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용품과 산업

중국 위해 시는 어떻게 낚시용품 산업의 메카가 되었을까?

중국 산둥성 동부에 있는 항구도시인 웨이하이 시(위해 시: 威海市)에는 낚시용품을 제조하는 회사와 관련 무역회사가 4,000여 개 이상이나 있으며 알리바바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도 위해 시의 낚시용품 수출액은 지금의 환율로 환산해서 1조 9,200억 원을 상회했다고 한다.

위해 시가 지금처럼 낚시용품산업의 중심지가 되기까지에는 외부로부터의 계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기업체 대표의 굳은 의지가 그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차례 블로그에서 다루었지만 우리나라의 낚시용품 산업은 한때 국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면서 노동비용이 상승하게 되자 국내기업들 보다 싼 노동력을 찾던 세계적인 낚시용품 업체들은 중국으로 눈을 돌리던 중 일본의 한 기업이 당시 플라스틱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많이 있던 위해 시의 한 업체를 찾아 유리섬유로 만든 낚싯대를 제시하면서 똑 같이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경공업기술이 축적된 업체라면 약간의 기술지도를 하면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일본 기업은 중국의 한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체와 함께 1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다소 미흡하기는 해도 시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제품을 만든 중국업체는 아예 낚싯대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를 설립하는데 그 업체가 바로 지금의 산동환구어구유한회사(山东环球渔具股份有限公司)다.

 

현재 이 회사는 직원만 2,000명에 이르고 연간 1,500만 대의 낚싯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021년의 수출액은 1,800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렇게 유리섬유로 만든 낚싯대의 생산으로 시작된 위해 시의 낚시용품산업은 진광위(陈光威: 첸 광웨이)라는 사람이 1988년에 설립한 낚싯대 공장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낚시용품의 메카로 자리잡게 되는데 진광위가 설립한 회사가 바로 ‘세계 4위의 매출액을 올리는 중국의 낚시용품 회사’란 제목의 글에서 소개했던 바로 그 기업이다.

진광위(陈光威: 첸 광웨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많은 정보들이 나오는데 중국 탄소섬유의 선구자이자 낚시용품 산업의 창시자란 수식어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의 낚시용품 산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생전에 했던 “브랜드의 힘은 품질로부터 나오고 그 힘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관건”이라는 말은 국내의 낚시용품 업체는 새겨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전의 진광위(陈光威: 첸 광웨이)

 

진광위 사장이 눈을 돌린 카본 소재의 낚싯대 생산은 당시만 해도 원료인 탄소섬유가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 때문에 중국으로 수입하는 것이 어려웠고 수입하더라도 용도와 사용량을 상세히 보고해야 하는 등 아주 까다로웠던 관계로 난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광위 사장은 포기하는 대신에 프리프레그를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1998년에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직접 원료의 생산에 나서게 되는데 무모할 수도 있었던 그의 결정이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2001년 중국 국가과학기술부가 360여 억 원의 재원으로 탄소섬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만든 ‘863 전문가그룹’과의 공동연구가 큰 요인이 되었다.

그 결과 2004년에 일본의 T300급에 필적할 수준의 제품을 개발해냈고 지금은 낚싯대를 넘어 전투기 제작의 소재를를 생산할 정도로 중국 탄소섬유산업의 선도기업이 되었다.

이처럼 낚싯대의 원료가 되는 카본 프리프레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업이 위해 시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관련 업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게 되었고 그 결과 이제는 세계 최대의 낚시용품 생산기지가 될 수 되었던 것이다.

고인이 된 광웨이 그룹의 첸 광웨이(陈光威)와 관련한 얘기는 추가로 몇 차례 소개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글을 마친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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