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대전(번역)

조어대전에 숨어있는 신분제도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te Angler’를 설명하는 글을 보면 “물고기와 낚시에 관한 지식은 정밀하지 않으나 청신한 자연묘사와 꾸밈없고 독실한 인생교훈이 담겨져 있다.”거나 “물고기의 생태와 사실적인 정보도 줄 뿐 아니라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며 건강한 인생의 쾌락을 나타내는 영국의 목가적인 고전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낚시인의 시각으로 아이작 월턴이 쓴 ‘The Complete Angler’를 쳐다보면-낚시인이 아닌, 문학을 전공하거나 어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전혀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te Angler’에 나오는 어종을 보면 대부분이 콜스 피시(coarse fish)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영국의 귀족과 노동계급의 신분제도를 나타내는 것이란 점은 낚시인이 아니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콜스 피시(coarse fish)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연어·송어 이외의 민물고기, 민물 잡어’라거나 ‘콜스 피시(coarse fish)의 종류 중에는 피부가 거친 것들도 있는데 그런 종류를 일컬어 러프 피시(rough fish)라고 부르기도 한다’거나 ‘낚시의 대상어도 아니고 상품 가치도 없는 잡어를 러프 피시(rough fish)라고 하며 이것을 콜스 피시(coarse fish)라고도 한다.’는 등의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전의 정보들을 종합해서 정의를 내리면 “콜스 피시(coarse fish)는 송어와 브라운 송어 및 연어를 제외한 모든 민물고기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 특히 영국의 낚시에는 귀족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같은 흔적은 스코틀랜드에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길리(Gille 또는 Ghillie)라는 흔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길리(GILLIE)는 귀족들이 소유하는 땅에서 밀렵을 감시하고 농작물을 해치는 동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말이었는데 현재는 주로 강에서 낚시를 할 때 동행하여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귀족계급들은 낚시를 사냥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낚시를 스포츠라거나 게임이라고 하는 말로도 표현을 하였던 것이며, 특히 귀족들이 하던 낚시를 게임피싱(Game Fishing)이라고 부르고, 노동자계급이 하는 낚시는 콜스 피싱(Coarse Fishing)이라고 구분했었던 것입니다.

왜 이런 구분이 생겼던 것일까요?

부유한 귀족들은 그들이 소유하던 방대한 규모의 땅을 파고 물을 끌어들인 다음, 식용하던 물고기인 연어와 송어를 방류하고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낚시대회를 열곤 했던 것에서 유래하여 게임 피싱이란 말이 생겼고, 이렇게 잡는 물고기를 게임 피시(Game fish)라고 불렀으며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뜻하는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땅이 없던 노동자계급은 귀족의 소유가 아닌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주로 잡히는 어종이 연어와 송어를 제외한 민물고기들이었기에 그것을 먹지 못하는 물고기(정확히는 귀족들이 먹지 않던 물고기)라 했던 것에서 유래하여 먹지 못하는 민물고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 피싱(Game Fishing)과 콜스 피싱(Coarse Fishing)이란 구분의 정착은 아이작 월턴이 살던 시대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의미가 고착된 것은 19세기의 일입니다.

청교도혁명의 와중에 런던을 떠나 생활하던 아이작 월턴은 일반적인 영국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귀족들이 먹지 않던 물고기를 잡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쓴 ‘The Complete Angler’에는 콜스 피시(coarse fish)라는 처브(Chub), 그레일링(Grayling), 파이크(Pike), 잉어(Carp), 브림(Bream), 텐치(Tench), 퍼치(Perch), 장어(Eel), 바벨(Barbel), 모샘치(Gudgion), 데이스(Dace), 로치(Roach)와 같은 이름도 생소한 물고기들에 관한 얘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과 물고기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다면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te Angler’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제가 출판할 번역본에는 이런 내용들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게임 피싱과 콜스 피싱으로 구분했던 영국의 계급문화가 현대를 사는 우리의 낚시문화에도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개를 갸웃해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어야겠지요?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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