서도 그분을 칭찬하시는 걸 보면 그분이 낚시를 사랑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낚시꾼: 만족했다니 나도 얘기를 한 보람을 느낍니다. 허버트씨의 시가 마음에 드신다니 이번에는 나의 친구이자 훌륭한 학자이면서 목사인 사람이 기도서를 소재로 쓴 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분명히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낚시인들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잖습니까?

책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기도서가 보급됨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

은혜에 감사하고

주님께 탄원함은

시간도 장소도 필요 없는

순수한 마음이면 족하리.

규범은 형식일 뿐

마음으로 기도함이 제일이라네.

홀로 기도하는 자여

깊은 믿음에는

자유가 따를지니

그 믿음 세상이 모른다 해도

주님은 조용히 지켜보신다오.

대중을 인도하며 기도하는 이여

너 또한 그와 같이

믿음으로 기도하면

대중들의 기도 또한 진실하리니

그들의 기도를 강요하지 말아라.

믿음은 말로 생명을 얻고

참된 기도는

대중을 편케 하라니

주님의 말씀 되새기는 기도는

모든 기도의 근본이라오.

CH. 하비

이제, 고기가 잡혔는지 낚싯대를 두고 온 곳으로 가서 아무 낚싯대나 골라서 올려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밤 동안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물고기가 잡히기를 바라는 것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버질의 티티우스와 멜리비우스가 너도밤나무 아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단풍나무 밑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변호사는 일에 바쁘고, 정치가는 음모를 꾸미느라 정신없을 때, 우리는 이렇게 강둑에 앉아, 새소리 들으며 은빛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낚시인의 삶보다 나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

보틀러 박사는 “하느님께서는 더 맛있는 딸기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는데, 이건 낚시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하느님께서는 낚시보다 더 고요하고 평화로운 오락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나는 앵초가 만발한 이곳 둑에 앉아 들판을 바라보면서 찰스 황제가 플로렌스시를 쳐다보면서 “따분한 기념 축일 외에는 너무나 유쾌한 시간들 뿐이었다.”고 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을 시로 만들어봤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들려드리죠.

낚시인의 소원

꽃들에 둘러싸여

수정같이 맑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낚싯대를 드리운 채

사랑을 나누는 비둘기를 본다.

둑에서 부는 서풍

내 맘을 다독여 살찌게 하고

맑은 이슬은 꽃봉오리에 입맞춤하네

샘이 난 사월의 소나기는

비를 뿌린다

케나의 노랫소리 아련히 들리고

까마귀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네.

종달새는 부지런히 둥지를 틀어

지친 영혼, 쉬게 하누나

세상사 돌아보면

모두가 부질없는 번민인 것을

나 이제 모든 시름 던져버리고

이곳에서 기쁨을 맘껏 누리리.

손엔 책을 들고

나의 애견, 브라이언과

쇼포드 브룩의 강가를 거닐며

맛있는 점심과

석양의 아름다움도 맘껏 즐기리

때론 명상으로 평온을 얻고

때론 낚시로 번민을 떨쳐

고요하고 즐거운 생을 즐기리.

시를 짓고 나서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낚시를 함께 하곤 하는 친구 한 명이 인동 울타리 밑에 앉아 있는 게 보이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친구는 당신에게 소개해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그에게 다가갔죠. 그리고 아주 재미난 광경을 보았는데, 비도 계속해서 내리니, 그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앉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시 무리가 있었고, 그 곁엔 또 거지들이 있었습니다. 집시들은 그 주에 번 돈과 훔친 옷감과 닭이라든가, 속여서 우려낸 돈이나 점을 봐주거나 눈속임을 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번 것을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합해도 겨우 20실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잔돈은 그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주기로 합의를 하고, 20실링은 4명의 집시 우두머리가 지위에 따라 나눠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첫째 우두머리가 20실링의 1/3인 6실링 8펜스를 가져갔지요.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우두머리가 20실링의 1/4인 5실링을 가지고, 세 번째 우두머리는 20실링의 1/5인 4실링을 가지고, 네 번째 우두머리는 1/6인 3실링 4펜스를 가지고 갔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이죠.

6실링 8펜스의 3배는 20실링

5실링의 4배는 20실링

4실링의 5배는 20실링

3실링 4펜스의 6배는 20실링

그런데, 돈을 나눈 집시가 4명에게 정확히 계산한 금액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실링을 가로챈 것이었죠.(12페니가 1실링) 즉 분배한 돈을 모두 합하면 19실링밖에 되지 않지만 4명의 집시 우두머리는 어떻게 1실링이 남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 4명은 1실링을 가로챈 사람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남는 1실링을 자기가 가져야 한다고 우기기만 할 뿐이었죠.

이런 모습은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하다는 집시들도, 돈 앞에서는 그들의 관계가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20년간의 일만 보더라도 돈이란 터무니없는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시들은 현명하여,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루크와 샤크, 그리고 이젠 고인이 된 영국인 구스만을 중재자와 심판자로 내세워 문제를 해결하더군요. 그리곤 인동나무 울타리를 떠나 점을 치거나 사람을 속이면서 번 돈으로 마을을 옮겨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집시들이 떠나자 이번에는 거지들이 외투를 입는 것과 벗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쉬운지를 두고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여자 거지 한 명이 두 가지 모두 같다고 말하자, 입는 것과 벗는 것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면서 누군가가 나섰고, 또 다른 거지는 자기는 벗는 게 더 쉬우므로, 당연히 입는 것보다 벗는 것이 쉽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또 누군가는 반론을 제기하고.

아무튼, 이런 질문과 대답이 20번 이상이나 계속되면서 참을성 있는 완고한 분리주의자의 모습처럼 진지하고 끊임없는 논쟁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인원수도 그리스의 나인 뮤지스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거지들이 옷을 벗는 것이 쉽다느니, 입는 것이 쉽다느니 하면서 떠들어대니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보다 못한 거지가 한 명이 나서서 “극작가 벤 존슨이 연극 거지 숲(Beggar’s Bush)에서 거지왕으로 캐스팅했던 클로즈 신부가 월섬 크로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술집에 머물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논쟁하지 말고, 그분에게 맡기도록 합시다.

그 신부님은 정확한 분이시니까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젠 노래 부를 순서를 정하도록 합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그의 말에 찬성하고 노래 부를 사람을 정했는데 제일 젊은 여자 거지가 선정되었고, 그녀는 40년 전에 만들어진 프랭크 데이비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후렴구는 모두가 함께 합창을 하더군요. 그 노래는 다음과 같으며 첫 소절은 후렴구입니다.

