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feat. 아바타: 물의 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만에 선보인 ‘아바타: 물의 길’이 일본에서 개봉되기 전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진행된 돌고래쇼를 제임스 카메론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관람했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환경단체들에 의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일본의 네티즌들은 고래고기를 먹는 일본인들을 디스하는 영화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62년 약 23만3천 톤의 고래고기를 소비한 일본은 점차 소비량이 줄다가 2019년에는 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업포경을 재개하였다.
1988년 이후 중단했던 상업포경을 일본 근해에서 다시 시작한 일본이지만 포획상한을 2019년에는 227마리로 정하는 바람에 추가로 외국에서 더 많은 양의 고래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고래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로 노르웨이에서는 밍크고래를, 아이슬란드에서는 참고래를 수입하고 있으나 일본인들의 고래고기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있어서 포획량과 수입량 모두 앞으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고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발생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오늘은 그 내용을 얘기해볼까 한다.
알래스카 사우스이스트 대학의 하이디 피어슨(Heidi C. Pearson) 교수와 스탠포드대학의 매튜 사보카(Matthew S. Savoca) 교수 등이 참가한 연구진은 고래의 숫자를 상업포경이 시작되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키면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원문은 아래의 주소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 Whales in the carbon cycle: can recovery remove carbon dioxide?
연구진은 태평양과 대서양 및 남극해에 서식하는 체장 9~30m의 고래 321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였으며 물고기와 크릴새우를 섭취할 때 구분하여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여 관찰한 데이터와 드론으로 촬영한 결과를 토대로 고래가 한번 삼키는 물의 양과 섭취하는 크릴의 양을 계산하였다.
그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대왕고래의 성체는 여름철에는 하루에 16톤의 크릴을 먹으며 북극고래도 하루 6톤에 이르는 플랑크톤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것은 연간 어획하는 크릴생산량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크릴새우를 섭취하는 고래의 숫자가 감소하게 되면 크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고래가 감소하면 크릴의 개체수도 감소한다는 크릴의 역설(krill paradox)이 옳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고래가 탄소저감에 기여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탄소순환경로를 그려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래의 배설물은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요인으로서 크릴을 섭취한 고래의 배설물에 함유된 철(Fe)과 같은 영양분이 바다에 공급되면 이를 섭취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증가하고 식물성플랑크톤이 증가하는 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식물성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할 때 태양광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CO₂)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그리고 이런 광합성의 과정에는 미량의 철이 필요하지만 얼음으로 덮인 극지방의 바닷물은 철분이 부족하고 철분이 부족하면 식물성플랑크톤이 줄어들고 크릴과 그것을 먹는 동물도 줄어든다.
게다가 식물성플랑크톤의 광합성 활동이 감소하게 되면 CO₂의 흡수량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철(Fe)은 탄소저감의 매카니즘을 작동시키는 열쇠라고 사보카(Matthew S. Savoca) 교수는 말하고 있다.
즉 위에서 언급했던 크릴의 역설(krill paradox)은 놀랄만큼 많은 양의 크릴을 섭취하는 고래는 오히려 크릴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1900년에서 1970년까지 인간의 상업포경으로 남극에서만 150만 마리에 이르는 고래를 잡았고 그로 인해 대왕고래의 99%가 사라졌다고 하며 고래의 개체수가 증가하게 되면 철분이 풍부한 고래의 배설물은 가라앉지 않아 식물성플랑크톤이 증가하게 되고 식물성플랑크톤의 증가는 크릴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결론짓고 있다.
끝으로 연구에 참여했던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는 니콜라스 피엔슨(Nicholas Pyenson) 박사는 오늘날의 고래잡이는 과거에 비해 규모가 작아 고래의 개체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연간 수십만 마리의 고래가 배에 부딪히거나 인간이 버린 폐그물과 같은 해양쓰레기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도전과 우리가 해야 할 도전”이란 글에서 살펴보았던 제임스 카메룬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이번 돌고래 쇼의 관람으로 퇴색되었으며,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를 고래고기를 먹는 일본인을 폄훼하는 영화라고 비난하는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