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를 번역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동기 중에는 아이작 월턴과 조어대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어 전파되고 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못된 정보는 네이버의 지식백과에도 나와 있는 “1653년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13장으로 구성되었다가 25년에 걸쳐 다섯 번의 수정판이 나와 1676년에는 21장으로 늘어났다.”고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역시 네이버의 지식백과에도 나오는 “낚시 친구인 C.코튼이 가필한 증정판(1676)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내용이 일견, 동일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으나, 첫 번째는 조어대전이 21장으로 늘어난 것은 1676년이 아니란 점이며, 두 번째는 찰스 코튼이 가필한 증정판이 아니라 아이작 월턴이 가필한 것이라는 점이 잘못된 내용이란 것이다.

먼저 “1653년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13장으로 구성되었다가 25년에 걸쳐 다섯 번의 수정판이 나와 1676년에는 21장으로 늘어났다.”고 하는 내용의 오류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은 1683년 아이작 월턴이 사망하기까지 1653년의 초판을 필두로, 1655년에 제2판이 나왔고, 제3판과 제4판은 1661년과 1668년에 각각 출판되었으며, 제5판은 1676년에 출판되었다.

초판에서 13장(章)에서 불과하였던 것이 전체 21장(章)으로 늘어난 것은 1676년의 제5판이 아니라 1655년의 제2판이었고, 페이지 수도 100페이지 이상이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1661년의 제3판은 변화가 없었으며, 1668년의 제4판은 단지 정오표(errata)만 추가된 것이었다.

그리고 1676년에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제5판이 출판되었는데 아이작 월턴이 집필한 부분은 단지 내용만 10페이지가 추가되었을 뿐 장(章)수는 제2판과 같은 전체 21장(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1653년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13장으로 구성되었다가 25년에 걸쳐 다섯 번의 수정판이 나와 1676년에는 21장으로 늘어났다.”고 하는 내용은 잘못된 정보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두 번째, 1676년의 제5판은 “낚시 친구인 C.코튼이 가필한 증정판”이 아니란 점이다. 제5판은 찰스 코튼(Charles Cotton)이 플라이피싱에 관한 내용을 쓰고 아이작 월튼이 가필(加筆)한 것을 제2부로 합본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어대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만 소개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되므로 제5판에 대하여 보다 정확한 내용을 소개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1676년에 나온 제5판은 아이작 월턴이 쓴 제1부와 찰스 코튼이 쓴 제2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로버트 베너블즈(Robert Venables)가 쓴 “능숙한 낚시인과 낚시기술의 향상(The Experience’d Angler or Angling Improv’d)”이란 책을 제3부로 합본하여 출판되었다.

 

그러므로 전체 장(章)수가 21장이라고 하는 정보도 아이작이 쓴 내용만 21장이라고 해야 정확한 것이며 찰스 코튼이 가필한 것도 증정한 것도 아니란 것이 올바른 정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가가 아닌 군인이었던 로버트 베너블즈가 쓴 제3부는 아이작 월턴과 찰스 코튼의 글에 비해 문학성에 있어서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2쇄부터는 제외하고 출판됨으로써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의 제5판은 그가 쓴 1부와 찰스 코튼이 쓴 2부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또한, 1676년에 나온 제5판의 1쇄는 제목도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가 아니라 ‘The Universal Angler, Made so by Three Books of Fishing.’였으며, 2쇄는 제1부와 제2부로만 구성되었고, 3쇄는 찰스 코튼이 쓴 제2부만으로 출판되었다.

다시 네이버의 지식백과로 돌아가 보면, 아래의 삽화가 다락원에서 출판한 조어대전에 삽입된 그림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삽화는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에 삽입된 것이 맞긴 하다. 그러나 조어대전을 출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위의 삽화는 아이작 월턴의 연재를 통해 소개한 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라는 수녀가 쓴 성 알반스의 책(The Boke of St. Albans)의 1496년 증보판에 삽입된 것으로 줄리아나 수녀의 이름 앞에 수식어(Dame)를 붙인 윈킨 드 워드(Wynkyn de Worde)가 책을 출판하면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1760년에 존 호킨스(John Hawkins)란 사람이 The Compleat Angler(조어대전)을 출판하면서 이 삽화를 집어넣었던 것인데, 이런 전후사정을 모르는 채 만들어진 정보들이 이 삽화를 조어대전에 수록된 것이라고만 소개하는 바람에 목판화의 진실은 가려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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