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진주만 공습에 참가했던 일본의 항공모함들

이미지 by Paul M Walsh FLICKR

2019년에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미드웨이는 전체적인 평점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실패했지만 진주만의 공습으로부터 시작되는 스토리의 전개는 일본의 항공모함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생각된다.

항공모함이 적극적인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영국이 경순양함을 개조하여 만들었던 HMS Furious(47)로, 1918년 7월 19일 탑재하고 있던 7기의 소프위드 카멜(Sopwith Camel)이 출격하여 지금은 벨기에의 영토지만 당시에는 독일제국의 도시였던 퇴네르(Tondern)에 주둔하고 있던 제플린 비행선을 공격한 것이 역사적으로는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HMS Furious(47)

 

소프위드 카멜(Sopwith Camel)

제플린 비행선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해상전투의 기본은 함포사격이었고 미국은 영토확장 의지가 크지 않았으며 영국도 유럽에서 많은 수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필요성이 없었기에 각각 8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영국에 대항하여 태평양지역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공모함의 건조에 공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진주만공습으로 시작되는 태평양전쟁의 초기에는 모두 9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일본이 이처럼 많은 수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수 있었던 데에는 1992년 개최되었던 워싱턴해군군축조약에서 주력함의 톤수가 미국과 영국의 60%로 제한되긴 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이 엄격하지 않았던 분야가 바로 항공모함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만들었던 최초의 항공모함은 기준배수량 7,470t의 호쇼(鳳翔)로서 이견은 있지만 항공모함으로 설계되어 완성된 세계최초의 항공모함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호쇼는 태평양전쟁이 개전되었을 때에는 이미 구식이 되어버려서 진주만공습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공격에 참가한 6척의 항공모함을 위한 대잠초계 임무를 수행하다가 오가사와라 제도 부근에서 회항하게 된다. 그리고 진주만공습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호쇼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편 진주만공습에 참가했던 6척의 항공모함은 짧게는 공습 후 정확히 6개월이 지난 후, 길게는 2년 6개월 뒤에 미국의 공격을 받아 모두 침몰되는 운명을 맞았는데 당시 진주만공습에 참가했던 6척의 일본 항공모함을 취역 순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함명
기준배수량
취역일
침몰일
아카기(赤城)
36,500톤
1927년 3월 25일
1942년 6월 6일
카가(加賀)
26,900톤
1929년 11월 30일
1942년 6월 5일
소류(蒼龍)
15,900톤
1937년 12월 29일
1942년 6월 5일
히류(飛龍)
17,300톤
1939년 7월 5일
1942년 6월 6일
쇼카쿠(翔鶴)
25,675톤
1941년 8월 8일
1944년 6월 19일
즈이카쿠(瑞鶴)
25,675톤
1941년 9월 25일
1944년 10월 25일

 

아카기(赤城)

 

카가(加賀)

 

소류(蒼龍)

 

히류(飛龍)

 

쇼카쿠(翔鶴)

 

즈이카쿠(瑞鶴)

 

이들 6척의 항공모함 중에서 즈이카쿠(瑞鶴)는 침몰하기 직전에 참가했던 마리아나해전 이전까지는 단 1발의 피탄도 당하지 않았을 정도로 운이 좋았는데 이름에 상서롭고 운이 좋다는 뜻의 한자(瑞)가 들어있어서였던지는 몰라도 건조과정에서도 중상이나 사망과 같은 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건조되었다고 한다.

즈이카쿠(瑞鶴)의 취역예정일은 원래 1941년 12월이었으나 미국과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일정을 3개월이나 앞당기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사고 없이 건조되어 진주만공습에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름처럼 운이 좋은 배였기 때문이었을까? 즈이카쿠(瑞鶴)는 진주만공습에서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차로 출격했던 6기의 0식 함상전투기와 25기의 99식 함상폭격기가 모두 무사귀환하였고, 2차 출격에 가담했던 27기의 97식 함상공격기들도 모두 귀환할 수 있었다.

0식 함상전투기

 

97식 함상공격기

 

99식 함상폭격기

 

뿐만 아니라 모두 9척의 항공모함이 참가하여 1944년 6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미해군과 격전을 벌였던 마리아나해전에서 쇼카쿠형 항공모함의 1번함이었던 쇼카쿠(翔鶴)는 침몰되었지만 2번함이었던 즈이카쿠(瑞鶴)는 1발의 명중탄과 5발의 지근탄에도 살아남아 그해 9월 23일에는 진주만공습 3주년을 기념하여 1944년 12월 7일에 개봉한 선전영화 ‘뇌격대출동(雷撃隊出動)’의 촬영에도 참가하였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 수뇌부의 이런 선전은 전쟁의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었고 사실상 일본의 항공모함들은 마리아나해전을 기점으로 궤멸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결국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즈이카쿠(瑞鶴)는 레이테해전에서 일본의 참패와 함께 북위 19도 57분, 동경 126도 34분 지점에서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만 모두 22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했던 일본이 다시금 군비의 확충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얘네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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