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 제21장: 낚시도구를 만드는 방법(번역 완)
낚시꾼: 벌레와 작은 물고기, 강과 연못에 대해서 너무 오래 얘길 한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지쳤지만, 당신도 오랜 시간 동안 얘길 듣느라 피곤할 것 같군요. 토트넘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신을 만난 곳도 저곳이었는데, 이젠 저곳에서 이별해야 하는군요.
헤어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낚시인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낚싯줄을 만들고 정리하는 방법이나 염색하는 법 및 낚싯대를 칠하는 방법 및 특히 초릿대를 칠하는 방법을 대강이라도 가르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초릿대는 물에 잠기게 되면 무거워져서 물고기를 놓칠 수도 있고, 썩을 수도 있으므로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나는 관리를 잘해서 20년 이상이나 사용하는 낚싯대도 있답니다.
그럼, 먼저 낚싯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낚싯줄을 만들기 위한 털은 둥글고 상처가 없는 깨끗한 것이 좋습니다. 둥글고 상처가 없으며 유리처럼 투명해 보일 정도의 색깔을 가진 털 하나는 그렇지 못한 털 세 개만큼 강합니다.
검은 털은 대부분 둥글지만, 흰털은 대부분 납작하거나 울퉁불퉁 하기 때문에, 흰색이면서 둥글고 깨끗한 털은 구하기 어려우므로 구할 수만 있다면 많이 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낚싯줄을 만드는 순서를 지금부터 알려드릴 테니 잘 기억해두기 바랍니다. 먼저 꼬기 전에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씻는 게 끝나면 그중에서 깨끗하면서도 굵기가 일정한 것을 고릅니다. 그 이유는 굵기가 균일한 털은 당기면 늘어나기만 하는 반면, 굵기가 불규칙한 털은 끊어져 버리기 때문이죠.
선별한 털을 이은 다음, 꼬고 나서는 15분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꼬아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털 중에서 줄어들거나 짧은 것이 약해져서 낚시를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는 가운데에 검은 털을 넣고 일곱 개의 털을 꼬아 만든 낚싯줄에서 흔히 일어난답니다.
이번엔 털을 염색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도수가 높은 맥주 500cc와 검댕 200g, 호두나무 잎을 짜서 만든 약간의 즙과 같은 양의 백반을 섞어서 30분 동안 끓입니다. 다 끓고 나서 식힌 다음에 털을 담가 두면, 녹색이나 물색으로 변하는데 오래 두면 둘수록 색깔이 짙어집니다.
염색하는 방법은 그 외에도 많지만 지금 알려드린 것을 제외하고는 추천할만한 것들이 아니며, 낚싯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물빛이 감돌거나 투명한 것이 좋습니다. 녹색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짙은 녹색으로 물들이려면 지금부터 설명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500cc의 맥주와 백반 200g을 냄비에 넣은 다음, 그 안에 털을 넣고, 세지 않은 불로 30분 정도 끓인 후, 꺼내서 말려줍니다. 그런 다음, 2리터의 물에 두 줌 정도의 천수국을 넣고 뚜껑을 닫은 후, 30분 정도 중불로 끓이면 노란 거품이 생깁니다.
그러면 그 안에 200g의 녹반을 넣은 다음, 털을 넣고 맥주가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중불로 끓여 식혀주면 됩니다. 이때 털은 냄비에 넣어둔 채로 식혀야 하는데, 보통 3~4시간 정도 둡니다.
녹반을 많이 넣을수록 짙은 색이 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연두색입니다. 그러나 수초가 썩는 시기에 사용하기 좋은 노란색을 원한다면 천수국을 많이 넣는 대신에 녹반의 양을 줄이거나 아니면 녹반을 넣지 않고, 녹청을 조금 넣는 것이 좋습니다.
낚싯대를 칠하는 것은 반드시 유성(油性)이라야만 하는데, 우선 물에 아교를 넣고 완전히 용해될 때까지 끓인 다음, 식기 전에 나무판을 밑에 깔고 칠해줍니다.