햇볕도 따스하니 즐겨라, 거지들아

오늘 먹을 음식도 충분하구나

달콤한 바이올린 소리에

우리의 딱따기도 신이 난다네

거지가 모이면 즐거움이 가득하고

거지의 삶은 임금의 삶과 같아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잔다

가고픈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으며

햇볕도 따스하니 즐겨라, 거지들아

오늘 먹을 음식도 충분하구나

세상은 우리들의 것

우리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고

이 세상 모든 것도 모두 우리 것

들판과 거리마다 가득한 거지

넘치는 욕심도,

지키려는 두려움도 없는 우리이기에

잠에서 깨지도 않는다네

햇볕도 따스하니 즐겨라, 거지들아

오늘 먹을 음식도 충분하구나

우리의 겉옷엔 이와 벼룩이 가득

내 몸을 물어뜯는 이와 벼룩은

죽음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하네

그 누가 거지를 무어라 해도

오로지 거지만이 평화롭구나

햇볕도 따스하니 즐겨라, 거지들아

오늘 먹을 음식도 충분하구나

사냥꾼: 스승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즐거운 노래를 만든 분과 이 노래를 기억하고 계시는 스승님 모두 멋진 분들이십니다.

낚시꾼: 그러나 당신이 오늘 밤까지 만들겠다고 했던 노래는 잊지 않았지요? 순박한 코리돈도 나와 당신의 노래를 들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 노래를 배운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거든요.

이제 비도 그쳤으니 강으로 천천히 나가봅시다. 송어를 잡기 위해 놓아둔 낚싯대에 얼마나 이자가 붙었는지 알아봅시다.

사냥꾼: 스승님, 저기 물고기가 있습니다. 아! 도망쳤습니다.

낚시꾼: 정말 큰 놈이었는데, 아깝습니다. 내가 그 낚싯대를 잡고 있었더라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요. 내가 그 낚싯대를 잡고 있었다면 예전에 잡은 크기 정도만 아니었다면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해 끌어올렸을 겁니다.

예전에 잡았던 송어는 체고가 높고 길이도 긴 대물이어서 그림으로 그린 다음, 웨어에 있는 조지 여관의 주인인 리카비씨가 벽에다 걸어두었답니다. 그렇게 큰 대물은 급하게 끌어올리면 안 되고 물속에서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올려야 합니다.

나는 대물을 올릴 때는 항상 그렇게 하는데, 당신도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낚시란 물고기를 잡는 예술이니 말입니다.

사냥꾼: 하지만 스승님,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대물이란 혹시 연어가 아닌지요?

낚시꾼: 그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토끼가 매년 성이 바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즉, 암컷이 수컷이 되고, 수컷이 암컷이 된다는 거죠. 학자들 중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토끼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토끼가 성전환한다는 것은 메릭 카소본 박사가 쓴 ‘신기한 일들(Of Credible and Incredible Things)’을 참고할만 합니다.

그 책에는 유명한 의사인 가스파 포이케루스(독일인이며 정확한 이름은 카스파 포이케르: Caspar Peucer)가 “1년에 한 번은 늑대로 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온 것이 연어인지, 아니면 바다로 돌아가지 않았던 다른 종류의 물고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그 모양이나 색깔 및 반점으로 보건대 송어였다고 확신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냥꾼: 하지만 스승님, 제가 놓친 송어는 죽겠죠? 바늘을 삼킨 채 도망갔으니까요.

낚시꾼: 그렇지 않습니다. 목구멍으로 삼키지 않은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답니다. 물속에서 바늘은 녹슬어 없어지거든요. 그건 돌이 말굽 속에 들어가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만 약간 남기고 닳아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낚시를 해볼까요? 보세요, 바보 같은 처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훌륭한 먹거리가 되는 물고기고, 우리 친구 피터와 코리돈도 좋아할 겁니다.

다시 비가 내리니, 미끼를 달고 물에 던져두고 단풍나무 밑에 가서 낚시에 대한 얘기나 계속합시다. 나는 당신을 어엿한 낚시인으로 만들어 드릴 겁니다.

사냥꾼: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낚시꾼: 연어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송어에 대해서 몇 마디를 더하고, 이어서 강꼬치고기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송어낚시는 낮에도 할 수 있고, 밤에도 할 수 있지만, 밤에는 큰놈들이 기어 나온답니다. 밤낚시는 될 수 있으면 큰 지렁이를 두 마리 달고, 물 위에 띄우는데, 밤에는 미끼가 보이지 않으므로 물흐름이 별로 없는 곳이 좋습니다.

명심할 것은 강물은 반드시 흐름이 느려지면서 고이는 듯한 장소가 반드시 있고, 그 아래엔 반드시 송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장소의 수면에서 미끼를 천천히 움직여주면 송어는 틀림없이 입질을 할 것입니다.

밤낚시는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더 좋습니다. 어두울수록 송어는 대담해져서, 헤엄치는 개구리나 물쥐를 노리고 덤벼듭니다.

송어는 숨어 있던 은신처에서 수면에 이는 물결만 보고도 공격하며, 특히 대물 송어는 영리하면서 경계심도 많아서 낮에는 겁많은 토끼처럼 은신처에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튼튼한 낚싯줄과 큰 낚싯바늘을 작은 걸 써야 하며, 낮낚시 비해 밤낚시 할 때는 송어가 바늘을 삼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입질이 온다고 바로 챔질하지 말고, 바늘을 삼키기를 충분히 기다렸다가 챔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 어두운 밤이 아니라면 밝은색의 플라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대물 송어는 물에 떠내려가는 죽은 쥐나 헝겊이 움직이는 걸 보고도 삼키려고 할 겁니다.

그러나 나는 밤낚시는 자주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 우리처럼 낮에 함께 낚시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햄프셔는 물살이 빠르고 얕으면서 깨끗하고 송어가 살기에 쾌적하여 송어의 개체 수가 많은데, 그곳에서는 밤에 횃불이나 짚 다발에 불을 붙여 송어를 모은 다음, 송어를 잡기 위한 창을 써서 잡아낸다고 합니다.

나는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이런 방법으로 송어를 잡는 것을 결코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사냥꾼: 송어는 밤에 보지 못합니까?

낚시꾼: 그렇지 않아요. 송어는 밤에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냄새도 맡는답니다. 게스너에 따르면 수달은 8㎞ 밖에 있는 물고기의 냄새도 맡는다고 하고,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프란시스 베이컨 경은 그의 저서 ‘자연사’에서 물이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증거라면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기도 합니다.

“깊은 물 속에서 두 개의 돌을 부딪치면, 물가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음향의 감소 없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베이컨 경은 배에서 닻을 내리면, 바다 밑의 바위나 모래에 닿으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도 실험하였습니다.

