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U-571의 모델이 되었던 독일의 잠수함 U-505

영화 U-571의 모델이 되었던 독일의 잠수함 U-505

매튜 맥커너히가 주인공인 타일러 대위 역을 맡아 독일 유보트로 위장한 채 U-571에 접근하여 총격전 끝에 암호해독기를 탈취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를 눈치챈 독일구축함의 공격으로 위기를 맞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잠수함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U-571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와는 달리 허구인 것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아래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U-571이란 잠수함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것은 U-505라는 IXC형 잠수함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최초로 암호해독기인 에니그마를 탈취한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것처럼, IXB형의 U-110으로 미국이 아닌 영국해군에 의해 1941년 5월 9일, 격렬한 전투 끝에 포획되어 견인되던 도중 침몰하였으며, 영화의 전체적인 모델이 된 U-505에서는 독일군의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잠수함에 들어가서 들고나오기만 했을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U-505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전사한 사람은 독일군 고트프리트 피셔(Gottfried Fischer) 뿐이었으며, 부상자 3명을 포함한 잠수함 승조원 58명은 전원 포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세 가지 사실을 차례대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영화 U-571의 마지막에 소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최초로 에니그마를 탈취하는데 성공한 것은 1941년 5월 9일, 영국해군의 작전명 프림로즈(Operation Primrose)였습니다.

 

영국해군의 구축함 불독(HMS Bulldog)의 폭뢰 공격을 받은 독일 U-110의 함장 렘프는 잠수함을 버리고 모두 탈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신도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독일군 포로에 따르면 수중에서 영국군의 총격으로 사망하였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았으며 전투과정에서 함장이었던 렘프(Lemp)를 포함하여 모두 15명이 전사하였고, 32명이 포로가 되었는데, 이것이 영화 U-571에서 묘사하고 있는 탈취과정에서의 전투장면인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1944년 6월 4일, 미 해군 특공대가 U-505에서 암호해독기와 암호문서를 탈취하는데 성공하였다고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영화 U-571의 전체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U-보트의 IXC형인 U-505는 인도양에서 연합군을 타격할 목적으로 히틀러가 일본에 2척을 양도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려호제500(呂号第五百)과 려호제501(呂号第五百 잠수함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려호제501은 1944년 2월 15일에 일본 해군에게 양도되었는데, 1달 보름 뒤인 1944년 3월 30일, 미 해군 구축함 프란시스 로빈슨에 의해 격침되었고, 승무원은 모두 전사하였습니다.

 

다시 U-505 얘기로 돌아가면, 1943년 10월 24일, 포르투갈령 아소로스제도에서 영국의 구축함에 발각되어, 폭뢰의 공격을 받자 장시간에 걸쳐 공격을 받았던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함장인 페터 체헤(Peter Zschech) 대위는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말았는데, 이것은 불명예스럽게도 전투 중에 잠수함 함장이 자살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어서 제3대 함장으로 하랄트 랑어(Harald Lange)가 부임하였고, 1944년 6월 4일, 스페인령 리오 데 오로(Río de Oro) 근해, 241km에서 소나에 의해 탐지되어, 미 해군 호위항공모함 과달카날(USS Guadalcanal)과 5척의 구축함으로 편성된 태스크포스 그룹 22.3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U-505의 함장이었던 하랄트 랑어(Harald Lange)는 모든 승무원에게 퇴함명령을 내리고, 자침(自沈)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미 해군 소위 알버트 데이비드(Albert David)가 인솔하는 8명이 U-505의 내부로 들어가서 자폭장치를 해제하고, 엔진을 정지시켰으며, 함내에서 암호문서 등을 노획하였던 것입니다.

 

영화 U-571에서는 독일군과의 총격전을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독일군은 퇴함(退艦)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 해군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U-505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으며, 코닝 타워에서 발견된 유일한 독일군 전사자인 고트프리트 피셔(Gottfried Fischer)는 승선과정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전투에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한편, 자폭장치를 해제한 U-505는 미 해군에 의해 견인되어 버뮤다의 포트 로열베이에 입항하였고, U-505의 승무원들은 러스턴 수용소(Camp Ruston)에 수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암호문서를 빼앗긴 것을 독일군이 알아차리고, 암호의 설정을 변경할 것을 우려하여, U-505의 노획과 승무원들을 포로로 잡았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습니다.

그래서 포로가 된 U-505의 승무원들을 다른 전쟁포로들과 철저하게 격리시켰으며, 적십자사의 면회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독일 해군은 U-505를 침몰된 것이라 인정하고 승무원의 가족들에게는 작전 도중에 전사하였다는 통보를 하게 되었던 것이었죠.

이런 과정을 거쳐 노획되었던 U-505는 버뮤다 기지에서 USS 니모라는 위장명으로 정박하고 있다가, 포츠머스 해군기지로 옮겨져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고 급기야는 연습사격의 목표물로 사용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U-505를 포획하는 작전을 지휘했던 갤러리 제독(Admiral Gallery)이 U-505를 포격과 어뢰의 목표물로 사용하려는 계획에 반대하여, 시카고의 과학산업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는 일을 추진하였고, 이에 호응하는 시카고 주민들이 이전에 드는 비용 25만 달러를 모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54년 9월, 미국 정부가 U-505를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 기증하여 지금도 일반에게 전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군용기 Top 5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군용기 Top 5

전투기와 폭격기를 포함한 군용항공기의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제2차 대전 기간이었고 불과 6년 정도 되는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80만 대에 이르는 군용기가 생산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군용기의 Top 5는 모두 당시에 생산된 기종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어떤 기종들이 얼마나 많이 생산되었는지 5위부터 1위까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 5위: 미국의 콘솔리데이티드 B-24 리버레이터

1939년 12월 29일에 첫 비행을 하고 1940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한 B-24폭격기는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모두 18,482대가 생산되었으며 당연히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생산된 기종이다.

뿐만 아니라 미 해군에서는 B-24 리버레이터의 꼬리날개를 수직으로 바꾸고 포탑을 수정해서 만든 PB4Y-2 프라이버티어(Privateer)를 793대 생산했으니 이것까지 포함한다면 콘솔리데이티드사의 B-24는 모두 19,275대를 생산하여 역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PB4Y-2 프라이버티어

 

■ 4위: 독일의 포케불프(Focke-Wulf) Fw190

 

BMW의 14기통 2열 엔진을 장착한 프로토타입의 Fw190 V1이 1939년 6월 1일에 첫 비행을 마친 이후 양산에 들어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모두 20,051대가 생산되었다.

포케불프 Fw190은 공랭식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나 D형 기종은 수냉식 엔진으로 교체하였기에 모습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고성능의 전투기를 갖추기 위해 Fw190를 SNCAC NC.900이란 이름을 붙여 64대를 생산하여 1947년까지 운용하기도 하였다.

