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광어라고 부르는 넙치와 도다리의 구별은 물고기의 머리를 정면에서 보고 두 눈이 몰려있는 방향에 따라 왼쪽이면 광어, 오른쪽이면 도다리라고 판단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흔히들 좌광우도라고 줄여서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손가락을 집어넣어 피가 나면 광어, 아니면 가자미라는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이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차이로 인해서 광어와 도다리는 식성도 차이가 나고 입모양도 광어가 도톰하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좌광우도의 법칙은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가자미의 종류와 도다리와의 차이점”에서 살펴본 강도다리는 대부분 눈이 왼쪽에 몰려있고, 미국 서해안에 서식하는 도다리는 50% 정도가, 알래스카 연안에 서식하는 도다리는 70% 정도가 눈이 왼쪽에 있어서 거의 100%를 보이는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광어와 도다리의 눈이 한쪽으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서 지난 2016년에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에서는 “넙치는 언제부터 눈이 한쪽으로 모일까요?”란 제목으로 넙치의 발달과정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부화 후 20~25일이 지나면 몸의 형태가 바뀌는 변태과정을 거치면서 몸은 점점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하여 부화 후 30~40일에는 눈이 완전히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2010년에 일본 도호쿠대학의 스즈키 토오루교수가 광어와 도다리의 눈이 몰린 방향의 차이는 PITX2라는 유전자에 의해서 생기는 뇌의 뒤틀림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논문이 여러 곳에서 인용하고 있는 “유전적인 차이 때문에 다르다.”고 말하는 근거인 것이지요~
스즈키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광어와 도다리는 태어난 직후에는 눈이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20~40일이 지나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왼쪽 눈과 우뇌, 오른쪽 눈과 좌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이 ×자형으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뇌의 변형이 먼저 오고 이것이 뇌 전체를 뒤틀리게 만들어 눈의 방향이 한쪽으로 몰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이런 뒤틀림을 일으키는 PITX2라는 유전자는 우리 인간의 심장이 왼쪽에 오도록 하는 것에도 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PITX2의 기능을 차단하면 가자미의 눈이 좌우대칭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스즈키 토오루교수는 밝혀내었던 것이랍니다.
국내에서는 성장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있는 가자미의 양식도 이웃 일본에서는 하고 있는데, 이렇게 인공적으로 사육된 가자미 20~30%의 눈은 왼쪽에 몰려있으나 아직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으며 단지 생육환경의 차이가 PITX2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잡히는 어종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상식과는 어긋나는 현실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유전자조작 참돔이 식탁에 오를 수도 있다.”란 글에서도 언급한 것과 인위적인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식품에 대한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국민들을 위하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시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