이처럼 그 방면의 전문가에 의해 증명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서 장어는 천둥소리를 듣고는 움직여도, 천둥소리에 의해서 발생하는 땅의 진동에 의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되었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의 얘기를 듣고 나서, 잉어는 먹이를 줄 때 치는 북소리나 종소리를 듣고 모여든다고 말하는 사람을 비웃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싶답니다. 그러므로 베이컨 경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낚시할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베이컨 경이 뭔가 특이한 것을 주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명한 조지 헤이크윌 박사도 이런 주장을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헤이크윌 박사는 그의 저서 ‘신의 권능과 섭리에 대한 변명’에서 플리니우스의 말을 인용하여, 로마 황제 중 한 사람이 그가 소유하던 양어장의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각 물고기의 이름을 부르면, 그 이름을 가진 물고기들이 다가왔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한 야고보서간 3장 7절에는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과 길짐승과 바다 생물이 인류의 손에 길들여질 수 있으며 또 길들여져 왔습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플리니우스는 드루수스의 아내 안토니아가 칠성장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보석과 귀걸이를 달아주는 등 정성을 다해 길렀지만 결국 죽고 말자,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황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로마의 풍자시인, 마르티알리스가 다음과 같은 시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낚시꾼, 추방, 범죄 등등

죄가 두렵다면 낚시를 하지 말라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모두 신의 것이므로

세상을 다스리는 분의 손을 핥아주는

물고기처럼 위대한 것은 세상에 없다.

이름 불린 물고기는

응답하여 신에게로 나아간다.

이 시를 읽은 분들에게 바라는 것은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낚시인이라면 설령 고지를 못 잡더라도 욕을 하거나 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헤리퍼드셔에 있는 레민스터 근처에 있는 들판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그 들판의 풀은 다른 어떤 풀보다도 양을 살찌게 하여 좋은 양털을 생산하게 해줍니다.

다시 말해서, 그 들판의 풀을 먹은 양들은 이전보다 훨씬 좋은 양털을 생산하지만, 다시 이전의 들판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자라는 풀을 먹으면 질이 떨어지는 양털을 생산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면 좋은 양털을 생산한다는 거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송어도 어떤 풀밭 근처의 강에서 잡힌 것은 색깔이 허옇고, 약하며 벌레가 많은 반면, 또 다른 풀밭 근처의 강에서 잡힌 송어는 붉은빛을 띠며, 기름기가 흐르고 맛도 훨씬 좋다는 것입니다.

나의 경험에 비춰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풀밭이 근처에 있는 강에서 색깔도 좋고, 체구도 멋진 송어를 많이 잡은 적이 있거든요. 전도서 3장 11절에 있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는 말처럼 모든 생물은 선호하는 장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턴 연어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계획을 약간 변경하여 그레일링의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그레일링은 모양과 먹이를 먹는 습성 등은 송어와 유사하며, 그레일링에 대한 설명을 마치면, 이어서 연어에 대해서 얘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어대전 제4장: 송어의 생태와 번식에 대한 관찰 및 잡는 방법과 우유 짜는 여인의 노래

조어대전 제4장: 송어의 생태와 번식에 대한 관찰 및 잡는 방법과 우유 짜는 여인의 노래

낚시꾼: 송어는 우리 영국과 외국에서 모두 높이 평가되는 물고기입니다. 옛 시인은 포도주가 최고라고 말했다 하고, 우리 영국인은 사슴고기가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송어야말로 최고의 물고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슴이 제철이 있는 것처럼 송어도 제철이 있습니다.

콘라트 게스너에 의하면 트라우트라는 이름은 독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송어는 물색이 맑고 물살이 빠른 곳에 서식하며 딱딱한 자갈 위에서 먹이를 먹는데 숭어가 바닷물고기의 최고이듯이 송어는 민물고기 중의 최고라고 합니다. 제철의 송어는 어떤 미식가의 입맛도 사로잡으니까요.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말씀드리지만 새끼를 출산하지 않은 암사슴이 여름에 맛이 좋은 것처럼 산란하지 않은 송어는 겨울에도 맛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5월이 가장 맛있으며 이후부터는 암사슴처럼 맛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 영국의 물고기와 독일이나 다른 나라의 물고기는 크기나 모양 및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른데, 이런 점은 송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콘라드 게스너에 따르면 레만 호와 제네바 호에는 3큐빗(약 135㎝)이나 되는 송어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는 제네바 호수에서 잡히는 송어는 유명한 도시에서 판매되는 것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알아야 하는 것은 크기는 작지만 송어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은 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켄트에 있는 작은 강으로 송어가 엄청나게 많은데 한 시간에 20마리~40마리나 잡히지만 모샘치(gudgeon: 물고기 이름)만큼 큰 것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그밖에도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강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만, 특히 윈체스터나 윈저 근처의 템즈강에서는 샘릿이나 스케거 송어로 불리는 어린 송어들을 얼마든지 잡을 수가 있는데 저도 그곳에서 20~40마리 정도를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녀석들은 피라미처럼 입질이 활발해서 잡는 건 일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것을 어린 연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청어보다도 크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켄터베리 근처에 있는 켄트에는 포디지 송어(Fordidge Trout)라고 불리는 송어가 있는데, 이것은 잡히는 지역의 마을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아주 희귀종입니다. 대부분이 연어 정도의 크기이지만 색깔이 다르고, 봄에 잡히는 녀석들은 살이 희답니다.

이젠 고인이 된 조지 헤이스팅스 경이 한 마리를 잡았을 뿐 낚시로 이 물고기를 잡은 사람은 아직까진 아무도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송어는 배가 고파서 미끼를 무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덤비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나 그 이전의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송어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서 배를 갈라보았지만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믿을만한 저술가에 따르면 메뚜기나 어떤 종류의 물고기는 입은 없지만, 다공성의 아가미로 호흡하고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하는데 까마귀는 알이 부화하면 전혀 돌보지 않고 하느님의 손에 맡겨 둔다는 것을 생각하면 믿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시편(시편 147편 9절)에서 “가축에게도, 우짖는 까마귀 새끼들에게도 먹이를 주시는 분”이라 말씀하고 계시잖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이슬이나 둥지에 서식하는 벌레를 먹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법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예레미야서(예레미야서 8장 7절)의 하늘을 나는 황새도 제철을 안다는 말처럼 포디지 송어도 1년 중 9개월은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나머지 3개월은 포디지 강에서 금식을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은 금어기를 철저하게 지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포디지 강에 다른 어떤 강보다 많은 송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섹스 주도 여러 종류의 대표적인 수산물을 가지고 있는데 셀시의 새조개, 치체스터의 바닷가재, 애런델의 숭어, 아멜리의 송어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포디지 송어에 대한 확실한 것으로 이 물고기는 민물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앞에서 조지 헤이스팅스 경 외에는 잡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 이유가 민물에서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 포디지 송어의 습성 때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반년 새라고 하는 제비와 박쥐, 할미새는 1년 중 6개월만 영국에서 살다가 미카엘 축일 무렵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데 떠나지 않은 수천 마리의 새들은 속이 빈 나무와 동굴에 들어가 겨우내 먹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관찰되는 것을 보면 민물에서 포디지 송어가 아무런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겁니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관찰에 의하면 어떤 종류의 개구리는 8월 말경에 저절로 입이 막힌다고 하며, 그런 채로 겨울을 보낸다고 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구리가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제비나 개구리가 영양분을 그 체내에 비축해 두듯이 포디지 송어도 바다에서 체력을 보충해 극락조나 카멜레온이 태양과 공기만으로 사는 것처럼, 민물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입니다. 포디지 송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 둡시다.