 

■ 3위: 영국의 슈퍼마린 스핏파이어(Supermarine Spitfire)

1936년 3월 5일 첫 비행을 마치고 1938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생산되어 1948년까지 10년 동안에 모두 2만351기가 생산되었는데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씨파이어(Seafire)도 2,334가 생산되어 이를 모두 합하면 22,685대를 기록하여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마린 씨파이어(Supermarine Seafire)

 

■ 2위: 독일의 메서슈미트 Bf 109

 

1935년 5월 28일에 첫 비행을 하였고 1936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45년까지 모두 33,984대가 제작되었으며 종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와 스페인에서 독자적으로 개량했던 Avia S-199와 HA-1109/HA-1112 등을 합한다면 34,852대나 된다.

Avia S-199

 

한편 메서슈미트 Bf 109를 설계했던 메서슈미트가 몸담고 있던 바이에른 항공기제조회사(BFW: Bayerische Flugzeugwerke)에서 나와 1938년 독립하면서부터 Me109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바람에 Bf 109와 Me 109라는 이름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 1위: 소련의 일류신 Il-2(Ilyushin Il-2)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군용기 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기록을 가지고 있는 구소련의 일류신 Il-2는 1939년 12월 20일에 첫 비행을 마치고 1941년부터 1945년까지 4년 동안에 모두 36,183대가 생산되었으며 엔진에서부터 콕피트까지의 기체가 장갑을 겸하고 있어서 하늘을 나는 전차라는 뜻의 Flying Tank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 논쟁거리

전투기와 폭격기뿐 아니라 다목적기까지 포함한다면 가장 많이 생산된 기종은 단연코 구소련의 폴리카르포프 Po-2(Po-2) 기종이다.

 

복엽기로 성능은 낮았지만 연습기, 정찰기, 연락기로서 다목적으로 활용되었고 때로는 경공격기로도 운용되었던 폴리카르포프 Po-2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생산된 군용기 1위로 선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다른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된 것들 중에는 민간기도 포함되어 있으나 그 정확한 수량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쏜 기관포를 맞고 추락한 전투기

자신이 쏜 기관포를 맞고 추락한 전투기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제목의 진귀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은 믿기도 어렵지만 이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일어났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제 해가 바뀌어 2020년의 아침을 맞았는데 작년에 네덜란드의 국영방송인 NOS는 국방안전검사소(Inspectie Veiligheid Defensie)의 발표를 인용하여 2019년 1월 21일, 훈련 중이던 두 대의 F-16 중 한 대에서 발사된 발칸포(M61A1)의 20㎜ 포탄이 동체를 관통하여 엔진을 손상시키는 바람에 추락할 뻔하였으나 다행히 플릴란트(Vlieland) 섬에 있는 레이우아르던 공군기지(Leeuwarden Air Base)에 비상착륙하여 조종사와 전투기 모두 무사히 귀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현재까지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한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사고는 1956년에도 일어났었는데 그 때는 조종사는 무사하였으나 기체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지금의 노스럽 그러먼으로 인수합병 되기 전, 미국의 군용기 제작업체였던 그러먼(Grumman)에서는 항공모함용 1인승 제트 전투기인 그러먼 F-11 타이거(Grumman F-11 Tiger)를 생산하였는데 1956년 9월 21일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그의 두 번째 F11F-1 비행이자 그러먼 전체로는 41번째의 비행에서 20㎜ 기관포의 사격시험을 실시하기로 되어 있었다.

F-11 타이거

 

그 날도 22,000피트에서 마하1을 돌파하면서 20° 각도로 애프터 버너를 가속한 다음, 고도 13,000피트(4,000m)를 통과하면서 20㎜ 기관포인 콜트 MK 12(Colt Mk 12)를 4초간 발사하였고 다시 3초를 기다렸다가 두 번째로 기관포를 발사한 후 고도가 7,000피트에 이르렀을 때 기체에 큰 충격을 느끼고 제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콜트 MK 12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비행장에 착륙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실패하고 근처의 숲에 불시착하였는데 구조헬기가 3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여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무사히 구조하였으나 기체는 전손되고 말았다.

톰 애트릿지(Tom Attridge)는 F11F-1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던 원인이 조류의 충돌로 인한 버드 스트라이크였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미해군과 그러먼의 합동조사에 의해 그가 발사한 20㎜ 기관포탄이 기체에 명중하였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고도 4,000m에서 20° 각도로 비행하는 상태에서 기관포가 발사되었고 급가속하여 비행하는 전투기의 귀적과 기관포탄의 궤적이 일치하면서 콜트 MK 12의 20㎜ 기관포탄이 기체를 관통하여 엔진을 손상시키게 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조금 쉽게 얘기하면, 발사된 기관포탄은 일정시간 직진하지만 직진성이 저하되면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낙하하게 되는데 이것이 하강하는 F-11 타이거의 비행궤적과 일치하면서 이런 만화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한다.

미국 해군은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F11F-1에서 기관포를 발사한 다음에는 반드시 하강각도를 지키도록 제한하는 등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다목적 기능의 부족 등과 같은 성능의 문제로 1957년부터 1961년까지 4년 동안에 실전부대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해군으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자 그러먼에서는 F-4 팬텀Ⅱ에 채용된 터보제트엔진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J79를 탑재한 개량형인 F11F-1F 슈퍼 타이거를 개발하지만 미국 해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때 무려 230대나 구매하겠다고 나선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F11F-1F 슈퍼 타이거

 

일본은 항공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던 F-86 세이버의 후속으로 F11F-1F 슈퍼 타이거 230대를 도입하는 승인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치자금이 건네진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사회문제로 확대되었고, 급기야는 민관합동조사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2달이 넘는 기간을 조사한 끝에 결국에는 록히드의 F-104 스타파이터로 변경되고 말았다.

F-104 스타파이터

연락기에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탱크를 부순 조종사

연락기에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탱크를 부순 조종사

국방일보의 ‘6·25전쟁 중 육군용 2·36인치 바주카포 장착 운용하기도’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한형대(韓炯大)·손재권(孫在權)예비역 준장 등 초창기 공군에 몸 담았던 원로들은 김정렬 초대 공군참모총장의 지시로 L-5기 좌우 날개에 바주카포를 철사로 묶고 전기 장치를 연결,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는 증언을 남기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연락기에 바주카포를 달고 적을 공격했던 것은 우리나라 공군이 최초는 아니었으며, 대한민국 공군은 L-5 이전에 미군으로부터 도입한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고정익기인 “L-4연락기의 후방석에 탄 정비사들이 국산 15㎏ 폭탄 두 발을 휴대하고 있다가 손으로 적 전차에 투하하는 등 고군분투했다.”고 국방일보는 전하고 있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들에게 메뚜기(grasshopper)라는 별칭으로 불린 L-4 연락기에 만화처럼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적을 공격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미국의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을 들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L-4의 시동을 거는 모습

 

30세가 되던 1942년에 자원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1944년 L-4 그래스호퍼를 몰고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은 조지 패턴 장군에 의해 군법에 회부되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던 일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L-4 연락기에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독일군 탱크를 부수기 전에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은 지상에서 탱크 한 대를 반파시킨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독일군 탱크가 아니라 미국의 탱크였기 때문에 군법에 회부될 수도 있었으나 조지 패튼 장군의 선처로 모면할 수 있었다.

