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낚시로 잡혔던 것을 기억할까?”에서는 물고기들은 낚시에 잡혔던 것을 기억한다는 “Beukema의 학습이론”을 알아보았는데 이번에는 낚시에 잘 잡히는 물고기는 따로 있다는 “마틴의 가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틴의 가설”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해양학자인 “존 마틴(John Martin)”이 처음으로 제기한 것으로 선천적으로 경계심이 약한 반면에 호기심은 강하여 낚시에 잘 잡히는 개체가 따로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마틴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1992년 일본에서는 모잠비크틸라피아를 실험용 연못에 넣어 낚시를 하는 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모잠비크틸라피아

 

실험에 사용한 모잠비크틸라피아는 모두 144마리로서 낚시에 잘 잡히는 개체가 따로 있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면 처음에 낚시로 잡은 모잠비크틸라피아만 따로 모아서 다시 낚시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일정 비율은 잡혀야만 가설이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의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144마리의 모잠비크틸라피아를 반으로 나눈 연못에 넣고 낚시로 잡힌 절반(72마리)은 새로운 연못에 수용하여 다시 2번째 낚시를 하고 거기서 잡힌 것을 다시 모아 3번째로 낚시로 잡는 경우에 과연 일정비율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예측과는 달리 처음 낚시로 잡은 72마리 중에서 다시 2번째 낚시에 잡힌 것은 51마리나 되었고 처음에 낚시로 잡지 못한 72마리 중에서는 2번째 낚시에서도 51마리나 잡히지 않았습니다.

3번째 낚시를 한 결과는 더욱 뚜렷하게 그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즉 한 번 잡힌 모잠비크틸라피아는 두 번째에도 쉽게 잡히지만 첫 번째 낚시에서 잡히지 않는 것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낚시에서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실험 전에 예측한 낚시에 잘 잡히지 않는 개체의 마릿수는 18마리(전체의 12.5%)일 것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훨씬 상회하는 41마리(전체의 49%)를 보여주어 낚시로 잡기 힘든 개체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낚시로 쉽게 잡힌 개체를 관찰하여 다른 개체보다 먹이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는데 그것은 다시 말해 식탐이 강할수록 낚시에 잘 잡혔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역시 욕심은 화근(禍根)임을 다시 한 번 알려줍니다^^

그런데 “Beukema의 학습이론”과 “Martin의 가설”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인공으로 만든 실험환경에서 먹잇감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다른 물고기들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실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02년에 낚시인들도 거의 찾지 않는 홋카이도의 산간 계곡의 500미터~700미터의 구간을 4개나 선택하여 일출 무렵부터 낮까지 낚시로 산천어를 잡고, 나머지 잡지 못한 산천어는 전기충격을 가하여 모두 잡은 다음 표식을 붙여 방류하고 50일 후에 다시 2차 실험을 실시하는 다소 무식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50일 뒤에 다시 낚시로 잡은 산천어를 조사한 결과 첫 번째 낚시로 잡혀 표식을 달고 방류된 것들과 첫 번째 낚시에서 잡히지 않았던 개체가 서로 비슷하게 잡힘으로써 낚시로 잡혔던 물고기는 그 경험을 기억하기 때문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Beukema의 학습이론”도 물고기는 원래 잘 잡히는 개체가 따로 있다고 하는 “Martin의 가설”도 모두 맞지 않는 결과를 보여줌에 따라 인공적으로 꾸며진 실험시설에서의 관찰은 자연상태에서의 실제 모습과는 다르다는 점과 아직도 물고기들의 습성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물론 이 글을 작성하는 저는 해양학이나 어류학과는 전혀 무관한 그저 낚시를 좋아하는 일개인에 불과합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낚시가 잘 된다는 그야말로 완전한 기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른 날씨와 환경 속에서 다양한 조건들이 서로 우연히 맞아떨어져 운 좋게 고기를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이런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왜? 잡힌 것인지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것도 진정한 낚시의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번에 걸쳐서 작성한 글의 요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를 놓아주면 살 수 있을까?”란 글에서도 낚시로 잡은 77마리의 바늘을 삼킨 산천어를 방류한 결과 체내에서 낚싯바늘이 부식되어 방출되고 70% 가까운 마릿수가 다시 낚시에 잡혔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즉, “Beukema의 학습이론”과 “Martin의 가설”이 옳다고 한다면 낚시인들이 희망하는 대물을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류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일 것이며 두 이론이 틀린다고 하더라도 놓아준 고기는 자연상태에서 다시 잡을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 낚시인들로서는 최소한 금어기간과 체장의 기준 만큼은 실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