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질을 즐기지는 않더라도 바다에서 해삼을 직접 잡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런 분들 중에는 해삼의 몸에서 방출되는 흰색 실모양의 물체를 보신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해삼의 몸에서 나오는 흰색의 물체는 수산기술지 15호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해삼은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받거나,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내장을 항문 밖으로 배출하여 내장을 먹이로 제공하고 그 사이 도피하거나, 큐비엘기관을 가진 순수류에 속하는 대형종은 큐비엘기관을 방출하여 그것으로 적의 몸을 얽어매는 방법으로 위험을 피한다. 점착성을 가진 큐비엘기관에 얽힌 어류는 결국 질식되거나 큐비엘기관에 포함되어 있는 독성에 의해 폐사한다고 한다. 또한 해삼류는 대부분 홀로수린(holothurin)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성분을 어류에 주사하면 죽는다고 한다. 사람이 식용으로 하는 종은 이 성분이 아주 적게 들어있어 인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산기술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큐비엘기관이 바로 해삼이 방출하는 흰색 물체인데 큐비엘기관보다는 큐비에기관이라 표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의 동물학자 조르주 큐비에(Georges Cuvier)가 1831년에 처음으로 이것을 기술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큐비에 기관(Cuvierian organ)이라 불리는 해삼이 방출하는 흰색의 물체에 대하여 중국과학원 남해해양연구소(中国科学院南海海洋研究所)가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연구에 의하면 해삼이 위험을 느끼면 항문을 통해서 방출하는 큐비에기관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 하나는 지금까지 아가미나 직장이 변형된 것으로 알고 있던 큐비에기관이 호흡기 계통의 조직이 진화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해삼이 큐비에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횟집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돌기해삼은 큐비에기관이 없으며 한 번 방출한 큐비에기관은 1개월~3개월 정도면 완전히 재생된다고 한다.
해삼의 체내에서 방출된 큐비에기관의 점액질이 얼마나 끈적한지는 아래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가 있는데 만일 해삼을 만지다가 손이나 피부에 큐비에기관이 묻으면 건조시킨 다음 제거하면 쉽게 떼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