하루는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이 지프를 몰고 비행기가 착륙할 만한 장소를 찾던 도중 독일군에 의해 포위된 미군 탱크를 발견했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탱크에 올라 기관총을 쏘면서 진격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같은 부대도 아니고 더군다나 지휘관도 아닌 사람이 기관총을 쏘면서 진격명령을 내린 것은 일면 황당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용감한 행동은 미군병사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고 진격하는 도중에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은 독일군 탱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 반파시키는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투가 끝난 뒤 반파된 탱크는 독일군 탱크가 아니라 미군 탱크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카펜터 중령은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보고를 받은 조지패튼 장군은 탱크를 식별하지 못한 실수는 있지만 그의 용기와 지도력은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군법에 회부하는 대신에 은성훈장을 수여하였다고 한다.

조지 패튼 장군 덕분에 다시 항공정찰임무에 복귀할 수 있었던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은 다른 조종사가 L-4 그래스호퍼에 바주카포를 장착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바로 실행에 옮겨 조종석에서 제어할 수 있는 2개의 M1A1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독일군 장갑차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으나 일자는 미상이다.

 

그러나 L-4 그래스호퍼에 바주카포를 장착하고 독일군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지상으로 저공비행을 해야만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지만 첫 번째 성공에서 더 큰 자신감을 얻은 카펜터 중령은 4개의 업그레이드 된 M9 바주카포를 추가로 장착하고는 독일군을 공격하여 ‘미친 대령(Mad Major)’이란 별명을 적들로부터 얻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바주카(Bazooka)포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바주카(Bazooka)포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60㎜(2.36인치) 구경과 한국전쟁에서 사용되었던 89㎜(3.5인치) 구경이 있는데 미 육군의 정식명칭은 모두 로켓 발사기(Rocket Launcher)로 M1 바주카의 제식명칭은 Rocket Launcher, M1이다.

 

그리고 바주카(Bazooka)라는 애칭을 뒤에 붙여 불렀는데 한국전쟁에서 사용했던 3.5인치에는 슈퍼를 앞에 붙여 Rocket Launcher, M20 Super Bazooka라고 불렀다.

 

좌측이 M20, 우측이 M9

 

바주카(Bazooka)라는 애칭은 당시 미국의 유명한 코메디언 밥 번즈(Bob Burns)가 자작한 악기의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밥 번즈(Bob Burns)가 바주카(Bazooka)란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바주(bazoo)는 트럼펫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바주인(bazuin)에서 따온 것으로 바람을 부는 사람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바주카포를 장착한 L-4 그래스호퍼로 독일군의 타이거 전차 2대를 포함하여 모두 6대의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한 공식기록을 가지고 있는 찰스 카펜터(Charles Carpenter) 중령은 퇴역 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1966년 사망하였다.

F-35A를 렌트해서 제주도에 가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F-35A를 렌트해서 제주도에 가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F-35A를 렌탈할 수 있다고?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방부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를 대여하고 그 비용으로 청구하는 금액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 발표한 최신요금표를 보면 가장 비싼 것이 “시간당 유지비가 가장 높은 군용기 Top10”에서 159,529달러로 1위를 차지했던 E-4 Nightwatch가 대여료에 있어서도 73,213달러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만일 제목과 같이 F-35A를 렌트해서 제주도를 간다고 가정하면 지불해야 하는 요금은 시간당 우리 돈으로 2,1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미 육군과 해군 및 공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를 일반인들은 당연히 렌트할 수 없고, ‘미국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는 다른 군(軍)에 대여하는 ‘Other DoD Component’와 국방부 산하가 아닌 기타 연방기관에 대여하는 ‘Other Federal’ 그리고 ‘대외군사판매 요율(FMS Rate: Foreign Military Sale Rate) 및 그 외의 것 등, 모두 4가지로 구분하여 요율을 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기타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정부 이외의 기관이나 조직으로서 예를 들면 미식축구 NFL리그의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의 상공을 비행하는 것 등의 민간행사에 사용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4가지 카테고리 중에데 가장 요율이 높은 것이 기타 요율(All Other User Rates)인데 이 중에서 시간당 요금을 가장 많이 청구하는 항공기를 1위부터 10위까지 알아보면 모두가 공군소속의 항공기이다.

자세한 사항은 이곳(FY 2019 REIMBURSABLE RATES FIXED WING)을 참고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시간당 대여료가 가장 비싼 항공기 Top10과 각 군에서 대여하는 항공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자.(적용한 환율은 1: 1,130원)

 

▶ 1위: E-4B 나이트 워치(Night watch)-시간당 8,300만원

 

▶ 2위: B-2A 스피릿(B-2A Spirit)-시간당 7,000만원

 

▶ 3위: E-8C 조인트스타스(E-8C Joint STARS)-시간당 6,300만원

 

▶ 4위: B-1B 랜서(B-1 Lancer)-시간당 5,800만원

 

▶ 5위: F-22A 랩터(F-22 Raptor)-시간당 4,300만원

 

▶ 공동 6위: RC-135V-시간당 3,900만원

 

▶ 공동 6위: RC-135W-시간당 3,900만원

 

▶ 8위: RC-135U-시간당 3,900만원

8위를 차지한 RC-135U보다 공동 6위를 차지한 기종들은 단지 77달러가 비싸다.

 

▶ 9위: B-52H 스트래트포트리스(B-52H Stratofortress)-시간당 3,800만원

9위와 10위의 차이는 원화로 불과 2만8천원 정도.

 

▶ 10위: RC-135S-38,000만원

 

다음으로는 육군, 해군, 공군이 각각 대여하고 있는 항공기의 요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단위: 원)

육군

기종
Other DoD
Other Federal
FMS
All Other
RC 12
2,465,660
2,646,460
2,652,110
2,752,680
C-12
2,281,470
2,462,270
2,467,920
2,560,580
C-26
2,114,230
2,357,180
2,365,090
2,450,970
C-37
8,425,280
8,730,380
8,741,680
9,079,550
UC-35
2,509,730
2,751,550
2,760,590
2,862,290
ARL (EO-5)
6,377,720
6,620,670
6,628,580
6,885,090

 