그다음엔, 흰 납과 붉은 납과 옻을 섞어 갈면 회색이 되는데, 여기에 아마기름을 섞어서 약간 굳은 상태가 되면 아교를 칠한 낚싯대에 덧칠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로 된 어떤 것과도 어울리며, 바탕색으로도 아주 좋습니다.
녹색으로 칠하려는 경우에는 핑크와 녹청을 갈아서 아마기름에 섞은 다음 부드럽게 펴서 발라주면 됩니다. 대개는 한 번으로도 충분하지만 두 번 칠할 때는 처음 칠한 것이 완전히 마른 후에 칠해야 합니다.
이것으로 낚싯대를 칠하는 것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토트넘의 하이크로스까지는 아직 1마일이 남았으니 인동 울타리 그늘 아래로 걸어가면서 우리가 만난 이후에 제가 했던 생각들과 우리의 즐거웠던 추억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에게 이런 큰 축복을 주신 하느님께도 감사를 드리도록 합시다.
우리는 지금 이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석(結石)이나 통풍과 치통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하고, 신음하고 있는 사람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우리가 만난 이후로도 우리가 모르는 사람 중에는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폭발로 인해 다치거나 벼락을 맞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더 크신 자비일 것이며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란 고통에서도 자유로운 우리는 주께서 베푸신 은혜를 높이 찬양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몇십 배나 부유한 사람도 우리처럼 적은 돈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때론 먹고 마시며, 때론 낚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편안한 잠을 잘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다시 웃으며 노래하고 낚시를 하는 우리처럼은 결코 하지 못할 겁니다.
제 이웃 중에 아주 돈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웃을 겨를이 없을 정도로 항상 바쁘다고 해요. 그는 평생토록 돈을 벌었으면서도 언제나 더 큰 돈을 벌겠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게으른 손바닥은 가난을 지어내고 부지런한 이의 손은 부를 가져온다.”고 한 솔로몬의 말을 들먹이곤 한답니다.
솔로몬의 말은 진리입니다만 그러나 나는 사람의 행복은 돈에 달려있다곤 생각지 않습니다. 불행은 돈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현인들의 말씀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자를 구원하시니 우리는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부자와는 달리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하느님께 불평해서는 안 됩니다. 부자들의 허리띠에 달린 곳간 열쇠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그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어 잠도 잘 수 없게 만든답니다.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볼 수 있기에 부자들이 즐겁게 사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상 그들은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부도덕한 방법으로 축적했을 부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 걱정과 근심을 안은 채 살고 있으므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정도의 부와 무엇보다도 흔들리지 않는 양심을 주셨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디오게네스의 얘기를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친구와 함께 시골의 어느 장터를 보러 갔답니다. 시골 장터란 원래 싸구려 물건이 많은 것이 자연스럽지만, 아무튼, 디오게네스는 리본, 거울, 호두까기, 바이올린과 장난감 목마를 비롯한 많은 싸구려 물건들을 보고 나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 세상에는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어쩌면 이리도 많단 말인가?”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필요 없는 것을 가지려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만들기 위해 힘들게 일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히 주지 않으신 하느님에게 불만을 제기할 자격은 없습니다.
자연은 부족함에도 만족하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질적인 것에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기를 존경하지 않는다거나 자기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즉,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자초하는 삶을 살려 한다는 것이죠.
키가 작다고 불평하는 사람이나 이웃집 여자처럼 예쁜 모습으로 비춰주지 않는다고 거울을 깨뜨려버리는 여자처럼 말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건강과 부를 모두 주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로는 화를 잘 내는 여인을 주셨다고 해요. 그녀가 하는 것이라곤 남편의 재산을 자랑하는 일뿐이었고, 부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교회에서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남편을 부추겨 반대하는 사람과 다투게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상대방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부자이면서, 성질이 고약한 여인을 아내로 두고 있어서 다툼은 끝날 줄을 모르고 급기야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말았고 결국에는 다툼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죽고 말았으며, 남은 아내도 괴로움에 묻혀서 지내다가 마침내는 죽고 말았다고 해요.
