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전례(前例)는 어디에서 전래(傳來)되었나?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번의 탄핵 정국에서 나오는 기사의 하나를 살펴보면 22년 전 검찰의 소환이 예정된 날 오전 9시, 전두환이 연희동 자택 앞에서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합천으로 내려가자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다음날 압송하여 새벽에 안양교도소에 수감한 것을 두고 만약 박근혜가 소환에 불응한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할 것이다라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검찰로서는 전례에 비추어… 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렇듯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곳에는 “전례(前例)가 없어서”라거나 “전례(前例)에 비추어”라는 등등의 표현으로 공무원 또는 위정자들의 태만, 무능을 포장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하나를 살펴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용역이나 물품의 계약에서 당연하게 요구되는 서류 중의 하나가 기존의 거래실적 자료인데, 청년창업을 유도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하며 중소기업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정책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이런 전례(前例)에 충실하려는 복지부동이 그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무능한 공무원들과 정치꾼들의 일면이다.

이제 그 대상을 민간으로 돌려보면, 대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조건들이 많이 있지만, 한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담당 이사의 추천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기술개발에만 매진하여온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에 거대 재벌기업의 이사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추천을 받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수많은 분야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전례(前例)라는 굴레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하게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발표 이면에는 언제나 전례(前例)에 비추어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따라다닌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말은 하면서도 언제까지 그 틀을 깨지 못하는 구태를 계속할 것인지, 잘못된 관행을 전례(前例)로 만든 것이 누구인지 논하자면, 아마도 대한민국의 법체계가 만들어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그만큼 우리 사회는 구시대적인 생각과 행동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심하겠지만……

박근혜의 수사에 있어서 전례(前例)를 깨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가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정치꾼들과 썩어빠진 고위공직자들이 단단하게만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그 알을 깨고 나오기를 촉구한다.

사족: 언제나 무슨 사건이 생기면 그들은 입버릇처럼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토록 뼈를 자주 깎으면서도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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