해군

기종
Other DoD
Other Federal
FMS
All Other
AV-8B
14,861,760
14,958,940
14,962,330
15,557,840
C-130T
7,087,360
7,471,560
7,485,120
7,769,880
C-20G
11,366,670
11,750,870
11,764,430
12,220,950
C-26D
1,910,830
2,178,640
2,186,550
2,265,650
C-2A
12,778,040
13,103,480
13,114,780
13,627,800
C-37B
8,613,990
8,939,430
8,950,730
9,297,640
C-40A
4,427,340
4,870,300
4,886,120
5,064,660
E-2C
14,406,370
14,926,170
14,940,860
15,523,940
E-2D
14,249,300
14,770,230
14,783,790
15,360,090
E-6B
22,766,110
23,814,750
23,853,170
24,767,340
EA-18G
12,272,930
12,480,850
12,486,500
12,980,310
EA-6B
11,463,850
11,879,690
11,890,990
12,355,420
EP-3E
6,983,400
8,473,870
8,529,240
8,812,870
F-16A
16,013,230
16,117,190
16,119,450
16,761,290
F-16B
14,166,810
14,374,730
14,380,380
14,949,900
F-35B
26,996,830
27,094,010
27,096,270
28,177,680
F-35C
25,965,140
26,069,100
26,072,490
27,112,090
FA-18A
17,815,580
17,919,540
17,922,930
18,635,960
FA-18B
25,297,310
25,506,360
25,510,880
26,525,620
FA-18C
21,457,570
21,561,530
21,564,920
22,424,850
FA-18D
18,515,050
18,722,970
18,728,620
19,472,160
FA-18E
13,365,640
13,469,600
13,471,860
14,008,610
FA-18F
14,096,750
14,304,670
14,310,320
14,877,580
KC-130J
9,353,010
9,801,620
9,817,440
10,193,730
KC-130T
8,116,790
8,566,530
8,582,350
8,908,920
P-3C
8,922,480
9,794,840
9,825,350
10,186,950
P-8A
9,914,620
10,786,980
10,817,490
11,218,640
T-44C
2,645,330
2,970,770
2,982,070
3,090,550
T-45C
5,646,610
5,854,530
5,860,180
6,089,570
T-6A
1,831,730
2,039,650
2,045,300
2,121,010
T-6B
1,672,400
1,997,840
2,009,140
2,078,070
TAV-8B
15,267,430
15,475,350
15,481,000
16,094,590
UC-12W
2,387,690
2,713,130
2,724,430
2,821,610

 

공군

기종
Other DoD
Other Federal
FMS
All Other
A-10C
6,913,340
7,012,780
7,015,040
7,293,020
AC-130J
7,508,850
8,193,630
8,220,750
8,521,330
AC-130U
21,331,010
22,258,740
22,297,160
23,149,180
AC-130W
10,805,060
11,441,250
11,466,110
11,898,900
AT-38B
4,416,040
4,613,790
4,619,440
4,797,980
B-1B
55,532,720
55,929,350
55,940,650
58,166,750
B-2A
67,180,760
67,378,510
67,384,160
70,073,560
B-52H
36,358,880
36,853,820
36,868,510
38,328,470
C-12C
3,441,980
3,739,170
3,747,080
3,888,330
C-12F
3,441,980
3,639,730
3,645,380
3,785,500
C-12J
3,441,980
3,639,730
3,645,380
3,785,500
C-130H
10,305,600
10,746,300
10,763,250
11,175,700
C-130J
6,932,550
7,226,350
7,237,650
7,515,630
C-17A
17,347,760
17,641,560
17,652,860
18,346,680
C-20B
5,662,430
6,004,820
6,018,380
6,245,510
C-20C
5,662,430
6,004,820
6,018,380
6,245,510
C-20H
5,662,430
6,004,820
6,018,380
6,245,510
C-21A
2,439,670
2,637,420
2,643,070
2,742,510
C-32A
15,285,510
15,918,310
15,946,560
16,554,500
C-32B
14,146,470
14,779,270
14,807,520
15,370,260
C-37A
8,954,120
9,296,510
9,310,070
9,668,280
C-37B
8,954,120
9,296,510
9,310,070
9,668,280
C-40B
10,346,280
10,931,620
10,956,480
11,368,930
C-40C
10,105,590
10,642,340
10,664,940
11,068,350
C-5A
26,896,260
27,286,110
27,303,060
28,377,690
C-5B
26,896,260
27,286,110
27,303,060
28,377,690
C-5C
26,896,260
27,286,110
27,303,060
28,377,690
C-5M
27,579,910
27,969,760
27,986,710
29,088,460
E-3B
20,685,780
22,399,990
22,465,530
23,296,080
E-3C
20,685,780
22,399,990
22,465,530
23,296,080
E-3G
20,685,780
22,399,990
22,465,530
23,296,080
E-4B
77,855,870
79,451,430
79,531,660
82,628,990
E-8C
58,885,430
60,355,560
60,412,060
62,769,240
E-9A
1,279,160
1,624,940
1,635,110
1,690,480
EC-130H
10,329,330
11,208,470
11,244,630
11,657,080
EC-130J
7,873,840
8,606,080
8,636,590
8,950,730
F-15C
24,057,700
24,157,140
24,159,400
25,123,290
F-15D
23,853,170
23,952,610
23,954,870
24,910,850
F-15E
19,290,230
19,487,980
19,493,630
20,267,680
F-16C
9,462,620
9,562,060
9,564,320
9,944,000
F-16D
9,349,620
9,449,060
9,451,320
9,826,480
F-22A
41,194,150
41,293,590
41,295,850
42,945,650
F-35A
20,002,130
20,101,570
20,103,830
20,906,130
HC-130J
6,126,860
6,520,100
6,533,660
6,781,130
HC-130N
15,866,330
16,403,080
16,425,680
17,059,610
HC-130P
14,043,640
14,580,390
14,602,990
15,163,470
KC-10A
18,168,140
18,461,940
18,473,240
19,200,960
KC-135R
15,163,470
15,409,810
15,417,720
16,025,660
KC-135T
15,213,190
15,459,530
15,467,440
16,077,640
KC-46A
8,163,120
8,409,460
8,417,370
8,746,200
LC-130H
5,833,060
6,273,760
6,290,710
6,524,620
MC-130H
15,890,060
16,478,790
16,500,260
17,137,580
MC-130J
6,474,900
6,915,600
6,932,550
7,192,450
MC-130P
11,600,580
12,137,330
12,159,930
12,623,230
MQ-1B
652,010
798,910
804,560
830,550
MQ-9A
629,410
776,310
781,960
806,820
OC-135B
22,507,340
23,290,430
23,320,940
24,221,550
RC-135S
35,650,370
36,826,700
36,870,770
38,300,220
RC-135U
35,650,370
37,268,530
37,329,550
38,759,000
RC-135V
35,650,370
37,352,150
37,428,990
38,846,010
RC-135W
35,650,370
37,352,150
37,428,990
38,846,010
RC-26B
1,855,460
2,152,650
2,160,560
2,238,530
RQ-4B
7,667,050
7,813,950
7,819,600
8,126,960
T-1A
2,260,000
2,457,750
2,463,400
2,556,060
T-38A
4,416,040
4,515,480
4,517,740
4,696,280
T-38C
4,416,040
4,515,480
4,517,740
4,696,280
T-41D
35,030
134,470
136,730
140,120
T-51A
3,760,640
3,860,080
3,862,340
4,014,890
T-53A
36,160
135,600
137,860
141,250
T-6A
897,220
996,660
998,920
1,036,210
TC-135S
35,650,370
35,947,560
35,955,470
37,384,920
TC-135W
35,650,370
35,947,560
35,955,470
37,384,920
TG-15A
99,440
101,700
103,960
TG-15B
99,440
101,700
103,960
TG-16A
99,440
101,700
103,960
TU-2S
13,617,630
13,815,380
13,821,030
14,367,950
U-2S
13,477,510
13,576,950
13,579,210
14,120,480
UV-18B
219,220
416,970
422,620
433,920
WC-130J
4,418,300
4,859,000
4,875,950
5,053,360
WC-135C
35,650,370
36,043,610
36,057,170
37,485,490
WC-135W
35,650,370
36,043,610
36,057,170
37,485,490

