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조어대전 제9장: 잉어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낚시꾼: 잉어는 민물고기의 여왕이라 할 수 있는 물고기로 원래부터 영국에서 서식하던 것이 아니고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입니다. 영국에서 잉어의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섹스 주이며, 서섹스 주의 플럼스테드에 살던 마스칼이라는 사람이 들여온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강꼬치고기가 없다고 했던 게스너의 얘기를 기억하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백수십 년 전의 영국에는 잉어가 없었다는 사실은 리차드 베이커 경이 쓴 연대기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호프와 칠면조, 잉어와 맥주는

영국에 들어온 지 모두 1년이 되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물에서 나오면 가장 빨리 죽는 물고기에는 바닷고기로는 청어가 있고, 민물고기로는 송어가 있는데, 잉어는 장어를 제외하고는 물에서 나와도 제일 오래 살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잉어가 외국에서 도입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꼬치고기와 그 밖의 물고기와는 달리 잉어와 미꾸라지는 1년에 수개월을 산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집토끼와 산토끼가 있고, 1년 중 9개월이나 알을 낳는 오리도 있는 반면에 1개월 이상 알을 낳지 않는 오리도 있답니다.

정액이 없는 수컷 잉어는 없고, 어란이 없는 암컷 잉어도 없으며 여름철은 잉어의 산란기입니다. 특히 물살이 빠른 강보다도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에서 더 자연스럽게 산란합니다. 그러나 맛은 강에 사는 잉어가 훨씬 맛있습니다.

저수지에 따라서 잉어가 산란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특히 수온이 낮은 곳에서는 산란하지 않지만 일단 산란을 하면 그 수는 엄청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의 말에 따르면 잉어가 수초나 부들에 산란했을 때, 그 주변에 알을 먹어치우는 강꼬치고기나 퍼치가 없다면 10일~12일이면 부화하고, 이런 것이 1년에 6번이나 반복된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잉어의 개체 수는 어마어마해질 것입니다.

잉어는 헤엄칠 수 있는 공간과 먹을 것만 있으면 매우 크게 자라는데 내가 들은 바로는 90㎝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하며, 파올로 지오비오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루리란 호수에 사는 잉어는 23㎏까지도 자란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곰은 새끼를 가지면 금방 출산하는데 태어난 새끼는 일찍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코끼리는 2년 동안 어미 배 속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10년 동안 잉태한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어미 배 속에서 자라다가 태어나면 20년 동안 크게 성장한다고 하고, 100살까지 사는 게 관찰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의 관찰에 의하면 악어도 장수한다고 하며, 그뿐만 아니라 일생 동안 계속 자란다고 합니다. 내가 본 것은 60㎝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이로 미루어볼 때 잉어도 환경에 따라서는 아주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영국에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잉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잉어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저수지에서는 잉어가 산란하지만, 그 저수지와 똑같은 조건을 가진 다른 저수지에서는 산란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이런 산란의 신비만큼이나 잉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 또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나는 이런 것을 책에서 읽기도 했고, 실제로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27㎏이 넘는 잉어가 그의 집 옆에 있는 연못에 사는 걸 알게 되었는데, 집 바로 옆이고, 말뚝도 있어서 없어질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3~4년 후에 연못의 물을 빼게 되었는데, 수컷 한 마리에 암컷 세 마리를 방류했었기에 잉어의 수가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못에는 잉어 새끼는커녕 성어도 한 마리 없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답니다. 이 경우 역시 그동안 쭉 지켜보던 연못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70~80마리 정도의 잉어가 연못에 있었지만 3~4년 뒤에는 대여섯 마리도 안 될 만큼 줄어있더라는 것입니다.

연못의 주인은 조상 대대로 그 연못에서 낚시를 해왔다고 하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큰 잉어 한 마리가 수면에서 헤엄을 치는데 잉어의 머리에 개구리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것이 연못에서 잉어가 사라져 버린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70~80마리의 잉어가 연못에 있었지만 5~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얘기했었는데, 남아있던 5, 6마리의 잉어 모두가 병들고 야위었을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개구리가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개구리는 세게 때리거나 죽이지 않고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며 맹세코 사실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대부분의 잉어가 사라져 버린 것은 모두 개구리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개구리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잉어가 개구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스터셔 주에 살고 있고, 사회적인 지위도 있는 사람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강꼬치고기의 목에 올챙이들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그것이 강꼬치고기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올챙이들의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악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얘기가 옆길로 빠지고 말았는데 지금까지의 얘기는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다시 잉어에 생태에 대하여 몇 가지를 더 말씀드린 다음에 잡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의 저서 ‘삶과 죽음의 역사’에 따르면 잉어의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게스너가 팔츠 지방에선 100년 이상이나 사는 잉어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요.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강꼬치고기나 창꼬치보다는 잉어가 오래 살고 크기도 크다고 합니다.

잉어는 맛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혀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시장에서 아주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잉어는 혀가 없으며 혀처럼 비슷한 살점이 입안에 있을 뿐이므로 구개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게스너는 말하고 있는데, 잉어의 혀가 최고의 맛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잉어는 가죽처럼 질긴 입을 가진 물고기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낚싯바늘이 걸리면 쉽게 빠지지 않는답니다.