노섬벌랜드에는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것보다 훨씬 큰 황소 송어라는 것이 있는데 나라마다 목초지가 달라서 양들의 모양과 크기가 다른 것처럼 강이 흐르는 땅이 다르기 때문에 더 큰 송어가 번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해줄 얘기는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그의 저서 ‘삶과 죽음의 역사’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송어는 다른 물고기들보다도 훨씬 빨리 자라지만 퍼치나 그 밖의 물고기들처럼 오래 살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음으로는 오래 살면서도 언제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악어와는 달리 송어는 성장을 멈추면 쇠약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머리만은 죽을 때까지 원래의 크기를 유지한답니다.

그리고 또 알아둬야 할 것은 송어는 특히 산란 직전에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둑이나 수문을 거슬러 오르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물살을 헤치고 나아간다는 것이며 보통 10월과 11월에 산란하는데 강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다른 물고기들 대부분이 태양에 의해 물과 땅이 따뜻해지는 봄철이나 여름철에 산란을 하는 이유는 새끼들이 자라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송어는 이 계절이 몇 달이나 지난 뒤에야 산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같은 풀을 먹더라도 말은 한 달이면 살이 찌지만 소는 그렇지가 않은 것과 같이 송어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물고기들이 송어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제철을 맞는 시기도 송어가 그들보다 늦다는 점입니다. 태양이 육지와 강을 데울 때까지 송어는 병 걸린 것처럼 야위고 말라 있는데, 겨울에 머리만 크고 비쩍 마른 송어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시기 송어의 몸에는 마늘뿌리나 바늘 모양의 머리가 큰 이가 달라붙어서 수분을 흡수합니다. 송어는 마치 그것들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들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송어는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하여, 물살이 완만한 곳에서 빠른 곳으로 이동하고, 자갈 위에서 몸에 붙은 벌레나 이들을 문질러 떼어내어 차츰 튼튼해짐에 따라 더욱 물살이 빠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정착하게 되면 가까이 다가오는 날벌레나 피라미를 먹잇감으로 노리는데 코드 웜이나 카디스 웜에서 탈피한 수생곤충인 강날도래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을 먹으면서 송어는 활력을 되찾아 더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므로 그 무렵이 일년 중에서 가장 살이 오르고 맛도 좋은 것입니다.

당신이 알아둬야 할 것은 좋은 송어란 대체로 붉은색과 노란색이 감도는 거란 겁니다. 물론 포디지 송어처럼 흰색이 감도는 것이 맛있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의 경우로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암컷이 수컷보다 머리는 작고 살이 많으며 맛도 더 좋다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송어건 연어건 큰 몸집과 조그만 머리는 그것이 제철이라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것보다 빨리 새순이 트고 꽃이 피는 버드나무와 야자나무가 있는 것처럼 송어도 계절을 앞질러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고, 호랑가시나무나 참나무가 계절이 지나도 잎이 지지 않는 것처럼 늦게까지 강에 남아있는 송어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걸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대부분은 그냥 뭉뚱그려서 송어라고 하지요. 비둘기도 야생비둘기가 있고 길들인 비둘기가 있고, 길들인 비둘기 중에도 헬밋, 런츠, 캐리어, 크로퍼 등 많은 종류가 있음에도 그냥 비둘기라고 하는 것처럼요.

참고로 왕립협회에서 발표한 거미의 종류는 33가지나 되지만 제가 아는 것이라곤 거미라는 총칭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은 물고기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송어는 더합니다. 크기, 모양, 반점과 색깔 등 여러 종류가 있지요.

커다란 켄트의 암탉만 해도 다른 암탉에 비해 많이 다르듯이, 송어도 다른 것에 비해서 특히 작지만 엄청나게 번식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작은 것이 많이 번식하는 예는 굴뚝새나 박새가 한 번에 20개 정도의 알을 낳는 것에 비해, 매나 개똥지빠귀, 흑조는 4~5개를 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송어를 잡는 솜씨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산책하면서 송어낚시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냥꾼: 이젠, 처브보다 송어를 잡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알겠습니다. 2시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도 피라미나 지렁이 미끼에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요.

낚시꾼: 때론 운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 그걸 참지 못하면 좋은 낚시인이 되기 어려워요. 이런, 얘길 하다 보니 저렇게 큰 송어도 보이는군요. 저 녀석을 잡읍시다. 드디어 걸었습니다. 이렇게 몸부림치며 끌고 다니다가 힘이 빠질 때 랜딩시키는 거예요. 뜰채 좀 주세요. 어때요?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죠?

사냥꾼: 정말 대단하십니다. 잡은 송어는 어떻게 합니까?

낚시꾼: 그 여주인의 가게로 다시 가서 저녁거리로 먹읍시다. 거기서 나올 때 아주머니가 제게 알려주셨는데 좋은 낚시인이자 친형제 같은 친구인 피터가 오늘 밤 그의 친구들과 함께 그 집에서 묵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곳에는 침대가 2개 있는데 당신과 내가 좋은 것을 쓸 수 있을 거예요. 피터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겁게 놀아봅시다.

사냥꾼: 좋습니다. 지금 출발하시죠? 아마포로 만든 하얀 침대 시트에서 나는 라벤더 향을 맡으며 잘 수 있다니 최곱니다. 빨리 가시죠, 낚시를 했더니 배도 고픕니다.

낚시꾼: 아니 조금만 더 있다 출발합시다. 아까는 지렁이로 송어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피라미로 노려볼게요. 저기 보이는 나무가 있는 곳에서 15분 정도 해보다가 안 잡히면 그때 가도록 합시다. 그 부근이라면 잡거나 못 잡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분명하지만 절 믿으세요. 꼭 잡을 테니.

오! 큰 녀석이군요. 저기 버드나무에 매달아 두고 이리 오세요. 오솔길을 지나 저쪽에 있는 인동 울타리 밑에 앉아서 소나기를 피합시다. 이 비가 대지로 스며들어 푸른 초원을 장식하는 꽃들을 적실 때까지 노래라도 부르면서요.

봐요! 저기 커다란 너도밤나무가 보이죠? 지난번에 저기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 숲에선 새들이 메아리와 누가 더 아름답게 노래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저기 연노란색 프림로즈 언덕의 꼭대기엔 커다랗게 구멍이 난 나무가 있는데 저곳에서 메아리치면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소리가 울리는 것이랍니다.

저는 저곳에 앉아서 폭풍 치는 바닷속으로 은빛 물줄기가 조용히 흘러가면서 때로는 거친 나무뿌리, 때로는 조약돌에 부딪혀 물결치며 물거품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답니다.

