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송어는 우리 영국과 외국에서 모두 높이 평가되는 물고기입니다. 옛 시인은 포도주가 최고라고 말했다 하고, 우리 영국인은 사슴고기가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송어야말로 최고의 물고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슴이 제철이 있는 것처럼 송어도 제철이 있습니다.
콘라트 게스너에 의하면 트라우트라는 이름은 독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송어는 물색이 맑고 물살이 빠른 곳에 서식하며 딱딱한 자갈 위에서 먹이를 먹는데 숭어가 바닷물고기의 최고이듯이 송어는 민물고기 중의 최고라고 합니다. 제철의 송어는 어떤 미식가의 입맛도 사로잡으니까요.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말씀드리지만 새끼를 출산하지 않은 암사슴이 여름에 맛이 좋은 것처럼 산란하지 않은 송어는 겨울에도 맛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5월이 가장 맛있으며 이후부터는 암사슴처럼 맛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 영국의 물고기와 독일이나 다른 나라의 물고기는 크기나 모양 및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른데, 이런 점은 송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콘라드 게스너에 따르면 레만 호와 제네바 호에는 3큐빗(약 135㎝)이나 되는 송어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는 제네바 호수에서 잡히는 송어는 유명한 도시에서 판매되는 것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알아야 하는 것은 크기는 작지만 송어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은 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켄트에 있는 작은 강으로 송어가 엄청나게 많은데 한 시간에 20마리~40마리나 잡히지만 모샘치(gudgeon: 물고기 이름)만큼 큰 것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그밖에도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강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만, 특히 윈체스터나 윈저 근처의 템즈강에서는 샘릿이나 스케거 송어로 불리는 어린 송어들을 얼마든지 잡을 수가 있는데 저도 그곳에서 20~40마리 정도를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녀석들은 피라미처럼 입질이 활발해서 잡는 건 일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것을 어린 연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청어보다도 크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켄터베리 근처에 있는 켄트에는 포디지 송어(Fordidge Trout)라고 불리는 송어가 있는데, 이것은 잡히는 지역의 마을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아주 희귀종입니다. 대부분이 연어 정도의 크기이지만 색깔이 다르고, 봄에 잡히는 녀석들은 살이 희답니다.
이젠 고인이 된 조지 헤이스팅스 경이 한 마리를 잡았을 뿐 낚시로 이 물고기를 잡은 사람은 아직까진 아무도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송어는 배가 고파서 미끼를 무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덤비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나 그 이전의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송어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서 배를 갈라보았지만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믿을만한 저술가에 따르면 메뚜기나 어떤 종류의 물고기는 입은 없지만, 다공성의 아가미로 호흡하고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하는데 까마귀는 알이 부화하면 전혀 돌보지 않고 하느님의 손에 맡겨 둔다는 것을 생각하면 믿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시편(시편 147편 9절)에서 “가축에게도, 우짖는 까마귀 새끼들에게도 먹이를 주시는 분”이라 말씀하고 계시잖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이슬이나 둥지에 서식하는 벌레를 먹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법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예레미야서(예레미야서 8장 7절)의 하늘을 나는 황새도 제철을 안다는 말처럼 포디지 송어도 1년 중 9개월은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나머지 3개월은 포디지 강에서 금식을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은 금어기를 철저하게 지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포디지 강에 다른 어떤 강보다 많은 송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섹스 주도 여러 종류의 대표적인 수산물을 가지고 있는데 셀시의 새조개, 치체스터의 바닷가재, 애런델의 숭어, 아멜리의 송어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포디지 송어에 대한 확실한 것으로 이 물고기는 민물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앞에서 조지 헤이스팅스 경 외에는 잡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 이유가 민물에서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 포디지 송어의 습성 때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반년 새라고 하는 제비와 박쥐, 할미새는 1년 중 6개월만 영국에서 살다가 미카엘 축일 무렵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데 떠나지 않은 수천 마리의 새들은 속이 빈 나무와 동굴에 들어가 겨우내 먹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관찰되는 것을 보면 민물에서 포디지 송어가 아무런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겁니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관찰에 의하면 어떤 종류의 개구리는 8월 말경에 저절로 입이 막힌다고 하며, 그런 채로 겨울을 보낸다고 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구리가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제비나 개구리가 영양분을 그 체내에 비축해 두듯이 포디지 송어도 바다에서 체력을 보충해 극락조나 카멜레온이 태양과 공기만으로 사는 것처럼, 민물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입니다. 포디지 송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 둡시다.
