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방류사업,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치어방류사업,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사진출처: 바낙스 홈페이지

 

어족자원의 고갈이라고 하면 명태를 빼놓을 수 없으며, 어족자원의 감소라고 하면 매년 언론에 보도되는 주꾸미를 꼽을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해지는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 행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치어의 방류사업이며 이런 방류사업과 관련한 보도는 금년에만 해도 벌써 여러 차례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과연 치어를 방류하는 일은 어족자원의 번성과 어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요? 그리고 다른 문제점들은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 점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도록 할까 합니다.

금년 봄에 시행된 치어들의 방류사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보인 것은 단연코 감성돔일 것입니다. 낚시인들도 손맛 보기를 기대하는 감성돔은 이제는 양식이 활발하여 유료낚시터에서도 방류되고 있는데 과연 양식과 치어의 방류가 활발해지면 감성돔도 우럭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감성돔과 참돔 가두리 양식장

 

아직까지 감성돔 치어의 방류로 인한 개체수의 증가와 어획량의 증가에 대한 연구자료가 국내에는 없어서 가까운 일본의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감성돔은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전체의 60%가 잡힌다고 하는데 어획량의 감소로 인해 1980년부터 감섬동의 치어를 방류하는 사업을 전개해 왔다고 합니다.

일본의 감성돔 치어 방류행사

그런데 이제는 감성돔의 숫자가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어부들이 잘 잡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개체수가 증가하면 많이 잡을 수 있어서 어민들에게는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어부들이 감성돔을 잡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가격의 하락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감성돔은 고급생선으로 취급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엄청나게 증가한 개체수로 인해서 이제는 홀대를 받는 처지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격의 하락에는 일본인들이 이전만큼 감성돔을 선호하지 않는 입맛의 변화가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감성돔의 어획량이 가장 많은 곳은 히로시마 현입니다. 그러나 히로시마 만에서 잡히는 감성돔은 1970년대 후반에는 환경악화와 남획으로 인해 10톤 정도로 감소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1980년부터 방류사업을 시작하여 1990년대에는 120톤까지 어획량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어획량의 증가로 가격은 폭락하고 굴이나 가리비 등의 양식장에 끼치는 피해가 커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그 결과 2009년 이후로는 히로시마에서의 감성돔 치어방류사업은 중지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감성돔 치어의 방류입니다. 어족자원의 감소가 발생하면 개체수를 늘이기 위해 시행하는 치어의 방류는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방류되는 치어는 전부가 양식(養殖)에 의해 태어난 것들이고 이런 치어들은 한정된 숫자의 성어(成魚)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의 진화는 종 전체에서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전자 정보가 축적되는 것에 비해, 양식으로 태어나는 치어들은 종의 유전자 다양성을 잃어버려 환경이 변화했을 때 최악의 경우에는 종 전체가 사라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성돔의 종 전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려면 치어의 방류도 중요하지만 이와 병행하여 방류 후 철저한 모니터링이 실시되어야만 하는데 이런 모니터링 조사와 연구가 국내에서 반드시 뒤따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심히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모니터링 조사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지난 번 포스팅 해수부의 낚시부담금 부과 움직임에 대하여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낚시인들은 1회 출조에서 평균 6.5kg의 물고기를 잡는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지나 않을까 하는 점도 심히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감성돔 치어의 방류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단순히 종묘를 방류하는 것으로는 방류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감성돔 치어를 방류하기 전에 충분한 연구를 하고 사업을 전개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방류한 해역에 먹이가 되는 생물이 존재하는가? 방류시기는 적절한가? 다른 종과의 경쟁은 없는가? 하는 조사와 함께 꾸준한 연구를 전개해 방류 후 최장 4년간을 추적·조사한 결과 포획된 감성돔의 15%가 방류한 치어가 성장한 것들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방류의 효과입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면 일본에서는 매년 90종 정도의 물고기가 방류되고 있는데 모든 종류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어족자원의 보호와 확보를 위해서는 방류보다도 산란기의 포획금지와 어획량 제한이 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수산행정은 세계적 추세와는 역행하고 있으며 수산업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과 이익단체들의 구미에 맞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제가 이전부터 꾸준하게 문제제기를 해오던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 감성돔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감성돔 치어의 방류가 시행되는 히로시마 만은 영양이 풍부한 물이 오타로부터 유입되고 만의 절반 정도는 염분농도가 낮은 기수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감성돔은 부화하면 기수지역에서 성장하는데 참돔과 같은 다른 어종의 새끼들은 대부분 기수지역에서는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미끼를 독점할 수 있어서 방류한 치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해서 감성돔의 숫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성돔은 오염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업지대의 항구와 같은 곳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수지역에서 치어가 무사히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서 감성돔의 숫자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낚시인들로서는 기수지역에서도 감성돔을 잡을 수 있다면 좋다고는 하겠지만 그것이 자연환경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란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참고로 기수지역이 아닌 히로시마 주택가의 강에, 그것도 강어귀에서 1km나 떨어진 상류에서 감성돔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보도한 일본 NNN-TV의 올해 2018년 2월 26일자 뉴스를 보면 감성돔이 비교적 오염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으며 염분농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감성돔이 주택가 주변의 강까지 올라간 이유는 지난 겨울 많은 눈이 내린 것이 녹아 히로시마 만으로 유입되면서 수온이 평년에 비해 1 ~ 2 ℃ 정도 낮아지면서 주택가에서 배출되는 따뜻한 온수를 찾아서 이동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감성돔 개체수의 증가로 인해 일반소비자들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점은 좋을지 모르겠으나 감성돔의 증가는 어민들에게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방류한 감성돔이 성장한 지역은 굴양식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굴을 먹고 자라는 감성돔으로 인해서 양식업자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성돔의 치어가 활발하게 방류되는 통영과 여수의 가막만에는 굴양식이 성행하고 있으며 특히 낚시인들이 선외기 낚시를 즐기는 통영의 풍화리는 감성돔의 포인트가 양식장 주변이라는 것은 웬만한 낚시인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굴양식장 주변의 감성돔

 

치어를 방류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나 일본의 예를 다시 들어 위에서 언급했던 것을 다시 한 번 보면 “감성돔의 숫자가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어부들이 잘 잡지 않는다”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가 증가했길래 그런 것일까요? 아마도 어머어마한 숫자가 증가했겠지요.

그런데 그 숫자는 불과 전체 감성돔의 15%가 방류한 감성돔이라고 하니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2015년에 일본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방류한 약 200만 마리의 참돔 치어들은 성장 이후 단지 2.3%의 어획량을 차지하였다고 하니 감성돔의 15%에 달하는 어획량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아주 큰 수치의 증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늘어난 감성돔의 숫자로 인해서 인근 양식장이 입은 피해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규모는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과연 15%의 감성돔의 개체수 증가가 좋은지? 20%의 굴을 비롯한 가리비 등의 양식업 피해를 줄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물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치어의 방류는 자칫하면 종 전체의 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과, 방류이후의 철저한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조사와 연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보여주기 식의 행정, 또는 기업들의 보여주기 식 사회공헌의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