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조어대전 제13장: 장어를 비롯한 비늘 없는 물고기의 생태와 낚시하는 방법

낚시꾼: 장어가 가장 맛있는 물고기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로마인들은 장어를 연회의 여왕이라고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진미의 여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어의 번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서 어떤 사람들은 다른 물고기들처럼 번식한다고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벌레가 진흙에서 생겨나는 것처럼 번식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나일강이 범람할 때 내리쬐는 태양에 의해서 쥐가 생기는 것처럼 번식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땅 위의 썩은 것들로부터 생겨난다고도 합니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생식작용에 의해서 번식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뱀장어의 알을 보거나 산란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생식작용으로 번식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산란하는 것을 본 것과 다름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은 장어가 생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는 있지만, 덩치는 작고 지방은 많으면서 암수를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아마도 다른 물고기들처럼 생식으로 번식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암컷과 수컷 장어는 지느러미를 보면 구별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론델레티우스에 따르면 장어는 지렁이처럼 서로 엉켜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은 장어의 수명은 10년이 넘지 않으며 죽을 때는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진주가 태양열에 의해 응축되어 끈적한 이슬방울이 되는 것처럼 장어는 오뉴월 어떤 특정한 저수지나 강둑에 내린 이슬방울이 태양열에 의해서 며칠 동안 응축되면 장어가 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장어를 쥬피터의 자손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초에 나는 캔터베리에서 멀지 않은 강에서 지푸라기 정도의 굵기인 새끼 장어들이 뒤덮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햇빛을 받아 티끌처럼 보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광경은 다른 강에서도 관찰되었다고 하는데 옐버강으로도 불리는 세번 강과 스태퍼드셔 근처의 연못과 저수지에서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여름철 저녁 무렵이면 작은 새끼 장어들이 떼를 지어 떠다닌다는데, 근처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그것을 체나 헝겊으로 건져내서는 케이크로 만들어 빵처럼 먹는다고 합니다.

게스너는 그가 존경하는 베다 베네라빌리스의 말을 인용해서 잉글랜드에는 엄청난 수의 장어가 번식하는 섬이라는 의미로 엘리 섬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어는 벌레나 벌과 말벌처럼 이슬이나 땅 위의 썩은 것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즉, 오래된 배의 썩은 널빤지가 태양열을 받아서 따개비나 거위가 생기는 것처럼 썩은 물체로부터 장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뒤 바르타스와 로벨과 캠던도 따개비와 거위 새끼의 출생에 대하여 똑같이 말하고 있으며 존 제라드도 그의 저서 ‘약초집(Herbal)’에서 이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론델레티우스는 바다와 가까운 강에서 태어난 장어가 바닷물을 맛보고 나면,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는 것과는 달리 다시는 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이 말을 믿습니다. 왜냐면 소고기를 가루 내어 만든 미끼가 장어를 잡는데 최고의 미끼란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확신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경은 장어의 수명은 10년 정도라고 말하지만, 그의 저서인 ‘삶과 죽음의 역사’에서는 로마 황제가 소유했던 칠성장어는 60년 가까이 살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역시 칠성장어를 기르고 있던 웅변가 크라수스는 사육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었던 터라 칠성장어가 죽었을 때 몹시 슬퍼했다고 하며, 조지 헤이크윌(George Hakewill)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퀸투스 호르텐시우스가 오랫동안 기르던 칠성장어가 죽자 매우 슬피 우는 것을 보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어는 강에 살든 연못에 살든 1년 중 추운 6개월 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부드러운 땅이나 진흙 속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지낸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건 마치 제비가 추운 6개월 동안 나무구멍에 들어가서 지내는 것과 같습니다.

게스너는 알베르투스의 말을 인용하여, 예년보다 추웠던 1125년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지 못한 장어들이 물에서 나와 본능적으로 건초더미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에는 얼어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캠던의 말에 의하면 랭커셔에서는 근처에 물이라곤 없는 곳의 땅을 파보았더니 장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장어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길 하겠습니다. 장어는 더위보다 추위에 약해서 따뜻할 때는 물 없이도 5일 정도는 견딘다고 합니다.

끝으로 장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장어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템즈강 유역에 많으며, 그릭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은색장어와 녹색장어가 있고, 보통 장어보다 머리가 크고 납작한 검은장어가 있는데 검은장어의 지느러미는 붉은색이며 영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잡히기도 합니다.

이런 몇 종류의 장어들은 내가 얘기했던 것처럼 땅 위의 썩은 물질에서 태어나거나, 이슬로부터 생겨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은색장어만은 생식에 의해서 태어난답니다.

그러나 산란에 의한 난생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태생으로 태어나며 갓 태어난 치어는 바늘만 한 크기라고 합니다. 이것은 진실이며 만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증명할 수는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많은 얘기를 해준 장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미끼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가루로 만든 쇠고기, 지렁이, 피라미, 닭 내장, 생선 내장 등으로 장어를 잡을 수 있지만, 워낙 식탐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미끼에는 반응을 보입니다. 게다가 프라이드라고 부르는 새끼 칠성장어를 미끼로 사용해서 잡을 수도 있는데, 여름철이면 템즈강이나 다른 강의 진흙 둑에서 많이 볼 수 있지요, 마치 거름에 구더기가 가득한 것처럼요.

다음으로 장어는 야행성 어종으로 낮에는 거의 활동하지 않고 밤에는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어는 보통 아까 말한 미끼로 밤에 잡는답니다.