노섬벌랜드에는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것보다 훨씬 큰 황소 송어라는 것이 있는데 나라마다 목초지가 달라서 양들의 모양과 크기가 다른 것처럼 강이 흐르는 땅이 다르기 때문에 더 큰 송어가 번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해줄 얘기는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그의 저서 ‘삶과 죽음의 역사’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송어는 다른 물고기들보다도 훨씬 빨리 자라지만 퍼치나 그 밖의 물고기들처럼 오래 살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음으로는 오래 살면서도 언제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악어와는 달리 송어는 성장을 멈추면 쇠약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머리만은 죽을 때까지 원래의 크기를 유지한답니다.
그리고 또 알아둬야 할 것은 송어는 특히 산란 직전에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둑이나 수문을 거슬러 오르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물살을 헤치고 나아간다는 것이며 보통 10월과 11월에 산란하는데 강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다른 물고기들 대부분이 태양에 의해 물과 땅이 따뜻해지는 봄철이나 여름철에 산란을 하는 이유는 새끼들이 자라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송어는 이 계절이 몇 달이나 지난 뒤에야 산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같은 풀을 먹더라도 말은 한 달이면 살이 찌지만 소는 그렇지가 않은 것과 같이 송어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물고기들이 송어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제철을 맞는 시기도 송어가 그들보다 늦다는 점입니다. 태양이 육지와 강을 데울 때까지 송어는 병 걸린 것처럼 야위고 말라 있는데, 겨울에 머리만 크고 비쩍 마른 송어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시기 송어의 몸에는 마늘뿌리나 바늘 모양의 머리가 큰 이가 달라붙어서 수분을 흡수합니다. 송어는 마치 그것들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들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송어는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하여, 물살이 완만한 곳에서 빠른 곳으로 이동하고, 자갈 위에서 몸에 붙은 벌레나 이들을 문질러 떼어내어 차츰 튼튼해짐에 따라 더욱 물살이 빠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정착하게 되면 가까이 다가오는 날벌레나 피라미를 먹잇감으로 노리는데 코드 웜이나 카디스 웜에서 탈피한 수생곤충인 강날도래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을 먹으면서 송어는 활력을 되찾아 더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므로 그 무렵이 일년 중에서 가장 살이 오르고 맛도 좋은 것입니다.
당신이 알아둬야 할 것은 좋은 송어란 대체로 붉은색과 노란색이 감도는 거란 겁니다. 물론 포디지 송어처럼 흰색이 감도는 것이 맛있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의 경우로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암컷이 수컷보다 머리는 작고 살이 많으며 맛도 더 좋다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송어건 연어건 큰 몸집과 조그만 머리는 그것이 제철이라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것보다 빨리 새순이 트고 꽃이 피는 버드나무와 야자나무가 있는 것처럼 송어도 계절을 앞질러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고, 호랑가시나무나 참나무가 계절이 지나도 잎이 지지 않는 것처럼 늦게까지 강에 남아있는 송어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걸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대부분은 그냥 뭉뚱그려서 송어라고 하지요. 비둘기도 야생비둘기가 있고 길들인 비둘기가 있고, 길들인 비둘기 중에도 헬밋, 런츠, 캐리어, 크로퍼 등 많은 종류가 있음에도 그냥 비둘기라고 하는 것처럼요.
참고로 왕립협회에서 발표한 거미의 종류는 33가지나 되지만 제가 아는 것이라곤 거미라는 총칭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은 물고기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송어는 더합니다. 크기, 모양, 반점과 색깔 등 여러 종류가 있지요.
커다란 켄트의 암탉만 해도 다른 암탉에 비해 많이 다르듯이, 송어도 다른 것에 비해서 특히 작지만 엄청나게 번식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작은 것이 많이 번식하는 예는 굴뚝새나 박새가 한 번에 20개 정도의 알을 낳는 것에 비해, 매나 개똥지빠귀, 흑조는 4~5개를 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송어를 잡는 솜씨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산책하면서 송어낚시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냥꾼: 이젠, 처브보다 송어를 잡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알겠습니다. 2시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도 피라미나 지렁이 미끼에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요.
낚시꾼: 때론 운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 그걸 참지 못하면 좋은 낚시인이 되기 어려워요. 이런, 얘길 하다 보니 저렇게 큰 송어도 보이는군요. 저 녀석을 잡읍시다. 드디어 걸었습니다. 이렇게 몸부림치며 끌고 다니다가 힘이 빠질 때 랜딩시키는 거예요. 뜰채 좀 주세요. 어때요?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죠?
