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프랑스인들도 개고기를 먹었다.

2001년 손석희 앵커와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의 문화에 대한 대담을 하면서 “프랑스인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라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절대 그런 일이 없으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더 이상 얘기할 수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던 일화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 2010년에 조선일보는 안용근 교수가 펴낸 책 “한국인과 개고기”의 내용 중에서 “1870년대 프러시안-프랑스 전쟁 당시엔 사람들이 개를 모두 잡아먹어 파리 시내에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는 내용을 인용하여 프랑스인들도 개고기를 먹었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사실관계를 조금 더 자세하게 아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사원문: 책펴낸 개고기 박사 “프랑스도 개고기 국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인들이 1870년대에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개고기를 먹게 된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점도 자세히 알리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1870년대에 프랑스인들은 개고기를 왜 먹게 되었는지? 개고기 외에 식용으로 사용한 다른 동물은 없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870년은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시기인데 더 이상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내용의 소설배경이 된 역사적인 사건은 바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었습니다.

1870년 9월 2일 나폴레옹 3세가 항복을 선언하지만 파리에서 조직된 공화제 국방정부는 독일군에 대한 저항을 계속하였는데 이것을 물리치기 위해 독일군은 1870년 9월 19일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1871년 1월 28일까지 약 4개월 동안 파리를 포위하고 모든 보급물자를 차단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파리 포위공격(The Siege of Paris)”입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거짓말은 일상적인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포위를 당하기 전에 국방정부는 파리에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떠날 것을 명령했으며 군대를 제외한 인구가 200만으로 추정하였고 1~2개월 정도로 예상했던 독일의 포위에도 식량은 충분할 것으로 계산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떠난 숫자만큼 다른 지방에서 피난민이 유입되어 인구감소의 효과는 거둘 수 없었고 오히려 20%의 인구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최대 2개월이면 끝날 것으로 예측했던 포위공격이 점차 기간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식량이 모자라지 않다던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마침내 식품은 배급제로 바뀌게 되어 1870년 10월 중순부터는 성인 1인당 섭취량을 300그램으로 제한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파리의 시민들은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으며 빵은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제일 먼저 말을 잡아먹게 되었는데 당시 시장에서는 1파운드에 10센트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출처: 미국인 로버트 시버트가 1892년에 발간한 “The Siege of Paris by an American Eye-Witness”)

그러나 말도 점차 줄어들게 되자 1달 뒤인 11월 중순부터는 배급량이 1인당 100그램으로 줄어들었고 시장에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종류의 고기들이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쥐와 고양이 그리고 개고기였던 것입니다.

미국인 시버트(Robert Sibbet)가 직접 경험한 당시의 일들을 기록한 책에 의하면 개고기와 고양이고기는 파운드당 20~40센트인 것에 비해 살이 찐 쥐고기는 파운드당 50달러 정도에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11월이 되면서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들이 식재료를 구할 수 없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는데 계속 영업을 하려는 곳에서는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결국,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를 비롯하여 캥거루와 공작새 등도 잡아먹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먹지 않고 남겨두었던 동물은 사자, 호랑이, 하마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파리 유명식당의 메뉴를 보면 개고기로 만든 커틀릿과 코끼리, 캥거루, 쥐로 만든 요리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마저도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파리시민들은 나무나 풀뿌리로 연명을 해야 했고 포위가 끝나기까지 굶주림이 아닌 음식을 잘못 먹은 것으로 인해 발병한 질병으로만 12,000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기 위해 먹었다고는 하더라도 프랑스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브리지토 할머니,

절대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프랑스 역사부터

먼저 공부를 하심이 좋아 보입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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