 

미국 CIA가 은밀히 운용했던 RB-69A

미국 CIA가 은밀히 운용했던 RB-69A

1960년 3월 25일, 군산 인근의 산비탈에 미 공군기가 추락하여 탑승했던 14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에 추락했던 기종은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미해군의 P2V-7 넵튠을 변형한 미공군의 RB-69A라고 알려졌었으나 사실은 미국 CIA가 운용하던 것이었다.

이에 관한 비밀은 2022년이 되어야 해제되지만 이미 그 이전에 관련 내용들은 책을 통해 많이 알려졌었는데 오늘은 그중의 하나인 스컹크 웍스의 프로젝트(The Projects of Skunk Works)란 책을 통해서 미국 CIA가 한반도와 중국에서의 정보수집을 위해 은밀히 운용했던 항공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책을 쓴 스티브 페이스(Steve Pace)는 군용기와 관련한 저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2016년 12월에 최초로 발간되었으며 원제는 ‘The Projects of Skunk Works: 75 Years of Lockheed Martin’s Advanced Development Programs’이다.

책의 제목에 있는 스컹크 웍스(Skunk Works)는 록히드 마틴 연구소의 공식적인 별칭이며 이전에는 Lockheed Advanced Development Projects로 불리고 있었으므로 책 제목은 간단히 ‘스컹크 웍스의 75년 역사’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제2장을 보면 미공군의 RB-69A는 해군의 P2V-7 넵튠을 개조하여 1954년 4월 26일에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첫 비행을 마친 이후 그해 말까지 모두 5대의 RB-69A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P2V-7 넵튠

 

RB-69A

 

CIA가 운용하는 항공기는 CIA 소식임을 감추어야 했기 때문에 국적표시 등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거나 아니면 아예 표시를 하지 않기도 했고 때로는 공군이나 해군 소속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RB-69A를 공군이 운용하는 것으로 위장하였다 한다.

1962년까지 CIA는 모두 7대의 P2V-7 넵튠을 해군으로부터 양도받았는데 모델에 붙어있는 7은 P2V 버전의 마지막 버전이란 것을 뜻하며 여기에 해군은 다목적용도로 사용된다는 뜻의 U를 붙여 P2V-7U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미해군의 P2V-7U은 다시 RB-69A란 제식으로 공군에 양도되는데 RB는 폭격기를 기반으로 하는 정찰기라는 의미라고 하며 다른 나라들을 속이기 위해 해군에서 공군으로 양도하고 운용은 CIA가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던 것이다.

미 해군의 P2V-7과 RB-69A의 외관상 가장 큰 차이는 P2V-7은 날개 끝에 연료탱크가 있지만 RB-69A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CIA의 RB-69A는 구소련을 감시하기 위해 2대는 서독의 비스바덴(Wiesbaden)에 배치하고 다른 2대는 당시의 중공을 감시하기 위해 대만의 신주공군기지(Hsinchu Air Base)에 배치하여 제34 비행대의 블랙팀이 운영하도록 하였다.(대만 공군의 제34 비행대는 검은 박쥐 비행대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 뒤 1959년에 CIA가 유럽에서 비밀리에 운용하던 항공기 자산을 줄이면서 2대의 RB-69A를 포함하여 7대 모두를 대만에서 운용하였으며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

 

형식적으로는 대만 공군에서 운용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CIA의 항공자산이었던 RB-69A는 전체 7대 중 5대가 추락 또는 격추되었는데 제일 첫 번째로 추락했던 것이 1960년 3월 25일 군산 인근의 산비탈에 추락한 것으로 대만의 신주공군기지(Hsinchu Air Base)를 출발한 RB-69A가 저공으로 페리비행(Ferry flying)을 하는 도중에 추락하여 탑승객 14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두 번째는 1961년 11월 6일 산동성 상공을 비행하던 도중 인민해방군이 쏜 SA-2(SA-75 DIVA)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되어 14명이 사망하였고, 세 번째는 1962년 1월 8일 인민해방군의 MiG-17에 의해 서한만(西韓灣) 상공에서 격추되어 14명의 승무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결국 군산 인근에서의 추락사고 1건을 비롯하여 모두 4대가 격추되어 전체 7대의 70% 이상인 5대의 RB-69A를 잃어버린 CIA는 1964년에 작전을 종료하게 되는데 CIA가 수행했던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와일드 체리(Project Wild Cherry)이다.

그러나 CIA는 다시 액시얼 프로젝트(Project Axial)라는 이름의 작전을 바로 이어서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4기의 AIM-9 사이드와인더로 무장한 P-3A 2대를 대만공군이 사용하는 형식으로 운용하였다. 그래서 EP-3B는 대만 공군 제34 비행대의 별칭인 검은 박쥐 비행대라는 이름을 따서 Bat Rack이라고도 불린다.

 

냉전시대로의 회귀라고까지 말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지금, 우리가 모르는 모습의 CIA 항공자산이 한반도 상공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적국의 정찰이 아니라 우방국의 기밀을 수집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군이 야전에서 볼일을 보는 5가지 방법

미군이 야전에서 볼일을 보는 5가지 방법

군생활을 하면서 야전에서의 훈련 도중에 볼일을 봐야 하는 경우 부대의 단위가 작은 경우에는 마땅한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각자가 알아서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들은 아래의 사진과 같은 방법으로 일을 보기도 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생리적인 현상을 처리하는 일에도 미군들은 법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같이 합동훈련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그다지 잘 실천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야전이라고 하더라도 미군은 남자 25명당 1개의 화장실 또는 1개의 소변기와 여군 17명당 1개의 화장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은 단위부대의 경우에는 이런 시설을 할 수가 없어서 기준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방법이나 주에서 정하는 법률로 화학적인 처리방법의 화장실 이외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간이화장실을 반드시 화학적인 처리를 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설물은 매일 청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생처리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배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시설을 설치할 수 없을 경우에 각개병사들은 어떻게 볼일을 보도록 규정하고 있을까요? 아래에 열거하는 방법들에 대하여는 각각의 크기에 대한 기준과 땅을 파는 경우에는 얼마의 깊이로 파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대표적인 것 5가지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태워서 처리한다. Burnout latrine