사냥꾼: 정말 대단하십니다. 잡은 송어는 어떻게 합니까?
낚시꾼: 그 여주인의 가게로 다시 가서 저녁거리로 먹읍시다. 거기서 나올 때 아주머니가 제게 알려주셨는데 좋은 낚시인이자 친형제 같은 친구인 피터가 오늘 밤 그의 친구들과 함께 그 집에서 묵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곳에는 침대가 2개 있는데 당신과 내가 좋은 것을 쓸 수 있을 거예요. 피터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겁게 놀아봅시다.
사냥꾼: 좋습니다. 지금 출발하시죠? 아마포로 만든 하얀 침대 시트에서 나는 라벤더 향을 맡으며 잘 수 있다니 최곱니다. 빨리 가시죠, 낚시를 했더니 배도 고픕니다.
낚시꾼: 아니 조금만 더 있다 출발합시다. 아까는 지렁이로 송어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피라미로 노려볼게요. 저기 보이는 나무가 있는 곳에서 15분 정도 해보다가 안 잡히면 그때 가도록 합시다. 그 부근이라면 잡거나 못 잡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분명하지만 절 믿으세요. 꼭 잡을 테니.
오! 큰 녀석이군요. 저기 버드나무에 매달아 두고 이리 오세요. 오솔길을 지나 저쪽에 있는 인동 울타리 밑에 앉아서 소나기를 피합시다. 이 비가 대지로 스며들어 푸른 초원을 장식하는 꽃들을 적실 때까지 노래라도 부르면서요.
봐요! 저기 커다란 너도밤나무가 보이죠? 지난번에 저기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 숲에선 새들이 메아리와 누가 더 아름답게 노래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저기 연노란색 프림로즈 언덕의 꼭대기엔 커다랗게 구멍이 난 나무가 있는데 저곳에서 메아리치면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소리가 울리는 것이랍니다.
저는 저곳에 앉아서 폭풍 치는 바닷속으로 은빛 물줄기가 조용히 흘러가면서 때로는 거친 나무뿌리, 때로는 조약돌에 부딪혀 물결치며 물거품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답니다.
가끔은 어린 양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즐겁게 뛰노는 모습과,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뜀박질하는 모습과 그것이 싫증이 나면 달려가 어미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이런 광경처럼 제 맘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없어서 그때의 황홀함을 나는 시인이 된 것처럼 이렇게 표현했었답니다.
그때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환희에 취하였노라.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기쁨으로.
저는 그곳을 떠나 돌아오면서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다시 맛보았는데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우유 짜는 여인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나이팅게일처럼 맑은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적어도 50년 전에 크리스토퍼 말로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노래를 마치자 이번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노랠 불렀는데 그것은 월터 롤리 경이 젊은 시절 지은 것이었습니다.
그건 오래전의 노래였지만 지금처럼 비판적인 시대에 유행하는 딱딱한 노래보다는 훨씬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저기 내 말대로 우유를 짜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이죠? 분영 그때의 모녀들일 겁니다. 우리가 잡은 처브를 그들에게 주고 그때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달라고 부탁해봅시다.
안녕하세요. 우린 낚시를 마치고 블릭 홀로 가는 길인데 필요한 것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았길래 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팔려고 하는 게 아니니 그냥 가지시면 됩니다.
우유 짜는 여인: 어머,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앞으로 두 달 뒤에 이곳에 오실 일이 있으면 꼭 다시 들러주세요. 아마도 그때는 주님의 은총으로 건초에서 맛있는 와인크림이 알맞게 발효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 딸, 모들린이 노래도 불러드릴게요. 저나 제 딸은 둘 다 낚시하시는 분들을 좋아한답니다. 모두가 정직하고 예의 바르고 조용하셔서요. 붉은 젖소의 우유라도 드셔보세요.
낚시꾼: 괜찮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8~9일 전에 여기를 지나면서 따님이 부르는 노랫소릴 들었는데 다시 들어볼 수 없을까요?
우유 짜는 여인: 어떤 노래였지요? ‘양치기들아, 양 떼를 지켜라’였나요? 아니면 ‘둘씨나의 휴식’이었나요? 그게 아니면 ‘필리다가 절 놀려요’였던가요? 체비 체이스나 조니 암스트롱이었던가요? 아니면 트로이 타운이었나요?
