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트렌치 코트(trench coat)의 역사

참호라는 뜻의 트렌치(trench)가 이름에 붙어있는 코트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영국 육군성의 승인을 받고 레인코트로 트렌치 코트를 개발하였다는 연유로 일명 버버리(burberry) 코트라고도 한다는 내용의 어느 대학교수가 쓴 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패션은 몰라도 전쟁의 역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밀덕이라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내용은 완벽하게 틀린 것이라고 지적할 수가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렌치 코트(trench coat)란 이름이 붙은 것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이었지만 버버리(burberry)에서 만든 것만 해도 1차 대전보다 60여 년이나 앞섰으며 기원을 올라가보면 1차 대전보다 1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Burberry trench coat)의 소재로 사용되는 개버딘(gabardine)이 개발된 것은 1879년이고 방수처리된 개버딘 소재의 코트는 보어전쟁에서도 이미 영국군 장교들이 착용하고 있었고 보급은 그 이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트렌치 코트(trench coat)가 개발되었던 것이라는 정보는 명백하게 틀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08년 개버딘으로 만든 버버리 낚시복 광고

그러나 타이로켄(tielocken)이라는 벨트가 달린 디자인은 1912년에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특허를 받은 것이어서 그 이전에 영국군에 보급되었던 코트와는 디자인이 달랐다는 차이점은 있다.

현대의 트렌치 코트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824년에 찰스 매킨토시(Charles Macintosh)가 만들었던 레인코트이며 이것이 레인코트의 스타일로 정형화되었는데 이것은 고무를 코팅하여 방수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맥(mack)으로 불리었다.

 

매킨토시 레인코트

맥(mack)이란 레인코트를 개발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찰스 매킨토시(Charles Macintosh)와 영국의 토마스 핸콕(Thomas Hancock)이었는데 두 사람이 따로 경영하던 회사는 1830년에 합병하여 방수의류를 계속 생산하다가 1925년에 던롭(Dunlop Rubber)사에 인수되었다.

한편 매킨토시(Macintosh)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트래디셔널 웨더웨어(Traditional Weatherwear)라는 회사는 2003년 12월에 이름을 매킨토시(Macintosh)로 바꾸었고 2007년에 일본의 회사(Yagi Tsusho Limited)에 판매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무로 코팅되어 만들어진 코트는 방수성은 뛰어났지만 땀과 냄새라는 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기성이 뛰어난 코트를 만들어내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경영하던 버버리 (Burberry)였다.

그러나 이도 최초의 것은 아니었는데 아쿠아스큐텀(Aquascutum)을 만든 존 에머리(John Emary)가 1853년에 처음 선을 보였고 버버리는 그보다 3년 뒤인 1856년에 선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1879년에 개버딘(gabardine)을 개발하면서부터 버버리가 주도권을 갖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1912년에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타이로켄(tielocken)이라는 디자인의 특허를 취득함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트렌치 코트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버버리가 만든 코트는 트렌치 코트로 이름 붙기 전인 1911년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Sir Ernest Henry Shackleton)이 남극탐험에서 착용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장교들이 참호에서 착용하던 모직코트가 무겁고 방수기능이 없어 불편하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부터 트렌치 코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무겁고 방수성이 떨어지는 모직코트보다 기능면에서는 뛰어났는지는 몰라도 트렌치 코트(trench coat)는 전쟁 초기에 장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저주스런 옷이었다. 독일군들은 그들의 중요한 목표인 영국군 장교들만이 트렌치 코트(trench coat)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집중적으로 저격을 실시하여 수많은 장교들이 사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버버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트렌치 코트=버버리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물론 버버리가 전쟁동안 군복의 공식공급업체였던 것은 맞으나 그 외에도 아쿠아스큐텀(Aquascutum)을 비롯하여 많은 회사들도 함께 트렌치 코트를 군납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들도 있다.

 

이런 역사를 지닌 트렌치 코트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개발된 것이라는 일부 인터넷의 정보와 유명인들의 칼럼 또는 기사는 전쟁기간에 트렌치 코트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던 것이라고 정정해야 함이 옳고, 그 이전부터 군에서 사용하고 있었다고 수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낚만 지월

Recent Posts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붕장어 원투낚시

붕장어는 모래와 사니질(砂泥質: 모래와 진흙이 섞인 토질)의 지형에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야행성이어서 무더운 여름철 야간낚시로…

1시간 ago

칠레산 연어의 역습

남대천에서의 연어낚시는 올해도 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우리의 식탁에도 연어가 오르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지만…

2시간 ago

노르웨이산 수입연어의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10년 전에 비해 10배나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는 연어는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고…

2시간 ago

우럭을 포함한 락피쉬(rock fish) 공략법

락피쉬의 일반적인 습성 먼 바다를 회유하는 종류의 물고기는 근육의 산소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4시간 ago

원투낚시 밑걸림에 대처하는 법

원투낚시는 대상으로 하는 어종의 대부분이 바닥층에 있으며 특히 우럭과 같은 락피시를 노리는 경우에는 밑걸림은 필수적으로…

4시간 ago

배스는 낚싯줄을 볼 수 있을까?

바다낚시에서는 물고기들이 사용하는 낚싯줄의 굵기와 색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목줄의 굵기와 색깔은 정말 조과에 영향을…

5시간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