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딱 맞춰서 오셨군요.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마침 해도 뜨는군요. 지금 개들이 수달 한 마리를 잡았는데 저 언덕 아래에 있습니다. 수련과 꽃냉이가 무성하죠. 보세요. 개도 사람들도 정신이 없어요.
낚시꾼: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오늘 사냥은 출발이 좋군요. 인사는 그만두고 우리도 빨리 가봅시다.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습니다. 울타리건 도랑이건 넘어서 갑시다.
사냥꾼: 어디서 수달을 잡았습니까?
수달사냥꾼: 여기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닥치는 대로 송어를 잡고 있던 걸 발견했는데 더 먹지도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송어를 잡고 있었죠. 그리고 마침 그때 우리가 도착했는데, 먹다 남긴 게 이만큼이나 있었습니다.
그 뒤 우리는 수달에게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쫓았죠. 이젠 개와 사람들이 있으니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니 조금만 있으면 숨통을 끊고 가죽을 벗길 수 있을 겁니다.
사냥꾼: 수달 가죽이 값어치가 있습니까?
수달사냥꾼: 장갑을 만들면 10실링은 받을 수 있어요. 비 오는 날엔 수달 장갑보다 좋은 게 없어요.
낚시꾼: 재미난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짐승을 사냥 중인가요? 아니면 물고기를 잡는 중인가요?
수달사냥꾼: 어려운 질문이군요.
사냥꾼: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고 맹세한 카르투시오 대학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문제는 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왔지만 해결되지는 않은 것 같군요. 그러나 수달의 꼬리는 물고기라는 것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는 모양입니다. 만일 수달의 몸통도 물고기라고 한다면 물고기가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게 되지요.
왜냐면 때때로 수달은 새끼에게도 먹이고 자기도 먹을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하룻밤에 5~6마일에서 10마일까지 이동합니다. 비둘기가 아침을 먹으려고 40마일(64㎞)을 날아가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데 수달은 물고기를 많이 먹기도 하지만 먹지 않으면서도 장난삼아 물고기를 죽이거나 상처를 입힌다는 점이 문제랍니다. 라틴어로 수달을 ‘개담비(Dog-fisher)’라고 하는 이유는 물속에서 100야드 떨어진 곳에 있는 물고기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콘라드 게스너의 말에 의하면 더 먼 곳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달의 음낭은 간질병에 좋다고 하며 베니오네라는 약초를 아마포에 싸서 수달이 나타나는 곳에 매달아 두면 그곳을 피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속이나 땅에서 모두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죠.
콘월엔 용감한 수달이 아주 많은데 학식이 높은 캠던의 말에 의하면 오터시(Ottersey)라는 강이름은 수달이 아주 많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가 제가 수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방금 수달이 숨을 쉬려고 올라왔군요. 사냥개가 달려들고 있어서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스위트립스란 이름의 개가 수달을 잡은 것 같으니 어서 가봅시다.
사냥꾼: 이런, 말을 탄 분들이 모두 강을 건너버렸네요. 어떡하죠? 우리도 따라서 건널까요?
수달사냥꾼: 이뇨.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셨다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말을 탄 사람들과 개들이 이쪽으로 불쑥 나타날 거고 수달도 분명히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까 킬벅이란 개에게 맡깁시다. 수달은 또 숨을 쉬러 나올 테니까요.
사냥꾼: 과연 그렇군요. 구석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방금 링우드란 이름의 개가 잡았어요. 앗, 수달에게 물리면서 놓쳤네요. 이제 스위트립스가 수달을 잡았고 개들이 모두 덤벼듭니다.
물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이젠 수달도 지쳤군요. 스위트립스, 수달을 가지고 와! 자, 보세요. 이 녀석은 암놈이고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으니 잡았던 곳으로 다시 가보면 분명히 새끼들이 있을 테니 잡아서 모조리 죽여야죠.
수달사냥꾼: 자 수달을 잡은 곳으로 가봅시다. 이 근처에서 서식했던 모양인데, 보세요, 정말 5마리의 새끼가 있죠? 모두 죽입시다.