낚시꾼: 그런 게 아니라 따님이 먼저 노래하고, 화답하듯이 뒷부분을 아주머니가 부르셨어요.
우유 짜는 여인: 아! 알겠어요. 딸애가 부른 노래는 제가 딸애 정도의 나이 때, 배운 노래예요. 뒷부분은 2, 3년 전 세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배운 건데 제 상황과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럼 둘 다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들린! 신사분들을 위해 첫 부분을 네가 부르렴, 나는 뒷부분을 부를 테니.
우유 짜는 여인의 노래
내 사랑이여 내 집으로 오소서
골짜기와 숲과 언덕과 들판과
우거진 수풀과 산들이
우리를 반기는 그곳으로.
바위에 함께 앉아
양 떼를 모는 양치기의 모습을 보면서
시냇물 소리와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듣고 싶어라.
그댈 위한 잠자리는 장미로 만들고
향기로운 꽃으로 꾸며 놓고서
꽃 모자와 도금양의 잎사귀로 장식한
커틀을 만들리.
어린양의 털로는
겉옷을 만들고
순금의 버클 달린 신발 만들어
추위에서 지켜주리라.
밀짚과 담쟁이덩굴론 벨트를 만들고
산호와 호박으론 단추를 달리
이 즐거움은 그대의 것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게 오소서
내 집으로 오소서.
주님의 성찬을 차리듯
은접시에 음식을 담아
상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리
그대와 나를 위하여.
오월의 아침엔 그댈 위하여
양치기는 춤을 추고 노래 부르리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그리하여 나의 신부가 되어주기를
나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노라.
사냥꾼: 기가 막히는군요.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인지! 이제야 엘리자베스 여왕이 5월엔 우유 짜는 여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이 하루종일 노래 부르고 밤이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의심할 여지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들린이 바로 그렇군요. “봄에 눈감고 싶어라. 가득한 꽃향기에 묻혀서~”라는 토마스 오버버리 경이 쓴 ‘우유 짜는 여인의 소원’을 모들린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모들린 어머니의 답가
세상이 영원하고
생명도 영원하며
양치기의 말도 진실하다면
아름다운 기쁨에 몸을 맡기고
나 그대의 연인이 되리.
시간이 양 떼를 우리로 몰고
분노한 강물이 바위를 식히며
나이팅게일이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젊음도 끝은 있으리.
꽃은 시들고 들판은 휑해져
사나운 겨울에 짓밟히누나
달콤한 속삭임은 상처가 되고
행복한 봄은 서글픈 가을로 변하는구나.
그대의 겉옷, 그대의 신발, 그대의 잠자리,
그대의 모자, 그대의 커틀, 그대의 꽃다발,
덧없이 시들어 잊혀지누나
철없는 농익음은 썩고 마누나.
밀짚과 담쟁이덩굴로 만든 그대의 벨트,
산호와 호박으로 만든 그대의 단추는
어느새 매력을 잃어버렸네
나 다신 그대에게 가지 못하리.
어떠한 산해진미도
주님의 은총에 어찌 비기랴
지나간 모든 것은 부질없어라
젊음이 지속되고,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면
기쁨은 끝이 없고, 늙지도 않는다면
그 기쁨에 이끌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살리라.
우유 짜는 여인: 제 노래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모들린에게 짤막한 노래를 하나만 더 부르도록 할게요. 얘야, 어젯밤에 양치는 코리든이 너와 사촌 레티에게 보리피리로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불러주렴.
모들린: 예, 해볼게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건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던가?
사랑해서 결혼했었고
사랑의 환상에 이끌렸었기에
조금의 아쉬움도 내겐 없다네.
그러나 가슴은 두려움에 싸이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간 곳 없어라
그래도 사랑은 서리처럼 눈처럼 쉬이 녹진 않누나
우유 담은 통을 나르는 내가
오늘도 그녀를 사모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어라.
낚시꾼: 정말 훌륭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만간 또 다른 물고기를 잡아다 드리고 또 노래를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이젠 우리도 모들린이 쉴 수 있게 합시다. 그녀의 목이 다치게 해선 안 되잖아요? 저기, 주인 아주머니가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러 오네요. 피터는 도착했나요?
여주인: 두 분 모두 오셨어요. 손님들이 와 계신다는 소리를 듣곤 무척 기뻐하시면서 시장하신데도 불구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