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중에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들이 아주 많은데 낚시인들의 자정노력에 의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물론 마땅한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거나 에깅낚시와 같이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아징이니 메바링이니 하는 말들을 사용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71년에 창간한 국내 낚시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낚시春秋’를 보면 1923년에 창간한 일본의 우익성향의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고, ‘낚시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도 일본에서 번역한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여 ‘조어대전’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니 말이다.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제목은 1936년 일본에서 히라타 토쿠보쿠(平田禿木)란 사람이 번역하면서부터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 번역한 분들도 이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조어대전’이란 제목으로 번역·출간하였는데 이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한편으로는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표현은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를 번역하면서 붙인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인 1928년에 ‘우에다 타카시(上田尚)’란 사람이 전12권의 ‘조어대전’이란 책을 출간한 것이 최초이다.

즉, 일본에서 조어대전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 전역의 낚시터와 어종별 낚시방법 등을 망라한 전(全) 12권의 책이 처음인 것이다.

그러나 ‘우에다 타카시(上田尚)’가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제목의 책을 최초로 출간한 것은 맞지만 그 표현은 그보다 앞선 1926년에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표현이 사용된 것은 ‘오카쿠라 요시사부로(岡倉由三郎)’란 일본의 영문학자가 1926년 “The Compleat Angler”를 설명한 글에서 조어대전(釣魚大全)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고, 그보다 앞선 1923년에 이미 월간지 ‘영어청년(英語青年)’에도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표현이 등장하고 있으나 그 표현이 “The Compleat Angler”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그 후 일본에서는 1936년에 히라타 토쿠보쿠(平田禿木)가 “The Compleat Angler”를 번역하면서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제목을 사용하였는데 히라타 토쿠보쿠(平田禿木)가 번역한 것은 비매품으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1939년에 ‘야지마 히코사부로(谷島彦三郎)’가 번역한 ‘조어대전’이 춘추사(春秋社)에서 출판되면서부터 일반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역자(譯者)를 달리한 것들이 1954년, 1970년, 1974년, 1977년, 1996년, 1997년에 소개되면서 모두가 책의 제목을 ‘조어대전’이라고 정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를 번역하여 출판한 것은 안동림 번역의 1980년판과 이재룡 번역의 2000년판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가 조어대전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된다.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한 우당(愚堂) 안동림 교수는 영문학자이면서도 장자(莊子)를 최초로 국역한 고전문학 번역가이자 소설가, 음악평론가로도 활동을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2014년 별세하셨고, 그 분이 번역한 책을 읽은 것으로는 벽암록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재룡씨는 많은 분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겠으나 조어대전(釣魚大全)이란 책의 제목은 유감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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