결국, 그들의 마음이 평화롭지 않았고, 감사할 줄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돈의 저주를 받은 것이었죠. 그러므로 우리는 감사할 줄 아는 삶만이 행복하게 사는 길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랍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돈도 많고, 건강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아름다운 가구들로 채워진 집을 몇 채나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그 집들을 오가느라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한 번은 그의 친구가 왜 그렇게 자주 집을 옮겨 다니느냐고 물었다고 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은 “다른 집으로 가면 만족할 수 있을까 해서” 그런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그러자, 그 부자의 심성을 잘 알고 있던 친구는 “만족한 삶을 살려면 뒤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돼. 만족이란 평온하고 고요한 영혼에만 주어지는 것이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하더군요.
이와 비슷한 말씀이 마태오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온유한 사람들은 자비를 얻어 하느님을 뵐 수 있으며, 겸손할 줄 알고, 스스로 즐거운 삶을 살며,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알기 때문에 마침내는 하늘나라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온유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욕심부리지 않으며, 소란스럽거나 불만에 가득 차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시기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만족해하며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때문에 스스로도 즐거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나는 지금 감사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얘기를 계속하자면 예언자 다윗은 살인과 강간죄를 비롯하여 큰 죄를 많이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로 하느님의 마음에 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윗은 성경에 나오는 어떤 사람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것은 그가 쓴 시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시편을 통해 다윗은, 자기가 저지른 죄와 보잘것없음을 고백하면서 하느님의 용서와 은혜에 감사함을 기록하고 있어서, 하느님께서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 인정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윗을 닮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우리가 날마다 받는 하느님의 은혜를 가볍게 여기거나 하느님을 경외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이후로 가진 즐거운 시간과 느꼈던 기쁨에 대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가 만나서 즐겼던 강과, 푸른 초원과 향기로운 꽃과 샘도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더라면 어떻게 즐길 수 있었겠습니까?
들은 얘기지만,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평생에 단 한 번, 단 한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다면, 해가 뜨고 지는 광경에 넋을 잃고 눈을 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가 매우 놀라며 감동하는 그 광경을 우리는 매일같이 즐기고 있지만, 이것을 찬미하며 감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태양을 만드셨으며, 인간을 만드시고 지켜주시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꽃과 비와 음식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낚시를 할 수 있는 기쁨도 주셨습니다.
이제 피곤하군요. 아마 당신도 나만큼 피곤할 것 같은데, 이제 조금 있으면 토트넘의 하이크로스가 보일 것이고 우리의 여정도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나의 긴 이야기를 이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얘기들은 나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온유함과 감사하는 마음을 당신에게도 전하고자 하는 뜻에서 했던 것이었으며, 마음의 평화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돈이 많은 부유한 사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두려움과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정직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기보단, 차라리 기꺼이 가난한 삶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프랑스의 니콜라스 코생은 “양심을 잃은 자는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잊지 말고 새겨두길 바라며, 다음은 건강에 유의하도록 하세요.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며, 양심 다음으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하느님이 주신 두 번째 축복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 번째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돈인데,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돈과 관련된 재앙이랄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만일, 부를 누리게 되더라도 반드시 온유하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길 바랍니다.
고명한 신학자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두 개의 집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는데, 하나는 천국이고, 다른 하나는 온유하고 감사한 마음속에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하느님의 집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어느새 토트넘의 하이크로스에 도착했군요.
사냥꾼: 스승님의 좋은 말씀,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말씀은 절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여기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도록 하시죠? 이곳은 인동과 들장미와 재스민과 도금양으로 뒤덮여 있어서 뜨거운 뙤약볕을 가려주고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앉아서 스승님에 대한 보답으로 술에 우유와 오렌지, 그리고 설탕을 섞어서 꿀맛 같은 음료수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건 낚시인에게만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음료랍니다.
