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 수녀와 그녀가 쓴 ‘성 알반스의 책(The Boke of St. Albans)’ 중에서 낚시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 ‘낚시에 관한 논문(The treatyse of fysshynge wyth an angle)’은 워낙 정보가 적다 보니 낚시의 역사를 탐험하길 즐기는 낚시인으로서 단 한 분이라도 정확한 사실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작 월튼에 관한 연재를 하는 도중에 틈을 내어 줄리아나 수녀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포털의 지식백과를 보면 책에 기독교 성인의 이름이 사용되었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의 제목은 ‘성 알반의 책’이라고 하면서도 영어로는 ‘The Boke of St. Albans’라고 한다는 것을 병기하고 있는 점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오류를 지적한 것이 받아들여져 현재는 잘못된 부분을 삭제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게재되어 있다.)
인터넷에 나오는 줄리아나 버너스 수녀가 쓴 책에 대한 정보는 1486년의 초판(初版)이 대부분인 반면, 책 중에 있는 낚시에 관한 내용은 1496년의 재판(再版)에 수록된 것들로 상대적으로 검색되는 정보가 적으며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래의 삽화는 1496년에 출판된 것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영어로 성 알반(St Alban)과 성 알반스(St Albans)는 전혀 다른 것이며, 책의 제목 그대로 성 알반스(St Albans)의 책은 결코 기독교 성인의 이름을 딴 것이 아니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절반의 오류라고나 할까?
무슨 말인가 하면, 성 알반(St Alban)이란 기독교 성인이 처형된 장소가 런던에서 기차나 자동차로 30분~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지금의 세인트(聖) 알반스(St. Albans)라는 도시이므로 책 제목과 기독교 성인과의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확히는 1486년에 세인트 알반스 대성당의 부속인쇄소(St. Albans Press)에서 이 책을 인쇄하였기 때문에 알반스의 책(The Boke of St. Albans)이라 이름지었으며 정확한 책의 표제는 ‘Book of Hawking Hunting and Blasing of Arms’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의를 지니는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1450년부터 1500년까지 유럽에서 활자로 인쇄된 서적을 가리키는 인큐나불라(incunabula)의 하나이며 영국 역사상 최초의 컬러로 인쇄된 책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세인트 알반스란 곳은 영국에서 인구대비 술집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이며 특히 아래의 펍은 꼭 들러 맥주를 마셔봐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한다.(코로나가 종식되면~)
그러나 아직까지는 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 수녀와 그녀가 책을 쓴 부분에 대하여 많은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중세영어로 필사된 것을 현대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또한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줄리아나 수녀는 리처드 2세의 충신이었던 제임스 버너스의 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낚시에 관한 내용은 줄리아나 수녀가 쓴 것이 아니란 주장을 하는 사학자들도 있다.
그리고 중세영어를 현대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가장 큰 논란은 ‘disworship of Scottis’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다음 기회에 얘기하도록 하자.
그런데 나 같은 영어가 짧은 평범한 낚시인이 용기를 내어 줄리아나 수녀가 쓴 낚시에 관한 논문(The treatyse of fysshynge wyth an angle)을 감히 번역해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가 정보의 공유를 실천하는 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의 덕분이라고 하겠다.
전 세계에 딱 3권만 존재한다는 1496년판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 중세영어로 되어있어서 직접 해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을 현대영어로 재해석하여 제공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충분히 번역이 가능할 수 있다.
낚시에 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전체를 번역하여 올리겠지만 위의 사진에 있는 부분만 먼저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잠언에서 솔로몬은 “즐거운 마음은 건강을 좋게 하고 기가 꺾인 정신은 뼈를 말린다.”고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남성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는 건전한 놀이인 사냥이야말로 건강과 장수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냥, 매사냥, 낚시, 그리고 덫으로 새를 잡는 네 가지이며 그 중에서 가장 멋진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낚시라고 할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실력임에도 번역해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1496년에 성 알반스의 책(The Boke of St. Albans)을 출판한 윈킨 드 워드(Wynkyn de Worde)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줄리아나 수녀의 이름 앞에 수식어(Dame)를 붙인 것도 바로 윈킨 드 워드(Wynkyn de Worde)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