낚싯줄을 강둑의 나뭇가지에 묶어두거나, 돌에 묶어두는 등 고정시킨 다음에 앞서 얘기했던 미끼를 달고 던져두는데, 추나 돌을 함께 달아두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채비가 아침까지 포인트에 그대로 있게 되는데, 건져 올릴 때는 갈고리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어떤 낚시인이라도 좋으니 1시간만 함께 낚시를 하면 1주일 동안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어느 더운 여름날 구멍치기로 실한 장어 여러 마리를 잡은 적이 있는데, 아주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 낚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모르니 구멍치기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장어는 낮에는 활동하지 않고 나무판자 밑과 같은 은밀한 곳이나 수문, 물레방아나 둑의 밑이나 강둑의 구멍 속에 숨어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까? 그러므로 따뜻한 낮에 장어를 잡기 위해서는 물이 빠져 수위가 가장 낮을 때를 골라, 작고 튼튼한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고, 강도가 높은 낚싯줄을 1m 정도 묶어줍니다.

채비를 마치면 내가 얘기했던 곳과 같이 장어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미끼를 드리우면 되는데, 길이가 짧은 낚싯대를 사용하여 최대한 천천히 미끼를 드리우면 미끼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해도 장어가 있다면 무조건 덤벼들 것입니다. 그리고 장어가 바늘을 삼켰다면 급하게 끌어올리려 하지 말고, 천천히 꺼내면 확실하게 끄집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천천히 끄집어 올리면서 힘을 빼지 않으면 장어는 강력한 꼬리로 채비를 터뜨려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천천히 끌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참고 들어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이번에는 장어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장어를 소금물로 씻은 다음, 항문이나 배꼽 밑으로는 더이상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칼집을 내고, 내장을 꺼낸 후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주의할 점은 몸 전체는 씻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서너 군데에 얕게 칼집을 내고 배 속이나 칼집을 낸 곳에 달콤한 향초와 멸치를 잘게 썬 것과 곱게 다진 육두구를 넣어줍니다. 향초와 멸치는 반드시 잘게 썰어야 하며, 버터와 소금을 섞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끝나면, 장어의 껍질을 처음에 칼집을 주었던 항문이나 배꼽에서부터 머리 쪽으로 당기면서 벗기다가, 머리 근처에서 머리와 함께 잘라내는데 몸통의 껍질까지 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머리를 잘라낸 다음에는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 부분을 묶어줍니다.

여기까지 끝나면, 장어를 쇠꼬챙이에 묶은 다음, 약한 불로 천천히 구우면서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물과 소금을 발라준 다음 버터를 발라줍니다. 충분히 익으면 배 속에 넣었던 것들을 꺼내어 소스로 사용합니다.

장어를 요리할 때면 내가 1667년에 피터버러 강에서 잡았던 160㎝만큼이었으면 하고, 언제나 생각한답니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웨스트민스터의 킹 스트리트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물어보시면 될 겁니다.

이렇게 조리한 장어는 해롭지도 않고, 어떤 요리보다 뛰어나지만, 의사들은 몸에 해롭다고들 말합니다. 이에 대하여 나는 솔로몬 왕이 잠언 25장 16절에서 한 “꿀을 발견하더라도 적당히 먹어라. 질려서 뱉어 버리게 된다.”는 말을 당신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몰인정한 이탈리아 사람이 “적에게 장어는 줘도, 와인은 주지 말라.”고 했던 말도 덧붙이고 싶군요.

또한, 알드로반디와 여러 의사들은 장어는 음식보다는 약으로써의 효용이 더 좋다고 하는 점을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그리고 장어는 송어나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제철이 있는 것과는 달리 제철이 따로 없으며, 대부분의 장어가 그렇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다와 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칠성장어류에 속하는 램프렐, 램프리, 램프린과 글로스터 부근의 세번에서 잡히는 거대한 붕장어 등은 장어와 모양이나 습성이 비슷하답니다.

이 물고기들은 비싸게 판매되는 것들이지만 저로서는 특별히 드릴 말이 없습니다. 왜냐면 저와 같은 낚시인에게는 관심 밖의 어종이거든요. 그러므로 유대인들이 율법으로 장어를 먹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무시하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바닷고기 중에는 가자미라는 것이 있답니다. 이 물고기는 강을 헤매다 거기서 정착한 어종으로 크기는 손바닥 만하지만 비늘이 없고 맛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잡는 재미가 쏠쏠해서 낚시인들이 좋아하는데, 잡을 때는 보통 작은 지렁이를 미끼로 쓰지만, 습지나 목초지에 서식하는 푸른 지렁이를 잡아서, 진흙을 제거한 다음 미끼로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까 말한 것처럼 비늘이 없어서, 유대인들은 혐오하는 물고기랍니다.

그리고 랭커셔 사람들이 자랑하는 차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것은 윈드미어 호수에서만 잡힌다고 합니다. 캠던에 의하면 이 호수는 영국에서 가장 크다고 하며 길이가 16㎞나 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말로는 호수의 바닥은 대리석으로 포장된 것처럼 매끄럽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는 38~40㎝를 넘지 않고, 송어처럼 몸에 반점이 있으며 등뼈를 제외하곤 거의 뼈가 없다고 하는데, 이 물고기가 낚시하는 즐거움을 주는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매운 드문 물고기로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다는 것 정도만 알려드립니다.

또, 기니애드라고 하는 희귀한 물고기가 있는데,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캠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한 얘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체스터를 흐르는 디 강은 메리오네스셔가 발원지로 수량이 풍부한 펨블 호수(현재의 발라 호수)를 지나 체스터를 향해 흐르는데 디 강에는 연어가 많지만 기니애드는 없고, 펨블 호수에는 기니애드는 많지만, 연어는 한 마리도 없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바벨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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