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캐스팅

캐스팅스포츠의 역사와 미국과 유럽의 관계

1955년에 설립되어, 1958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캐스팅경기의 통괄 조직으로 공인된 ‘국제캐스팅스포츠연맹(ICSF: International Casting Sport Federation)’에 대한 정보는 국내에 많지 않아 인터넷에 있는 정보도 틀린 것들이 있고,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캐스팅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캐스팅스포츠의 역사와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역사적으로 캐스팅이 대회라는 형식을 빌려 치러진 것은 1860년 미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전파되어 1881년 영국에서 치러진 대회가 유럽에서의 첫 번째 캐스팅대회였다.

그러나 당시의 대회는 어떤 단체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1907년에 미국에서 결성된 ‘미국 낚시인 클럽연합회(NASAC: National Association of Scientific Angling Clubs)’가 캐스팅스포츠와 관련한 최초의 단체로 인정되고 있는데 낚시인들의 단체명에 과학적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명칭은 오래 사용되지 않았고 NAACC(National Association of Angling and Casting Clubs)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다시 ‘미국 캐스팅협회(ACA: American Casting Association)’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2008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파크(Golden Gate Park)’에 자리하고 있는 클럽(Golden Gate Angling & Casting Club)에서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었다.

골든게이트 낚시클럽의 대회 모습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캐스팅협회(ACA: American Casting Association)’가 주도적으로 결성했던 국제적인 캐스팅 관련 조직이 바로 1955년 9월 24일에 결성된 ICSF의 전신인 ICF(International Casting Federation)였다.

그러나 ICSF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설립연도 이전부터 ICSF의 모임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많은 수의 미군들이 유럽에 주둔하게 되면서 캐스팅이 하나의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바탕에서 미국의 NAACC는 1953년에, 통일된 규칙 없이 유럽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던 각종 캐스팅대회를 하나의 단체가 주관하여 개최하기 위한 조직의 설립을 구상하고 영국, 벨기에,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호주, 뉴질랜드까지 초청하여 최초로 ICSF의 전신인 ICF(International Casting Federation)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습을 갖추어가던 ICF는 1954년 1월에 초대회장으로 미국인 마이런 그레고리(Myron Gregory)를 선출하였고, 1957년에 독일에서 세계최초의 캐스팅대회를 개최하였는데 인터넷에 나오는 ICF의 공식출범일인 1955년 9월 24일보다 훨씬 이전부터 ICF는 미국의 주도로 결성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ICSF의 각종대회를 보면 미국선수들의 참가가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별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 이면에는 약간의 갈등이 내재하고 있다.

원래 캐스팅이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은 미국이 처음이라는 것은 ICSF도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데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회장도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목소리가 많이 작용을 했으리란 것은 짐작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모두 플라이낚시를 즐기기에 ICSF의 규정종목으로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배스가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스낚시를 하지 않는 유럽에서는 베이트 릴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에 규정종목 중에서 베이트 릴을 사용하는 제8종목과 제9종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모두 11개 종목으로 구성되었던 ICSF의 경기는 플라이 부문의 정확도와 거리를 복합적으로 겨루는 종합종목을 폐지하면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많은 회원국들의 찬성으로 비거리를 겨루는 종목인 ‘멀티플라이어 한손 캐스팅 종목’도 함께 경기종목에서 빼버리게 된다.

물론 이것이 미국의 ICSF 대회 참가도가 떨어지는 모든 이유는 아니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미국은 ICSF가 제외한 비거리와 정확도를 합산하여 평가하는 플라이 종합종목을 아직까지도 국내대회에서 실시하고 있다.

ICSF 설립초기, 미국의 규칙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베이트 릴을 사용하는 종목은 유럽의 선수들에게는 낯선 경기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각 종목의 점수를 모두 합산하여 시상하는 종합종목에서도 제8종목과 제9종목은 제외되어 있어서 유럽의 선수들이 이 두 종목에 기울이는 관심과 노력은 다른 종목보다는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이 ICSF의 국제대회보다는 자국 내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각종 대회의 기록을 비교하면 미국에서 치러진 대회의 플라이 부문 최고기록들이 ICSF의 최고기록보다는 10m 정도 비거리가 더 나감에도 불구하고 세계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각종 기록보유자인 미국의 스티브 라제프

 

이제 스포츠로서의 캐스팅이 많은 낚시인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대중에 알려지고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국제대회의 참가를 목표로 한다면 당연히 ICSF의 기준에 맞추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그 기준에 맞추어 국내기준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위에서 살펴본 미국과 유럽의 모습은 자기들에게 익숙한 방법을 국제대회의 종목으로 선정하기 위한 힘겨루기라는 형태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자존심과 그들만의 낚시문화를 지켜가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에 정착되고 있는 캐스팅스포츠 또한 타국의 경우를 벤치마킹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며 국내의 환경과 실정에 맞도록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현재 ‘국제캐스팅스포츠연맹(ICSF: International Casting Sport Federation)이 개최하는 국제선수권대회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함으로써 유럽에서 개최되는 유럽선수권대회(European Championships)와 미국을 비롯한 기타 다른 나라들이 참가하는 선수권대회로 나뉘어서 치러지고 있다.

특히 유럽 이외의 나라들만 참가하여 열리는 국제대회는 아시아(Asia), 아프리카(Africa), 호주(Australia), 미국(America)의 첫 글자가 모두 A라고 해서 ‘올A 선수권대회(All-A Championships)’라고 부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캐스팅협회(ACA: American Casting Association)’와 ‘국제캐스팅스포츠연맹(ICSF: International Casting Sport Federation)’의 규칙과 기준도 아직까지는 미흡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사용하는 릴의 경우 미국은 100개 이상을 제작한 모델이면 무엇을 사용해도 좋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ICSF의 경우에는 뚜렷한 규정이 없어서 선수들이 릴을 개조하여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기록의 차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참가선수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릴에 대한 규정은 재정립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재 릴을 개조하는 방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릴을 개조하면서 무조건 쓰다시피 하는 일본 모 업체의 스풀이 유명해진 동기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기로 하면서 ICSF의 숨은 역사와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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