아까 프란시스 베이컨 경이 잉어의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야누스 두브라비우스는 그의 저서 ‘물고기와 연못’에서 잉어는 3살이 되면 산란을 시작하여 30살까지 계속한다고 적고 있으며 물과 땅이 태양에 의해 뜨거워지는 여름철이 가장 산란에 적당한 계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암컷 한 마리를 서너 마리의 수컷이 쫓아다니는데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하면서 수초 사이를 도망치다가 붙잡히면 그곳에서 알을 낳는데, 산란한 알은 수초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컷이 정액을 뿌리고 그 뒤 얼마지 않으면 알에서 치어로 부화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잉어는 1년에 여러 번 산란하는데, 장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고기가 이런 식으로 산란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습니다. 산란으로 몸이 약해진 암컷을 두세 마리의 수컷이 호위하여 수초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거론할 가치가 없는 호기심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벌들이 둥지를 짓거나 여왕벌의 산란을 돕고, 여왕벌의 지배하에 공동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는 생태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잉어가 이런 방법으로만 번식하는 것은 아니고 강꼬치고기와 같은 방법으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잉어의 간이나 머리에 있는 돌은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잉어의 알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유대인들에게 비싼 값에 판다고 하는데, 구양성서의 레위기 11장 10절에 있는 것과 같이 철갑상어의 알로는 캐비어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잉어의 알로 대신하는 것이며, 그런 이유로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잉어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두브라비우스도 그의 저서 ‘물고기 이야기’에서 잉어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모두 얘기하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므로 그만 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낚시하는 방법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잉어는 매우 영리한 물고기여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잉어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 강에서 잉어를 잡으려고 한다면 더욱 인내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노련한 낚시꾼일지라도 강에서 잉어낚시를 할 때면 하루에 4~6시간씩, 3~4일 동안 계속해도 단 한 차례도 입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낚시뿐만 아니라 저수지에서 잉어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잉어의 먹잇감이 충분하고 물색이 탁한 저수지에서는 잉어를 잡기가 아주 힘듭니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했듯이 예외란 있습니다.

잉어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노력과 끈기를 당신에게도 기대하면서 잉어낚시용 미끼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추울 때는 잉어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따뜻할 때라고 하더라도 해 뜰 무렵이나 해 질 무렵이 아니면 입질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4월 10일이 잉어에겐 운명의 날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잉어낚시용 미끼로는 지렁이도 좋고, 떡밥도 좋습니다. 지렁이는 푸른빛이 돌고, 늪이나 목초지에서 잡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그 외에 녹색을 띠면서 그렇게 크지 않은 지렁이도 괜찮습니다.

떡밥은 치통약만큼이나 종류가 많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꿀이나 설탕을 섞어서 만든 달콤한 떡밥이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만든 떡밥이라면 아무리 영리한 물고기라도 유인당할 수밖에 없는데 낚시하기 전에 미리 밑밥으로 뿌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낚시하기 하루나 이틀 전,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몇 시간 전에라도, 작은 덩어리로 만든 밑밥을 뿌려 두면 잉어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큰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더라도 밑밥을 뿌리면 집어효과가 있어서 더 잘 잡을 수 있는데, 곡식에 쇠똥이나 사료를 섞거나, 닭 내장 등을 섞은 것을 포인트에 던져 놓은 다음, 아까 말한 달콤한 떡밥을 조그만 알갱이로 만들어 뿌려 주면 아주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떡밥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토끼고기나 고양이 고기를 잘게 잘라 콩가루와 섞는데, 콩가루가 없으면 다른 것을 써도 됩니다. 그러나 다음에 설탕이나 꿀을 섞어 반죽하면 되는데, 꿀을 넣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다음엔 그것을 절구에 넣고 빻거나 깨끗한 손으로 빚어 낚싯바늘에 달아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굳기로 반죽하는데, 물속에서 풀릴 수 있게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풀리지 않도록 털실을 넣어서 반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떡밥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밀랍과 정제벌꿀을 섞은 다음 난로 앞에서 손으로 빚어 만들면 1년 내내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생미끼를 사용할 때는 주홍색 천을 작은 크기로 네모나게 잘라 기름에 재운 뒤에 미끼와 같이 낚싯바늘에 끼워주는데, 이때 사용하는 기름은 피터기름 또는 돌기름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낚시하기 이틀이나 사흘 전에 꿀을 바른 통에 미끼를 넣어두면 바늘에 끼워도 오래 살기 때문에 영리한 잉어를 잡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낚시하는 도중에 식빵을 조금씩 씹어서 찌가 있는 부근에 던져 주면 더 효과가 좋답니다.

이제까지 얘기한 것과 다른 미끼도 있지만, 떡밥과 밑밥을 적절하게 운용하여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낚시하면 분명히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흰 빵과 꿀을 섞은 떡밥은 잉어낚시에서 아주 훌륭한 미끼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이것은 만들기도 아주 쉬우므로 기억해두기 바라며 잉어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했으니 다음은 브림에 대하여 알려드릴 테니 집중해서 들어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잉어요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잉어는 생선요리로는 상당히 특이하고 귀찮고 비용도 많이 드는 요리지만 맛은 일품입니다.

가능하면 잉어는 산채로 물과 소금을 문지르듯이 해서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비늘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간과 피는 작은 용기에 받아 두고, 반 줌씩의 달콤한 마저럼과 백리향, 파슬리를 두세 개의 작은 다발로 묶어서 4~5개의 양파와 소금에 절인 굴과 세 마리의 멸치와 함께 잉어 위에 놓고 살짝 잠길 정도로 와인을 부어줍니다.

그다음에는 와인과 소금, 정향 및 육두구와 오렌지 및 레몬 껍질로 양념을 한 다음, 냄비를 덮고 충분히 끓여주면 됩니다.

잉어가 충분히 익으면 잉어를 접시에 옮겨 담은 다음, 국물을 붓고 가장 신선한 버터 100g과 국물 여섯 스푼과 두세 개의 달걀노른자에 잘게 채썬 허브를 넣고 레몬을 곁들여 내놓으면 더 이상의 요리는 없을 것입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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