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데일 전투: 뚫려버린 미국의 방공망

팜데일 전투: 뚫려버린 미국의 방공망

1956년 8월 16일 한 대의 항공기가 로스앤젤레스의 시가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2대의 F-89 전투기가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요격은 실패로 끝났고, 연료가 부족했던 항공기는 로스앤젤레스로부터 60㎞ 떨어진 사막에 추락하여 이틀 동안 120만 평(400ha)의 면적을 불태우는 화재를 일으키게 된 사건을 일컬어 미국에서는 팜데일 전투(Battle of Palmdale)라고 부르고 있다.

1956년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냉전이 극에 달하고 있던 시기로 미국은 소련의 전략폭격기가 북극해를 넘어 공격해오는 것에 대비하여 1954년부터 알래스카를 비롯한 각지에 F-89 스콜피온(F-89 Scorpion)을 배치해두고 있었는데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날아가던 비행기의 격추를 명받은 것도 바로 2기의 F-89D였다.

핵폭탄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를 공중에서 막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기에 미공군은 1945년 8월, P-61 블랙위도우(P-61 Black Widow)를 대체하기 위한 예비사양을 발표하였으며 벨(Bell Aircraft)을 비롯하여 콘솔리데이트 에어크래프트(Consolidated Aircraft),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 더글러스 에어크래프트(Douglas Aircraft Company), 굳이어(Goodyear), 노스럽(Northrop) 등이 참가신청을 하였다.

P-61 블랙위도우(P-61 Black Widow)

 

그리고 최종후보였던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의 XA-43과 노스럽(Northrop)의 N-24 중에서 최종적으로 노스럽의 N-24가 결정되면서 이름도 XP-89라고 지정되었으며 1948년 8월 16일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첫 비행을 마친 다음에는 F-89라는 제식부호를 받고 시험기를 뜻하는 X를 앞에 붙여 XF-89로 부르게 된다.

한편 XP-87(XF-87 Blackhawk)을 제안하여 경쟁에서 탈락했던 커티스 라이트는 항공부문을 노스아메리칸(North American Aviation)에 매각하고 항공사업을 접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XF-87 블랙호크

 

이렇게 채택되었던 F-89의 초기형인 F-89A, F-89B, F-89C는 모두 20㎜ 기관포 6문을 탑재하고 있었으나 대형 전략폭격기를 요격하기에는 부족했다.

F-89A

 

F-89B

 

F-89C

 

그래서 F-89D는 공대공 로켓으로 주무장하게 되는데 이전까지의 A, B, C형의 날개 끝에 있던 연료탱크를 더 크게 만들어 로켓 포드를 겸할 수 있도록 하여 하나의 로켓 포드에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로 불리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를 52발씩 탑재하여 모두 104발의 공대공 로켓으로 무장하도록 제작되었다.

F-89D

 

그리고 1956년부터 적외선유도 미사일인 AIM-4 팔콘과 AIM-9 사이드와인더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F-89D도 팔콘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유형이 제작되었으며 F-89H에 이르러서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를 각 날개에 52발씩 탑재하던 것을 21발로 줄이면서 3발의 팔콘 미사일을 탑재하도록 개량된다.

F-89H

 

아무튼 F-89 스콜피온(F-89 Scorpion) 중에서 가장 많은 682대가 제작되었던 F-89D가 배치되어 있던 옥스나드(Oxnard) 공군기지는 1956년 8월 16일 전투기의 긴급발진 요청을 받는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1956년 8월 16일 11시 34분 포인트무구 해군비행장(Point Mugu Naval Air Station)을 이륙한 F6F 헬캣(F6F Hellcat) 무인조종기는 육안으로 관찰이 용이하도록 기체를 빨간색으로 칠하고 미사일 시험을 위해 비행구역으로 향한다.

F6F 헬캣(F6F Hellcat) 무인조종기

 

그러나 어떤 결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F6F 헬캣은 항로를 이탈하고 로스앤젤레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는 계속 고도를 높였고 만일 이것이 도심에 추락하게 된다면 큰 희생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이를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던 포인트 무구에서는 급하게 공군에 전투기의 출격을 요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군의 요청을 받은 옥스나드(Oxnard) 공군기지에서는 2대의 F-89D를 출격시켰는데 그것은 2대에 탑재되어 있던 208발의 로켓이면 충분히 F6F 헬캣(F6F Hellcat)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 4차례에 걸쳐 208발의 로켓을 전부 발사하였음에도 격추에 실패하였고, 게다가 이륙 후 애프터 버너를 사용했기 때문에 연료가 부족해진 F-89D는 기지로 귀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F-89D가 탑재하고 있던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 로켓은 파괴력은 뛰어났지만 정확도는 크게 떨어짐으로써 임무에 실패하고 말았으며 연료가 떨어진 F6F 헬캣(F6F Hellcat)도 팜데일(Palmdale) 근교의 사막에 추락하여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이틀 동안 500명의 소방관이 동원되어 화재를 진압해야만 했다.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로 불리는 Mk 4 FFAR( Folding-Fin Aerial Rocket) 로켓은 발사된 직후에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탄두를 탑재하고 있었고, 목표물을 놓치고 속도가 떨어지면 해제되도록 만들어져 있었으나 대부분 작동불량으로, 발사된 208발 중에서 15발만이 폭발하지 않은 채 발견되었고, 나머지 193발은 모두 폭발하여 큰 화재를 일으켰던 것이다.

F-89D에서 발사되는 Mk 4 FFAR

 

지금 운용되는 군용 드론은 모두 페일 세이퍼(Fail-safe)가 장착되어 있어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그날 로스앤젤레스를 향했던 비행기가 미사일 시험을 위한 드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