영화 플래툰에도 배설물을 태우는 작업 장면이 나오는데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반드시 양쪽에 손잡이를 만들어야 하고 매일 기름을 사용하여 소각해야 하는데 만일 냄새가 남아 있다면 다시 소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남자들만을 위한 Piss pipes

이것은 규정이 조금 느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파이프의 직경을 2.5c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크게 설치하지만 규정은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파이프의 길이는 1미터 이상으로 하고 각 구덩이의 모서리에 설치를 해야 하며 중앙에 설치를 해도 됩니다. 그리고 매설되는 깊이는 최소 20cm 이상으로 하고 지상으로 나와 있는 부분은 바깥쪽으로 기울여서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야생의 본능 그대로 Cat holes

야생의 고양이가 배변을 할 때 땅을 파는 것처럼 일을 보는 방식인데 길이, 폭, 깊이 모두 12인치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신속하게 덮고 은폐하여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긴다. WAG Bags

이 방법은 봉투를 벌려서 고정할 수 있는 물건이 없을 경우에는 땅을 파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진과 같이 난감한 자세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 나는 고양이가 아니다. Straddle trenches

이 방법도 땅을 파는 것은 Cat holes와 같지만 그 크기가 훨씬 큰 것으로 깊이 75cm, 길이 120cm, 폭은 30cm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땅을 팔 수 없는 암석지대와 같은 곳에서는 흙을 쌓아서 만드는 Mound Latrine를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문이 있는 화장실을 달라. Porta-Johns

가장 이상적인 야전화장실의 형태입니다. Porta는 문을 뜻하고 Johns가 화장실을 뜻하는데 16세기 후반에 수세식화장실을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이 존 해링턴이어서 영어에서 “John”은 화장실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존 해링턴이 수세식화장실을 고안했을 때 붙인 이름은 화장실을 뜻하는 속어인 “Jakes”를 붙여 “에이잭스(Ajax)”였는데 그의 발명동기를 설명한 책 “화장실의 탈바꿈(The Metamorphosis of Ajax)”이 래스터 백작을 Ajax에 비유하였다고 소송을 당하면서 “에이잭스(Ajax)”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미군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야전화장실 몇 가지를 알아보았는데 우리 한국군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머지않아 겨울이 오고 또다시 병사들은 혹한기훈련에 나설 텐데, 생리문제라도 편히 해결할 수 있도록 군에서는 조금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했던 폭격기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했던 폭격기

여러 개의 강판(鋼板)조각을 벨트처럼 연결하여 바퀴로 사용하는 캐터필러(caterpillar)는 무한궤도라고도 하는데 군용장비 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 등이 있다.

그런데 군용기들 중에는 바퀴 대신 무한궤도를 장착한 것들이 있었고 지금도 알래스카의 설원에서 이착륙에 사용하기 위한 캐터필러(caterpillar)가 개발 중에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무한궤도를 장착했던 군용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자.

군용기의 착륙장치(landing gear)를 캐터필러(caterpillar)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1930년대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부터였다.

2차 대전에서 미국은 4발 엔진의 대형 폭격기를 많이 운용하였는데 증가하는 기체의 중량 때문에 보다 길고 잘 정비된 활주로가 필요했으며 적의 폭격으로 손상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착륙장치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리하여 크리스티 서스펜션을 발명한 존 월터 크리스티(J. Walter Christie)는 1939년 11월 미국 공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아놀드(Henry H. Arnold)에 의해 더글러스 A-20 해벅(Douglas A-20B Havoc)에 무한궤도를 장착할 수 있는 설계를 의뢰받는다.

 

이 연구에는 미국의 굳이어(Goodyear Tire)나 파이어스톤(Firestone Tire)과 같은 타이어업체들을 비롯하여 영국의 다우티(Dowty Group)도 참가하여 1942년 2월에 설계를 마치고 6월에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기존의 바퀴식에 비해 무게가 2배 가까이나 증가하여 활주로의 길이가 15% 이상 더 필요하게 되었다.

이후 비포장도로 뿐만 아니라 설원과 얼음 위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되었으나 A-20 해벅을 이용한 무한궤도 착륙장치의 시험은 1947년 8월에 끝나고 만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파이어스톤(Firestone Tire)은 1943년 6월, 커티스 P-40 워호크(Curtiss P-40 Warhawk)를 모래사장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착륙장치의 개발계약을 맺고 1944년 2월에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벨트 사이에 얼음이 끼는 등의 문제로 추가시험을 하기로 하고 보관하던 중 손상되어 종료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A-20 해벅을 이용한 개발을 계속했던 것과는 별도로 페어차일드와 보잉에도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 개발을 의뢰하였는데 1945년 페어차일드의 항공부문을 담당하던 부서는 페어차일드 C-82 패킷(Fairchild C-82 Packet)을 사용하여 무거운 수송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1949년 4월부터 착륙장치를 교체한 C-82 패킷(C-82 Packet) 10대가 납품되었지만 시험과정에서 고장이 속출하고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정식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되고 만다.

 

끝으로 보잉의 경우에는 애초에 B-50에 장착하기 위한 예비단계로 B-29에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를 장착한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신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굳이어에 날개 부분을, 파이어스톤에 기수부분의 장치를 하청주고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굳이어는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벨트 제작에 실패하여 시속 70마일 이상에서는 쓸 수도 없었고, 파이어스톤에 맡겼던 것도 시험비행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C-82와는 달리 B-50에 장착했던 캐터필러는 안으로 접어넣을 수 없는 고정된 방식이어서 기체하부에 있는 기관총의 사격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어서 1950년 1월 계약만료와 함께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끝나게 된다.

 

그러나 캐터필러에 꽂혀서였는지는 몰라도 미공군은 대형 폭격기인 콘베어 B-36 피스메이커(Convair B-36 Peacemaker)의 착륙장치도 대체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1950년 3월 26일, 처음으로 시험비행에 나서지만 이것이 마지막 비행이 되고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는 개발자체가 중단되고 말았다.

시험비행 중인 XB-36

 

개발이 중단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형폭격기의 항속거리가 증가하면서 전선(戰線)에서 이착륙하지 않아도 된 점과 내구성과 정비 및 비용의 측면에서 바퀴가 훨씬 경제적이었던 것이 캐터필러 방식의 착륙장치 개발이 중단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팜데일 전투: 뚫려버린 미국의 방공망

팜데일 전투: 뚫려버린 미국의 방공망

1956년 8월 16일 한 대의 항공기가 로스앤젤레스의 시가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2대의 F-89 전투기가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요격은 실패로 끝났고, 연료가 부족했던 항공기는 로스앤젤레스로부터 60㎞ 떨어진 사막에 추락하여 이틀 동안 120만 평(400ha)의 면적을 불태우는 화재를 일으키게 된 사건을 일컬어 미국에서는 팜데일 전투(Battle of Palmdale)라고 부르고 있다.

