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피클 통(Pickle Barrel)을 명중하라.(노든 폭격조준기)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인 칼 노든(Carl Norden)이 개발한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는 미 해군을 위해 개발에 나섰지만 채용은 미국 육군에 의해서 이뤄졌다.

 

칼 노든(Carl Norden)

 

이 과정에서 미국 해군과 육군 간의 이기주의로 인해 미 육군은 1943년에 와서야 직접 관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생산초기에는 기밀누설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군을 통해 조달했지만 수요가 많아지면서 육군은 노든社와 직거래를 통해 생산·관리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해군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다가 해군의 승인하에 설계 및 제작 등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빅터라는 회사가 설립된 1943년에 와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금액으로 아이오와급 전함의 건조비용이 1억 달러 정도였고,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개발비가 약 19억 달러였는데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의 개발비가 이에 버금가는 15억 달러가 들었다니 미국에서 얼마나 크게 심혈을 기울였었는지를 알 수 있다.

1930년대의 15억 달러는 현재가치로 234억 달러 정도가 되는데 매매기준율을 적용한 환율로 계산해도 우리 돈으로 26조 2,852억 5,799만 3,480.50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개발비가 들어간 프로젝트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끝에 개발된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의 개발자 칼 노든(Carl Norden)은 고도 6,000m에서 폭탄을 투하하여 지상의 피클 통(Pickle Barrel)에 넣을 수 있다고 선전하였으나 피클 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1940년에 조건을 갖추고 실시된 테스트에서는 고도 9,100m에서 투하한 폭탄의 원형공산오차가 4.6m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운용된 폭격대의 실적에서는 고도 4,600m에서 원형공산오차는 120m 수준을 보여 축구장 정도의 범위로 산포되었다.

1945년 8월 6일 고도 9,632m의 B-29에서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를 이용하여 투하한 원폭이 히로시마 상공 570m 지점에서 폭발하였는데 목표지점에서 약 240~250m를 벗어났다고 한다.(사진의 ×표 지점)

 

여담이지만 나는 미국의 원폭투하 목표지점이 아주 절묘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애초의 목표지점은 아래의 사진에서 보듯이 T자 모양의 다리였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240~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던 시마병원(島病院)의 상공에서 폭발하였다.(위 사진의 X표 지점)

그런데 이 다리의 이름이 무엇인가 하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을 지닌 상생교(相生橋)라고 하니 참 절묘한 목표지점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일본에서는 이런 의미로 상생교(相生橋)라고 이름지었던 것이 아니고 두 다리가 만난다는 뜻에서 상생교(相生橋)라고 불렀는데 일본어로는 아이오이바시(あいおいばし)라고 읽는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공중폭격의 방법은 급강하폭격과 수평폭격이 있는데 이 중에서 전략 폭격 등 광범위한 지역에 대량의 폭탄을 투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전략폭격기에 의한 수평폭격이 사용되었다.

수평폭격은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폭탄을 투하하는 대규모 폭격인 융단폭격(carpet bombing)으로 운용되었으며 적의 대공포와 전투기에 의한 요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높은 고도에서의 폭격이 필수적이었다.

 

높은 고도에서의 폭격은 아군 폭격기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급강하폭격에 비해 명중률은 떨어지고 목표지점 근처에 아군이 주둔하고 있을 경우에는 오폭(誤爆)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폭탄의 투사위치, 투사각도, 고도, 풍향에 따라 폭탄을 투하하는 타이밍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를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완벽하지는 않아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간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는 최고의 군사비밀로 분류되어 적지에 불시착한 미군 폭격기의 승무원들은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이것을 파괴할 의무가 있었으며 이를 위하여 기내에는 AN-M14 TH3 소이수류탄을 비치해두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뒤 미공군은 우수한 전과를 거둔 폭격기 승무원들에게 트로피를 수여하였는데 노든 폭격조준기(Norden bombsight)의 개발자인 칼 노든(Carl Norden)이 고도 6,000m에서 폭탄을 투하하여 지상의 피클 통(Pickle Barrel)에 넣을 수 있다고 선전한 것에서 착안하여 만든 것이 바로 아래의 피클 배럴 트로피(Pickle Barrel Trophy)이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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