스승님, 다 되었습니다. 드셔보십시오. 드시면서 제가 들려 드리기로 약속했던 시를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헨리 워튼 경이 쓴 책에 있는 것인데, 아마도 워튼 경이 아니라면 분명, 낚시인이 썼을 것으로 생각되는 시입니다.
스승님, 다 마신 잔을 제게 주십시오. 저도 한 잔 마시고 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 시는 제가 스승님을 만나서 즐겼던 것처럼, 전원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떨리는 두려움과 가슴 찢는 근심으로
한숨과 눈물이 마르질 않는구나
법정을 향해 날아가라
속인들의 세상으로 날아가라
냉소가 가득한 곳으로 날아가라.
미소로 슬픔을 가릴지라도
웃음은 거짓이요, 슬픔이 진실인 것을.
날아가라, 전원(田園)에서
비참한 군상들이 넘치는 곳으로.
그리고 돌아오라, 평화로운 이곳으로
수정 같은 시냇물이 흐르고
가난해도 마음 풍요한 사람들이 사는 이곳으로
모두가 찾지만
우리만 찾을 수 있는 이곳으로, 돌아오라.
마음이 황폐한 인간들은 모른다네
평화와 안식의 땅, 이곳에는
교만하게 솟은 탑도 없으리니
그대 이곳에서 안식을 구하라
거친 바람 때론 숲을 흔들어도
안전한 이곳엔
유혹의 속삭임은 들리지 않고
은혜로운 시냇물 소리만 들리는구나.
위선으로 가득 찬 무도회는 없어도
어린애들 천진하게 뛰노는 이곳
다툼 없는 초원은 푸르러구나.
뛰놀다 지친 어린 양들
어미 품을 찾아 안기고
밭에는 쟁기 자국 선명하다.
여기엔 유혹도 없고
운명을 재촉하지도 않아,
하지만 물고기보다 어리석은 자들은
의심 없이 바늘을 삼키는구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보상받는 새를 부러워 마라.
하인에게 잠수하여 진주를 찾게 하는 자들
그들은 우리에겐 경멸의 대상
우리의 진주는 아침이슬
풀잎에 맺힌 첨탑 같은 이슬은
양치기의 발길에도 떨어지누나
황금은 없어도, 풍요로운 이곳
노래하라, 아름다운 숲을
영원한 즐거움이 있는 곳을
순수함이 가득 찬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산과 들에 넘치는 평화를 누리라
졸졸 흐르는 냇물에도 평화는 잠자고 있나니
해마다 이곳에서
낚시하며 만나세.
낚시꾼: 정말 좋은 시를 들려줘서 감사합니다. 이 시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 게 분명할 겁니다.
나도 한 잔 주세요. 그럼, 보답하는 의미로 이 세상의 모든 헛된 것들로부터 안녕을 고하는 내용의 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당신에게 훌륭한 낚시인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헨리 워튼 경이 쓴 시라고도 합니다만, 누가 썼던지를 차치하고, 이 시를 쓴 사람은 용감하면서,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헛된 껍데기들이여 안녕
헛된 명예도 안녕
부와 명성이란 부질없는 것
명예도 하루살이의 사랑이던가
아름다움은 상처 입은 우상이요
국가란 자유를 유린코자 황금으로 만든 감옥이었던가
자랑하는 혈통도 한갓 피에 불과할 뿐인 것을
명성과 명예
아름다움과 국가
출생과 가문
이 모든 것은 지고 마는 꽃봉오리에 불과한 것
나, 위대함을 동경하지만
태양은 우뚝 솟은 언덕을 비출 뿐이고,
나, 고귀한 신분을 갖고 싶지만
떡갈나무에도 미치지 못해
그러나 어느새 떡갈나무는 벼락에 찢기었구나
나,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지만
자기의 무덤을 파는 공허한 갈망이요,
나, 현명하길 간절히 바라나
나귀 무리 속의 여우에 불과하고,
나, 아름다워지길 원하지만
태양도 때로는 구름에 가린다네.