1956년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냉전이 극에 달하고 있던 시기로 미국은 소련의 전략폭격기가 북극해를 넘어 공격해오는 것에 대비하여 1954년부터 알래스카를 비롯한 각지에 F-89 스콜피온(F-89 Scorpion)을 배치해두고 있었는데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날아가던 비행기의 격추를 명받은 것도 바로 2기의 F-89D였다.

핵폭탄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를 공중에서 막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기에 미공군은 1945년 8월, P-61 블랙위도우(P-61 Black Widow)를 대체하기 위한 예비사양을 발표하였으며 벨(Bell Aircraft)을 비롯하여 콘솔리데이트 에어크래프트(Consolidated Aircraft),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 더글러스 에어크래프트(Douglas Aircraft Company), 굳이어(Goodyear), 노스럽(Northrop) 등이 참가신청을 하였다.

P-61 블랙위도우(P-61 Black Widow)

 

그리고 최종후보였던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의 XA-43과 노스럽(Northrop)의 N-24 중에서 최종적으로 노스럽의 N-24가 결정되면서 이름도 XP-89라고 지정되었으며 1948년 8월 16일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첫 비행을 마친 다음에는 F-89라는 제식부호를 받고 시험기를 뜻하는 X를 앞에 붙여 XF-89로 부르게 된다.

한편 XP-87(XF-87 Blackhawk)을 제안하여 경쟁에서 탈락했던 커티스 라이트는 항공부문을 노스아메리칸(North American Aviation)에 매각하고 항공사업을 접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XF-87 블랙호크

 

이렇게 채택되었던 F-89의 초기형인 F-89A, F-89B, F-89C는 모두 20㎜ 기관포 6문을 탑재하고 있었으나 대형 전략폭격기를 요격하기에는 부족했다.

F-89A

 

F-89B

 

F-89C

 

그래서 F-89D는 공대공 로켓으로 주무장하게 되는데 이전까지의 A, B, C형의 날개 끝에 있던 연료탱크를 더 크게 만들어 로켓 포드를 겸할 수 있도록 하여 하나의 로켓 포드에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로 불리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를 52발씩 탑재하여 모두 104발의 공대공 로켓으로 무장하도록 제작되었다.

F-89D

 

그리고 1956년부터 적외선유도 미사일인 AIM-4 팔콘과 AIM-9 사이드와인더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F-89D도 팔콘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유형이 제작되었으며 F-89H에 이르러서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를 각 날개에 52발씩 탑재하던 것을 21발로 줄이면서 3발의 팔콘 미사일을 탑재하도록 개량된다.

F-89H

 

아무튼 F-89 스콜피온(F-89 Scorpion) 중에서 가장 많은 682대가 제작되었던 F-89D가 배치되어 있던 옥스나드(Oxnard) 공군기지는 1956년 8월 16일 전투기의 긴급발진 요청을 받는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1956년 8월 16일 11시 34분 포인트무구 해군비행장(Point Mugu Naval Air Station)을 이륙한 F6F 헬캣(F6F Hellcat) 무인조종기는 육안으로 관찰이 용이하도록 기체를 빨간색으로 칠하고 미사일 시험을 위해 비행구역으로 향한다.

F6F 헬캣(F6F Hellcat) 무인조종기

 

그러나 어떤 결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F6F 헬캣은 항로를 이탈하고 로스앤젤레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는 계속 고도를 높였고 만일 이것이 도심에 추락하게 된다면 큰 희생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던 포인트 무구에서는 급하게 공군에 전투기의 출격을 요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군의 요청을 받은 옥스나드(Oxnard) 공군기지에서는 2대의 F-89D를 출격시켰는데 그것은 2대에 탑재되어 있던 208발의 로켓이면 충분히 F6F 헬캣(F6F Hellcat)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 4차례에 걸쳐 208발의 로켓을 전부 발사하였음에도 격추에 실패하였고, 게다가 이륙 후 애프터 버너를 사용했기 때문에 연료가 부족해진 F-89D는 기지로 귀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F-89D가 탑재하고 있던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 로켓은 파괴력은 뛰어났지만 정확도는 크게 떨어짐으로써 임무에 실패하고 말았으며 연료가 떨어진 F6F 헬캣(F6F Hellcat)도 팜데일(Palmdale) 근교의 사막에 추락하여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이틀 동안 500명의 소방관이 동원되어 화재를 진압해야만 했다.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로 불리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 로켓은 발사된 직후에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탄두를 탑재하고 있었고, 목표물을 놓치고 속도가 떨어지면 해제되도록 만들어져 있었으나 대부분 작동불량으로, 발사된 208발 중에서 15발만이 폭발하지 않은 채 발견되었고, 나머지 193발은 모두 폭발하여 큰 화재를 일으켰던 것이다.

F-89D에서 발사되는 Mk 4 FFAR

 

지금 운용되는 군용 드론은 모두 페일 세이퍼(Fail-safe)가 장착되어 있어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그날 로스앤젤레스를 향했던 비행기가 미사일 시험을 위한 드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프로펠러로 적기를 격추시킨 조종사

프로펠러로 적기를 격추시킨 조종사

1945년 5월 10일, 소설 속에서나 있음직한 방법으로 적기를 격추시킨 일이 일어났는데 주인공은 바로 미해군 조종사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으로 그는 조종하던 F4U 콜쎄어(F4U Corsair)기의 프로펠러로 일본의 비행기를 격추시켰습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전과를 올린 로버트 클링맨은 한국에서도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1934년 해병대에 입대하여 4년을 복무한 후에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었던 날 다시 재입대하여 항공정비사 교육을 거친 다음 조종사가 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이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배치 받은 곳은 1945년 4월 1일 시작되어 81일간이나 이어진 태평양 최대의 전투였던 일본의 오키나와 전투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큰 해전이었던 레이테 만 전투(Battle of Leyte Gulf)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일본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가 오키나와 전투에서 대대적으로 등장했는데 7번에 걸쳐 1,500기에 달하는 숫자의 특공기가 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동원된 함정(총 77척의 연합군 항공모함과 9척의 전함이 동원되었다)을 비롯하여 4월에 오키나와 본섬에 상륙하여 점령한 카데나 비행장(Kadena Airfields)과 욘탄 비행장(Yontan Airfield)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어 미군은 함재기를 동원한 정찰활동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욘탄 비행장(Yontan Airfields)은 요미탄 비행장이라고도 부르며 1996년 7월에 폐쇄하고 2006년 12월에 일본정부에 반환되었으며 현재도 운용되고 있는 카데나 비행장(Kadena Airfields)은 한국전쟁을 맞아 규모가 확대되어 지금은 극동지역의 중요한 미군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레이테 만 전투(Battle of Leyte Gulf)

 

