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일자 YTN뉴스에는 “어판장 바닥 가득한 알 벤 주꾸미 논란…자원회복 위해 현실적인 금어기 재조정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는데 기사의 본문 중에는 “최근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낚시인들이 뿔났다. 다름 아니라 어판장 바닥에 가득한 알 밴 주꾸미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본 나를 포함한 낚시인들이 뿔이 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아쉬움을 가지는 이유는 어민들이 이렇게 많은 알밴 주꾸미를 잡았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족자원의 보호라는 기본취지와는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당국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나는 몇 번에 걸쳐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관련정책들에 대하여 쓴 소리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시책에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된 의무로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뜻과 함께 산란기를 맞은 어종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말도 실천과 함께 해오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바다에 개체수가 많지 않은 무늬오징어에 대해서는 낚시로 잡은 무늬오징어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를 구별하는 방법에서부터 암컷이라면 산란을 마쳤는지 마치지 않았는지를 구별하는 법과 놓아줄 때도 가급적 피해가 적게 온전히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도 작성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YTN의 기사를 보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금어기간의 재조정에 대한 청원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기에 주꾸미의 금어기간에 대하여 다시 몇 자 의견을 적어보려 한다.
주꾸미의 금어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낚시인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 안에서 규범을 준수하는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꾸미의 어획량 감소가 낚시인들의 가을철 낚시로 인한 영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어민들이 봄철 산란기의 주꾸미를 남획하는 것에 의한 영향이 더 큰가에 대한 조사와 검증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해달라는 것이 대다수 낚시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민들과는 달리 일치된 의사표시를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낚시인들은 입법과 정책을 펼치는 국회와 행정당국에 그 힘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쉽게 얘기해서 선거철에 표심으로 표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해양수산정책에는 추산하기로 700만 이상이라는 낚시인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에 나는 이런 점을 지적하여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서도 낚시협회의 승격은 이뤄져야 합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2016년에 “낚시는 체육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경기력 발전성 및 정회원 단체로 인정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국민생활체육회의 정회원이던 낚시단체를 준회원으로 강등시키는 시대와 세계의 흐름과는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낚시인들로 인한 주꾸미 자원의 고갈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발표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정부의 정책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과, 어민들이 산란을 하려는 암컷 주꾸미의 습성을 이용하여 소라껍질로 잡는 것은 더 많은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당국에서는 모르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산란기의 주꾸미를 잡는 것이 자원고갈의 더 큰 원인인지? 아니면 가을철 낚시인들이 잡는 것이 더 큰 원인인지를 일본의 사례와 한 번 비교해봄으로써 생각해볼까 한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더 좋다는 것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와 한 번 비교해보고 판단하자는 뜻으로 글을 작성함을 밝혀둔다.
일본에서 자원고갈로 인해 법적인 규제는 아니어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어종으로는 무늬오징어가 있다.
사면이 바다인 일본은 어족자원이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풍부하지만 개체수가 감소하는 어종들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무늬오징어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공산란장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먼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일본 효고현에는 일본에서 7번째로 큰 ‘아와지섬(淡路島)’이 있는데 무늬오징어의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이 섬에 있는 ‘미나미아와지시(南あわじ市)’에서는 해마다 7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를, ‘스모토시(洲本市)’와 ‘아와지시(淡路市)’에서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무늬오징어의 낚시를 금지하는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금지가 아니고 협조(お願い)를 구하고 있으며 연중 내내 ‘몸통의 크기(외투장의 길이)’가 15㎝ 미만인 것들도 놓아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왜 이곳에서는 7월부터 9월까지를 무늬오징어 낚시를 금지하는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7월이 금어기인 갈치도 낚싯배는 잡으면 안 되고 어선은 조업을 해도 되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낚시인들이 무늬오징어를 잡는 것만 규제하고 있을까?
우선 아와지섬에서는 무늬오징어의 인공산란장을 바다에 설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민들이 소속된 어업협동조합과 각 시청의 수산과에서도 금어기간을 준수하려는 노력과 계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즉 우리와는 달리 어민들도 무늬오징어의 조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어기간으로 지정한 기간도 가을철 어린 무늬오징어(참고: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가을철 무늬오징어)를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산란기의 암컷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산란기의 무늬오징어는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낚시로 잡히는 것들이 많아서 낚시인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 지역에 따라 수온이 달라 무늬오징어의 산란기도 차이를 나타내지만 대략 4월~8월 사이가 가장 많고 특별히 오키나와에서는 10월~12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내내 산란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 말은 일본에서는 무늬오징어의 자원보호를 위해서는 가을철 어린 무늬오징어를 잡는 것보다도 산란을 마치지 않은 암컷을 잡지 않는 것이 자원보호에 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늬오징어와 주꾸미는 어떨까? 같은 연체동물 문에 속하지만 무늬오징어는 오징어과에 속하고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기 때문에 산란기의 암컷을 잡는 것보다 가을철 낚시로 잡는 것이 개체수 감소의 더 큰 원인일까?
그 판단은 이 글을 읽으실 분들께 맡기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