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용품과 산업

장강의 앞물결이 되어버린 독일의 D.A.M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을 지닌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란 말은 시대적 변화에 순응하여 부단한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낚시용품업계에는 세계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독일의 D.A.M.처럼 주류에서 밀려나 버린 기업들도 많이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낚시용품회사 D.A.M.의 이름은 별다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독일 낚시용품회사(Deutsche Anglers Manufacturer)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인데, 나는 “세계의 스피닝 릴⑩ 독일의 D.A.M.”이란 글의 말미에서 “D.A.M.이 생산하고 있는 원투낚시용 스피닝 릴의 실물을 직접 보지 못해서 정확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제원으로만 본다면 일본 시마노의 액티브캐스트나 다이와의 크로스캐스트보다 싸고 품질 좋은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D.A.M.의 역사를 조금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는 릴 부문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의 스피닝 릴(번외편)’에서 알아보았던 대만의 오쿠마는 설립과 함께 독일 D.A.M.의 제품을 OEM 생산했었으나 지금 두 회사의 위상은 크게 역전되어 D.A.M.이 오쿠마를 따라잡기에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물론 D.A.M.이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그동안 거쳐 갔던 경영진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덴마크의 투자회사인 라르스 스벤슨 홀딩스(Lars Svendsen Holding ApS)와 손잡기 전에 D.A.M.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D.A.M.의 역사와 전통을 이용하여 이익을 극대화 시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계의 낚시용품시장에서 D.A.M.의 제품을 국적 없는 싸구려라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으며 현재 D.A.M.을 소유하고 있는 덴마크의 회사인 스벤슨 스포츠(Svendsen Sport)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이탈리아의 알체도(Alcedo)로부터 출발한 알룩스(Allux)가 전통을 이어나가면서도 다시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기술개발에도 열심히 매진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렇게 얘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까지 D.A.M.이 지니고 있던 고유의 색깔이 이제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77년부터 D.A.M.은 스피닝 릴의 끝 번호를 0, 1, 2로 구분하여 생산하였는데 당시 전 세계적으로 스풀을 로터의 안에 장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오픈된 형식의 스커티드 스풀(Skirted spool)로 바꾸면서 금속소재로 제작한 스풀을 채택한 릴에는 끝에 0을 붙이고, 금속을 사용하면서 업그레이드 시킨 스풀을 탑재하고 있는 모델에는 1을 붙였으며 수지로 만든 스풀을 장착한 제품들은 모델번호의 제일 끝에 2를 붙여서 구분하였다.

그러나 2로 끝나는 플라스틱 스커티드 스풀은 드랙을 강하게 조이면 갈라지는 현상이 나왔고 이런 현상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면서부터 더욱 심해지고 말았다.

D.A.M의 스피닝 릴은 세계 어느 업체보다도 일찍 웜기어를 사용했는데 베벨기어와 하이포이드 기어로부터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스피닝 릴 업계를 선도할 때 제품의 표면에 인쇄 또는 양각되었던 “Made in West Germany”란 문구는 그들의 자부심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스피닝 릴을 일률적으로 비교하여 어느 업체의 어떤 제품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그 제품이 업체에서 홍보하는 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는 메인 샤프트에 사용하는 크로스핀만 보아도 판단할 수가 있다.

기술력이 모자라는 업체에서 생산한 스프닝 릴은 부품의 공차를 줄이지 못함으로 인해 처음부터 드라이브기어가 있는 부분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품들은 메인샤프트의 크로스핀으로 솔리드 타입의 것을 사용한다.

그러나 독일의 D.A.M.은 롤핀을 사용하여 원가는 줄이면서도 부품의 단차를 없애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훌륭한 업체였다.

그랬던 업체의 제품을 직구로 구매해서 살펴본 소감은 제목과 같이 한마디로 표현해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다.

D.A.M.은 추억 속에만 묻어두게 되었으나 3년 전 정밀공업으로 출발하여 유럽의 낚시용품업계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또 다른 독일업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업체에 대해서는 추후 상세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그 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튼튼하고 정밀하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낚만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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