미군의 통계에 의하면 오키나와 전투에 동원된 일본 가미카제 특공기의 70~80%는 사전에 격추시킬 수 있었다고는 하나 20~30%에 달하는 숫자만으로도 연합군 측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는데 1945년 5월 4일에만 12척의 전함이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899명에 달하는 사망·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도 이런 가미카제 특공기를 정찰하고 격추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이 몰던 미해병대 전투비행대(VMF-312)의 함재기 F4U 콜쎄어(Corsair) 기종은 일본의 “Kawasaki Ki-45 토류” 기종에 비해서 고도가 낮고 항속거리가 짧아서 격추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F4U 콜쎄어(Corsair)

 

특히 일본은 미국의 B-29의 폭격으로 본토가 공습 당하자 B-29의 고고도에 이르지 못하는 “Kawasaki Ki-45 토류”를 경량화 시키기 위해 기관포와 방탄철판 및 무전기를 제거하고 공중에서 B-29의 기체와 부딪히게 하는 가미카제와 같은 방법으로 격추시키기 위한 진천제공대(震天制空隊)라는 공대공특공대를 별도로 조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진천제공대(震天制空隊)는 강력한 B-29의 방어화기와 9,000m에 도달하기까지 40분이나 걸리고 고고도에서는 수평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성능차이 때문에 일본이 노리던 효과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Kawasaki Ki-45 토류

 

특히 방탄철판을 떼어낸 “Kawasaki Ki-45 토류”에 비해서 기체의 강도가 월등했던 B-29는 기체충돌 공격을 받고도 무사귀환하는 일도 있었으며 이후에는 P-51(P-51 Mustang)기가 호위를 하게 되면서부터 진천제공대(震天制空隊)는 사라지게 되었는데 미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야간이라 고도를 낮추어 공습했던 5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친 동경공습 경우에는 출격한 B-29기 17대와 26대가 진천제공대(震天制空隊)에 의해서 격추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1945년 5월 10일에도 “켄 리우서(Ken Reusser)”를 편대장(레드1: 켄 리우서, 레드2: 로버트 클링맨, 레드3: 짐 콕스, 레드4: 프랭크 래스튼)으로 하여 다른 3명의 조종사와 함께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F4U 콜쎄어(Corsair)를 몰고 정찰임무를 하러 나갔습니다.

일반적인 전투순찰비행의 경우에는 고도를 3,000피트로 유지하지만 코드명 “디나(Dinah)” 별칭 “Nick”으로 불리던 일본의 “Kawasaki Ki-45 토류”를 정찰하기 위해서 고도를 13,000피트로 유지하던 도중에 고도 2,5000피트에서 접근하는 Ki-45를 발견한 편대장의 무전에 따라 속도를 높여 접근하면서 고도를 3만 8천 피트까지 높이는 바람에 짐 콕스와 프랭크 래스튼이 조종하던 레드3, 4는 아래에 처지게 되었고 편대장 케네스 리우서와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 둘만이 Ki-45에 근접하게 됩니다.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

 

편대장 켄 리우서는 고도를 높이기 위해서 비행기에 장착되어 있던 캘리버 50(M2 Heavy Barrel: MG50으로도 부른다)을 발사하여 비행기의 무게를 줄일 것을 명령하고 고도 3만 8천 피트에 이르러서야 2차 대전 당시 프로펠러 비행기들이 적기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을 일컫던 도그파이트(dogfight)를 벌이기 위해 “Kawasaki Ki-45 토류”의 50피트 뒤에서 꼬리를 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높은 고도에서의 기동은 간결하고 정확해야만 하고 사소한 문제로도 비행기를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가능한 근접하여 사격을 해야 했지만 정격고도보다 3천 피트나 높은 고도를 유지하는 바람에 불과 몇 번의 사격 이후에 총이 얼어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편대장 켄 리우서는 Ki-45의 우측에서 기동을 방해하고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위에서부터 Ki-45의 꼬리를 자신이 조종하던 F4U 콜쎄어(Corsair)의 프로펠러로 부딪혀 손상시키기로 하는데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모하다시피 한 이 행동을 감행하게 됩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첫 번째 시도에서 Ki-45의 방향타에 경미한 손상을 입히는 과정에서 Ki-45의 후방 기총공격에 의해 오른쪽 날개가 명중되지만 비행에는 문제가 없어서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두 번째로 공격을 감행하게 됩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 Ki-45 후방 기관총이 떨어져나가게 되고 기총수는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가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만 추락시킬 수는 없었기에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하게 됩니다.

세 번째 공격에서 드디어 Ki-45의 꼬리가 떨어져나가면서 추락하는 전과를 올리게 되지만 그가 조종하던 F4U 콜쎄어(Corsair) 또한 프로펠러가 떨어져나감으로써 통제를 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고도 1,000피트에 이르러 가까스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미 고도 1만 피트에서 연료는 이미 소진되었지만 편대장 켄 리우서의 유도에 의해 무사히 기지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미국화가 “Alex Durr”가 그린 것이며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알렉스는 9년 동안 해병대에서 전투기를 조종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공로로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은 미해군이 수여하는 십자훈장을 받았으며 한국전쟁에도 항공관제사로 참전하였고 1966년에 예편하였습니다. 한편 편대장이었던 켄 리우서(Kenneth L. Reusser)는 한국전쟁에는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하고 베트남전쟁에는 16 해병항공대(Marine Aircraft Group 16)의 지휘관으로 참전하여 2차 대전을 포함하여 3개의 전쟁에서 생존한 유일한 조종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지만 베트남전쟁에서의 구조작전 도중에 타고 있던 UH-1 휴이(UH-1 Huey)가 총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이면서 입은 화상으로 말미암아 피부의 35%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끝에 27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1968년에 대령으로 예편을 하였으며 2009년 6월 20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Alex Durr가 그린 그림의 복사본에 서명하는 켄 리우서

 

그런데 죽음을 각오하고 감행하는 무모한 것 같은 이런 공격은 로버트 클링맨(Robert Klingman)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아니며 그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이에 대한 구상은 1899년에 쥘 베른(Jules Verne)의 “정복자 루버(Robur the Conqueror)”라는 공상과학 소설에 이미 등장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용감한 조종사들이 수행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로 “Aerial ramming”이라고 하는 램어택은 1911년 9월 8일에 세계최초로 일어났는데 이 기록을 작성한 사람은 세계최초의 루프비행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한 러시아의 피요트르 네스트로프(Pyotr Nesterov)입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로젠탈 남작이 조종하던 알바트로스 B.II기를 공격하여 추락시켰는데 당시 피요트르가 조종하던 비행기는 정찰임무를 위해 비무장이었기 때문에 격추시키기 위해 램어택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오스트리아의 조종사와 정찰병은 추락하여 사망하였으며 피요트르 또한 다비행기에서 떨어질 때의 부상으로 다음날 사망함으로써 성공적인 것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계기로 러시아 공군에서는 총알이 없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게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소련이 벌인 독소전쟁(1941∼45)에서만 약 600차례나 사용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