나, 가난한 삶을 원해도
잡초는 나귀의 발에도 짓밟히는 것을,
부자는 미움을 사고
현자는 의심을 사고
빈자는 경멸을 받고
위인은 공포에 떨어도
고관대작의 욕심은 끝이 없어라.
나, 이 모두를 찾아 헤맸지만
더 이상 부질없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
세상은 나를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을까?
나의 아름다움을 자랑해볼까?
명성(名聲)은 행운의 하인,
나, 인도와 겨루어볼까?
그리고 발아래 무릎 꿇게 만들어 볼까?
말 못 하고, 앞 못 보게 만들고 난 뒤
나의 위대함을 찬양하게 만들까?
그러나, 나는 모든 것 포기하리라
만일 내게 주어진다 해도
그건 신이 잠깐 맡긴 것일 뿐
덧없는 쾌락보단
성스러운 찰나가 소중한 것을
나는 알게 되었노라.
내게 오라, 순수한 생각이여,
내게 오라, 고요한 푸르름이여
친구여, 내 영혼의 안식처로 오라.
천사들이 봄을 반겨 노래를 부르는
이곳으로 오라.
성경은 마음의 거울
그곳에서 나는 덕을 찾으리
그곳엔 시기와 질투와 신분의 귀천도 없고
두려운 공포도 없으며
깨진 맹세도 없도다.
나, 여기 앉아
뜨거웠던 사랑도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이제는 성스러운 고요함에 나를 맡기리
만족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오직 하느님의 나라, 천국뿐임을
나 이제야 알게 되었노라.
(註: 이 시의 지은이는 월터 롤리 경: Sir Walter Raleigh)
사냥꾼: 이 시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좋은 시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리며, 그동안 가르쳐주신 낚시에 관한 것들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 오스틴은 그의 저서 고백 제4권, 제3장에서 친구인 베르쿤두스가 베푼 친절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는데, 성 오스틴과 그의 친구는 베르쿤두스가 그의 별장을 빌려준 덕분에 세상의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저도 오스틴처럼 스승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너무도 유익했고 즐거웠으며, 그로 인해 저도 이젠 많은 것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낚시인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스승님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스승님을 처음 만났던 기쁨의 추억이 서린 이곳이 이젠 이별해야 하는 슬픈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5월 9일의 재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재회할 날을 기다리면서 지치지 않기 위해 수면제를 먹고 그때까지 잠을 잘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소크라테스가 그의 제자들에게 “철학자임을 자만하지 말고, 도덕적인 모범을 보임으로써 철학을 존경받는 학문이 되도록 하라.”고 했다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님께서는 낚시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하셨으니, 가르침에 따르도록 노력하겠으며, 또한 처음에 해주셨던 많은 위인들의 모습을 닮을 수 있도록도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독실한 사람이 그의 친구에게 말하기를 “고행을 경험하고 싶다면, 자주 교회에 나가 기념비와 납골당을 둘러보면서 죽음의 문 앞에 얼마나 많은 뼈들이 쌓여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도 역량을 기르고 지혜를 닦아 하느님의 섭리를 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기에,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초원을 거닐며 그곳에 핀 백합과 많은 생명체들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풀과 꽃과 작은 생명체들은 모두 하느님의 은총으로 생명을 얻었으며,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하느님을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주님을 찬양하게 하시고, 성 베드로의 축복이 스승님에게도 제게도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낚시꾼: 그리고 덕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STUDY TO BE QUIET.(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제4장 11절-우리가 여러분에게 지시한 대로, 조용히 살도록 힘쓰며 자기 일에 전념하고 자기 손으로 제 일을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