가끔은 어린 양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즐겁게 뛰노는 모습과,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뜀박질하는 모습과 그것이 싫증이 나면 달려가 어미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이런 광경처럼 제 맘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없어서 그때의 황홀함을 나는 시인이 된 것처럼 이렇게 표현했었답니다.

그때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환희에 취하였노라.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기쁨으로.

저는 그곳을 떠나 돌아오면서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다시 맛보았는데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우유 짜는 여인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나이팅게일처럼 맑은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적어도 50년 전에 크리스토퍼 말로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노래를 마치자 이번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노랠 불렀는데 그것은 월터 롤리 경이 젊은 시절 지은 것이었습니다.

그건 오래전의 노래였지만 지금처럼 비판적인 시대에 유행하는 딱딱한 노래보다는 훨씬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저기 내 말대로 우유를 짜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이죠? 분영 그때의 모녀들일 겁니다. 우리가 잡은 처브를 그들에게 주고 그때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달라고 부탁해봅시다.

안녕하세요. 우린 낚시를 마치고 블릭 홀로 가는 길인데 필요한 것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았길래 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팔려고 하는 게 아니니 그냥 가지시면 됩니다.

우유 짜는 여인: 어머,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앞으로 두 달 뒤에 이곳에 오실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러주세요. 아마도 그때는 주님의 은총으로 건초에서 맛있는 와인크림이 알맞게 발효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 딸, 모들린이 노래도 불러드릴게요. 저나 제 딸은 둘 다 낚시하시는 분들을 좋아한답니다. 모두가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조용하셔서요. 붉은 젖소의 우유라도 드셔보세요.

낚시꾼: 괜찮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8~9일 전에 여기를 지나면서 따님이 부르는 노랫소릴 들었는데 다시 들어볼 수 없을까요?

우유 짜는 여인: 어떤 노래였지요? ‘양치기들아, 양 떼를 지켜라’였나요? 아니면 ‘둘씨나의 휴식’이었나요? 그게 아니면 ‘필리다가 절 놀려요’였던가요? 체비 체이스나 조니 암스트롱이었던가요? 아니면 트로이 타운이었나요?

낚시꾼: 그런 게 아니라 따님이 먼저 노래하고, 화답하듯이 뒷부분을 아주머니가 부르셨어요.

우유 짜는 여인: 아! 알겠어요. 딸애가 부른 노래는 제가 딸애 정도의 나이 때, 배운 노래예요. 뒷부분은 2, 3년 전 세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배운 건데 제 상황과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럼 둘 다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들린! 신사분들을 위해 첫 부분을 네가 부르렴, 나는 뒷부분을 부를 테니.

우유 짜는 여인의 노래

내 사랑이여 내 집으로 오소서

골짜기와 숲과 언덕과 들판과

우거진 수풀과 산들이

우리를 반기는 그곳으로.

바위에 함께 앉아

양 떼를 모는 양치기의 모습을 보면서

시냇물 소리와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듣고 싶어라.

그댈 위한 잠자리는 장미로 만들고

향기로운 꽃으로 꾸며 놓고서

꽃 모자와 도금양의 잎사귀로 장식한

커틀을 만들리.

어린양의 털로는

겉옷을 만들고

순금의 버클 달린 신발 만들어

추위에서 지켜주리라.

밀짚과 담쟁이덩굴론 벨트를 만들고

산호와 호박으론 단추를 달리

이 즐거움은 그대의 것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게 오소서

내 집으로 오소서.

주님의 성찬을 차리듯

은접시에 음식을 담아

상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리

그대와 나를 위하여.

오월의 아침엔 그댈 위하여

양치기는 춤을 추고 노래 부르리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그리하여 나의 신부가 되어주기를

나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노라.

사냥꾼: 기가 막히는군요.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인지! 이제야 엘리자베스 여왕이 5월엔 우유 짜는 여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이 하루종일 노래 부르고 밤이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의심할 여지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들린이 바로 그렇군요. “봄에 눈감고 싶어라. 가득한 꽃향기에 묻혀서~”라는 토마스 오버버리 경이 쓴 ‘우유 짜는 여인의 소원’을 모들린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모들린 어머니의 답가

세상이 영원하고

생명도 영원하며

양치기의 말도 진실하다면

아름다운 기쁨에 몸을 맡기고

나 그대의 연인이 되리.

시간이 양 떼를 우리로 몰고

분노한 강물이 바위를 식히며

나이팅게일이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젊음도 끝은 있으리.

꽃은 시들고 들판은 휑해져

사나운 겨울에 짓밟히누나

달콤한 속삭임은 상처가 되고

행복한 봄은 서글픈 가을로 변하는구나.

그대의 겉옷, 그대의 신발, 그대의 잠자리,

그대의 모자, 그대의 커틀, 그대의 꽃다발,

덧없이 시들어 잊혀지누나

철없는 농익음은 썩고 마누나.

밀짚과 담쟁이덩굴로 만든 그대의 벨트,

산호와 호박으로 만든 그대의 단추는

어느새 매력을 잃어버렸네

나 다신 그대에게 가지 못하리.

어떠한 산해진미도

주님의 은총에 어찌 비기랴

지나간 모든 것은 부질없어라

젊음이 지속되고,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면

기쁨은 끝이 없고, 늙지도 않는다면

그 기쁨에 이끌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살리라.

우유 짜는 여인: 제 노래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모들린에게 짤막한 노래를 하나만 더 부르도록 할게요. 얘야, 어젯밤에 양치는 코리든이 너와 사촌 레티에게 보리피리로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불러주렴.

모들린: 예, 해볼게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건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던가?

사랑해서 결혼했었고

사랑의 환상에 이끌렸었기에

조금의 아쉬움도 내겐 없다네.

그러나 가슴은 두려움에 싸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간 곳 없어라

그래도 사랑은 서리처럼 눈처럼 쉬이 녹진 않누나

우유 담은 통을 나르는 내가

오늘도 그녀를 사모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어라.

낚시꾼: 정말 훌륭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만간 또 다른 물고기를 잡아다 드리고 또 노래를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이젠 우리도 모들린이 쉴 수 있게 합시다. 그녀의 목이 다치게 해선 안 되잖아요? 저기, 주인 아주머니가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러 오네요. 피터는 도착했나요?

여주인: 두 분 모두 오셨어요. 손님들이 와 계신다는 소리를 듣곤 무척 기뻐하시면서 시장하신데도 불구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어대전 제3장: 차벤더라고도 부르는 처브를 잡는 방법과 요리법

조어대전 제3장: 차벤더라고도 부르는 처브를 잡는 방법과 요리법

처브(Chub) :황어아과의 민물고기로 흐름이 완만한 강과 운하에 서식하며 자갈이 많은 곳을 선호한하며 5월부터 9월까지가 산란기로 성어의 평균적인 체중과 크기는 1.4~2.3㎏, 30㎝정도이다.

