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바늘은 종류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원투낚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바늘을 꼽으라고 한다면 흔히 세이코 바늘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세이코는 세이고(セイゴ)로 적지만 우리가 통상 세이코라고 부르고 있기에 여기서도 세이코로 표기하겠습니다.
낚시바늘은 사용해보고 자기의 마음에 드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대다수의 낚시인들이 바늘의 특성을 이해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흔히들 ○○전용바늘이라 이름 붙은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용바늘이란 것은 특정 물고기만 잡힌다는 것은 아니고 그 물고기를 잡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바늘이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런 전용바늘과는 달리 어종을 불문하고 전천후로 사용되고 있는 세이코 바늘은 이름 속에 그 특징과 잡을 수 있는 대상어종의 크기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제부터 세이코 바늘에 숨어있는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세이코 바늘은 어떤 어종에 특화된 바늘일까?
세이코 바늘을 검색하면 농어바늘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더러는 농어새끼 바늘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농어는 성장함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로서 일본에서는 이처럼 성장단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 물고기를 출세어(出世魚)라고 하고 있습니다.
농어의 성장단계 별 이름은 지방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도쿄에서 부르고 있는 이름을 살펴보면 유어는 “코파”, 15cm 이하는 “하쿠라”, 15cm에서 18cm 정도 되는 1년생은 “세이코”, 2년생~3년생의 35㎝ 정도는 후코(지방에 따라 “하네”, “마타카”, “마다카”로도 부름) 60cm 이상 되는 4년생 이상의 농어를 “스즈키”라고 하며 1m 가까이 성장한 대물농어는 특히 “오오타로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달리 불리는 농어의 이름 중에서 1년생 농어를 일컫는 “세이코”를 바늘의 이름으로 채택한 것에서 우리는 “세이코 바늘”은 대물을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조금 더 상세한 것을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 세이코 앞에 붙어 있는 마루(丸)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이코 바늘은 1년생 농어 정도의 크기를 대상어로 하는 낚시바늘이란 것을 짐작은 하겠는데 왜 마루(丸)를 앞에 붙여서 사용할까요? 마루(丸)는 둥글다는 뜻인데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세이코 바늘의 정식명칭은 마루세이코라고 하는구나~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마루(丸)란 단어가 세이코 바늘이 어떤 어종에 적합한 바늘인가를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이코 바늘의 앞에 붙는 마루(丸)는 일본어 마루노미(丸飲み)에서 따온 것으로 그 의미는 “통째로 삼키다”라는 뜻입니다. 이제 이해가 가시죠?
예, 그렇습니다. 마루세이코라는 말은 농어와 같이 미끼를 한 번에 흡입하는 입이 큰 어종을 잡는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바늘이란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갱이처럼 입이 작은 물고기를 잡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이코 바늘은 방파제낚시에 사용하도록 개발된 것이기에 입이 크고 미끼를 한 번에 삼키는 물고기들을 잡는데 어울리는 바늘이 바로 세이코 바늘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세이코 바늘의 모양이 다른 바늘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타원형의 모양으로 바늘 끝이 안쪽을 향하고 있는 세이코 바늘은 다른 바늘에 비해 밑걸림이 적으며 물고기가 물었을 때 바늘이 안쪽으로 깊숙히 박히지 않고 입술에 걸리기 쉽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즐겨 잡는 우럭과 같은 락피시 계열의 물고기를 공략할 때 적합하며 입질이 아주 작은 어종을 노릴 때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세이코 바늘은 농어낚시에 적합한 것일까?
이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세이코 바늘은 과연 농어낚시에 맞도록 제작된 것일까요?
농어는 바늘에 걸리게 되면 우리가 바늘털이라고 부르는 행동을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농어는 측선을 통해 수중의 진동이나 물 흐름, 그리고 소리 등을 감지하여 먹이를 찾고 발견한 후에는 눈으로 보면서 추적하여 미끼를 흡입합니다.
그런데 농어가 먹이를 흡입하고 무언가 이상을 감지하면 바로 토해내려고 하는데 이럴 때에는 보통 입을 크게 벌리고 아가미를 역분사하여 뿜어내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바늘이 걸려있기 때문에 뱉을 수가 없게 되어 머리를 격렬하게 흔드는 헤드세이크의 동작을 보이게 되고 이때 바로 낚시인들이 희열을 만끽하는 힘찬 손맛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농어의 격렬한 움직임, 즉 바늘털이에도 바늘이 빠지지 않고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강도로 만들어진 것이 세이코 바늘이란 것을 알 수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무게까지 세이코 바늘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이것을 이해하려면 낚시바늘이 어느 정도의 무게에서 구부러지는지(펴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세이코 바늘만큼이나 자주 사용하는 감성돔 바늘 5호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2kg의 하중에는 변화가 없고 3kg의 하중에는 미세한 변화가 있으며 4kg의 하중에는 바늘이 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낚시바늘은 바늘의 허리가 가늘고 길수록 쉽게 구부러지기 때문에 세이코 바늘은 감성돔 바늘보다는 더 작은 무게에도 바늘의 변형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크기에는 어떤 호수의 세이코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할까요? 이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대상어종에 맞는 낚시바늘의 크기를 선택하는 방법”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글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가 방파제 등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세이코 바늘의 크기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12호~16호 정도면 무난하며 조금 더 범위를 넓혀 40cm 이상의 물고기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18호까지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20cm 이하의 어종을 노린다면 12호 이하의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이코 바늘로 참돔도 잡고, 입이 작은 전갱이도 잡고, 가자미도 잡을 수 있으며 드물게는 돌돔도 잡는 것을 보았기에 특별히 무슨 어종을 노릴 때에는 다른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입이 큰 락피시 계열의 물고기들을 노릴 때에는 다른 바늘보다는 세이코 바늘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