낚시꾼: 잠깐만요. 길들여 보고 싶어서 그러니 한 마리만 산 채로 제게 주십시오. 레스터셔에 사는 닉 시그레이브란 분이 기발한 재주가 많은데 그분은 수달을 길들여 물고기를 잡게도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난 일을 많이 시킨다고 해요.
수달사냥꾼: 네, 한 마리 가져가시면 나머진 죽일 겁니다. 그럼 이제 맥줏집에 가서 ‘올드 로즈’를 부르며 다 함께 건배를 합시다.
사냥꾼: 낚시꾼 양반, 함께 가시죠. 오늘 밤엔 제가 쏘겠습니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정도 선생을 따라다니면서 낚시를 배우려면 제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으니까요.
낚시꾼: 좋습니다. 서로 대접도 하고, 함께 즐기게 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사냥꾼: 그럼 함께 낚시를 하러 갑시다.
낚시꾼: 그럽시다. 수달사냥꾼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오늘 다시 암수달을 잡아서 새끼들과 함께 죽이는 재미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사냥꾼: 그런데 어디서 낚시를 시작하죠?
낚시꾼: 아직 낚시하기엔 마땅하지 않고 1마일은 더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사냥꾼: 걸으면서 이야기하시죠. 어제 묵었던 숙소 및 주인과 일행들이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여관주인은 재미난 사람이었죠?
낚시꾼: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수달을 죽일 수 있어서 기뻤고, 수달사냥꾼들이 많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수달을 사냥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다는 점과 어족보호를 위한 금어기(禁漁期)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강의 파괴는 심해질 겁니다. 법과 금육일을 지키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어육(魚肉)이 부족하면 육식을 강요당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입니다.
사냥꾼: 금어기란 언제를 말합니까?
낚시꾼: 3월, 4월, 5월의 3개월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보통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데 거슬러 오르는 도중에 불법적인 둑이나 덫에 의해 남획(濫獲)되면 산란은 수포가 되고 맙니다.
에드워드 1세와 리차드 2세의 시대에는 금어기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어 남획을 막고 있었다는 것은 법률에 밝은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으로 저처럼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금어기를 정한 법률은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모두의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하천관리인도 부끄러워할 정도로 작은 법적 기준 이하의 크기인 물고기와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그물이 시장에서 매일 판매되는 양이 그토록 많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란기의 물고기를 잡는 것은 자연의 법도를 어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새끼를 부화하고 있는 둥지에서 어미새를 빼앗는 것과 같은 것으로 하느님께서도 신명기(신명기 22장 6, 7절)에서 그런 행동을 금하는 율법을 만드셨습니다.
※ 원본에는 레위율법(신명기 22장 6, 7절)이라고 적혀 있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레위율법을 신명기로 해석하였다.(in the Levitical law (Deuteronomy xxii. 6, 7)
하지만 불쌍한 물고기들에게는 그런 잔혹한 어부들 외에도 적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아까 말한 수달을 비롯하여 가마우지, 알락해오라기, 물수리, 갈매기, 왜가리, 물총새, 고라라, 푸엣, 백조, 거위, 오리, 그리고 물쥐라고도 하는 크래버 등등 모두가 없애고 싶은 것들뿐이지만, 저는 불필요한 살생은 싫어하기에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오직 저는 물고기만 상대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순리에 맡겨 둡니다.
이제 아까 하신 술집 주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드리면, 사실 그분은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성경을 모독하는 농담이거나 음란한 농담이어서 위트가 있는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악마는 그와 비슷한 성격의 인간에게 다가가 그런 성정을 부추기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은 스스로가 좋아해서 외설적인 언어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죠.
그러나 뛰어난 화술로 모두를 즐겁게 하고 불경스런 말은 하지 않은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진정으로 재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 밤, 바로 그런 분들이 있는 곳으로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이 근처에 송어회관이란 곳이 있는데 저의 좋은 낚시친구가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이야기는 미덕의 근본이죠. 그러나 어젯밤에 들은 것과 같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어제 묵었던 여관주인의 애들은 아마도 아버지를 흉내 내서 나쁜 말을 할 겁니다.