낚시꾼: 처브는 요리를 잘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이렇게 요리하지 않고는 먹을 수가 없습니다. 처브는 잔뼈가 많으며, 살은 수분이 많아 찰지지 않고 물렁거립니다. 게다가 각별한 맛도 없어서 많이들 꺼리는 물고기죠. 프랑스인들은 이 물고기를 하찮게 여겨 추잡한 물고기(unvilain)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그러나 요리만 잘하면 제법 먹을만한데 만일 대형 처브라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처럼 요리해야 합니다.

먼저 비늘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다음 내장을 제거합니다. 이때 아가미 가까운 쪽을 따주는 것이 좋고 자주 물로 씻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목구멍에 있는 풀과 수초를 깨끗이 제거하지 않고 요리하면 시큼한 맛이 납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향초(香草)를 배에 집어넣고 2~3개의 길쭉한 부목을 꼬챙이에 묶고 소금과 버터와 사과식초나 포도식초를 섞은 것을 발라 쪄줍니다. 이렇게 요리를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혹은 낚시꾼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맛있는 요리가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요리하면 처브가 많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될수록 신선할 때 요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고 나서 하루 이상이 지난 처브는 맛이 크게 떨어지는데, 그것은 갓 수확한 체리와 하루 이틀 물에 담가둔 체리의 맛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고 하면 이해가 갈 겁니다.

그러나 신선할 때 즉시 요리를 했다고 해도 내장을 제거하고 물에 오래도록 담가두고 피를 완전히 뺀 다음 요리를 하는 것과 피가 남은 채로 요리를 하는 것과는 맛에서 크게 차이를 보입니다. 피가 다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고생해서 낚은 노력의 보답도 되고 본인도 자신이 생길 것입니다.

또는 이런 방법으로도 처브를 요리할 수 있답니다.

비늘을 벗긴 다음 꼬리와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바닷물고기를 요리할 때와 같이 등에 칼집을 넣고 연기가 나지 않게 숯불을 멀리 두고 굽습니다. 그리고 버터와 소금을 섞고 작게 썬 백리향을 더한 소스를 계속 바르면서 굽습니다. 이렇게 요리하면 수분이 완전히 빠져서 방금 먹은 것처럼 아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처브도 내일까지 보관했다 요리했더라면 먹지 못했을 거란 점과 목구멍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과 내장을 제거한 후엔 절대로 물로 씻지 말라는 것을 기억해두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생선 손질에 관해 공통으로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제가 실추된 처브의 명예회복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겠죠? 이젠 제자인 당신에게 처브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겠습니다. 처브는 지금부터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초보자들도 쉽게 잡을 수 있답니다.

우선 내가 처브를 잡았던 곳으로 가보세요. 그곳엔 더운 날이면 스무 마리 정도의 처브가 수면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도중에 목초지를 지날 때 메뚜기를 두세 마리만 잡으세요.

그리곤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될 수 있으면 조용하게 메뚜기 미끼를 바늘에 달고 물속으로 20㎝ 정도 가라앉히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낚싯대를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켜 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처브는 겁이 많은 물고기여서 새의 작은 그림자만 비쳐도 숨어버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낚싯대의 그림자만 보고도 숨어버릴 겁니다. 그러나 그 뒤로 다른 그림자가 나타나 놀라지 않는 한 서서히 위로 떠오를 겁니다. 수면 가까이로 나오면 잘 봐야 합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서 잘 보일 거예요.

그 다음엔 당신의 낚싯대를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여서 목표로 삼은 물고기의 입에서 7~10㎝ 정도 지점에 미끼를 이동시키면 틀림없이 처브가 미끼를 먹을 것이니 당신은 처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처브의 입은 가죽처럼 질겨서 낚싯바늘이 걸리기만 하면 좀체 빠지지 않으므로 물속에서 거세게 반항을 해도 놓칠 염려는 없습니다. 자 이제 저의 낚싯대를 가지고 가서 알려준 대로 해보세요. 나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낚시장비나 손질하고 있을게요.

사냥꾼: 스승님께서 여러 가지로 자세히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운 대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보십시오! 잡았습니다. 스승님께서 잡았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처브를 잡아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낚시꾼: 야, 축하합니다. 소질이 있는 제자가 생긴 것 같군요. 내가 조언해주고 당신도 열심히 연습한다면 조만간 능숙한 낚시인이 될 것 같군요. 제가 보증합니다.

사냥꾼: 하지만 스승님, 메뚜기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낚시꾼: 그럴 때는 검정달팽이의 흰색 몸통이나 조그마한 치즈 한 조각을 사용하면 됩니다. 아니면 지렁이나 날개미, 쇠파리, 집파리 같은 파리 종류도 괜찮으며 혹은 쇠똥에 붙어 있는 쇠똥구리나 딱정벌레도 괜찮고 딱정벌레의 유충보다 조금 크고 흰색의 애벌레처럼 살아있는 미끼면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낚시를 하다 보면 무더운 밤에는 송어도 잡을 수 있어요. 강가를 거닐다 송어가 날벌레에게 덤벼드는 모습을 보았거나 그런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때 만약 메뚜기가 있으면 낚싯바늘에 끼우고 낚싯줄은 1.8m 정도 길이로 맞춘 다음 물가에 있는 덤불이나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수면에서 메뚜기가 움직이도록 하세요.

그러면 물고기가 덤벼들 텐데 입질을 해도 무조건 잡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송어는 입이 가죽처럼 질긴 어종(魚種)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하는 낚시는 어떤 종류의 살아있는 날벌레도 괜찮지만 특히 메뚜기가 가장 좋습니다.

사냥꾼: 그런데 스승님이 말씀하신 입이 가죽처럼 질긴 물고기란 어떤 것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낚시꾼: 처브처럼 목에 이빨, 즉 인두치(咽頭齒)가 있는 물고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바벨, 모샘치, 잉어 같은 물고기는 바늘이 입술에 걸리면 빠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파이크, 퍼치, 송어와 같은 물고기들은 목구멍에는 이빨이 없으나 입에는 이빨이 있지요. 이런 종류를 자세히 보면 입속에 뼈가 많고 입술은 아주 얇은데 이런 물고기는 바늘이 제대로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챔질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사냥꾼: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잡은 이 처브는 어떻게 할까요?

낚시꾼: 글쎄요. 가난한 분들에게 드리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저녁거리론 꼭 송어를 잡아드릴 테니까요. 낚시에 입문하여 최초로 잡은 물고기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나눔을 받는 분들은 하느님과 당신에게 감사할 겁니다. 아무 말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는 뜻이겠죠. 당신이 흔쾌히 나누어준다고 하니 처브낚시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3월과 4월에는 웬만한 처브는 지렁이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5월, 6월, 7월에는 날벌레와 조갯살(Cherries), 날개와 다리를 잘라낸 딱정벌레, 혹은 달팽이나 토담벽에 번식하는 검은벌로 잡을 수 있답니다.

※ 조갯살로 번역한 체리(Cherries)는 식물성 열매가 아니라 체리스톤(Cherry Stone)이란 조개를 말하는 것이어서 조갯살로 번역하였다.

