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프랑스에는 잉어튀김 거리가 있다.

잉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는 유럽에서, 그것도 프랑스에서 잉어를 튀김으로 먹는다고? 게다가 그런 거리가 있다고?

지금부터 유럽형 잉어낚시의 번외편으로 유럽의 잉어요리와 잉어와 관련한 한 편의 전설에 대해 얘길 해볼까 한다.

서유럽과는 달리 동유럽에서는 잉어를 먹는 나라들이 많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체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잉어 튀김과 감자 샐러드를 먹는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해마다 12월 20일을 전후하여 체코의 거리에는 잉어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늘어서고 산 채로 잉어를 사가는 사람도 있고 손질해달라고 해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유럽에서 잉어를 식용하는 문화는 종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체코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기를 먹지 않으면 밤에 황금돼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

잘 아는 내용이지만 파평윤씨 문중에서는 시조설화와 관련이 있는 잉어를 먹지 않는데 2007년 파평윤씨 대종회에서는 선조에 대한 보은과 자연생태계 보존의 일환으로 잉어를 대량 방류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잉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the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이 규정한 세계의 침략적 외래종 100가지의 하나로 선정된 어종이다.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배스와 같이 저온에 대한 내성과 잡식성을 가진 잉어는 60㎝가 넘으면 천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물고기의 알이나 치어를 대량으로 포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시아로부터 들어온 잉어(아시아 잉어)를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아래의 그림은 아시아 잉어의 미국 분포상황)

 

오늘의 주제는 환경과 관련한 것이 아니니 다시 프랑스의 잉어튀김 요리로 돌아가도록 하자.

프랑스의 알자스를 차로 달리면 송고(Sundgau)라는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송고(Sundgau)는 남쪽의 행정구역을 뜻하는 독일어인 준트가우(Sundgau)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행정구역이 아닌 지방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곳에 오늘의 주제인 잉어튀김 거리(Routes de la Carpe Frite)가 있고 특히 프랑스와 인접한 스위스 쥬라주의 코르놀(Cornol) 마을이 잉어튀김 요리로 유명하다.

 

알자스에서 잉어를 식용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중세부터라고 하는데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46일간의 사순절 동안 수도사들은 기도와 함께 금식을 하는데 하루에 1번은 식사를 하고 나머지 두 끼는 아주 적은 양을 먹는 금식 기간에 잉어는 수도사들의 중요한 단백질원이 되었던 것이다.

잉어튀김으로 유명한 코르놀(Cornol) 마을에서 가까운 립스도르프(Liebsdorf)에는 잉어튀김에 얽힌 사랑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옛날 준트가우(Sundgau)를 다스리던 영주의 아들이 립스도르프(Liebsdorf) 부근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여성 목자를 보았으나 끝내 고백을 하지 못하고 그녀가 즐겨가는 곳에 있는 바위에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시를 새겨넣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 시를 발견한 여성목자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나 백작의 아들과 목자라는 신분 차이 때문에 화가 난 영주는 “결혼을 허락할 수 있을 정도로 무엇인가 좋은 것을 해보라.”고 그녀에게 요구하였다.

이에 여성 목자는 신비한 황금물고기라고 잉어를 칭송하면서 튀긴 잉어를 영주에게 바쳤고 그 맛에 흠뻑 취한 영주는 결혼을 승낙하였으며 자신의 아들이 여성 목자를 향해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시를 새겨넣었던 바위 위에 성을 쌓았다고 하는데 그 성이 바로 리벤슈타인성(Liebenstein Castle)이다.

 

또한 립스도르프(Liebsdorf)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두 번이나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지만 모두 탈옥에 성공했던 프랑스의 앙리 지로(Henri Giraud) 장군이 1942년 탈옥에 성공하고 은신했던 곳이기도 한데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현재는 지로장군길(Rue du Général Giraud)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잉어요리와 함께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잉어낚시가 성행하였는데 “세인트 올번스의 책(The Book of Saint Albans 또는 Boke of Seynt Albans)” 중 낚시에 관한 논문(Treatyse of Fysshynge Wyth an Angle)에서 세계최초로 낚시에 관한 글을 썼던 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 수녀는 논문에서 잉어낚시에 대하여 적고 있기도 하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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