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이 쓴 ‘The Complete Angler(일명 조어대전)’의 제1부는 모두 2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오는 물고기의 종류는 모두 14가지이다.
이 중에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송어, 연어, 잉어, 장어를 제외한 10종류의 물고기는 우리에겐 생소한 어종(魚種)으로 ‘조어대전(The Complete Angler)에 숨어있는 신분제도’에서 설명한 콜스 피시(coarse fish)에 해당한다.
그런데 일본인이 번역하면서 붙인 물고기의 이름을 국내 번역본들이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원본과는 다른 물고기가 되어버린 점은 기존 번역본들에서 느끼는 아쉬움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오류가 큰 처브(Chub), 퍼치(Perch), 바벨(Barbel) 3종류의 물고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조어대전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차벤더 또는 처브(Chavender or Chub)라는 물고기는 일본인이 황어(鯎)라고 번역한 것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황어와 처브는 전혀 다른 어종이다.
처브(Chub)
황어아과의 민물고기로 흐름이 완만한 강과 운하에 서식하며 자갈이 많은 곳을 선호하며, 5월부터 9월까지가 산란기로 성어의 평균적인 체중과 크기는 1.4~2.3㎏, 30㎝정도이다.
처브는 2021년 3월 29일 환경부가 배포한 ‘유입주의 생물 300종 현황’에도 포함되어있는 물고기로 이름을 유럽몰개라고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황어와 유사한 습성을 가진 것은 맞지만 황어와는 다른 종류란 걸 알 수 있는데, 낚시를 좋아하고, 물고기 연구를 즐겨 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의 번역본에서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점이었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물고기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돌잉어로 소개하고 있는 바벨(Barbel)이란 이름의 물고기다.
바벨(Barbel)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바벨이란 이름은 물고기의 수염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4개의 수염이 있다. 물흐름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며 5~6월 사이에 산란하고, 다 자란 성어의 평균 체중과 크기는 50~80㎝, 2.5~4㎏ 정도이다.
일본판 조어대전에서는 바벨의 이름을 니고이(似鯉)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을 국내 번역본들은 돌잉어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두 어종은 학명이 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바벨은 잉어아과, 돌잉어는 모래무지아과에 속하여 달라도 너무 다른 물고기다.
이처럼, 낚시의 바이블이라고도 하고, 낚시인의 필독서라고도 하는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te Angler(일명 조어대전)에도 존재하는 일본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었다는 것이 직접 번역에 나서게 된 가장 큰 동기였다.
일본 고유어종으로 잉어와 닮았다는 뜻으로 니고이(似鯉)라 이름 붙인 바벨은 수염이 2쌍(4개)인 반면, 니고이(似鯉)는 수염이 1쌍(2개)으로 외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농어(鱸)라고 소개하는 퍼치(Perch)이다. 퍼치(Perch) 역시 환경부가 배포한 ‘유입주의 생물 300종 현황’에도 포함되어있으며, 이름은 ‘유라시아민물농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농어와 퍼치는 모두 농어목의 물고기이지만 농어는 농어과, 퍼치는 페르카과(Percidae)의 물고기로 전혀 다른 어종이기 때문에 농어로 소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퍼치(Perch)
속명인 페르카(Perca)는 얼룩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perke가 어원이다. 다 자란 성어라고 해도 25㎝와 750g을 넘기가 어려우며, 겨울낚시의 대상어종으로 인기가 높다.
그 밖에 우리에게 생소한 어종으로, 아이작 월턴의 ‘The Complete Angler(일명 조어대전)’에 나오는 7종류의 물고기는 아래와 같다.
그레일링(Grayling)
연어과의 민물고기로 몸 전체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등지느러미가 돛처럼 아주 큰 것이 특징으로, 수온이 8℃에 도달하는 3월초에 산란하며 성어는 평균 0.3~0.5㎏, 20~30㎝ 정도로 작은 편이다.
강꼬치고기(Pike)
민물꼬치고기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성어의 평균 크기는 2.5~4㎏, 60~80㎝ 정도이다. 얼음이 채 녹기도 전인 초봄에 산란하며, 산란 후에는 알을 돌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브림(Bream)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며 4월과 6월 사이에 산란하는데, 실버브림과 커먼브림의 두 종류가 있다. 실버브림은 다 자란 성어일지라도 평균 450g 정도밖에 안 되고 커먼브림은 2㎏를 넘으며 강의 하구와 진흙이 많은 곳에 서식한다.
텐치(Tench)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닥터피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여름철에 산란한다. 성어의 평균 체중과 크기는 1.5㎏, 30~50㎝ 정도이며, 진흙 바닥의 수초에 숨어서 활동하고 경계심이 많아 낚시로 잡기가 어려운 편이다.
모샘치(Gudgeon)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모래나 자갈바닥을 좋아하고, 수온이 13℃를 넘는 4월부터 8월까지 산란한다. 성어의 평균 체중과 크기는 30~60g, 7~12㎝ 정도로 아주 작은 편이며 물총새가 아주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로치(Roach)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흐름이 완만한 하천과 연못에 서식하며 수온이 18℃ 정도가 되는 4월과 6월 초 사이에 산란한다. 성어는 평균 35㎝를 넘지 않으며 무게는 1㎏ 정도로, 주로 생미끼를 사용한 찌낚시로 잡는다.
데이스(Dace)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자갈이 많은 곳을 선호하며 맑고 깊은 곳에 주로 서식하지만, 기수역에서도 서식한다. 3월과 4월에 산란하며 성어의 크기는 10~15㎝에 불과해 육식성 어종을 잡기 위한 미끼로 사용되기도 하며, 주로 생미끼를 이용한 찌낚시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