물살이 빠른 포인트에서 수면에 떠있는 처브를 노릴 때는 메뚜기가 최고예요. 그리고 바닥에 있는 처브는, 풀 속에 번식하고 있어서 풀을 벨 때 곧잘 발견할 수 있는 땅벌 새끼를 미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8월부터 기온이 내려가는 달에는 노란색 계열의 떡밥이 효과적이며, 향이 강한 치즈와 버터에 절구로 빻은 사프란을 섞어서 만드는데 레몬색이 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겨울철 낚시에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처브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지금 무렵입니다. 왜냐면 날카로운 뼈가 퇴화해서 없어졌거나 연골화되었기 때문이죠. 처브는 치즈와 테레빈유를 발라서 구우면 특히 맛있습니다.

처브는 송어처럼 피라미나 펭크도 먹으며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미끼가 있지만 그 얘긴 차차 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더울 때는 수중의 중층이나 수면 부근에서 잡기가 쉽고, 추울수록 바닥층에서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딱정벌레나 날벌레를 미끼로 수면을 공략할 때는 낚싯줄을 길게 하여 낚시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처브의 알도 별미입니다만 목구멍을 잘 씻은 대형 처브의 대가리 역시 상당한 별미랍니다. 이 정도로 처브에 대한 얘기를 마칠 테니 다음에는 더 많은 손맛을 보길 바랍니다.

그런데 처브를 요리할 때는 잡자마자 바로 요리를 해야 한다고 자꾸 얘기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점에 대해서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세네카의 ‘자연 탐구(Natural Questions)’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고대인들은 생선의 신선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산 채로 손님에게 대접하지 못하면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그래서 그들은 식당의 테이블 밑에 유리병을 두고 물고기를 그 안에 살려두었던 것입니다. 손님에 대한 최고의 대접은 살아있는 물고기를 손님의 눈앞에서 요리하는 것이었고 요리를 함에 따라 숭어가 죽어가면서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 얘긴 지금은 이 정도로만 하고 송어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시 시간을 내어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아이작 월턴이 쓴 ‘The Complete Angler’의 번역을 마치고

아이작 월턴이 쓴 ‘The Complete Angler’의 번역을 마치고

마침내,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te Angler’의 번역을 마치고 책에 수록할 역자 서문(譯者 序文)을 작성하였습니다. 책은 아마도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6월 초순이면 서점의 한구석에 진열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낚시의 바이블이란 수식어가 붙어있는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te Angler’는 국내에서 두 차례가 번역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출판된 것은 2014년에 작고하신 우당(愚堂) 안동림 교수께서 번역하신 것으로 영문판을 번역한 일본의 책을 다시 번역하면서 제목도 그대로 옮겨와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제목으로 판매가 되었는데, 안동림 교수는 영문학자이면서도 장자(莊子)를 최초로 국역한 고전문학 번역가이자 소설가,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하셨으나 안타깝게도 2014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이재룡씨가 번역한 것이 있는데, 역시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번역의 오류가 많고, 안동림 교수님의 번역본에 있는 오탈자를 그대로 베낄 정도로 짜깁기한 흔적이 너무나 많이 보여, 읽고 난 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분 모두 낚시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았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단어의 선택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일본판 조어대전(釣魚大全)에 있는 물고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원본과는 다른 내용이 되어버린 부분들이 조금 아쉽게 생각이 되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재룡씨의 번역본을 보면, “수달을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라고 번역해야 할 “I am sorry that there are no more otter-killers”를 “유감이지만 저는 더 이상의 수달 사냥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로 번역하고 있다거나, 금어기간은 언제(몇 월)를 말하는 겁니까?로 번역해야 할 “Why, Sir, what be those that you call the Fence-months?”를 “선생은 왜 산란기 때 그들이 무엇을 한다고 하십니까?”고 번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두 권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오류가 있는 부분을 꼽자면, 제5장에 나오는 “then I turn up to a friend’s house who mews a hawk for me, which I now long to see.”라는 문장을 “매사냥을 하는 마굿간에 사는 친구의 집으로 갈 것이다”로 번역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mew란 단어는 매가 털갈이할 때 가두어 두는 새장 또는 그곳에 가두어 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털갈이를 위해 매를 맡긴 친구 집에 들러 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로 번역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게다가 송어낚시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는 제5장의 상당 부분이 누락되어 있고, 특히 제19장의 경우에는 통째로 빠져 있어서 완전한 번역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벨(Barbel)이란 물고기를 일본 고유의 어종인 니고이(似鯉)로 번역한 것을 돌잉어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의 하나로, 물론 두 종류 모두 잉어과에 속하지만, 학명이 다르고 서식지가 다르기 때문에 바벨(Barbel)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작 월턴이 쓴 ‘The Complete Angler’를 직접 번역해보겠단 결심으로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친구 같은 아우인 박상호 군의 응원을 받아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문판은 인터넷에도 공개되어있는 1903년에 George Bell & Sons에서 출판된 것을 번역하였으나 총 2부로 구성된 책을 어디까지 번역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te Angler’는 그의 나이 60세이던 1653년에 초판이 나왔고, 그 후 1676년에는 찰스 코튼(Charles Cotton)이 플라이낚시에 관한 내용을 쓰고 아이작 월튼이 가필(加筆)한 것을 제2부로 합본한 제5판이 나왔으며, 로버트 베너블즈(Robert Venables)가 쓴 ‘The Experience’d Angler or Angling Improv’d’를 제3부로 합본하여 ‘The Complete Angler’를 펴내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The Complete Angler’는 제2부가 포함된 제5판 이후의 것이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하여 우선 아이작 월턴이 썼던 제1부만을 먼저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책을 읽으실 분들께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 4월 25일

표절은 예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표절은 예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담백한 문체의 원서를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것과는 달리 외국어로 된 시(詩)를 읽는다는 것은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하물며 외국어로 된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임엔 틀림없습니다.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를 번역하면서 그 안에 있는 많은 시들 중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초고를 올려봅니다.

탈고(脫稿)하면 윤문(潤文)의 과정을 거치면서 표현을 가다듬어야 하지만 지금 그대로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옮겨봅니다.

내 사랑이여 내 집으로 오소서

골짜기와 숲과 언덕과 들판과

우거진 수풀과 산들이

우리를 반기는 그곳으로.

바위에 함께 앉아

양 떼를 모는 양치기의 모습을 보면서

시냇물 소리와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듣고 싶어라.

그댈 위한 잠자리는 장미로 만들고

향기로운 꽃으로 꾸며 놓고서

꽃 모자와 도금양의 잎사귀로 장식한

커틀을 만들리.

어린양의 털로는

겉옷을 만들고

순금의 버클 달린 신발 만들어

추위에서 지켜주리라.

밀짚과 담쟁이덩굴론 벨트를 만들고

산호와 호박으론 단추를 달리

이 즐거움은 그대의 것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게 오소서

내 집으로 오소서.