게다가 어젯밤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가 지위와 명예도 있다는 사람들이어서 더더욱 유감스럽습니다. 신앙이 부족한 사람은 거지보다 구원받기 어려우니 최후의 심판이 있는 날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제적인 예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시는 모든 부모와 예의범절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신앙을 가지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르침 받은 자의 신앙심은
더 두터워지리라.
이것은 진리를 표현한 것으로 모두가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얘기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저는 예절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남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제 낚시로 화제를 돌리죠. 저쪽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곳에서 분명히 처브(Chub)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잡으면 제가 잘 아는 깨끗하고 저렴한 가게에 가서 여주인에게 요리를 부탁하고 쉬면서 저녁을 먹도록 하죠.
사냥꾼: 처브는 제일 맛없는 물고기 아닌가요? 저는 저녁에 송어를 먹고 싶거든요.
낚시꾼: 절 믿으세요. 이 근처에는 송어를 잡을만한 포인트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 수달사냥을 하는 당신의 친구분들과 헤어지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벌써 해가 높이 떠버리고 말았습니다.
송어낚시는 저녁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처브는 당신 말처럼 맛이 없다고 소문나 있지만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맛있는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사냥꾼: 어떻게 요리를 하면 그렇게 되는 겁니까?
낚시꾼: 그건 처브를 잡은 다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여길 보세요. 보이죠? 일어서야만 보일 겁니다. 저기 스무 마리 정도의 처브가 있는데 저 중에서 제일 큰 녀석으로 딱 한 마리만 잡을 겁니다. 내길 해도 좋습니다.
사냥꾼: 와! 선생은 마치 고수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하지만 선생이 정말 제일 큰놈을 낚아 올리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어요.
낚시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보세요. 제일 큰 처브의 꼬리에 상처가 있죠. 아마도 파이크(강꼬치고기)나 다른 뭔가에 당한 걸로 보이는데 흰 점처럼 보이는군요. 저 녀석을 잡아보겠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만 기다리면 꼭 저 녀석을 낚아 올리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냥꾼: 그럼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해 하시니까요.
낚시꾼: 제 솜씨가 어떻습니까? 제가 잡겠다고 했던 꼬리에 흰 점이 있는 녀석입니다. 이젠 이 녀석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 아까 얘기했던 맥줏집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곳에는 깨끗한 방들이 있고, 창가엔 라벤더가 만발하며 벽에는 20개 정도의 민요가 걸려 있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얘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깔끔하고, 미인이고, 예의 바르며 지금까지 여러 번 요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제 방식대로 요리를 부탁할 것인데 분명히 맛있다고 느끼실 겁니다.
사냥꾼: 기꺼이 가겠습니다. 슬슬 배도 고파오고 아침부터 4마일 밖엔 걷지 않았지만 피곤하기도 해서요. 어제 사냥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낚시꾼: 그렇군요. 이제 곧 쉴 수 있을 겁니다. 말씀드린 맥줏집이 저기 보이는군요. 아주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제일 맛있는 맥주부터 주시고, 이 처브를 요리해 주실래요? 지난번 8일인가 10일 전에 친구와 함께 여기 왔을 때 한 것처럼 요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빨리 좀 부탁할게요.
여주인: 예, 금방 요리해 드리겠습니다.
낚시꾼: 아주머니가 정말 빨리 만들어 주셨네요. 어때요? 먹음직스럽지 않습니까?
사냥꾼: 정말 그렇군요. 그럼 이제 기도하고 식사를 시작해볼까요?
낚시꾼: 어떻습니까? 맛있죠?
사냥꾼: 이렇게 맛있는 건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을 위해 건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낚시꾼: 무엇입니까?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니 무엇인지 듣기도 전에 들어드리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사냥꾼: 다름이 아니고 앞으로 당신을 스승님이라 부르도록 허락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선생은 인간으로서도 훌륭한 분이시고, 게다가 낚시 솜씨도 뛰어나시고, 요리 또한 일품이시니 꼭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낚시꾼: 손을 이리 주세요. 지금부터 나는 당신의 스승이 되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물고기의 생태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낚시인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것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원투낚시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삼각대를 받침대로 사용하거나 백사장에서는 샌드폴을 사용하므로 릴을 바닥에 놓을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낚시를 소재로 하는 각종 방송프로들은 낚시인구의 증가에 기여를 하였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