주님의 성찬을 차리듯

은접시에 음식을 담아

상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리

그대와 나를 위하여.

오월의 아침엔 그댈 위하여

양치기는 춤을 추고 노래 부르리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그리하여 나의 신부가 되어주기를

나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노라.

 

윗 시에 대한 답가

세상이 영원하고

생명도 영원하며

양치기의 말도 진실하다면

아름다운 기쁨에 몸을 맡기고

나 그대의 연인이 되리.

시간이 양 떼를 우리로 몰고

분노한 강물이 바위를 식히며

나이팅게일이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젊음도 끝은 있으리.

꽃은 시들고 들판은 휑해져

사나운 겨울에 짓밟히누나

달콤한 속삭임은 상처가 되고

행복한 봄은 서글픈 가을로 변하는구나.

그대의 겉옷, 그대의 신발, 장미의 잠자리,

그대의 모자, 그대의 커틀, 그대의 꽃다발,

덧없이 시들어 잊혀지누나

철없는 농익음은 썩고 마누나.

밀짚과 담쟁이덩굴로 만든 그대의 벨트

산호와 호박으로 만든 그대의 단추는

어느새 매력을 잃어버렸네

나 다신 그대에게 가지 못하리.

어떠한 산해진미도

주님의 은총에 어찌 비기랴

지나간 모든 것은 부질없어라

젊음이 지속되어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기쁨은 끝이 없고, 늙지도 않는다면

그 기쁨에 이끌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살리라.

 

윗 시의 답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건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던가?

사랑해서 결혼했었고

사랑의 환상에 이끌렸었기에

조금의 아쉬움도 내겐 없다네.

그러나 가슴은 두려움에 싸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간 곳 없어라

그래도 사랑은 서리처럼 눈처럼 쉬이 녹진 않누나

우유 담은 통을 나르는 내가

오늘도 그녀를 사모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어라.

아이작 월턴의 조어대전에 나오는 이 노랫가락은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가 지은 정열적인 목자의 사랑(The Passionate Shepherd to His Love)이란 제목의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에 아이작 선생은 약간의 창작을 가미하여 슬쩍 끼워놓고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책에 삽입을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제가 번역하여 올린 것은 말로의 작품과는 일부분이 상이합니다.

아이작 선생께서 누구의 작품인지 몰라서 작자를 밝히지 않은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작 월턴이 쓴 조어대전 옥의 티

아이작 월턴이 쓴 조어대전 옥의 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낚시계의 바이블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의 조어대전(The Compleat Angler)에는 잘못된 부분들이 더러 눈에 보이는데 오징어가 다리를 뻗는 것을 두고 목에서 창자를 꺼낸다고 적고 있는 것처럼 당시의 과학이나 기술력으로는 알기가 어려웠던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 철저하게 교열(校閱)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과 그가 죽고 난 뒤에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부정확한 것이 되고 만 것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조어대전의 제2장을 보면 금어기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Sir, they be principally three, namely, March, April, and May; for these be the usual months that Salmon come out of the sea to spawn in most fresh rivers, and their fry would about a certain time return back to the salt water, if they were not hindered by weirs and unlawful gins, which the greedy fishermen set, and so destroy them by thousands; as they would, being so taught by Nature, change the fresh for salt water. He that shall view the wise statutes made in the 13th of Edward I., and the like in Richard II., may see several provisions made against the destruction of fish; and though I profess no knowledge of the law, yet I am sure the regulation of these defects might be easily mended.”

“3월, 4월, 5월의 3개월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보통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데 거슬러 오르는 도중에 불법적인 둑이나 덫에 의해 남획(濫獲)되면 산란은 수포가 되고 맙니다. 에드워드 1세와 리차드 2세의 시대에는 금어기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어 남획을 막고 있었다는 것은 법률에 밝은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으로 저처럼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금어기를 정한 법률은 옳다고 생각합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내용은 2가지의 큰 오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첫째는 연어의 산란기를 봄철이라 적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에드워드 1세가 만든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더라면 연어의 산란기를 봄철로 적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입니다.

1285년 에드워드 1세가 만든 금어기(禁漁期)에 대한 법을 보면 매년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는 대부분의 강에서 연어를 잡는 것을 금하고, 4월 중순부터 6월 24일까지는 어린 연어를 잡는 것을 금지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작이 이 법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보았더라면 3월~5월이 연어의 금어기라고 기록하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아이작 월턴도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작 월턴은 낚시꾼의 희망과 행복한 생활에 대한 찬가로 조 다보스란 사람이 지은 시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시의 초반부만 잠깐 소개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Let me live harmlessly, and near the brink

Of Trent or Avon have a dwelling-place;

Where I may see my quill or cork down sink

With eager bite of Perch, or Bleak, or Dace;

And on the world and my Creator think:

Whilst some men strive ill-gotten goods t’ embrace,

And others spend their time in base excess

Of wine, or, worse, in war and wantonness.

Let them that list these pastimes still pursue,

And on such pleasing fancies feed their fill,

So I the fields and meadows green may view,

And daily by fresh rivers walk at will,

Among the daisies and the violets blue,

Red hyacinth, and yellow daffodil,

Purple Narcissus like the morning rays,

Pale gander-grass, and azure culver-keys.

남을 해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리라

트렌트 강이나 에이번 강가에 집을 지으리

퍼치와 블리크, 데이스의 힘센 입질에

물속으로 가라앉은 찌를 볼 수 있는 그곳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경외하며 살고파라.

누군가는 불법으로 돈을 모으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싸움과 여자에 빠져 시간을 허비할 때

나 홀로

푸른 들과 목장을 바라보고

원할 때면 강가를 거닐면서

데이지와 제비꽃

파랗고 빨간 히아신스와 노란 수선화,

아침 햇살 같은 보라색 수선화와

창백한 갠더풀과 하늘색 컬버키를 보리라.

이것은 조어대전보다 40년이나 앞선 1613년에 출판된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이란 책을 펴낸 사람이 쓴 것으로 아이작은 그 사람의 이름을 조 다보스(Jo. Davors, Esq.)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작 월턴의 상상력의 결과물로써 조어대전은 이 책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그런 사람의 이름을 창작해서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작 월턴의 내면을 분석해보는 좋은 단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이작은 조어대전 초판에서는 그의 이름을 ‘Jo. Da’로 적었으나 3판부터는 조 다보스(Jo. Davors, Esq.)로 기록하였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이란 책은 출판될 당시에는 저자의 이름을 ‘J. D. Esquire’라고 이니셜로만 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작은 여기에다 자기 마음대로 성과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었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인지,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1613년에 나온 ‘낚시의 비밀(The Secrets of Angling)’을 쓴 사람의 이름이 존 데니스(John Dennys)였다는 것은 1811년에 밝혀졌으니 아이작으로서는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당당하게 조 다보스라 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계속해서 영국의 낚시문학으로 저를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